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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 무기란 게 뭐지?_<모노클> 2009년 9월 호

소프트 파워 무기란 게 뭐지?
_<모노클> 2009년 9월 호

   
글  오정미  
   

지구촌 각지의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디자인을 다루는 잡지 <모노클>의 9월호 표지는 카툰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밀무기학교(The School as a Secret Weapon)’, ‘정치적 설득을 위한 미술(The Art of Political Persuasion)’, ‘다리를 놓는 외교(Diplomats Who Can Build Bridges)’, ‘문화가 은밀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방법(How Culture Can Convert Covertly)’과 같은 심상치 않은 제목의 컷들 사이에서, 한 남자가 손가락을 빨며 묻고 있다. “대체 세계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 무기란 게 뭐지?” 바로 이 ‘소프트 파워’가 이번 호의 핵심 주제다.

  
 <모노클> 2009년 9월 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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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AFFAIRS

 
리모델링 된 독일 외교부 건물(AA)의 라테나우(Rathenau) 홀

흥미롭게도 ‘소프트 파워’, 즉 ‘부드러운 권력’의 선두 주자로 지목되는 이는 독일이다. 지난 두 차례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란 나라가 고수해온 이른바 ‘하드 파워(hard power)’의 이미지는 오늘 날 발전의 저해요소일 뿐이다. 때문에 독일은 동서독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을 거점으로, 자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바꾸려는 일에 분주하다. 이러한 작업은 외교부 건물의 리모델링에서부터 국제 재난 지원 정책,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술 개발, 월드컵 개최에 이르는 각 부문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식의 전략이 ‘소프트 파워’의 핵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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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 BUSINESS

 
아콰바의 해안 전경과 새로 짓는 빌라들

요르단의 항구 도시 아콰바(Aqaba)의 개발 소식 역시, ‘소프트 파워’ 전략의 또 다른 버전으로 읽힌다. ‘사막의 꿈’이라는 기사 제목은, 이집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세 국가의 해안 접경 지대에 절묘하게 위치한 아콰바의 재생 가능성을 뜻한다. 즉 미군 철수와 함께 이라크 시장이 부활하면, 이로 통하는 주요 관문인 아콰바 역시 절로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다. 때문에 아콰바에선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한 호의적 세금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항구 건설, 고급 관광지 조성 등 변화의 새 바람을 맞으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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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 CULTURE

 
좌: 공자학교 캠프에 참가한 세계 청소년들의 모습
우: 영국 문화 협회

문화계에서 ‘소프트 파워’ 전략은 그 실체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런던, 베이징, 뉴욕에 이르기까지, 군대가 아닌 예술로써 국가적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각국의 예를 전한다. 중국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의 브릿지 서머 캠프(Bridge Summer Camp)는, 세계 청소년들을 언어연수와 문화탐방으로 초대한다. 이곳에선 친근한 중국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권위적 독재주의와 인권 유린 등의 이미지를 벗은 새로운 중국을 만난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자선단체인 영국 문화 협회(British Council)는, 주로 영국 정부의 정책적 사과가 필요한 타국에 대신 문화적 나눔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나이로비의 괴테 학교(Goethe Institut)는 정부의 문화적 지원이 전무한 케냐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제 기관이다. 위와 같이 은근한 광고전략에 비할 때, 네덜란드 정부가 올해 뉴욕으로 보낸 240만 달러짜리 선물은 한층 노골적인 느낌이다. 꽃잎 모양의 건축물은 외관 자체로도 볼거리다. 네덜란드는 이 건축물이 본래의 실용적 용도에도 충실할 뿐 아니라, 타국 거리에 심어 놓은 자국 문화의 심볼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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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 DESIGN

한편 독일 북부 덴마크와 접한 슐레스비히에 세워진 에이피 묄러(AP MǾLLER) 학교의 경우, 학교 디자인의 틀을 깨는 작은 혁명을 이루어내 화제다. 지금까지 2만 7천여명의 관광객이 이 건축물을 보기 위해 다녀갔다. 우아한 실루엣과 자연의 질료들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이른바 덴마크식 소박함을 드러낸다고 평가 받는다. 빈틈 없는 방음 시설과 더불어 개방적인 구조는 학교 안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투명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이뤄낸다. 즉 건축물 전체가 일종의 덴마크식 사고방식을 장려하는 문화 사절인 셈이다.

