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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높이는 디자인-보기 좋은 디자인이 사용하기 더 불편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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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디자인이란 기능성을 배제하고 조형성만을 추구한 디자인이 아닙니다. 디자인은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욕구와 감성을 충족시키는 과정이기 때문에 ‘보기 좋은’ 디자인은 외관뿐만 아니라 기능성, 사용성, 상징성은 물론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담고 있습니다.

 

감성품질을 높이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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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네이트시스템, 디자인 지원산업 육성정책: 소재·표면처리 산없을 중심으로, 2006

 

보기 좋은 형태와 사용성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왔습니다. 아마도 예쁜 장미꽃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것처럼 보기 좋은 것에는 어딘가 불편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형태와 기능에 대한 좋은 답이 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입니다. ‘좋은 형태가 좋은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아주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은 첫눈에 군침이 돌게하고 입에 맞는 크기로 먹기에도 편하며 씹을 때마다 부드러운 촉감과 맛을 내며 먹고 나서는 소화가 잘 되게 도와주어 영양을 공급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한식에서는 후식으로 ‘떡’이 나옵니다. ‘멋’과 ‘맛’이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 있는 사례입니다. 이처럼 물건의 형태와 기능Form and Function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시되느냐는 물음은 제품을 구상하는 디자이너나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소비자들 모두가 흔히 고민하는 것입니다. 사용의 편리성을 중심으로 한 기능과 미학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감성품질이 하나가 될 때 경험가치가 창출되어 감동을 주는 디자인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디자인의 주요 트렌드는 촉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인 소재와 표면처리, 컬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브랜드의 차별성을 강화해주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능만으로는 더이상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사용을 편리하게 하는 기능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고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험, 이야기, 상상력이 더 필요합니다.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는 “뛰어난 구두 수선공이 되려면 구두를 잘 만드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먼저 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다 본질적이고 높은 차원에서의 지식만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디자인 혁신의 다양한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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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과 장식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두 가지의 견해가 있습니다. 미국의 조각가인 호레이쇼 그리너Horatio Greenough에 의해 처음 논의되고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H. Sullivan이 1896년에 공식적으로 주장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기능주의 입장에서의 주장과 ‘기능은 형태를 따른다Function follows form.’는 장식주의 입장에서의 주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예술성이 없는 디자인, 과학이 없는 디자인이 각각 무의미하듯 기능과 장식을 그렇게 대립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말처럼 ‘기능과 형태는 하나Form and Function are One.’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능과 형태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건물의 내부 구조가 외적 형태를 결정한다’는 기능주의가 1920년대부터 우세하였으며 이를 모더니즘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다 196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발흥과 함께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접근을 하며 발전해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현대의 디자인은 반드시 기능에만 의존하여 형태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과거에 불필요한 장식이라고 폄하되던 스타일적인 요소들도 사용자들의 만족감과 감성에 호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장식을 한 스타일이든 간결한 스타일이든 개성을 표현하고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편 기술개발의 근간이 되는 과학의 경우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는 자연의 언어다’는 말처럼 과학기술의 기본인 수학 역시 자연의 질서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자 하는 지식체계입니다. 디자인 역시 자연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최근 들어 더 강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람 손의 기능을 하고 있는 기중기의 팔, 잠자리 모양의 헬기, 지네 모양의 로봇, 생쥐 형태의 마우스, 옥수수 구조의 빌딩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물고기를 닮은 벤츠의 최신 모델, 나무의 생애주기를 모방하는 그린디자인, 분화와 진화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기업 브랜드 등은 디자인이 점점 더 자연의 모습과 생태를 닮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고기 형태를 차용한 벤츠의 ‘Bionic C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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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자동차의 주행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박스 피쉬’의 역학적 형태에 주목, 자동차의 형태에 차용하여 공기저항계수가 물방울에 가까운 바이오닉카를 개발하였다.(공기저항계수: 물방울 0.04, 바이오닉카 0.06. 기존 최저기록: 혼다 인사이트 0.25) 사진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렸던 현대 디자인 관련 전시회 중 바이오닉 카의 전시 장면.

 

이제 디자인은 단지 기능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목적과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주장이 되어 버린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선언 대신 ‘형태는 재미를 따른다Form Follows Fun.’거나 ‘형태는 감성을 따른다Form Follows Emotion.’는 주장들, 혹은 ‘형태는 욕망을 따른다Form Follows Desire.’는 다소 비판적인 내용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 속에서 디자인의 의미를 이야기할 때마다 이 명제는 거듭 변형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해 이러한 현상은 현대 디자인에서 어떤 ‘가치’들이 기능을 대신해 중요시되고 있는지를 암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형태는 이미지를 따른다’의 빈칸에 어떤 단어를 채우시겠습니까?

 

형태가 기능을 따르지 않는 경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의 ‘주시 살리프Juicy Salif’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즙 짜개’라는 엄연한 기능을 갖고 있는 주시 살리프는 알레시에서 1990년부터 제조하기 시작한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우리나라의 백화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주시 살리프는 그 불합리성 때문에 더 유명해졌고 역으로 이러한 엉뚱함이 판매를 지속시키는 측면 또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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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레몬 즙 짜개 ‘주시 살리프’

 

영국의 디자인학자인 가이 줄리어Guy Julier가 다소 비꼬아 기술한 주시 살리프에 대한 해석은 앞서 그 불합리성을 잘 설명해줍니다. “사용하려면 기술과 힘 모두 필요하다. 누군가 과일을 쥐고 비틀고 누르기를 반복할 때면 이 레몬스퀴저의 받침은 약간 기우뚱거린다. 레몬은 아래로 부서져 내리고, 손은 힘으로 쥐어짠 후 남겨진 찌꺼기로 범벅이 된다. 머리를 장식하는 홈들을 따라 흘러내린 과즙은 아래의 뾰족한 부분으로 천천히 흘러 모여든다. 그 후엔 반짝이는 흘러내림, 그리고 배설의 만족스러움이 깃든 소리와 함께 아래의 그릇으로 떨어진다.” 기능적이지 않은 ‘과즙 짜는 기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입니다. 실제로도 사용하지 못하는 ‘과즙 짜는 기계’입니다. 개방된 구조나 강산성인 레몬과 화학적으로 반응하는 재질 때문에 비위생적이기도 해서 부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물건입니다. 그렇지만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알레시가 꾸준히 주시 살리프를 판매할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형태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담긴 독특한 상징성 때문입니다. 주시 살리프는 ‘형태가 욕망을 따른’ 경우이거나 ‘형태가 재미를 따라’ 디자인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처음의 물음으로 다시 되돌아가 좀더 나은 해답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여기에 근접한 답이 있습니다. “단순한 것이 최고는 아니다. 그러나 최고는 늘 단순하다”라는 말입니다. 과거 기능에 부합하는 디자인만을 성공적으로 여기던 시대와는 달리 최근의 디자인에서는 재미나 다른 감성적 부분, 혹은 더 나아가 누가 디자인했느냐 같은 조건 등이 기능의 중요함을 대치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기 좋은 물건이 사용하기에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야기와 상징과 상상력이 들어가 있어 처음부터 기능적으로만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불편함을 대신하는 무언가를 사용자가 발견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그게 현대 디자인의 재미이자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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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기능성 #사용성 #상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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