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의 얼굴이 바뀌기에 앞서, 먼저 질문이 바뀌었다
철도역사 디지털 안내체계(TIDS) 방향성 제안
기획 : 한국철도공사
연구수행 : 더디엔에이 민영삼, 경소영, 손지택, 박태훈, 강영화
2024
서울역을 이용하는 사용자 경험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해 말, 서울역은 111m 초대형 디스플레이로 새 얼굴을 얻었다. 당시 보도는 서울역 맞이방을 가로지르는 대형 화면, 미디어아트, 광고 콘텐츠, 도시형 미디어 갤러리라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서울역의 풍경은 달라졌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거대한 화면을 보았고, 서울역은 하나의 미디어 공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 보면 더 중요한 변화는 그 안에 있었다. 바로 여객자동안내장치, TIDS의 개편이다.
* TIDS는 Train Information Display System의 약자다. 우리말로는 여객자동안내장치 또는 여객자동안내표시기라고 부른다. 열차 출발시간, 열차번호, 종착역, 정차역, 지연 여부, 타는 곳 정보를 보여주는 디지털 안내체계다. 기차역에서 승객이 가장 자주 올려다보는 전광판, 다시 말해 열차 이용의 마지막 판단을 돕는 공공정보 접점이다.
눈에 띄는 것은 111m의 거대한 화면이지만, 몸으로 체감하는 것은 안내의 편의성이다. 승객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탈 열차가 언제 출발하는지,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지금 움직여야 하는지를 빠르게 아는 것이다. 미디어아트가 서울역의 표정을 바꾸었다면, TIDS 개편은 서울역을 이용하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철도역사 디지털 안내체계(TIDS) 방향성 제안」은 서울역 TIDS가 실제 디지털사이니지에 구현되기 전에 수행된 기초연구이자 선행 디자인 제안이다. 사용자 경험, 정보 구조, 디지털 환경에서의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다루어 온 디자인기업 더디엔에이가 수행했다. 더디엔에이는 서울역 현장에서 승객의 시선, 대기, 이동, 정보 확인 행동을 관찰하며 안내체계 디자인의 핵심 착안점을 도출했다. 특히 타는 곳이 출발 15분 전에 확정되는 운영 조건을 이용자 행동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 이 시간을 ‘골든 타임 15분’으로 보았다. 승객은 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열차를 찾고, 맞는 열차인지 확인하고, 타는 곳을 보고 이동을 결정한다. 이 연구는 이러한 판단 흐름을 정보 구조로 전환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출발시간을 기준으로 열차를 찾고, 종착역과 정차역으로 확인하며, 타는 곳을 통해 행동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승차권처럼 열차 한 편의 정보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 보여주는 승차권형·카드형 정보구조, 타는 곳 정보의 강조 방식, 카드 전개와 화면 흐름 등 후속 구현의 기반이 되는 주요 UX 방향도 함께 제시되었다. 코레일 디자인센터는 이 연구를 바탕으로 열차정보의 화면 구조와 표출 규칙이 실제 철도 운영 환경에서 적용·확산·지속 운영될 수 있도록 「카드형 여객자동안내(TIDS) 표준디자인」으로 구체화했다. 더디엔에이의 선행 디자인 제안은 서울역 TIDS 개편이 실제 디자인 구현과 표준화 과정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목차
I. 과업 개요
1.1 과업 배경
1.2 과업의 목적 및 목표
1.3 우리의 관점
II. 조사 및 분석
2.1 서울역 현황 조사/분석
2.2 서울역 이용객 행태(lobby, waiting room)
2.3 대전역 현황 및 이용객 행태
2.4 코레일 이용객 여정 분석
2.5 시스템 디자인: ‘숫자 체계 부여하기(Numbering)’
III. 개발 방향
3.1 디자인 개발 방향
3.2 TIDS 구성안_서울역
3.3 연결통로 혼합안내표지 구성안_대전역
3.4 디지털 안내체계 유형 및 설치 위치_kiosk
3.5 칼라현황 및 방향
문제는 그동안 서울역의 이용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서울역은 공항철도, 지하철, KTX, 일반열차, 상업시설이 얽힌 대형 복합 환승역이 되었다.
광고매체와 매장 사인, 각종 안내표지도 점점 커지고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정작 승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열차 안내정보는 상대적으로 덜 보이기 시작했다.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았다.
서울역에 들어선 승객은 전광판, 매장 간판, 광고 영상, 출입구 번호, 플랫폼 번호, 모바일 승차권, 안내 표지를 동시에 마주한다. 눈앞에는 정보가 넘치지만, 정작 지금 내가 탈 열차가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바로 판단하기 어렵다. 공공 안내체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은 정보가 없는 순간이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아 중요한 정보가 묻히는 순간이다.
연구는 이 문제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서울역은 공항철도와 지하철, 복합상업시설이 연결된 혼잡하고 과밀한 환승역사다. 둘째, 2006년 한국철도표준규격 제정 이후 TIDS는 크기 변화 없이 운영되어 왔고, 주변 광고와 전광판이 대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시인성이 낮아졌다. 셋째, 정보가 과다하고 중복된 숫자와 강한 색채가 뒤섞이면서 정보의 우선순위가 흐려졌다.
