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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를 향하여 _ 권경은

새로운 형태를 향하여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통해 본 테크놀로지와 건축의 진화


글  권경은


빌바오를 넘어서 - 새로운 서울 도심 풍경


그림 1.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Bilbao Guggenheim Museum)

1997년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개관 했을 때 이전과는 전혀 다른 건축적 모습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고 철강 산업과 함께 쇠퇴의 길을 걷고 있던 빌바오는 이 하나의 건물을 통해 매해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며 문화 도시로의 부흥을 이루고 있다. 21세기형 도시 개발의 전형이 되며 빌바오 효과라는 신조어를 나았던 이러한 현상과 건축물을 2011년에는 이제 서울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그림 2.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조감도 (서울 디자인 재단)

옛 동대문 운동장을 디자인 산업 복합 지원 시설로 재개발하여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의 거점으로 계획된 자하 하디드 설계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파크-“환유의 풍경”은 혁신적 건축 디자인을 통한 도심의 재창조라는 점에서 빌바오의 구겐하임과 닮아 있다. 이 건물의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는 급진적 건축을 주도하는 영국의  AA스쿨  재학시절부터 새로운 건축 형태에 대한 실험을 지속적으로 해오며 1980년대 해체주의 주축을 이루었고 프랑크 게리와 더불어 건축의 저명한 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였다.  수십 년간 난해하고도 실현될 수 없는 도면 상에만 존재하는 건축(Paper Architecture)에 그칠 것 같던 그녀의 건축은 1990년대 이후  ‘디지털 공정(Digital Fabrication)’을 통해 그 실현의 가능성의 폭을 넓혀 왔는데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는 이러한 그녀의 건축적 진화의 연장선에서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림 3. 자하 하디드의 건축 형태의 진화 ( Zaha Hadid Architects)



새로운 기술력이 건축적 형태의 자유를 준다? – 자동차 제작 기술에서 건축 시공 기술로

이제까지 서울의 모습을 형성하던 건축물의 모습과는 다른, 마치 우주선과 같이 보이기도 하고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보이기도 한 이러한 형태의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의 뒷면에는 산업 제품 생산 테크놀로지의 도움이 있었다.

90년대 이후 컴퓨터 그래픽은 건축가들에게 형태적 자유를 실험하는 유용한 도구를 제공해 왔으나 기존의 전통적인 건축 설계와 시공이 분리된 방법으로는 자유로운 형태의 건축물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제품이나 자동차 등 산업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은 3차원 모델링을 통한 디자인과 시공의 통합 과정을 통한 디지털 공정은 프랭크 게리와 같은 비정형적 형태의 시공 가능성을 열어주었으며 점차 실제 시공의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제품 디자인의 건축으로의 영향력은 이미 1900년대 모더니즘의 시작과 함께 그 태동을 같이 하였는데 르 꼬르뷔제의 자동차와 비행기, 선박의 건축으로의 은유적 차용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산업디자인에서 이미 상용화되던 CAD/CAM 기술이 건축에 사용되어지기 위해선 제품 제작이 가지는 한계를 넘어서야 하였다. 건축은 제품 제작과는 달리 특정한 대지 위에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된 인간의 집단적 특정 활동을 위한 내부를 만드는 것으로 스케일과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제품 제작 방식의 직접적 차용은 힘들다. 게다가 프랭크 게리와 자하 하디드의 건물처럼 형태가 복잡해 질수록 설계와 시공의 어려움은 더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한계의 극복을 가능케 하였고 이미 미국 건축 대학 교육의 주도적인 한 경향을 이루고 있는 디지털 공정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건축 설계와 시공의 자동화를 통해 이룬다는 개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설계시 건물을 작은 요소들로의 분할과 시공시 결합을 위한 각 조인트들의 설계를 자동화하게 되는데 이를 ‘Rapid Prototyping’ 이라 하며 CATIA 등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용되게 된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외관 투시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외피의 3차원 표피가 작은 요소들로 분할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건물의 설계팀 역시 CATIA를 이용하여  알루미늄 타공판이나 유리 및 태양열 전지판으로 마감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의 외피 유닛(Template Applied Panel Unit)들을 설계하였다. 


그림 4. (왼쪽) 3차원 곡선의 분할 연구( MIT Digital Fabrication Lab), (오른쪽)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외부 표피(서울 디자인 재단)

이러한 분할된 각 조각들의 실제 제작은 CNC(Computer Numeric Controlled) 기계를 이용하게 된다. CNC를 통해 컴퓨터 상에서 디자인된 형태 그대로의 제작이 가능하게 되는데 동대문 디자인 파크의 경우 외피 유닛 뿐 아니라 3차원 곡선의 콘크리트 마감을 위해 일반 건축공사에서 쓰이는 목재 거푸집이 아닌 CNC기계로 분할 제작된 EPS(Expanded Polystyrene Geofoam) 블록을 사용하여 틀을 만든 후 유리섬유 강화 콘크리트 GFRC(Glass Fiber Reinforced Concrete) 로 최종 형태를 만들게 된다.


그림 5. CNC를 이용한 제작 프로세스(MIT Digital Fabrication Lab)

이러한 테크놀로지의 결과물은 자하 하디드의 샤넬 모바일 파빌리온(Chanel Mobile Pavilion)에서도 볼 수 있다. 뉴욕, 동경, 홍콩의 순회전시를 가졌던 샤넬의 모바일 파빌리온의 경우 섬유 강화 플라스틱(Fiber Reinforced Plastic)의 외피를 분절하여 제작하고 각 장소에서 조립하게 하였다. 이러한 표면의 분절은 이 파빌리온의 개념에 영향을 준 샤넬 2.55 백(Chanel 2.55 Quilted Bag)과 닮아 있다는 점은 제품제작과 건축 시공의 연관성을 생각해 볼 때 흥미로워 보인다.  


그림 6. (왼쪽) 샤넬 모바일 파빌리온, (중간) 외부 표피, (오른쪽) 샤넬 2.55 백

90년대 모기업의 의뢰를 받고 프랭크 게리가 서울의 도심에 그 특유의 파격적 형태로 미술관을 설계 하였으나 기술적 한계와 그에 따르는 공사비 문제로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건축 테크놀로지에 대한 진화가 좀더 일찍 한국으로 도입되었다면 서울은 빌바오보다도 먼저 프랭크 게리의 건물을 갖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테크놀로지가 진화하면서 건축의 형태 또한 진화하게 되는데 자하 하디드의 건축적 실험은 이렇게 건축이 새로운 기술력을 만났을 때 일어나는 시너지 효과를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으며 그 형태적 급진성과 미래의 도시 모습의 예견적 풍경은 빌바오와 프랭크 게리를 넘어서 한 단계 전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빌바오 미술관을 놓친 대신 서울은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통해 건축과 도시 풍경의 진화를 목격할 장소가 될 것이다. 


권경은_ KSWA (Kyu Sung Woo Architects) 

MIT에서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통한 건축 설계 방법론 연구를 통해 건축 석사 학위 취득 후 현재 미국 캠브리지 소재의 KSWA에서 재직 중(Associate)이며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의 프로젝트 건축가로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Tag
#자하 하디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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