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서의 가치 공동창출, 공동전위, 공동파괴:
인간-데이터 상호작용에서 가치(value)와 가치관(values)을 연결하기
Value co-creation, co-displacement, and co-destruction in design:
Bridging value and values in human-data interaction
Boyeun Lee, Ella Tallyn, Ramprabu Thangaraj, Chris Elsden, Chris Speed
a 영국 엑서터대학교
b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c 미국 뉴저지공과대학교
d 호주 RMIT대학교
교신저자 이메일: b.l.lee@exeter.ac.uk
DOI: 10.21606/drs.2026.1422
이 저작물은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 4.0 International License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https://dl.designresearchsociety.org/drs-conference-papers/drs2026/researchpapers/297/
* 출처: DRS2026: Edinburgh 국제학술대회 Research Paper, Design Research Society, 2026년 6월 8–12일
초록
데이터는 디자인 과정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근본적인 동력으로 부상했으며, 사회와 사회기술시스템 전반에 걸쳐 경제적·윤리적·환경적 결과를 형성하고 있다.
기존 연구는 흔히 가치를 공동창출과 공동파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해 왔으며, 상호연결된 데이터 집약적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시스템적 복잡성을 간과해 왔다.
본 논문은 인간-데이터 상호작용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치가 출현해 다른 가치를 밀어내는 현상을 포착하기 위해 가치 공동전위(value co-displacement)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네 개의 디자인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상호연결된 데이터 집약적 시스템에서 가치와 가치관이 어떻게 공동창출되고, 공동전위되며, 공동파괴되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이러한 과정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개념화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디자인이 사회기술적 맥락에서 어떻게 가치를 능동적으로 재분배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연구는 가치를 역동적이고 논쟁적이며 관계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보다 정교한 관점을 제시하며, 데이터 기반 디자인에서 더욱 성찰적이고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주요어: 가치 공동창출, 가치 공동전위, 가치 공동파괴, 인간-데이터 상호작용
1. 서론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가치(value)와 가치관(values)의 영향을 받는다.
인공물, 서비스 또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 전반에서 디자인 의사결정은 사용자, 조직, 간접적인 행위자를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형성된다(Bos de Vos, 2020).
가치와 가치관이라는 개념은 오랫동안 학술적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경제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은 이러한 개념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해 왔다.
마케팅 연구자들은 서비스 지배 논리(Service-Dominant Logic)(Vargo and Lusch, 2004)와 같은 가치창출의 확립된 프레임워크를 제시했으며, 지속가능성 연구에서는 가치 공동창출과 공동파괴 사이의 긴장을 탐구해 왔다(Mancuso et al., 2025).
한편 디자인 연구에서는 디자인 과정 전반에 윤리적 고려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를 연구해 왔다.
대표적인 프레임워크로는 가치중심디자인(Value-Centred Design)(Cockton, 2006), 가치 주도 참여디자인(Value-led Participatory Design)(Iversen et al., 2013), 가치민감디자인(Value Sensitive Design)(Friedman and Hendry, 2019)이 있으며, 이와 함께 디자이너가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기회와 도전과제를 연구한 여러 연구가 있다(Kronsbein and Mueller, 2019; Lee et al., 2019a; Lee and Ahmed-Kristensen, 2024; Speed et al., 2019).
이러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연구는 여전히 가치의 창출과 파괴라는 이분법적 관점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디자인 의사결정이 동시에 그리고 의도하지 않게 여러 형태의 가치와 가치관을 밀어내거나 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성을 인식하면서 마케팅 연구자들은 시스템 수준의 역동성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적 접근을 요구해 왔다(Jaakkola et al., 2024).
데이터 기반 환경에서는 데이터, 사용자, 조직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가치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역동성은 더욱 복잡해진다(Lee et al., 2022).
본 논문은 가치를 공동창출하거나 공동파괴한다는 이분법적 관점(Engen et al., 2021)을 넘어 가치 공동전위(value co-displacement)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네 개의 디자인 연구 사례를 바탕으로, 상호연결된 데이터 집약적 시스템에서 가치와 가치관이 어떻게 공동창출되고, 공동전위되며, 공동파괴되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이러한 과정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포착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함으로써 디자인이 사회기술적 맥락에서 가치를 어떻게 재분배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다.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관련 연구를 검토하고, 3장에서는 연구방법론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네 개의 사례연구를 제시하며, 5장에서는 사례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를 논의한다.
6장에서는 연구의 함의와 향후 연구 방향을 제시하며 논문을 마무리한다.
2. 관련 연구
2.1 가치와 가치관의 개념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가치의 개념은 논쟁의 대상이었다.
가격 책정에서 가치는 고객이 얻는 편익과 감수해야 하는 희생 사이의 균형으로 정의되며(Leszinski and Marn, 1997), 전략 연구에서는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구매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가격으로 가치를 설명한다(Porter, 1985).
따라서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가격, 교환, 효용과 같은 측정 가능한 지표를 통해 가치를 개념화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하나의 가치 형태로 단순화한다.
