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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링에서 업사이클링으로, 지구사용설명서展

 

 

코오롱그룹의 문화예술나눔공간 스페이스K_과천에서 그린 디자인 전시 ‘지구사용설명서’전을 개최했다. 최근 그린 디자인은 쓰레기를 단순 재활용하는 소극적인 수준의 리사이클링(recycling)에서 한 단계 나아가 디자인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업사이클링(upcycling)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 소비사회의 무분별한 자원 낭비에 대한 반성과 이에 대한 하나의 지침을 예시한 이번 전시는 참신한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낸 여섯 팀의 디자인 공예 작품 30여 점을 선보였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의 기본은 본래 용도의 한계를 다한 재화를 조합하고 가공하여 새로운 실용성을 불어넣은 리빙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자와의 소통을 디자인의 모토로 삼은 김은학은 버려진 가구의 다리를 조합하여 새로운 기하학적인 가구를 만들어낸다. 디자이너의 소재 선택과 변주에 따라 조형의 다양한 가능성을 남겨두는 ‘인컴플리트(Incomplete)’ 시리즈는 디자이너가 최소한의 오브제를 제공할 뿐 그 나머지는 사용자가 배열하여 주체적으로 디자인에 참여하도록 제작되었다. 김성조와 김동규의 2인조 디자인 공예 그룹 패브리커(Fabrikr)는 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패브릭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일상의 오브제로 탄생시킨다. 폐기된 목조 가구 위에 다양한 텍스처의 자투리 천 조각을 겹겹이 쌓아 올린 후 깎고 다듬는 수작업을 거쳐 제작된 이들의 가구는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아트 퍼니처이다. 한편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용도를 잃게 되는 웨딩 드레스를 꽃으로 형상화하고 그 사이로 빛을 은은하게 투영시킨 조명 시리즈 ‘일루전(Illusion)’은 그 신선한 발상과 환상적인 느낌 모두 일품이다.

 

 

 

Δ 김은학_Incomplete bench_ walnut_35x180x30cm_2011

 

 

 

 

Δ 좌)김은학_Incomplete table_walnut_80x80x75cm_2011
Δ 우)김은학_Incomplete Lighting 2.0_15x15x60~120cm_2008 

 

 

실용성과 더불어 버려진 재화의 내적 감성에 주목한 작품도 눈에 띤다. 조은환과 신태호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디자인 그룹 맺음(MAEZM)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오래된 사물들에서 추억을 공유하며 자기애를 발견한다. 본인이 입었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은 헌 옷을 엮어 푹신한 소파 쿠션으로 탄생시키는가 하면 직접 사용했던 의자에 조명을 달아 폐가구에 또 다른 잠재성을 부여한다. 일상적 대상과 관계를 맺어 이를 다시 사랑(re-love)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맺음의 조형 철학 그대로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물로부터 기억과 시간성을 찾은 이연숙은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일회용 비닐 봉투를 예술 매체로 탈바꿈시켰다. 장을 볼 때마다 비닐 봉투를 차곡차곡 쌓아두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까지 투영시켜 집을 연상케 하는 형상들로 표현한 그의 작업은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소모의 끓임 없는 반복 과정을 환기시킨다. 일회용품에 예술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그는 일상적 소비를 생산적 활동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사물의 재발견을 유도한다. 

 

 

 

Δ Fabriture – Monster-fabric, epoxy, wood_60x60x85cm_2010

 

 

 

 Δ 맺음_RE-LOVE CLOTHES_used clothes, used furniture_165x50x75cm_2007

 

한편 김자형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새로운 낭비를 일으키는 현대의 생산 구조 속에 디자이너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한다. 그 결과 새로운 재료를 구하기보다는 무가치를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발전해나갔다. 전통 공예의 조각보에서 영감을 얻은 ‘스티치(Stitch)’ 시리즈는 목조 작업 후 버려지는 자투리 목재를 모아 마치 천 조각을 이어 기운듯한 형상으로 만든 벤치와 의자이다. 또한 자개 장식을 가미하되 나뭇가지의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살린 디자인이 돋보이는 ‘브랜치(Branch)’ 시리즈는 자연에 대한 경외마저 담아낸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3월에 론칭한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시즌이 지나 소각되는 재고품들을 조합한 의류제품을 생산하여 유행이 초래한 물리적 낭비를 줄이는 데 일조한다. 특히 래코드는 디자이너 개인이 아닌 산업 •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보다 확대된 담론과 실천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장애인에게 고용 기회를 부여하는 자선 단체 ‘굿윌스토어’를 통해 재고 의류 해체 작업을 의뢰하고, 개성 있는 독립 디자이너가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개방하는 등 폭넓은 사회적 나눔으로 가치 있는 생산 소비 문화를 도모하고 있다. 환경 보호와 사회 공헌은 물론 새로운 문화 형성까지 이끄는 래코드는 개성 넘치는 스타일의 하이 패션으로 국내외 무대에서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Δ 이연숙_Falling into the rabbit hole_비닐봉지, 철프레임, 빈티지 핸드 그라인더, 테라코타_가변설치_2012

 

 

 

Δ 좌) 이연숙_Vanished Landscape비닐봉지,철프레임,조명_2012
Δ 우) 이연숙_Yellow wall_plastic bag_variable size_2013

 

 

 

 

 Δ 래코드

 

 

Δ 김자형_STITCH - Bench ver._hardwood(walnut, ash, maple, birch, Etc.)_150x55x85cm_2010

 

 

Δ 김자형_Branch Arm Chair_ash, Branch, mother of pearl_55x54x90cm_2011 

 

이번 지구사용설명서의 디자이너들은 창조를 위한 또 다른 희생보다는 실용성을 바탕으로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한다. 또한 우리 주변의 생활 공간에서 얻은 훌륭한 재료들을 일상으로 되가져와 더욱 풍부한 공감을 유도한다. 그 속에서 특유의 미적 감성까지 담아내는 디자인을 통해 업사이클링의 효과는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전시명 그대로 지구의 올바른 사용법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아름다우면서 합리적이기까지 한 착한 디자인 ‘업사이클링’에 기대와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전시되었다.

 

[스페이스K 소개]
 ’스페이스 K‘는 깊이 있는 문화예술 지원과 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나눔을 목표로 코오롱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이다. 2011년 과천 코오롱그룹 본사 1층 로비를 시작으로 서울 신사동, 대구 황금동, 광주 농성동의 BMW 코오롱모터스 전시장과 함께 독립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전 카이스트 K. I. 빌딩 1층에도 위치하여 메세나를 통한 산학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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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사용설명서 #업사이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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