“전광판이 작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서울역 안에서 승객이 필요한 정보를 제때, 정확히, 편안하게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구의 목표도 “명확하고 편안한 이용객 중심의 TIDS 구현”으로 설정되었다.
특히 연구가 주목한 시간은 출발 직전의 15분이었다. 서울역에서 승객은 열차를 기다리다가, 타는 곳이 확정되는 순간 움직인다. 이 마지막 15분은 승객의 불안이 가장 커지는 시간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금 움직여야 하는지, 내가 보는 정보가 맞는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연구는 이 시간을 “골든 타임 15분”으로 보았다. 승객이 탑승 15분 전까지 타는 곳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혼잡한 공간을 지나 정확히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화면을 예쁘게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시선, 이동, 대기, 판단을 다시 읽는 문제였다.
연구진은 서울역 현장을 관찰하고, 이용객 행태를 분석하고, 코레일 이용객의 여정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출입구와 맞이방, 대기공간, 연결통로, 플랫폼 진입부가 관찰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멈추는지, 어느 방향을 바라보는지, 전광판을 본 뒤 다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병목이 생기는지를 살폈다.
대기공간의 문제도 드러났다. 승객은 의자에 앉아 있지만 플랫폼을 바라보고 있지 않아, 자신의 열차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리거나 다시 찾아보는 행동을 반복한다. 지도와 안내 정보가 실제 이용자가 인지하는 방향과 맞지 않아 직관적 이해가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결국 승객은 역 안에 있지만, 머릿속 지도는 계속 흔들린다. 몸은 서울역에 있는데 마음은 “내가 지금 맞게 가고 있나”라는 의심 속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연구는 심성모형, 행동유도성, 행동세팅, 영역성 같은 이론적 관점도 함께 다루었다. 사람은 공간이 주는 단서에 따라 움직인다. 출입문, 전광판, 색상, 숫자, 방향표시는 모두 행동을 유도하는 장치다. 좋은 안내체계는 이용자가 설명서 없이도 자연스럽게 상황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 연구는 서울역의 얼굴을 바꾸기 전에, 먼저 서울역을 이용하는 사람의 마음속 지도를 읽었다. 승객이 언제 불안해지는지, 어디에서 멈추는지, 어떤 정보를 먼저 찾는지, 어떤 순간에 이동을 결심하는지를 관찰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안내체계의 방향을 다시 세웠다.
연구의 과업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철도역 디지털 안내체계의 기본방향을 수립하는 것. 둘째, 서울역과 대전역 시범사업을 통해 구체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 셋째, 색상을 활용한 안내체계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었다. 서울역에는 Main Gate TIDS 체계안과 키오스크 유형 및 활용 방안을 제시하고, 대전역에는 플랫폼용 돌출형 TIDS 시범설치안을 제안하는 방향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이 일어났다. TIDS를 승객의 행동을 돕는 공공서비스 접점으로 다시 본 것이다. 열차 정보를 어디에 놓을 것인지, 어떤 정보를 먼저 보여줄 것인지, 출발이 가까운 열차와 대기 중인 열차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볼 수 있는 대형 화면에서 정보가 흩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구조가 필요한지를 검토했다.
또한 서울역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철도역사 전반의 문제로 접근했다. 대형 환승역, 플랫폼, 연결통로, 키오스크 등 다양한 매체에서 열차 정보를 일관되게 읽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승객은 매체가 바뀌어도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이해해야 한다.
2025년 말의 보도는 서울역에 설치된 거대한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주목했다. 그러나 새로운 화면 뒤에는 새로운 질문이 있었다. “얼마나 큰 화면을 만들 것인가” 대신 “승객은 마지막 15분 안에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이 카드형 여객자동안내(TIDS) 표준디자인과 서울역 TIDS 디지털 사이니지 리뉴얼로 이어졌다. 더디엔에이의 기초연구가 안내체계의 문제와 방향을 잡았다면, 후속 단계에서는 그 방향이 실제 화면 디자인과 표준디자인으로 구체화되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정말 승객은 더 쉽게 정보를 찾았을까.
서울역의 마지막 15분은 조금 덜 불안해졌을까.
다음 글에서는 이 기초연구가 어떻게 카드형 여객자동안내(TIDS) 표준디자인으로 발전했는지, 그리고 실제 이용객 효과성 조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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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역 얼굴 바꾸기 프로젝트1, 철도역사 디지털 안내체계(TIDS) 방향성 제안 - 한국철도공사, 더디엔에이. 2024
2. 서울역 얼굴 바꾸기 프로젝트2, 서울역 카드형 여객자동안내표시기 표준 디자인 가이드 및 효과성 조사 결과 - 한국철도공사, 2024~2026
3. (인터뷰) 서울역의 마지막 15분을 디자인하다 - 한국철도공사 디자인센터
정리 :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안전 디자인실


TIDS가 개편되기 전의 서울역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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