반면 사회과학자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개념적으로 구별되는 구성개념으로서 가치(value)와 가치관(values)을 중요하게 구분해 왔다.
Rokeach(1973)는 가치관을 바람직한 행동 방식이나 최종 상태에 관한 지속적인 신념으로 정의한다.
Miller(2008)는 측정 가능한 교환가치와 사회적·도덕적 삶 속에 내재되어 양도할 수 없는 형태의 가치를 대비시킨다.
디자인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치와 가치관의 구분이 특히 중요하다.
디자인은 인공물, 서비스,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관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Friedman과 Hendry(2019)는 가치관이란 개인이나 집단이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경제적인 관점에 한정된 담론을 확장한다.
마찬가지로 Vos(2020)는 인간적 가치, 문화적 가치, 사용가치, 사회적 가치, 경제적 가치, 생태·환경적 가치라는 여섯 가지 유형을 제시한다.
이는 디자인 의사결정이 개인의 웰빙, 문화적 의미, 기능적 효용, 사회적 관계, 경제적 결과, 환경적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비스디자인의 등장은 이러한 관점을 더욱 뒷받침한다.
서비스디자인은 경제적 효율성과 공학적 효율성뿐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도덕적 원칙까지 통합하며(Kim, 2021), 주로 사용자의 가치와 조직의 가치를 연결하고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영학과 지속가능성 연구가 가치를 측정하거나 관리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는 반면, 디자인 연구는 인공물·서비스·사회기술시스템의 공동창출 과정에서 가치와 가치관이 어떻게 협상되고 구체화되는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는 Karababa와 Kjeldgaard(2014)가 제안한 보다 폭넓은 가치 개념을 채택한다.
여기에는 교환가치, 지각된 가치, 경험적 가치, 정체성 및 연결 가치, 사회적 가치와 가치체계, 공동창출되는 가치, 그리고 의미의 공동창출로서의 가치가 포함된다.
이를 통해 인간-데이터 상호작용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가치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등장하는지를 이해한다.
2.2 가치창출을 위한 디자인
전통적으로 가치창출은 기업 중심의 선형적인 가치사슬 모델(Porter and Millar, 1985)을 통해 개념화되어 왔으며, 흔히 이를 상품 지배 논리(Goods-Dominant Logic)라고 부른다(Normann, 2001).
서비스 중심 경제로 전환되면서 연구자들은 이러한 관점의 한계를 지적해 왔다.
이 관점은 무형의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일어나는 가치창출의 역동성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서비스 지배 논리(Service-Dominant Logic)가 상품 지배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 있는 관점으로 제안되었다.
서비스 지배 논리는 서비스 맥락에서 가치가 공동창출되고 전달되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보다 체계적이고 네트워크 중심적인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Vargo and Lusch, 2004).
그러나 상품 지배 논리와 서비스 지배 논리 가운데 어느 쪽을 채택하든, 주주가치는 흔히 다른 모든 가치보다 우선시되며 다른 가치를 희생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로 자리 잡는다(Copeland et al., 1994).
Daniel Miller의 「The Uses of Value」(2008)는 가치를 하나의 수치나 지표로 환원하려는 이러한 계산적 시도를 직접 비판한다.
가치가 화폐와 같은 금전적 측정수단을 중심으로 표현되면, 상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는 거래가 공급망을 따라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감추게 된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풍부한 의미가 평면화되거나 보이지 않게 될 수 있으며, 거래에 내재된 환경적·사회적·관계적 가치가 사실상 위장된다.
가치중심디자인이나 가치민감디자인과 같은 접근이 디자인 과정에서 특정 가치를 중심에 두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손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Elsden et al., 2019a).
그러나 Miller는 단순히 측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가치평가를 보다 다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고, 가치의 표현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의미를 획득하는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그는 개인별 휴대전화 요금청구서를 통해 사람들이 특정한 개인적 관계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는지를 명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가치는 전화요금을 계산하는 행위 자체에서 공동창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삶의 맥락 속에서 그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공동창출된다.
이 논의를 따르면 디자이너의 가치창출 역할은 네트워크의 여러 지점 또는 관계 사이에서 가치가 연결되거나 번역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Elsden et al., 2019b).
마찬가지로 Elsden et al.(2019a)은 중고 자선가게의 인프라에서 일하는 관리자와 직원들이 단순히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가격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가치를 중재하고 창출하는지를 현대적인 민족지 연구를 통해 보여준다.
이들은 한편으로 지역의 기부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다 추상적이고 세계적인 자선 수혜자 사이에서 가치를 섬세하게 번역한다.
특히 이러한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가속하려는 시도는 단순히 거래를 촉진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 번역을 디자인이 수용하지 못할 경우 가치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
디지털 경제의 맥락에서 연구자들은 디지털 혁신의 가치창출이 선형적인 가치사슬이나 네트워크 중심 모델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Bhattacharya et al., 2017; Lee, 2022; Speed and Maxwell, 2015).
