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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재구성_ E-시티: 디지털 네트워크와 미래 도시 by 파올로 푸세로

공간의 재구성_ E-시티: 디지털 네트워크와 미래 도시 by 파올로 푸세로
   
글  김정혜  
   

도시기획디자이너 파올로 푸세로(Paolo Fusero, 1960)는 신간 ‘E-시티(E-City: Digital networks and cities of the future)’에서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미래 도시가 어떤 형태로 구축될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미래도시’라고 언급되는 많은 요소들이 이미 대도시들에서는 구현되어 있거나 진행 중에 있는 것들이어서 사실상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의 전자 도시는 현재 삶의 환경을 뜻하기도 한다.

 ‘디지털 도시’란 디지털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에 의해 도시 공간과 영역(territory) 구획에 있어서 획기적인 전환이 발생하여 라이프스타일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도시 환경을 일컫는다. 흔히 휴대폰을 통해 행해지는 갖가지 통신 활동과 온라인 뱅킹, 온라인 쇼핑 등은 이미 선진국 대도시 공간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서 기본적인 삶의 패턴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는 불과 10년 전과도 확연히 다른 도시 생활 패턴이기도 하다.
 

 


E-시티의 표지
© List-Laboratorio Editorial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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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푸세로는 현재 우리의 일상이 된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력을 19세기 - 20세기 초 산업 사회를 일으켰던 과거의 네트워크 기술(철도와 자동차 도로망 등)과 비교하면서 디지털 네트워크가 갖는 인류학적인 의미를 정리하고, 디지털 네트워크 기반의 도시가 어떤 형태로 발전해갈 것인가를 예견해본다.  이 책은 크게 E-네트워크(E-network), E-플래닝(E-planning), E-시티(E-city)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E-네트워크 장에서 저자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사회,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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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티의 첫 번째 장, E-네트워크 © List-Laboratorio Editoriale, 2009

저자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일상 환경에서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물질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케이블, 위성,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과 같이 매우 구체적인 물리적 성분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디지털망이 과거 산업사회의 혁신을 일으켰던 철도망이나 자동차 도로망의 지형적 패턴과 비견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과거의 기술력이 그러했듯이 디지털 네트워크는 설치 비용을 감안한 경제적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구축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흔히 인터넷을 통해 산간 오지의 거주자들도 대도시에서와 같은 정보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지만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 비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에는 지역간, 영역간의 경제적 분리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에까지 깊게 접근하지는 않고 있지만 디지털 네트워크가 전적으로 생산-분배-소비에 기반한 경제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구축되기 때문에 디지털의 사회경제적 영역 분리 현상(Digital Divide Phenomenon)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제목 ‘E-시티’가 말해주듯 디지털 네트워크는 도시 공간의 문제로 국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푸세로는 과거 산업 사회의 인프라가 경제 발전에 집중적으로 투자되었던 데 비해 디지털 네트워크 인프라는 사회 안전과 복지, 환경 부문에 중점적으로 투자되고 발전되어 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1세기 디자인 분야에서 ‘디지털’과 ‘친환경’이 최대 이슈로 부각되는 이유가 바로 둘 사이의 이 같은 필연적 연관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고전적 경제법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최대/최적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 어떠한 인프라 네트워크도 환경문제를 간과해서는 긍정적 에너지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디지털 네트워크에 기반한 미래 도시의 문제는 특정 산 분야의 수익창출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장기적인 경제적 목표와 다양한 사회발전정책을 고려하면서 포괄적이고 전략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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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티의 두 번째 장, E-플래닝 © List-Laboratorio Editoriale, 2009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새로운 도시모델, 혹은 지형관리 계획안 창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 있다. 3장 E-시티에서 푸세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도시의 몇 가지 모델을 제시하면서 디지털 도시를 정의하고, 남아있는 문제들을 짚어간다. 1장에서 디지털 네트워크를 실재하는 유형의 인프라로 구체화 했듯이, 디지털에 기반한 E-시티 역시 공상과학 시나리오에서나 나올 법한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도시가 아닌, 동일한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이 지식과 경험, 서비스와 서로의 관심사를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장’(arena)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도시의 유형을 세 가지 사례를 통해 구분한다. 첫째 암스테르담 디지털 도시(시민들이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공공행정 시스템과 인터랙션며 서비스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 둘째, 헬싱키 아레나 프로젝트(3D 모델로 이루어진 가상 도시에서 시민들이 라이브로 인터랙션하는 시스템), 셋째, 교토 디지털 시티(GIS를 통해 시민과 여행자들에게 교통, 주차, 날씨 등 도시 전반의 정보를 수집하여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데이터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디지털 도시의 구현 형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실제 한국을 포함한 여러 도시에서는 이미 이 세 가지 모델이 결합된 형태로 디지털 도시가 구현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E-시티에서 커뮤니티가 강조된다는 점이다.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만나는 장이라는 측면에서 커뮤니티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이합집산을 의미한다. 인터넷의 경우 과거에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지 않는 원하지 않는 데이터까지도 별 다른 해결책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데 비해, 이제는 내게 필요한 정보만 골라서 받아들이는 맞춤형 정보 접근이 가능해져 점차 개인이 원하는 내용만으로 삶을 구성하고 일상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운영되어 간다. 그러나 저자도 지적하듯, 이 같은 디지털 커뮤니티 개념은 정보통신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공간''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지털 도시는—구체적인 물질성에 기반하여 구축되지만—여전히 가상의 도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상공간에서 커뮤니티가 생성되는 동안 실제 삶의 공간은 어떻게 운영될까? 수많은 업무가 네트워크 상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사람들은 특정 업무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기존 사무실의 개념이 해체되고 있다. 반대로, 네트워크만 구축되어 있다면 커피숍과 같은 공공장소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업무를 처리하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즉, 디지털 네트워크로 인해 업무공간과 레저를 위한 공간의 의미가 재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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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티의 세 번째 장, E-시티 © List-Laboratorio Editoriale, 2009

