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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서 순간으로 _ 권경은

영원에서 순간으로
: 건축에서 움직임이란 것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글  권경은


현재 경희궁 앞마당에 설치된 렘 쿨하스의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의해 파생되는 건축적 개념들의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순차적으로 진행될 네번의 행사를 각각 수용할 네 개의 평면을 입체적으로 결합하여 설계된 이 구조체는 다음의 이벤트가 계획될 때 기중기에 의해 회전하게 되어 있다. 회전을 할 때마다 바닥이 벽이 되고 벽이 천정이 되면서 건축을 정의 하던 기본 요소들은 더 이상 항구적이지 않게 된다. 방문자들은 영원히 지속될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변신하게 될 건축의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일부만을 체험하게 되며, 공간은 변화된 모습으로 다음의 방문을 맞게 된다.  


그림 1. Prada Transformer 전경 및 개념도 (OMA)

기존 기술의 한계 내에서 정의되었던 건축과 그 요소들에 대해 건축가는 현대의 새로운 기술력과 더불어 질문하고 새로운 정의를 내리려 하고 있다. 건축에서의 움직임은 다양해진 사회, 문화적 요구와 더불어 기존 정의의 경계를 넘어서게 하는 한 예일 것이다. 이제 건축은 수백년 지상에서 세월의 흔적을 담아내는 영원 불변의 고정성을 탈피하고 있다. 


Kinetic Architecture - 물리적 움직임에 따른 공간과 이미지의 변화

실생활에서 건축물의 사용은 상황에 따라 항상 변하게 마련이며 인간의 생활패턴과 문화가 복잡해 질수록 설계시 정의되었던 건축물의 용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어 진다. 현대 건축물의 사용자는 한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과 용도가 가능하길 원하고 건축가들은 기계적 장치들의 사용을 통해 공간의 유연성 있는 사용을 추구해 왔다.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경우는 건축의 유연성(flexibility) 개념의 진화된 실현을 그 변화의 스케일에서 이뤄낸다. 공간 내부 사용의 변화가 기계적 힘을 빌어 건물 전체가 회전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 건축물이 놓이는 도시 컨텍스트에서 이미지 자체 또한 뒤집힌다. 근대 기계 미학에서 기계의 은유적 차용을 넘어서, 건축은 이제 인간과 환경의 요구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을 통해 기계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데이비드 피셔(David Fisher)의 역동적인 건축(Dynamic Architecture)은 현실에서 건물 일부의 운동성과 이미지 변화를 과감한 스케일로 역동적으로 추구하고 실험하고 있다. 초고층 빌딩에 적용된 그의 실험 건축들은 각층이 개별적으로 회전하게 고안되었으며 내부 사용자는 외부의 다양한 조망을 확보하게 된다. 그리고 각층의 집단적 움직임이나 개별 움직임의 집합은 건축이 가지는 고정성의 이미지를 벗고 끊임없이 변하는 유기체로 인식되게 한다.


그림 2. Dynamic Architecture (David Fisher)


Responsive Architecture - 환경에 대해 반응을 하는 건축 

공간의 사용에 물리적 변화로 반응하게 되는 이러한 건축의 양방향성은 현대 건축과 환경의 관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거주 환경의 적절한 조성과 조절은 건축의 중요한 역할이기에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한 파사드 시스템은 항상 건축가들의 관심이 되어 왔는데 장 누벨(Jean Nouvel)의 아랍문화원(Arab Institute)은 환경 조절의 기계적 장치로서의 파사드 시스템을 건축적 이미지로 발전시킨다. 이 건물의 파사드는 마치 아랍 전통문양에서 차용한 듯 한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고 패턴 하나하나가 실내 전체의 최적화된 조도에 따라 프로그래밍 되어 카메라의 조리개처럼 개폐 정도가 자동적으로 조절된다.


그림 3. Arab Institute (Jean Nouvel Atelier)

이러한 센서와 프로그래밍은 사용자의 개입없이 자동화된 환경의 인지가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공간의 사용을 중심에 두고 건축과 환경 간의 직접적인 연계를 이루게 한다.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여 적절한 내부 환경을 조성하는 시스템은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친환경 건축에 적용되고 있다. 모포시스(Morphosis)의 샌프란시스코 연방 빌딩(San Francisco Federal Building)의 파사드 시스템은 자연광의 유입과 에너지의 최소 사용을 위해 차양이 조절되도록 설계되었고 이는 건축외부에서는 파사드의 변화로 보인다.  


그림 4. San Francisco Federal Building (Morphosis)


Interactive Architecture - 인간 행위에 반응하는 건축 

파사드 시스템을 통한 건축 이미지의 변화는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더 직접적으로 이미 도심 깊숙히 이미 자리 잡고 있다. 투사된 이미지의 제공자만이 파사드의 이미지를 조절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는 영상의 일방향적 제공에 지나지 않으나 센서와 프로그래밍은 이보다 진화된 무작위적인 건물 사용자들에 반응하는 미디어 파사드들을 낳고 있다.  

SOM이 설계한 뉴욕의 7세계무역센터(7 World Trade Center)에 제임스 카펜터(James Carpenter)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파사드 시스템을 설계하였다. 이 앞을 지나는 보행자를 카메라와 센서로 인지해 푸른 LED가 색을 발하게 되고, 지나가는 보행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패턴이 변화하며 반응한다.       


그림 5. 7 World Trade Center (SOM, James Carpenter)

마크 고토르페(Mark Goulthorpe)는 건축의 환경에 대한 반응을 물리적 변화로 발전시키는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그의 초곡면(Hyposurface)은 일종의 움직이는 디스플레이 월로 정보를 실제적인 물리적 변화로 표현해 낸다. 무수히 분절된 이 표피의 삼각형 유닛은 미디어 파사드의 LED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입력되는 정보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표면의 굴곡을 만들어낸다. 


그림 6. Hyposurface (Mark Goulthorpe)

초곡면(Hyposurface)의 기술력은 건축 파사드의 개폐를 좀더 정밀하고 다양하게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적용 가능하도록 실험되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 앞서 설명된 7세계무역센터(7 World Trade Center)의 미디어 월의 경우처럼 인간의 행위에 대한 반응 센서와 결합된다면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할 수도 있다.

엔아키텍트(nArchitects)의 파티 월(Party Wall)은 인간의 행위에 반응하여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건축을 실험하였는데 물체의 근접도에 따라 물체가 위치한 공간의 크기를 변화시킨다. 유연성있는 폼(foam)으로 형성된 일련의 밴드들의 사이 공간은 근접하는 물체의 움직임과 거리에 따라 커지고 작아지게 된다. 


그림7. Party Wall (nArchitects)


기계적 반응을 넘어선 감성의 반응으로

하나의 건축물은 단순한 물리적 환경의 조성이라는 목적을 뛰어넘어 그 형태적 아름다움이나 스케일, 그리고 공간성 등에 의해 끊임없이 인간의 감성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앞서 열거된 예들을 보며 멀지 않은 날에 건축이 인간의 감성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이를 읽어내고 반응하는 진보된 의미의 건축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비오는 날 실내의 조명을 조금은 낮춰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단순한 수치적 계량으로 표기되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고 건축이 이러한 감성에 반응을 하는 환경(Emotionally Responsive Environment)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권경은_ KSWA (Kyu Sung Woo Architects)

MIT 에서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한 건축 설계 방법론 연구를 통해 건축 석사 학위 취득 후 현재 미국 캠브리지 소재의  KSWA에서 Associate재직 중이며 국립 아시아 문화 전당의 Project Architect로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Tag
#움직임 #반응 #파사드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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