건강 데이터의 맥락에서 Fiore-Gartland와 Neff(2015)는 서로 다른 공동체가 서로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서로 중첩되거나 때로는 충돌하는 방식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데이터 밸런스(data valences)’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특히 시스템적 관점이나 데이터 기반 혁신을 통해 이러한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에게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가치가 어떻게 가시화되고, 포착되며, 행위자 사이에서 흐르고 번역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창출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어디에서 가치를 파괴하고 억압하며 전위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디자인 연구가 이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다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2.3 가치와 가치관의 공동파괴
서비스 지배 논리는 처음에는 협력적인 가치 공동창출을 강조했지만(Vargo and Lusch, 2004), 이후 연구자들은 긍정적인 가치와 함께 또는 그 대신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자원통합 과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가치파괴 개념의 이론적 토대는 Plé와 Cáceres(2010)가 서비스시스템에서 ‘가치 공동파괴(value co-destruction)’와 ‘잘못된 통합(misintegration)’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형성되었다.
이들은 자원이 어떤 주체의 웰빙을 감소시키거나 웰빙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방식으로 통합될 때 가치 공동파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가치 공동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상호작용 과정이 동시에 파괴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함으로써, 초기 서비스 지배 논리의 낙관적 관점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Echeverri와 Skålén(2011)은 가치형성의 결과로 창출과 파괴 모두가 가능하다고 보는 상호작용적 가치형성 프레임워크를 더욱 발전시켰다.
이들은 가치가 상호작용을 통해 ‘자원의 일치(resource congruence)’, 즉 공동창출의 형태로 형성되거나, ‘자원의 불일치(resource incongruence)’, 즉 공동파괴의 형태로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Engen et al.(2021)은 서비스생태계에서 가치 공동창출과 가치 공동파괴를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역동성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1. 서비스생태계에서의 가치 공동창출과 가치 공동파괴. Engen et al.(2021)을 수정함.

그러나 가치창출과 가치파괴 사이의 관계는 시스템적 관점과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보면 특히 복잡해진다.
디자인 이론은 이와 관련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Tony Fry(2009)의 ‘미래박탈(defuturing)’ 개념은 특정한 가치를 우선시하는 디자인 의사결정이 어떻게 미래의 가능성을 능동적으로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효율성과 성장 지표를 최적화할 때, 돌봄, 호혜성 또는 생태적 관계성과 같은 대안적 가치를 ‘미래박탈’할 수 있다.
Cameron Tonkinwise(2015)가 주장하듯 이러한 디자인 의사결정은 대안적인 가능성을 능동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는 디자인을 통해 특정한 가치가 구체화됨으로써 어떤 미래는 가능한 것으로 남고 어떤 미래는 실현될 수 없게 되는, 일종의 존재론적 전위이다.
가치 공동파괴에 관한 기존 연구(Mancuso et al., 2025; Vinuesa et al., 2020)는 보다 미묘한 역동성을 가리는 이분법적 관점을 지속시킬 위험이 있다.
Daniel Miller(2008)의 인류학 연구로 돌아가 보면 이에 대한 중요한 비판을 발견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풍부한 선물 기반 경제가 거래 중심의 논리와 만날 때, 가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배적 가치평가 체계 안에서 밀려나고 보이지 않게 될 수 있다.
파괴로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가치를 다른 가치의 등록체계로 번역한 것일 수 있다(Appadurai, 1986).
즉 가치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회계나 평가 시스템에서 읽을 수 없는 것이 된다.
본 논문에서는 디자인, 특히 비판적인 디자인 연구 실천이 단지 가치를 창출하고 파괴할 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및 네트워크화된 제품과 서비스에서 가치와 가치관이 어떻게 인식되고 드러나는지를 교란하고, 전위시키며,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탐구한다.
3. 연구방법론
디자인 실천이 가치와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우리는 디자인 연구 과정에서 나타난 가치창출과 가치손실을 설명하는 사례연구들을 분석했다.
이 사례들은 원래 2025년 ACM DIS Conference 워크숍 **「Mindful Value Creation and Destruction」**에 제출되었던 것이다(Lee et al., 2025).
참가자 모집문은 디자인 연구 또는 프로젝트에서 경험한 데이터 기반 가치파괴 사례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워크숍의 초점을 설명하는 배경자료에서는 간접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폭넓은 영향을 고려하는 가치민감디자인과, 효용뿐 아니라 경험적·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Worth-Centred Design 등의 연구를 소개했다.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가치파괴를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언어적 접근을 중심으로 제출된 사례들을 논의했다.
그 후 추가 분석을 위해 네 개의 기고문을 사례연구로 선정했다.
이 사례들은 서로 다른 디자인 연구 접근을 폭넓게 보여줄 수 있도록 선정했다.
사례 A, C, D에서는 연구 과정에서 제작된 새로운 디자인을 연구했으며, 사례 B에서는 디자인 제품이 아니라 참가자의 개인 데이터세트를 연구했다.
