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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간첩, 할머니로 본 아시아

 

 

미디어시티서울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하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이다. 미디어 도시 서울의 특성을 반영하고 서울시립미술관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 행사는 2000년 ‘미디어_시티 서울’이라는 명칭으로 개막하여 2년마다 열려왔다. 그 동안 민간위탁사업으로 운영되었던 본 행사는 2013년부터 미술관 직영사업으로 전환하였다. 해로 제8회를 맞으며 14년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미디어시티서울은 동시대 예술을 중심으로 과학, 인문학, 테크놀로지의 교류와 통섭을 기반으로 제작한 미디어 작품을 많은 시민과 국내외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은 미디어아트의 다양성을 소개하고 전문성을 고취하기 위하여 매회 다른 예술감독을 초빙하여 왔다. 올해는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인 박찬경이 예술감독을 맡았고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제목으로 ‘아시아’를 주제화하고 있다. 그 동안 51개국 452팀 이상의 작가들이 참여한데 이어 이번에는 17개국 42명(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하여 미디어아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미디어시티서울은 본격적인 탈장르 융복합 예술 축제이자 대형 국제현대미술행사로서 지역과 세계, 전통과 현대, 정통과 대안의 양면가치를 추구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포스트뮤지엄’ 비전과 궤를 함께 한다.

 

이번 미디어시티서울 2014는 ‘아시아’를 화두로 삼고 있다. 아시아는 강렬한 식민과 냉전의 경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적 급변을 공유해 왔지만, 이를 본격적인 전시의 주제로 삼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이번 전시는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대 아시아를 차분히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귀신은 아시아의 잊혀진 역사와 전통을, 간첩은 냉전의 기억을, 할머니는 ‘여성과 시간’을 비유한다. 그러나 출품작은 이러한 주제를 훌쩍 넘어서기도 하고 비껴가기도 하는 풍부한 가능성의 상태로 관객 앞에 놓여 있다. ‘귀신 간첩 할머니’는 전시로 진입하는 세 개의 통로이다.

 

 

Δ 미디어시티서울2014 포스터

 

 

‘귀신’은 역사의 서술에서 누락된 고독한 유령을 불러와 그들의 한 맺힌 말을 경청한다는 뜻으로 쓰고자 한다. 유령의 호출을 통해, 굴곡이 심했던 아시아를 중심으로 근현대사를 되돌아볼 것이다. 귀신은 또 ‘전통’과도 결부되어있다. 불교, 유교, 무속, 도교, 힌두교의 발원지이자 그 종교적 영향이 여전히 깊은 아시아에서, 현대 미술가들이 그 정신문화의 전통을 어떻게 새롭게 발견, 발명하고 있는지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는 미디어와 미디움(영매)의 재결합을 통해 현대 과학이 쫓아낸 귀신들이 미디어를 통해 되돌아오기를 희망한다. 

 

‘간첩’은 아시아에서 식민과 냉전의 경험이 각별히 심각했다는 점에 주목하기 위한 키워드이다. 동아시아, 동남아시아가 함께 겪은 거대한 폭력은, 전쟁은 물론 사회의 극심한 상호 불신을 낳았고, 이는 여전히 이 지역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간첩’은 금기, 망명, 은행 전산망 해킹, 영화의 흥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른다. 또한 코드 해석, 정보, 통신을 다루는 다양한 미디어 작가들의 작업 방법이, 어떻게 ‘간첩’의 활동과 유사해 보이면서도, 그 가치를 완전히 역전시키는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할머니’는 ‘귀신과 간첩의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증인이다. 최근 위안부 할머니를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갈등은, 식민주의와 전쟁 폐해의 핵심에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다른 한편, 한국 전통문화에서 ‘옛 할머니’는 자손을 위해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께 비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할머니’는 권력에 무력한 존재이지만, ‘옛 할머니’가 표상하는 인내와 연민은 바로 그 권력을 윤리적으로 능가하는 능동적인 가치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의 스파이는 매력적이지만, ‘간첩’은 무섭다. 신(神)은 받들어야 하나 귀(鬼)는 멀리해야 한다. 할머니는 공경해야 마땅한 존재지만, 동시에 대대적인 젊음의 찬양 밖으로 추방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모두 가끔 눈에 띄기도 하지만, 대체로 쉽게 보이지 않거나, 보고 싶지 않거나, 보면 안 된다. 그들/그녀들은 침묵의 기술자이자, 고급 정보의 소유자이다. 그들은 역설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흔히, 한반도의 비무장지대가 진기한 생태계를 보존하고 있는 기묘한 역설로부터, 어떤 변화의 희망을 엿보게 된다고 말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미디어시티서울 2014는 귀신, 간첩, 할머니가 쓰는 주문, 암호, 방언으로부터 새로운 인류공동체의 희망을 키우려는 집단지성의 현장이다.

