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덱스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의 세 번째 부문은 ＇일(work)＇이다. 말 그대로 업무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을 포함하는데, 제조 기계나 공구, 보조 수단과 같은, 효율을 높여주는 기기를 비롯하여 관리와 통제 시스템, 서비스, 업무환경 문제에 대한 전략이나 업무상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솔루션까지 아우른다. 총 열두 점의 최종 후보작이 일 부문에 올랐다.

 
벌집 보호 기능이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조합하기도 쉬워진 6.40mm © INDEX:

가장 일반적으로는 일의 효율과 안전성, 편의성을 높인 기기와 도구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말벌 퇴치용 양봉통 ＇6.40mm＇는 양봉가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말벌 떼의 공격으로부터 꿀벌들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조를 재조립하여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장총 모양의 신개념 소화분무기 ＇엑스 스팅 위시(X Sting Wish)＇는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이해함으로써 화재 상황 시 신속한 진화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데 일조한다. 황달 치료기 ＇홈 포토그래피(Home Photography)＇로는 신생아에게 흔히 발병되는 질병을 가정에서 손쉽게 치료한다. 병원에서 엄마와 떨어져 불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아기들이 환영할 만한 기계이다.

 
3B 카트 시스템은 수하물 처리와 기타 공항 운영업무를 결합함으로써, 수하물 처리의 신속함, 유실 및 파손 감소, 보안 강화, 근무환경 및 항공기 안전 개선을 촉진한다 © INDEX:

이처럼 직접적인 도구는 아닐지라도 환경을 개선하여 업무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도 있다. 덴마크가 도입한 수하물 자동화 운영체제 ＇3B 카트 시스템(3B Cart System)＇은 항공기 수하물 처리에 수반되는 수작업을 대폭 줄여 직원의 부상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수하물의 분실과 손상 위험을 줄이고 위치추적도 개선시켰다. 이 시스템은 사용자 중심의 작업 환경을 마련하여 직원들의 작업 조건과 항공사의 안전을 향상시킨 공로로 선정되었다.

 
일광을 전기로 전환시킨 후 빛을 내는 태양 직물, 포터블 라이트 © INDEX:

언뜻 업무 자체와 무관해 보일지라도 대안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기들은 인덱스 디자인 어워드가 일 부문에서 비중 있게 지켜보는 아이템이다. 제3세계 국가가 자생력을 갖추려면 기본적으로 전력이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E-차르카(E-Charkha)''는 가정용 도구인 물레를 이용한 소형 발전기로 실도 잣고 전기까지 만들어내는 일석이조 제품이다. 태양전지를 이용한 다목적 방직 전동 ''포터블 라이트(Portable Light)'' 역시 직물 짜기와 같은 전통적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다만 섬유 자체에 태양에너지를 담아내는 기술을 적용, 이 섬유로 만든 의복과 담요, 가방에서 빛을 내게 한다는 점은 이 제품만의 특징이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전력 문제를 해결하면서 가계수입까지 올리는 데 일조한다고 한다. 휴대용 태양전지판 ''모어-파워(Mor-Power)''는 빈곤국가에 제품을 공급하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선진국에서 판매되는 수만큼 이 제품을 빈곤국가에 무상으로 지원하여 그 가치를 배가시킨다.

 
키바는 세계 최초 P2P 소액대출 사이트로서 개인이 직접 세계 각지의 소규모 자영업자에게 대출을 해 줄 수 있다 © INDEX: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빈곤국가의 ＇일＇을 돕는 사례도 눈에 띤다. ＇키바(Kiva)＇는 일반인들이 개발도상국의 우수 개인사업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세계 최초의 일대일 마이크로 대출 웹사이트이다. 2005년 출범 이후 이제는 전 세계 수 십만 대여자들이 제공한 수 백만 달러의 자금을 사업자들에 연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액 대출 사이트 중 하나가 되었다.

 
드라이버 오브 체인지는 에너지, 낭비, 기후 변화, 물, 도시화 등을 주제로 제작한 카드 모음이다 © INDEX:

지구의 환경과 미래를 생각함으로써 인류의 일을 거시적 관점에서 고려할 것을 권하는 수상작도 있다. 레인보우 카드 ＇드라이버 오브 체인지(Drivers of Change)＇는 에너지 낭비와 기후 변화, 도시화, 인구통계학 등을 연구 조사하여 정리한 카드 편집물. 건축가나 사업자는 물론 노동자와 전업 주부까지 지구가 직면한 문제와 관련된 사람이면 누구나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한편 ＇더 스토리 오브 스터프(The Story of Stuff)＇는 전 세계의 생산과 소비 패턴을 애니메이션과 카툰으로 보여주는 쌍방향 웹사이트로, 인류의 과다하고 일회적인 소비로 인한 환경 공해의 심각성을 알린다.

이 외에 천연자재로 만든 친환경 주거건축 ＇S-하우스(S-House)＇와 일본어 간편 입력기 ＇태그타입(Tagtype)＇이 있다. S-하우스는 짚과 목재, 진흙, 바이오 플라스틱과 같은 천연 재료로 만든 지속 가능한 건축물로 일반 사무실과 전시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태그타입(Tagtype)＇은 게임 버튼을 누르듯 엄지 하나만으로 일본 히라가나를 입력할 수 있어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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