A, C, D는 연구한 디자인 제품의 유형에서도 서로 다르다.
모두 데이터 기반이었지만 A는 하드웨어, C는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D는 IoT 플랫폼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프로젝트의 맥락과 관련된 가치와 가치관은 서로 다르지만, 모든 사례는 디자인 과정에서 디자인의 의도와 기대가 실제로 나타나는 가치 변화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네 사례는 저자 1, 2, 3, 5가 본 분석의 핵심 사항을 보다 명확히 드러낼 수 있도록 추가로 발전시켰다.
각 사례연구에서는 프로젝트명, 수행 시기, 실제 구현물, 의도한 가치창출, 발생한 가치의 전위 또는 파괴와 그 이유를 포함해 프로젝트의 개요를 설명한다.
사례의 범위에는 연구 과정 자체뿐 아니라 연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에 대한 추론도 포함한다.
분석에서는 앞 절에서 논의한 가치와 가치관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활용했으며, 특히 디자인이나 디자인 과정으로 인해 발생한 가치 변화에 대한 연구자의 인식에 주목하면서 인간-데이터 상호작용에서 가치가 창출되고, 전위되고, 파괴되는 방식의 패턴을 파악했다.
4. 사례연구
4.1 사례 A: Bitbarista
2016년에 제작된 Bitbarista는 라즈베리파이, 인터넷 연결, 비트코인 지갑을 장착해 결제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든 가정용 커피머신이었다.
연구용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연구 제품(research product)’의 형태로 제작되었으며(Odom et al., 2016), 사용자는 커피를 받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지불하고 다음에 공급할 커피 원두의 산지를 선택하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 기기는 커피 생산국의 데이터 스트림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탈중개(disintermediation)의 개념을 구현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식료품점이나 대형 슈퍼마켓 같은 중개자는 우회되었다(Pschetz et al., 2017).
또한 Bitcoin(Nakamoto, 2008)을 이용해 사용자가 시스템 유지관리 작업을 수행할 경우 기여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기계의 금융적 자율성도 보여주었다.
이는 커피 판매업체나 은행 같은 중개자를 제거하는 탈중개 이야기를 확장한 것이었다.
2017년에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사무실에서 일반 커피머신을 Bitbarista로 교체하고 한 달 동안 사용하게 했다.
사무실 구성원에게는 참여를 위한 비트코인이 제공되었으며, 연구 종료 후 인터뷰를 통해 기기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Tallyn et al., 2018).
Bitbarista는 신뢰할 수 있는 산지 데이터를 토대로 커피의 품질과 생산과정의 영향에 대해 소비자가 더 많은 선택권을 갖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려 했다.
또한 커피와 커피 생산자와의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소비자에게 자신의 소비 관행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 했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은 자신의 윤리적 가치와 소비행동이 보다 일치한다는 느낌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했다.
그러나 커피를 얻기 위해 매번 데이터와 윤리적 선택에 관여해야 한다는 ‘장벽’에 짜증을 느끼면서 가치가 손실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부 참가자는 윤리적 선택에 관한 자신의 입장은 늘 동일하므로 커피를 마실 때마다 다시 이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기계의 자율성에 대한 반응도 다양했다.
일부 참가자에게는 일을 수행하고 커피나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일반적인 사무실 커피문화에서 동료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커피를 구입하고, 만들고, 정리하면서 형성되는 공동체 정신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 순간의 상호작용에서는 핵심 가치 사이에 직접적인 절충이 나타났다.
윤리적 가치는 효용성과 자율성을 방해했고, 경제적 이익은 공동체적 가치를 방해했다.
디자인에서는 윤리적 고려를 우선했으며, 사용자가 이러한 과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은 제한했다.
윤리적 가치가 공동창출되는 동시에 효용성과 선택권은 공동전위되었으며 결국 감소했다.
업무를 수행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 가치가 공동창출되었을 때에는 커피와 관련된 일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수행되기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수행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공동체적 관행 자체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는 직접적인 교환관계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에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도입하면 공동체 관계가 침식될 수 있다는 인식이 나타났으며, 이는 공동체 가치의 감소로 이어지는 보다 미묘한 형태의 공동전위라고 할 수 있다.
4.2 사례 B: 사후 데이터(Data After Death)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계에서 개인은 사진, 소셜미디어, 메시지, 검색·브라우징 기록 등 막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를 생성한다.
사망한 뒤 이 데이터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는 가치전위의 문제를 제기한다.
데이터에 부여된 의미와 가치가 사후에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65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고 다섯 가지 종류의 개인 데이터, 즉 소셜미디어, 메시지, 피트니스 데이터, 사진, 그리고 브라우징 기록과 같은 디지털 흔적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싶은지를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사망한 후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는지, 누가 이를 관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째, 연구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부여하는 정서적·정체성적·감상적 의미와 같은 경험적 가치가 생전에는 어떻게 공동창출되고 실현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데이터가 상속인에게 넘어가면 개인은 데이터가 어떻게 취급되는지에 대한 통제권을 잃는다.