 

 

 

전시 주요작품

 

 

 

 

Δ (좌)만수대 마스터 클래스 Mansudae Master     Class 

2014, 3-channel HD video, 25min

최원준 CHE Onejoon

(1979, 한국)

 

북한의 만수대 창작사는 북한 지도자의 동상과 초상화 등을 제작하며 국가의 이미지를 선전하는 핵심적인 부분을 맡고 있다. 특히 만수대 해외개발사는, 1974년 에티오피아의 혁명승리탑(Tiglachin Monument)의 건립을 시작으로, 마다가스카르, 토고, 기니, 에티오피아 등에 공공건물과 기념비 등을 무상으로 세워주었다.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의 건축은 주로 아프리카 나라들의 역사와 관련된 기념비지만, 북한에 갈 수 없는 분단 상황에서는 북한의 대형기념물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색채보다 북한의 ‘주체예술’ 형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아프리카의 기념비와 건축물들은 아프리카를 통해 표상되는 북한이라고 볼 수 있다. 최원준 작가는 이 전과정을 담은 비디오와 아카이브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2014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작품의 일부가 공개된 바 있다.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최원준은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와 남북한의 관계에 집중하며 한반도의 냉전을 새로운 지정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의 아뜰리에 에르메스(2011), 플라토 미술관 (2011), 파리의 팔레 드 도쿄(2012), 케브랑리 박물관(2013),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2014)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2010년 일우사진상을 수상하였다.

 

 

Δ (우)Cluedid

2012, 101.5x68.5cm, ink and color pencil on paper © HO Sin Tung, courtesy M+,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Authority, Hong Kong

호신텅 Ho Sin Tung

(1986, 홍콩)

  

작품 홍콩 인터-비보스 영화제 Hong Kong Inter-vivos Film Festival는 호신텅이 만든 가상의 영화 28편을 전시의 형태로 보여준다. 가상의 영화 스틸, 영화 포스터, 가짜 영화 시놉시스로 구성되고, 호신텅이 촬영한 영화 예고편이 상영된다. 이 가상의 영화제는 실제로 2012년 홍콩국제영화제와 같은 기간에 열렸다. 마스터피쓰, 클래식 레스토리에트, 어드밴스가드, 모큐멘터리, 체코공화국 공개되다 등 28편의 가상의 영화를 통해, 작가는 고전의 권위에 도전하고 문화권력을 보여주며 영화제라는 현상에 대해 논의하고 자신의 정신 세계를 돌아본다. 각각의 가상 영화들은 채워지지 않은 욕망의 충족이나 완벽함의 거부와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라틴어로 ‘인터-비보스’(inter-vivos)는 ‘삶의 사이에서’라는 말로 직역될 수 있다. 오직 살아있는 존재만이 영화제의 관객이 될 수 있지만, 그것들은 상상/가상의 세계 그리고 죽음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호신텅은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콩현대미술상 전시(2010, 2012), 팔레 드 도쿄(2012), 상하이 비엔날레(2012) 등 에서 전시하였고, 2012년 홍콩현대미술상과 홍콩예술진흥상을 수상하였다.