 
노르웨이 시험 투표소와 투표함

이 밖에도 A에서 D섹션까지 눈에 띄는 기사들은 다음과 같다. 오늘날 러시아 속 유럽이라 불리는 엔클라베 칼린그라드의 사연 많은 역사와 특수한 지리적 정체성, 이에 따른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자전거 통근을 장려하는 미국에서 도심형 자전거를 최초로 개발한 글로브(Globe) 팀의 사무실 탐방 기사도 흥미롭다. 또한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판매고를 올리며 분점을 내고 있는 런던 서점 돈트(Daunt)의 판매전략 역시 눈여겨볼 만 하다. 노르웨이 투표소의 디자인 기사는 디자인의 진정성이란 면에서 볼 때 글로브의 자전거나 돈트 서점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정한 선거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시범 제작되었다는 투표소의 모습은, 투표 부스부터 용지까지 하나의 컨셉으로 통일되어 있다. 마치 영화의 세트장같이 티없는 풍경이라 오히려 낯설다. 덧붙여, 정부가 분명하고 전문성 있는 디자인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신뢰도를 잃는 것이란 단호한 요지에선, 어쩐지 문화적인 보폭의 차가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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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 EDITS

E섹션으로 오면 한층 가볍고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이 있다. 우선 마드리드 북쪽의 작은 도시 말라사냐(Malasaňa)의 다채로운 면모가 소개된다. 건축 스타일과 식문화, 주거환경 등 대략적인 정보를 통해 이 도시 특유의 개방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주거민들의 짧은 인터뷰는 생동감 있다. 또한 가을맞이 쇼핑 목록으로 시세이도의 뉴 라인과 같은 평범한 물건에서부터 우유 짜는 걸상, 도자기로 된 달걀 컵 등의 디자인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쿄에 자리잡은 고급 한국음식점 소개도 눈에 띤다. 별책부록인 36쪽자리 ‘싱가포르 서베이(The Monocle Singapore Survey)’엔, 이 나라 경제, 문화, 관광 등에 대한 정보가 군더더기 없이 정리되어 있다. 2009년 현재 싱가포르의 주요 이슈와 동향들을 집약해놓았기에, 가는 도중 비행기에서 읽으면 비즈니스미팅 때 요긴하게 쓰일 법 하다.   

이처럼 <모노클> 속 세계 풍경은, 어느 곳 하나 추상적이고 희미한 부분이 없어 마치 시끌벅적한 시장터 같은 모습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하되 결코 유럽중심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세계를 보는 모노클의 렌즈가, 지구는 둥글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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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클> 2009년 9월 호 - 통권 26호

목차

AFFAIRS
027  Soft Power REPORT “hard power” strategies are not a wise option for Germany
038  Houda Nonoo Q & A Bahrain’s new ambassador to the US
042  Europe BRIEFING
045  Americas BRIEFING
048  Africa/Middle East BRIEFING
050  Asia BRIEFING
052  Oceania BRIEFING
061  Outposts of Opportunity REPORT Kalingrad, the Russian enclave is at a crossroads

BUSINESS
069  Aqaba REPORT the sleepy Jordanian port town’s regeneration
074  Globe Bikes REPORT

CULTURE
085  Cultural Diplomacy REPORT From Nairobi to London, Beijing to New York
091  Media BRIEFING Al Jazeera is finally making its way into the US
092  Why It Works REPORT Daunt’s bookshop in London is a rare gem
096  Culture BOOKS, FILM, MUSIC, ART

DESIGN
101  Schools REPORT a beautifully designed private secondary school in northern Germany
106  Pitti Uomo REPORT collections and trends at the menswear show in Florence
110  Vote-Winner REPORT Norway’s democracy has been redesigned
114  Nagoya Residence REPORT design a home with the garden inside
118  Fashion BRIEFING

EDITS
137  Autumn Picks INVENTORY curated collection of covetable things for September
140  Monocle Travel Guide EDITS the best hotels, restaurants and other finds on Bavaria
148  Malasaňa, Madrid PROPERTY PROSPEC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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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소프트 파워 #모노클 #외교 #문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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