상속인은 이러한 감정적 애착을 공유하지 않을 수 있으며 데이터를 삭제할 수도 있다.
이는 데이터가 세대를 넘어 전달될 때 경험적 가치가 전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연구는 다른 이해관계자가 사후 개인 데이터에서 경제적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은 사망한 개인의 데이터를 계속 이용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Ankenbauer and Brewer, 2025).
예를 들어 GPS 제공업체가 개인이 사망한 이후에도 위치정보 기록을 계속 저장할 수 있다(Holt et al., 2021).
이러한 경우 지속적인 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할 수 있고,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에 관한 사회적 가치와 가치체계를 전위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적 가치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동시에 친족이나 공익 연구자와 같은 다른 행위자들은 기억, 유산 또는 공동체적 편익과 같은 새로운 의미를 데이터에 부여할 수 있으며, 이는 가치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4.3 사례 C: Smart Donations
Smart Donations는 스마트계약을 이용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선기부를 설정할 수 있도록 만든 완전한 기능을 갖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한 실시간 보고를 바탕으로 기부가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지진이 감지되거나 활동가가 난민에 관한 글을 트위터에 게시하면 기부가 실행되는 방식이었다.
Smart Donations 앱은 Oxfam Australia의 기부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연구기간 동안 실제 사용되었다.
연구 결과는 자선단체가 데이터와 자동화를 이용해 기부자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으며, 기부자는 자신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기부할 것인지에 대해 더 큰 자율성과 인식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상의 경우, 이 프로젝트는 자선단체와 기부자가 기부하기에 ‘적절한 시점’을 함께 발견하는 일종의 동시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프로그래밍과 자동화를 통한 가치창출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스마트 기부계약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미리 예상하거나 고려하는 일은 일부 참가자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연구에서는 복잡한 정서적 반응이 나타났다.
“기부가 이루어졌을 때 사용자들은 자신이 만든 계약이 성공했다는 데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죄책감도 느꼈다. 작동하지 않은 계약이 만료되면 실망하고, 후회하고, 때로는 안도했으며, 새로운 계약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좌절하거나 흥분하기도 했다.”(Bidwell et al., 2021)
자선단체가 전통적으로 수행해 온 역할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상반된 감정을 중재하는 것이다.
자선단체는 기부하는 과정과 현장에서 실제 지원이 이루어지는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분리해 왔다(Elsden et al., 2019a).
자선 영역에서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기부자가 기부의 최종 수혜자와 프로그램적으로든 다른 방식으로든 지나치게 직접 연결될 경우 이러한 중개 역할의 가치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
Oxfam과 협력해 개발한 Smart Donations는 자선단체가 자신들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어떻게 ‘진정한 필요’를 보여줄 수 있는지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방법으로 주로 디자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엔드투엔드(end-to-end)’ 논리와 기부자 중심의 논리를 지나치게 확장하면 신뢰받는 중개자로서 자선단체의 정당성이 약화될 수 있다(Elsden et al., 2019b).
최악의 경우 자선기부가 일종의 왜곡된 인기경쟁이나 도박으로 변할 수도 있다.
즉 자선단체와 수혜자가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최선인 것이 아니라 기부자의 욕구나 죄책감에 호소하도록 왜곡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치는 반드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 즉 기부자의 요구에 맞추어 다른 집단인 수혜자보다 우선되도록 전위되거나 재지향될 수 있다.
자선단체의 중재 역할이 진행 중인 재난과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대체되면, 기부자가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은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방해받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로 인해 시스템에 대한 참여가 감소할 수도 있다.
자선단체에는 매우 섬세한 균형이 필요한 문제이다.
4.4 사례 D: Silent Herdsman
이 농업기술 플랫폼은 목에 착용하는 센서 칼라에서 수집한 실시간 데이터와 GPS, 머신러닝 기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결합한 가축 관리 의사결정지원시스템이다.
목에 착용하는 칼라는 소의 섭식행동, 발정징후, 반추 패턴을 감지해 번식 상태와 건강을 모니터링한다.
실시간 데이터는 분석된 뒤 의미 있는 정보로 변환되어 무선으로 농부의 기기에 전송되며, 농부의 의사결정과 농장 관리를 지원한다(Lee et al., 2022).
반구조화 인터뷰, 문서검토, 그래픽 유도법(graphic elicitation)의 세 가지 질적 연구방법을 활용한 결과, 플랫폼과 관련된 가치가 디자인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진화한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센서가 내장된 농업기술 플랫폼은 동물의 행동에 관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치가 식별되고, 다시 식별되며, 공동창출되는 지속적인 가치 공동창출 과정이 가능해졌다(Lee et al., 2020).