 

 

 

 

 

Δ 달에서 달까지 From Moon to Moon 

2014, inkjet print, dimension variable

정서영 CHUNG Seoyoung

(1964, 한국)

*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커미션 신작

 

정서영 작가는 다음과 같은 시적인 언어로 작품을 묘사한다. “무엇으로 요약할 수 없는 모임. 사람과 달 덩어리 비슷한 것이 모였다고 비밀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눈앞에 보인다고 다 분류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현실은 늘 문제라서, 사실은 분류가 가능하지만 보통은 인지할 수 없는 곳은 포함하지 않는다.” 정서영은 사물과 그것을 둘러싼 공간에 대해 사유하기 위해 조형성과 형식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왔다. 베니스 비엔날레(2002), 광주비엔날레(2002, 2008) 등의 국제 전시에 참여한바 있으며, 아트선재센터, 일민미술관, 아뜰리에 에르메스, 독일 포르티쿠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Δ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 Le Nouveau Monde Amoureux

2014, performance, 45min ⓒ siren eun young jung

정은영 siren eun young jung

(1974, 한국)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는 판소리를 관통하는 특유의 전통 미학에 기대고 있다. 공연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춘향가의 사설과 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만, 이 전형적인 낭만적 서사의 전개 속에 시종일관 당대의 계급의식을 뒤흔드는 부단한 투쟁이 담겨있음을 드러낸다. 원래 춘향가는 여성에게 강요된 ‘일부종사’의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이 공연은 귀신의 흐느낌에 가까운 애통한 자기고백을 통해 춘향이 쉴 새 없이 폭로하는 춘향의 딜레마와 분열증을 포착한다. 이 공연에 등장하는 재담꾼, 고수, 학자, 소리꾼, 여성국극배우가 각각 서사, 장단, 이면(의미), 창을 나누어 연출한다. 이렇게 판소리의 형식적 분화를 통해 얻어낸 각 인물은 스스로를 재창조하면서 새롭게 판을 짠다. 정은영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1950년대에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고 서서히 사라져간 공연장르인 '여성국극' 의 남역배우들을 추적하면서 성별 이데올로기의 정치적 역학을 분석하고 비판한다.  “러닝머신”(2013), “기울어진 각운들” (2013), “동두천: 기억을 위한 보행, 상상을 위한 보행”(2008)등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3년 에르메스코리아 미술상을 수상했다.

 

 

 

 

 

Δ 해녀 SeaWomen

2012, stereo sound & HD video, 16min ⓒ Mikhail Karikis

미카일 카리키스 Mikhail Karikis

(그리스/영국, 1975)

 

해녀는 제주도의 바다 노동자, 노년 여성의 일과 독특한 소리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녀의 대부분은 60세에서 80세에 이르는 여성들로, 대를 이어 전수되어 온 ‘숨비소리’라는 전통적인 숨쉬기 기술을 여덟 살부터 익힌다. 때로는 경고이기도 하고, 때로는 기쁨을 나타내기도 하고, 종종 새나 돌고래 울음소리와 혼돈되기도 하는 ‘숨비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워 해녀들의 위험한 일상 속에서 삶과 죽음 사이의 지평을 나타낸다. 미카일 카리키스의 시청각 설치는 몰입형 경험을 만들어낸다. 작품의 소리와 이미지는 바다 일을 하는 노년 여성의 하루, 집단 활동, 그리고 그것이 공동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표현한다. 진주잡이 작업 중에 갑자기 몰아치는 광폭풍 소리는 해녀들이 하는 작업의 위험성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그리고는 해녀의 숙소에서 녹음한 생동감 넘치는 전통 노동요가 이어진다.