이와 같이 디지털 네트워크는 기존 도시 삶의 패턴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에 따른 도시 공간의 해체와 재구성을 야기하고 있다. 마치 화학작용에서처럼 한 쪽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다른 한쪽의 연결고리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성분이 생성되듯, 가상 공간과 실제 공간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재편성되는 상황이다. 푸세로는 현재 디지털 도시의 개념을 확장시켜 가상 공간과 실제 도시공간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는 특히 과학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에콜로지’의 실천까지도 과학 기술의 혁신으로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낙관론을 가지고 있다.

물론 푸세로의 주장대로 디지털 정보통신 기술과 네트워크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각자가 속한 공간(영역 territory)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이메일이 보편화되고 전자책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드는 시대에 인쇄 용지의 사용량이 증가하는 문제에서부터 네트워크 구축과 유지에 소모되는 실제 에너지 비용의 문제, 네트워크를 통한 업무의 질적인 가치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정보의 디지털화로 자원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절대 믿음 역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21세기 삶의 형태를 바꾸고 도시공간을 재편성하는 지배적인 인프라임은 기정 사실이다. 또한, 푸세로의 말대로 현재 가상공간에 집중된 커뮤니티 활동을 실생활 공간으로 연결하여 공간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면의 문제, 즉 업무와 레저를 위한 공간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공공장소와 사적 공간의 의미가 변형되면서 인간이 공간의 물리적 제약으로부터 해방되고는 있지만, 이것이 개인의 일상을 더 많은 업무나 노동으로 구속하는 것은 아닌지, 또 과연 이로서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는가의 문제는 재고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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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센서블 시티 랩 프로젝트

 
2006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어댑터블 버스 스탑’의 프로토타입, 리처드 버뎃 교수팀
The Adaptable Bus Stop | SENSEable City Laboratory, 2006
COPYRIGHT BY THE SENSEABLE CITY LABORATORY, MIT

 
프로그래머블 윈도우의 렌더링, 센서블 시티랩과 탠저블 미디어 그룹
Programmable Window | SENSEable City Laboratory with Tangible Media Group, MIT MEdia Lab, 2004
COPYRIGHT BY THE SENSEABLE CITY LABORATORY, MIT

이 책에는 별책부록으로 ‘MIT 센서블 시티 랩’에서 연구 개발 중인 프로젝트들이 소개되어 있다. ‘MIT센서블 시티 랩’은 MIT 미디어 랩과 도시계획과가 연합하여 구성한 랩으로, 신기술을 미래 도시공간에 적용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연구 프로젝트로는 ‘어댑터블 버스 스탑(The Adaptable But Stop, 2006)’과 같이 도시 교통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여행자의 카메라와 GPS, 온라인(Flickr)을 동시에 연결하는 ‘여행자의 눈 따라가기(Tracing the Visitor’s Eye, 2007), 그리고 도심 빌딩의 외관을 둘러싼 광고물들로 인해 빌딩 내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조망권을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착안, 외부에서는 광고물의 기능을 하되 내부에서는 밖을 투명하게 내다볼 수 있는 창(The Programmable Window, 2004) 등이 소개되어 있다.

위에 게재된 사진들은 모두 MIT 센서블 시티랩에서 제공받았으며, 무단으로 사용을 금합니다.

senseable.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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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E-시티 #디지털 네트워크 #미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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