예를 들어 연구팀은 처음에는 소의 번식력을 모니터링하고 증가시켜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동물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다시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추가적인 윤리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가치의 공동창출 과정에는 데이터 전문가, 수의사, 유전학자, 농부, 소매업자, 유제품 생산자, 사료 공급업체 등 여러 행위자가 참여했다.
이러한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어려운 일이었으며(Lee et al., 2018), 행위자 사이에서 가치 충돌이 자주 발생했다.
시스템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개발되었지만 윤리적 가치를 전위시키고 파괴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00년 이상 축적된 전문성과 깊이 뿌리내린 관행을 보유한 농부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예측형 번식 모니터링을 채택하는 것과, 기존의 전문성 및 오랜 관행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것 사이에서 긴장을 경험했다.
또한 번식상태 모니터링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동물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동물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상의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가치창출과 가치파괴라는 개념을 보다 미묘하고 정교한 형태의 전위라는 관점으로 확장한다.
전위는 순간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가치창출과 균형을 이루거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으며, 사건이 발생한 뒤 또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미래의 잠재적인 가치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음 절에서는 데이터 기반 및 네트워크화된 제품과 서비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미묘한 역동성을 논의한다.
5. 연구결과 및 논의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가치창출을 위한 디자인과 관련해 세 가지 주요 공통점을 확인했다.
첫째, 가치는 단순히 공동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전위된다.
둘째, 단순한 이분법적 개념을 확장하기 위해 사례에서 관찰되는 가치변화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셋째, 디자인은 사용자, 기계, 이해관계자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가치 공동창출, 공동전위, 공동파괴가 계속 일어나도록 하는 핵심적인 촉진자 역할을 한다.
5.1 가치창출 디자인의 다면적 역동성
네 사례 모두에서 가치 공동창출, 공동전위, 공동파괴의 역동적이고 복잡한 특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기존 연구가 가치 공동창출과 가치 공동파괴를 주로 다루어온 데 비해 본 연구에서는 사용자와 시스템, 데이터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역동성을 설명하기 위해 가치 공동전위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가치 공동전위는 어떤 형태의 가치가 새롭게 등장하거나 우선시되면서 다른 가치를 밀어내거나 억압할 때 발생한다.
여러 가치가 동시에 존재하며 적극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가치긴장이나 가치협상과 달리, 공동전위는 하나의 가치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다른 가치가 사회기술시스템에서 주변화되거나 덜 보이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가시성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는 사회기술시스템에서 가치를 디자인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다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가치가 공동창출되고 실현됨
가치가 공동창출되지만 인식되지 않음
대안적인 가치가 등장하고 실현되면서 기존 가치가 공동전위됨
가치가 공동전위되어 다른 가치가 공동파괴되거나 감소함
가치 공동창출의 다면적 역동성은 표 1에 정리했다.
각 사례에서 가치와 가치관을 식별하고 분류할 때에는 2.1절에서 제시한 개념을 활용했다.
사례 A는 가치 공동창출, 공동전위, 공동파괴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디자인 연구자들은 처음에 사회적 가치와 가치체계, 즉 윤리적·환경적 고려, 고품질 커피를 즐기는 경험적 가치, 사용자와 생산자 사이의 진정성 있는 관계라는 의미의 공동창출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사용자와 생산자 사이의 진정성 있는 관계라는 의도된 가치는 실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직접적이고 개인화된 관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형태의 가치 공동전위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을 하고 무료 커피나 비트코인을 얻는 교환가치가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로 등장하면서 원래 의도한 가치가 공동전위되었다.
동시에 ‘빠르고 편리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이라는 경험적 가치와 커피를 둘러싼 공동체 활동이라는 사회적 가치 및 가치체계는 감소했고, 따라서 공동파괴되었다.
사례 D에서는 소의 번식률을 높이는 경제적 가치와 농장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경험적 가치를 여러 행위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 의도되었다.
그러나 경험적 가치는 거의 실현되지 않았고, 농부의 전통적인 전문성과 오랜 관행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면서 경우에 따라 경험적 가치가 공동파괴되었다.
동물행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면서 동물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것과 관련한 윤리적·경제적 가치가 새롭게 전위되어 나타났지만, 동시에 동물의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윤리적 가치가 또 다른 방식으로 전위되는 결과도 발생했다.
표 1. 각 사례에서 나타난 가치 공동창출, 공동전위, 공동파괴의 다면적 역동성
사례 전반에서 가치는 안정된 결과가 아니라, 공동창출·공동전위·공동파괴가 동시에 관계적으로 발생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나타난다.
연구결과는 디자인 의사결정이 행위자와 맥락 사이에서 가치를 재분배하며, 특정한 가치는 실현되는 반면 다른 가치는 주변화되거나 감소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자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Arturo Escobar(2018)의 ‘존재론적 점유(ontological occupation)’ 개념과도 연결된다.
이 개념은 지배적인 디자인 패러다임, 특히 데이터 기반 시스템이 가능성의 공간을 제한함으로써 대안적인 가치체계를 비합리적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음을 강조한다.