 

 

 

 

 

Δ 코라 Kora

자오싱 아서 리우 Jawshing Arthur Liou

(1968, 대만)

 

자오싱 아서 리우는 2,300킬로미터에 이르는 대장정을 떠났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출발하여 티베트 고원을 지나 궁극적으로는 에베레스트 산과 카일라스 산에 이르는 여정이다. 이 여행 중에는 나흘 간의 코라(kora)가 포함되어 있는데, 코라는 카일라스 산 5,000~6,000미터 사이 주변을 순행하는 과정이다. 이 작품은 순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독특한 산의 풍경과 자연에 대한 경외, 성스러운 영적 공간을 보여준다. 외로운 산행 속에 서서히 펼쳐지는 방대한 전자 음악과 현악기 소리가 점차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다. 영상이 자연 경관의 대규모 심포니를 드러내는 한편, 티베트 불교 전통에 따른 부드러운 기도의 종소리가 잠들어 있는 정신을 일깨운다. 때로는 자연의 침묵이 강박적인 긴장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종교적인 교감으로 다가와 깊은 영적 법열(法悅) 상태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바위 사이에서 휘날리는 불자의 깃발은 모든 이들의 복을 바라는 티베트 불자의 기원을 세계 각지로 흩어놓는다. 자오싱 아서 리우는 대만 출신으로 현재 미국 블루밍턴에 거주하며 작가 활동과 함께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디지털 아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진, 비디오, 전자 이미지를 활용하는 자오싱 아서 리우의 비디오 설치 작업은 정신적이고 초현실적인 공간을 묘사한다. 대만시립미술관(2014), 동경도사진미술관(2014), 대만국립미술관(2011) 등에서 열린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Δ 인트랜짓 INTRANSIT

자크라왈 닐탐롱 Jakrawal NILTHAMRONG

(1977, 태국) 

 

인트랜짓은 세 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공간에 떠 있는 행성, 기묘한 풍경이 있는 행성의 표면, 마치 다른 우주에 속한 것처럼 보이는 액상 물질의 클로즈업 장면이 그것이다. 이 필름은 영화 감독들이 우주 공간의 생명체를 묘사하기 위해 ‘유기적 효과’를 실험했던 1960년대 공상과학 영화 테크닉, 그리고 영상매체를 개념미술의 형태로 탐구했던 1970년대 미국 실험영화에 대한 오마주이다. 영화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동영상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셀룰로이드 필름에서 마그네틱 테이프로, 그리고 지금은 디지털 파일의 형태이다. 작가는 35mm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고, 1960년대 공상과학 영화의 특수 촬영 기법을 탐구하고 실험하면서 유기적 물질을 사용하거나 모델을 제작한다. 태국 출신의 영화감독 자크라왈 닐탐롱은 다큐멘터리, 장∙단편 영화, 비디오 인스톨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상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언리얼 포레스트(2010), 스톤 클라우드(2014) 등이 있다. 2007년 암스테르담의 라익스아카데미 레지던시에 참여했으며, 로테르담 국제 필름 페스티벌(2010), 베를린영화제(2014)에 초대된 바 있다.

 

 

 

 

 

Δ 세와료리스즈키보초 (世話料理鱸包丁, Suzuki Knife, Social Cooking)

타무라 유이치로 Tamura Yuichiro

(1977, 일본)

*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2014 커미션 신작

 

이 작품은 하나의 한일 관계에 관한 의미심장한 퍼즐이다. 조선통신사는 일본의 에도시대에 총 12번 행해졌다. 그 중 11회 째인 1764년, 조선 통신사 수행원인 최천종(崔天宗)이 살해당한다. 범인은 쓰시마 번의 하급무사이자 통역을 맡았던 스즈키 덴조임이 밝혀진다. 사용된 흉기에 관해서는 ‘일본제 식칼 15cm, 칸(関)의 대장장이 가네사다 제작’이라는 정보가 남아 있다. 이 사건은 당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곧바로 가부키의 공연 소재로 다뤄졌다. 그 중에서 가장 빨리 공연된 가부키 세와료리스즈키보초에서 스즈키(‘농어’라는 뜻)는 범인인 스즈키 덴조의 스즈키를 말하며, 보초는 흉기로 쓰였던 식칼을 지시한다. 타무라는 바로 그 칸시(関市)에서 지금도 옛날 방식으로 식칼을 만드는 한 늙은 대장장이 장인을 만나 농어를 손질할 수 있는 식칼 제작을 의뢰한다.
다른 한편, 현재 미디어시티서울 2014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원래 일제가 서울에 세운 고등재판소 였다. 재판은 일본어로 ‘사보쿠’로 읽는데, 이는 물고기를 자르거나 손질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타무라 유이치로는 한국의 한 해안에서 농어를 낚아, 이를 옛 일본 식칼로 요리한다.
타무라 유이치로는 동경예술대학교를 졸업했고 현재 도쿄와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사진을 출발점으로 삼아 무빙 이미지의 가능성을 부단히 추구하면서 영상, 설치, 퍼포먼스와 같은 여타 매체를 넘나들어왔다. 동경도사진미술관(2014), 세토우치 비엔날레(2013), 동경도현대미술관(2012), 오버하우젠 국제 단편영화제(2011) 등의 미술기관과 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Δ 소리 나는 춤 Sonic Dances, 2013

