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덱스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의 두 번째 부문은 ＇주거(home)＇이다. 가정을 중심으로 건축과 인테리어, 각종 도구는 물론 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지구를 위해 새로운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후보작들이 다양하게 선정되었다. 열두 점의 최종 후보작들은 크게 극빈층을 위한 주거 조건 개선이나 환경친화적인 주거 창출을 위한 대안 모색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핑크 프로젝트는 뉴올리언스 로어 나인스 워드(Lower Ninth Ward)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문제를 다루고 있다 © INDEX:

우선 주거의 구심체라고 할 수 있는 주택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면 개발도상국의 빈민이나 갑작스런 재해로 고통 받는 이재민을 구제하는 성격이 강하다. ＇700달러 하우스(The 700$ House)＇는 지진으로 삶의 터전이 파괴된 라틴아메리카의 극빈층을 대상으로 개발된 저렴한 벽돌 주택이다. 단돈 700달러짜리이지만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한 데다 기동성도 갖추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디자인 인바다 10X10 저비용 주택 프로젝트 (Design Inbada 10X10 Low-cost Housing Project)＇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저소득층에 공급되는 친환경 주거 건축이다.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모래주머니를 목재 골조에 채워 넣어 회반죽으로 마감한 10가구의 집을 10명의 건축가들이 마련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황폐해진 미국 뉴올리언즈 복구를 위한 ＇핑크 프로젝트(Pink Project)＇도 함께 후보에 올랐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는 미국의 식품회사 크래프트(Kraft)를 끌어들여 예술, 건축, 영화, 미디어, 기금 조성 전략들을 총체적으로 전개시켰다.

 
연소하고 남은 석탄재를 사용한 벽돌, 플라이애시 친환경 건축자재 © INDEX:

각종 폐기물을 알차게 재활용한 사례도 이 부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석탄 연소 폐기물로 만든 ＇플라이애시 친환경 건축자재 (Green Building Products From Ash Fly)＇는 벽돌이나 블록, 타일과 같은 건축 자재뿐만 아니라 도로 포장재, 장식용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용도가 강점이다. 종이 폐기물을 이용한 의자 ＇양배추 의자(Cabbage Chair)＇는 이세이 미야케의 그 유명한 주름직물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종이 두루마리를 활용했다. 의자로서 견고하고 편안할 뿐만 아니라 양배추처럼 껍질을 벗겨내면서 사용하는 재미에 미묘한 아름다움까지 더했다.

 
샤워하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상당한 양의 물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발생을 감축할 수 있는 샤워마인더
© INDEX:

물론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폐기물뿐이 아니다.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에코드레인(EcoDrain)＇은 샤워를 할 때 하수구로 흘려 보내는 아까운 온수의 열을 순환시켜 다시 물을 데우는 신통한 샤워 파이프이다. 한편 재료와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재활용하지 않더라도 시각적인 방식으로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샤워 시간 기록기 ＇샤워마인더(ShowerMinder)＇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온라인 전기 계량기 ＇옐로 스트롬(Yellow Strom)＇은 에너지 소비량을 자각하게 만듦으로써 절약을 행동으로 이끈다.

 
실내 조리에 의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궁이, 출라 © INDEX:

기술적으로 그다지 복잡하지 않지만 생명을 살리는 데 일조하는 도구들도 관심 있게 볼 만하다. 바로 편의와 효율은 최대화하고 위험은 최소화한 난방 및 취사도구들이다. 화재예방용 파라핀 난로 ＇아리비 파라핀 스토브 (Arivi Paraffin Stove)＇는 화재와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고 연료 효율성까지 높여 아프리카 저소득층 가정을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켜준다. 저공해 실내 아궁이 ＇출라(Chulha)＇도 장작이나 배설물 같은 바이오 매스 연료 사용의 부작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오염된 실내 공기로 인해 매해 160만 명이 사망하는 인도에서 활약하게 된다.


마그노의 소재와 인터페이스는 사용자에게 더욱 친밀하게 다가온다 © INDEX:

이밖에 지역 밀착형 제품 개발의 차원에서 목재 케이스의 소형 라디오 ＇마그노(Magno)＇는 인도네시아 현지 재료와 수공 장인들의 노동력으로 생산되어 지역경제에 보탬을 주는 사례로 꼽혔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더 굿 키친(The Good Kitchen)＇은 노인들을 위한 공공 식사 서비스로 덴마크 전체 인구 550만 명 중에서 무려 12만 명의 노인이 이용하고 있다. 음식의 포장에서 배달, 홍보는 물론 사용자 커뮤니케이션까지 아우르고 있어 미래의 복지 서비스 발전에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점치는 혁신적인 예로 선정되었다.

www.designtoimprovelife.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