5.2 실현되지 않은 대안적 가치는 공동파괴가 아니라 공동전위이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공동창출한 가치가 이전에 인식되지 않았던 다른 형태의 가치 또는 다른 이해관계자의 이해관계를 의도하지 않게 대체하는 독특한 전위의 역동성을 관찰했고, 이를 바탕으로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이 프레임워크는 가치 공동창출, 공동전위, 공동파괴의 다면적인 역동성을 포착한다.
그림 2. 인간-데이터 상호작용에서 가치 공동창출, 공동전위, 공동파괴

가치 공동파괴는 자원의 통합이 어떤 당사자의 웰빙을 감소시킬 때 발생한다(Plé and Cáceres, 2010; Engen et al., 2021).
반면 가치 공동전위는 의도했던 가치의 공동창출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다른 장소나 다른 주체에게 대안적인 가치가 등장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례 B에서는 한 개인이 사망한 후 데이터가 갖고 있던 정서적·감상적 의미와 같은 개인적 가치가 단순히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행위자의 가치로 전위된다.
가족이나 기업이 데이터를 상속하거나 접근권을 획득하면서 경제적 가치 또는 사회적 가치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을 확장하면 사례 C에서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기부가 이루어질 경우 기부자, 자선단체, 수혜자의 가치와 이해관계가 깔끔하게 일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데이터의 구체성과 즉각성은 이들을 지나치게 긴밀하게 연결하는 위험도 가져온다.
기부를 데이터 기반의 특정한 트리거와 강하게 연결하면, 전통적으로 자선단체가 민감한 사건을 적절하게 맥락화하고 설명하던 중재 역할이 제거된다.
이러한 중재가 사라지면 재난이나 고통을 나타내는 데이터의 의미가 기부자에게 본능적인 공포와 죄책감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정서적 반작용은 기부를 통해 다른 사람을 도왔다는 긍정적인 가치와 충돌하면서 이를 공동전위시킬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부과정에서 이탈하게 되고 결국 장기적인 가치파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전위의 역동성은 서로 다른 가치체계가 교차하는 데이터 집약적 환경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Anne-Marie Willis(2006)의 “우리가 세계를 디자인하는 동안, 세계 역시 우리에게 되돌아와 우리를 디자인한다”는 관찰은 디지털 경제가 어떻게 가치 자체를 반복적으로 재형성하는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지를 설명한다.
데이터의 흐름은 새로운 가치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다른 형태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전위한다.
경제적 가치는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반면 사회적 비용은 사용자에게 분산된다.
인간-데이터 상호작용에서 디자이너는 서로 다른 가치체계를 중재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데이터의 수집, 표현, 우선순위 설정 자체가 가능한 생태계를 능동적으로 구성하면서 가치가 여러 차원, 시간,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전위되도록 한다(Speed, 2023).
데이터는 사용자와 시스템 전반에서 여러 종류의 가치가 등장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가치 공동전위를 가능하게 하며, 그 결과 디자인 과정은 지속적이고 유동적이며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Lee, 2022).
데이터 기반 사회기술시스템에서는 가치가 고정되거나 미리 정의된 형태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역동적으로 진화한다.
디자이너가 상호작용의 초기 규칙이나 인프라를 정하더라도, 이후 나타나는 가치는 데이터 흐름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결과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이러한 역동성은 자선기부 사례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참여를 높이기 위해 개발한 자동기부계약은 참가자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흥분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이러한 결과는 데이터 기반 상호작용이 최초의 디자인 의도를 넘어 가치의 우선순위를 재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새로운 가치가 상호작용을 통해 등장하면서 가치전위가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5.3 지속적인 가치 공동창출·공동전위·공동파괴를 가능하게 하는 디자인
디자인은 여러 가치 사이에 경로나 다리를 만든다.
이러한 가치는 개인이 디자인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실현되고 구체화되며, 그 결과 가치는 공동창출되거나 공동전위되거나 공동파괴된다.
데이터는 지속적인 가치 공동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Lee et al., 2022) 가치 공동전위에도 기여한다.
일반적인 사무실 커피머신을 Bitbarista로 교체했을 때, 의도하지 않게 사무실 동료 간의 관계보다 기계와의 교환가치 관계가 우선되었다.
참가자에게 경험적 가치인 커피의 품질보다 윤리적 가치를 직접 선택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윤리적 일치감을 느끼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커피 생산자와 더욱 진정성 있는 관계를 형성하도록 만들지는 못했다.
이 디자인에는 두 가지 의도가 동시에 존재했다.
첫 번째는 기계의 자율성을 실제로 구현하고 결과를 탐구함으로써 기계의 자율성이 사회기술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산지 데이터를 통합하는 것이 사회기술시스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이 두 가지 의도는 상호작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교차했다.
기계와의 경제적 거래가 도입되면서 사회적 가치가 전위되었고, 이는 다시 애초의 윤리적 의도와 충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C에서도 기부계약이 실행될 때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등장했다.