소리 나는 돌림 타원 Sonic Rotating Ovals, 2013

ⓒ Installation view of Ovals and Circles, Galerie Chantal Crousel, Paris, France, 2013

Photo: Florian Kleinefenn

양혜규 Haegue Yang

(1971, 한국)

 

양혜규는 서울시립미술관 각각 1층과 3층에 방울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소리 나는 조각(Sonic Sculptures)이라 명명된 최신작을 선보인다. 빛, 가시성, 투과성, 중력 등을 다뤄왔던 이전 설치작에 비해, 이번 출품작에서는 움직임과 소리, 바람 등의 요소가 더해져 기계적인 근대 결정론을 보다 총체적으로 부정한다. 작품을 이루는 수많은 방울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섬세한 쇳소리를 내며 조각이 차지했던 물리적 공간을 청각적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새롭게 열어 젖힌다. 방울이 동서고금에서 지녀온 깊은 의미에 힘입어 조각의 공간은 우리를 문명의 아주 긴 시간대에 대한 상상의 공간으로 옮겨 놓는다. 양혜규는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양혜규의 작업은 종종 역사적인 인물이나 사건들의 실체를 강조하면서도 자율적인 추상 언어로 귀결된다워커아트센터(2009), 모던아트옥스퍼드(2011), 하우스데어쿤스트(2012) 같이 세계적으로 유수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베니스 비엔날레 (2009), 카셀 도쿠멘타(2012) 등에 참여했다.

 

 

 

 

 

 

Δ 적운 (積雲) 히로시마 평화의 날
Cumulus - Hiroshima Peace Day

요네다 토모코 Yoneda Tomoko

(1965, 일본)

 

“유례없는 쓰나미의 후유증과 동일본 지진의 사후 충격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희생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 나라는 다시 한 번 후쿠시마 다이이치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재앙으로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머리 속에 아직도 떠오르는 일상적인 공포가 되었다. 연약한 인간들은 온갖 지식과 상상력을 동원해도 예측할 수 없었던 공포를 목격했고, 현상의 규모가 너무나 거대해서 개인은 저항할 힘을 상실했다. 이 비극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고 참여하는 지역 공동체와 국가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새로운 긴급 상황을 인지하면서 보이지 않는 권위에 대한 복종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세계 초강국 대열에 동참하기 위해 민주화의 과정을 애써 거쳐왔고, 과거에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전쟁을 승인해왔다. 지금 이 곳 도쿄에 머무는 동안 나는 이러한 일들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궁극적으로 내 마음 속에서 이 사건들은 인간 존재의 의미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불러 일으켰고,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구하러 다니게 했다. 인간 존재가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있는가? 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고분자 바이오 소재 중에 그 소재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형성하는 그런 것이 있는가? 모든 것이 늘 비가시적이었다.” [요네다 토모코] 요네다 토모코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로 일상적인 장소와 동시대의 현실, 그리고 장소와 연관된 드라마틱한 기억 및 역사에 주목한다. 주요 전시로는 동경도사진미술관(2013), 서울 플랫폼 2009, 베니스 비엔날레(200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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