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디자인 트렌드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트렌드와 디자인 완전 기초 1편 _ 장진택

트렌드와 디자인 완전 기초 1편



주의! 이 글은 완전 초보용이다

트렌드가 뭔지, 디자인은 또 뭔지, 그래서 트렌드와 디자인이 어떤 관계인지, 디자인DB 홈페이지에 왜 트렌드 관련 글이 이리 많은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수준의 글로서 지구에서 가장 심심하게 썼다. 그러니 트렌드 전문가, 각계 저명인사께서는 이 글을 삼가기 바란다. 너무 수월해서 한 숨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트렌드는 대단해 보이지만, 정말 별 것 아니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일컫는 매우 일반적인 명사다. 본디 뜻은 사전을 찾아보면 될테고, 디자인 현장에서는 이 단어가 “구릿빛 황금 도금이 대세,” “모서리를 날카롭게 잡는 것이 유행,” “엉덩이 큰 차는 지고 엉덩이 짤린 차가 뜬다”는 식으로 응용된다. 이러한 트렌드를 대단하게 보는 이유는 조촐하게나마 미래를 더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점쟁이처럼 뜬금 없는 직관력과 불손한 어투로 지껄이는 것이 아니라, 전후 관계를 차갑게 해석한, 파워포인트로 예쁘게 꾸며서 프레젠테이션 해 주는, 그래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미래를 전파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래를 예견” 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설명”한다는 표현이 옳겠다.


점쟁이는 트렌드가 아니다

에스닉한 프린트가 찍힌 옷이나 벽지, 인테리어 소품 등이 유행한다”는 말로만 끝내면 점쟁이의 예견이다. 그러니 믿거나 말거나, 타율 높은 점쟁이 말이면 믿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면 된다. 반면 트렌드 전문가는 점쟁이처럼 말하지 않는다. 좀 장황하지만, 이렇게 한다. “전 세계가 함께 놀란 911 테러 이후, 비행기 안전 및 안전 전반에 대한 겁이 겁나게 많아 졌고, 이후 외부의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욕구가 은연 중에 강해졌고, 그래서 비행기 타고 다른 나라가는 게 겁나서 비행기도 잘 안 타게 되었고, 하지만 다른 나라 전통 풍물은 즐기고 싶고, 그래서 다른 나라의 전통을 (비행기 타고 가지 않고) 의식주에서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으로 에스닉한 프린트가 들어간 옷을 입고, 에스닉한 무늬의 벽지 바르고, 에스닉한 장식품 걸어 놓고, 해외 전통 요리 집에서 만들어 먹는 라이프스타일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설명 하면서 “버추얼 노마드”라는 멋진 영어 하나 콕 찍으면 훌륭한 트렌드가 된다. 천지신명이랑 말을 튼 점쟁이라도 이런 말은 못한다.



트렌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

“전 세계를 하나로 엮은 인터넷의 활성화, 그것과 함께 세계를 움직이는 세계 교역의 원활함에 힘입어 자동차 앞모습이 강렬해졌다. 자동차에서 입이라고 할 수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커졌고, 눈이라고 할 수 있는 헤드램프는 동그란 광원을 중심에 넣어 마치 부릅뜨고 있는 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쓰여진 트렌드를 읽고 라디에이터 그릴을 크게 디자인하고, 부릅뜨고 있는 헤드램프를 그렸다면 70점 짜리 디자이너다. 말 그대로 최신 트렌드를 따라 디자인 했으니 오답은 아니겠지만, 너무 순진해서 70점 밖에 못 받는 것이다. 80점 짜리 디자이너는 한 걸음 거슬러 올라가 강렬한 인상에 집중한다. 70점 짜리 디자이너처럼 큰 그릴과 또렷한 램프에 머물지 않고, 작지만 쐐기처럼 날카롭게 잘린 라디에이터 그릴, 또렷한 광원은 (원가 절감 때문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모양을 독수리의 눈처럼 다듬은 헤드램프를 디자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반면 90점 짜리 디자이너는 또 한 걸음 더 거슬러 올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될 수 있는 자동차를 디자인한다. 이를 테면 디자인 스토리가 매력적인 디자인을 한다던가, 사진을 특히 잘 받는 차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100점 짜리 디자이너는? 모르겠다. 자동차 디자인의 귀재, 크리스 뱅글(전 BMW 디자인 책임자, 현재 무직)도 “100점짜리 디자이너는 없다”고 말했다. 



트렌드는 돌고 돈다?

디자이너에게 트렌드는 대략 이런 느낌이다. 그런데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트렌드가 딱히 잡히지 않는다. 어디서 비행기가 빌딩에 쳐 박히는 엽기적인 사건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 세계 경기 침체로 지갑이 닫혀서 그런 건지, 아무튼 뜨겁게 달아오르는 핫 트렌드가 없는 작금의 현실은 다소 따분하다. 아마도 수년 동안 트렌드, 트렌드하면서 다들 쫓아가다가 경쟁력이 없어지니까 다들 흩어져서 트렌드를 피하며 디자인하는 것 같다. 디자이너와 인터뷰를 해 보면 트렌드를 분석하지만 일부러 무시하고 디자인한다는 이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트렌드가 되면 됐지, 누굴 따라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즈음 디자인은 제각각이다. 자신만 할 수 있는 독특한 조형성을 앞세워 독보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런 말도 읽었다. “‘오버’하는 디자인의 시대는 갔다” 곱상하게 생긴 폭스바겐 신형 골프를 발표하면서 폭스바겐 그룹의 디자인 대장인 발터 드 실바가 한 말이다. 그 동안 너무 잘난 척 하는(크리스 뱅글이 한 BMW 디자인 같은 것) 차들이 많아서 이제 다시금 얌전한 디자인을 찾는다는 얘기다. 때마침 친환경 디자인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으니 다소곳한 차들이 속속 나타날 것 같다. BMW 디자인웍스에서 일하는 매그너스 애스피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비우는 디자인이 아름답다지금까지 디자인이 뭔가를 자꾸 채우는 디자인이어서 이제 그 한계가 온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트렌드는 돌고 돈다’는 뻔한 문구에 떨어지게 된다. 서로 이기려고 오버하는 디자인 하다가, 그게 식상해서져서 오버하는 디자인의 시대가 갔다 하고, 이것이 또 지나면 심심한 디자인을 뚫고 오버하는 디자인이 유행하겠지. 역시 트렌드는 돌고 돈다. 



장진택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한 때 기아자동차 디자이너, 한 때 월간 [디자인] 기자, 한 때 [모터트렌드] 기자,  지금 [GQ]기자. 참 많이 옮겨 다녔고, 조만간 회사를 또 옮길 예정이데, 이번엔 정말 오래 다닐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기자라서 디자인 칼럼을 거의 쓰지 않는 가운데 [한겨레] 신문에 '디자인 옆차기'라는 이름으로 다소 삐딱한 디자인 비평 칼럼 비슷한 것을 쓰고 있다.

 

Tag
#트렌드 #디자인 #자동차 #점쟁이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