기부가 이루어지면 일부 참가자는 ‘만족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죄책감’도 느꼈다.
이 사례에서 탈중개를 촉진하는 디자인은 만족감을 통해 참여를 높임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갖는다.
그러나 중개자가 제공하던 보호막을 제거함으로써 기부자에게 죄책감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참여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디자인 연구자는 개인, 집단, 사회가 가진 가치와 일치하거나 의미 있게 공명하는 디자인 제품과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실제 디자인 의사결정에서는 여러 종류의 가치를 불가피하게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고, 전위시키거나 서로 연결한다.
데이터 기반 사회기술시스템에서 디자이너는 데이터, 사용자, 조직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가치변화가 공동전위될 수 있으므로 가치의 결과가 원래 의도한 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디자이너가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고, 성찰적 또는 예측적 도구를 활용해 잠재적인 가치긴장과 가치전위를 드러낼 것을 권고한다.
또한 본 논문에서 제안한 것과 같은 정교하고 민감한 프레임워크와 용어를 활용해 이러한 가치 구성을 파악하고 이해함으로써 디자인 과정 중이나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복잡한 역동성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디자인의 비판적 역할은 특정한 가치구성을 물질화함으로써 어떤 미래가 가능한 상태로 남고 어떤 미래가 실현되지 못하게 될지를 형성하는 데 있다.
이는 Fry(2009)와 Tonkinwise(2015)를 비롯한 디자인 연구자들이 지적해 온 바와 같다.
6. 결론
본 논문은 서술적 사례연구 방법을 채택하여 디자인 연구에서 가치의 역동성을 시스템적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한 초기 단계의 틀을 제안한다.
가치 공동창출과 공동파괴라는 이분법적 관점을 넘어 가치 공동전위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데이터 집약적 환경에서 가치 공동창출·공동전위·공동파괴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포착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가치 공동전위는 여러 가치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적극적으로 균형을 이루거나 대립하는 ‘가치긴장’과는 다르다.
가치 공동전위는 하나의 가치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사회기술시스템 안에서 다른 가치와 다른 가치평가 방식을 밀어내고 주변화시키는 상황을 의미한다.
우리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에서 가치가 단순히 창출되거나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재분배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가치 공동전위는 디자인이 가치체계를 형성하는 핵심적인 메커니즘이다.
가치 공동전위를 디자인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인식하면, 의도적으로 공동창출한 가치가 의도하지 않게 다른 가치를 공동전위하거나 공동파괴할 수 있다는 보다 정교한 가치 이해가 가능해진다.
본 연구에서는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가치의 역동성을 네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공동창출되고 실현되는 가치
공동창출되지만 인식되지 않는 가치
공동전위되고 실현되는 가치
공동전위되어 감소하거나 파괴되는 가치
이러한 역동성은 특히 상호연결된 인간-데이터 생태계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과정 전반에서 세밀한 가치와 가치관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디자이너가 가능한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성찰적·예측적 접근을 활용해 잠재적인 가치긴장과 가치전위를 확인하도록 권고한다.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것과 같은 정교한 프레임워크와 용어는 이러한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사례연구는 디자인 연구자의 성찰적 설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분석의 엄밀성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보다 구조화되고 참여적인 연구방법을 활용해 실제 디자인 의사결정이 가치의 역동성을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심화해야 한다.
또한 공동창출과 공동파괴뿐 아니라 가치 공동전위를 함께 인식할 수 있는 접근법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감사의 글
본 연구는 엑서터대학교 Business School Transformative Research Fund와 다음 UKRI 연구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았다.
PETRAS(EPN02334X1), OxChain(EP/N028198/1), DECaDE(EP/T022485/1).
저자들은 Designing Interactive Systems Conference 2025 워크숍 참가자들이 제공한 기여에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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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보연 Boyeun Lee
Boyeun Lee는 엑서터대학교 디자인·혁신 분야의 강사(Lecturer in Design and Innovation)이다.
그의 연구는 디자인이 디지털 혁신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탐구하며, 특히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서 가치창출을 위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Ella Tallyn
Ella Tallyn은 HCI 분야에서 15년간 연구해 왔으며, 현재는 분산형 시스템에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번역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DECaDE Centre for the Decentralised Digital Economy에서 분산형 데이터 기반 디자인이 사회기술생태계의 가치, 소유권, 형평성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연구한다.
Ramprabu Thangaraj
Ramprabu Thangaraj는 미국 뉴저지공과대학교(NJIT)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 박사과정 연구자이다.
그의 연구는 생애말기 계획에 초점을 맞추며, 고령자가 자신의 유품과 기록을 어떻게 선별하고 관리하는지, 그리고 디자인과 AI가 기억과 세대 간 의미형성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Chris Elsden
Chris Elsden은 에든버러대학교 Institute for Design Informatics의 서비스디자인 Chancellor’s Fellow이다.
혁신적인 디자인 연구방법을 활용하며, 다양한 질적·사변적 참여 연구를 통해 기술 및 가치와 새롭게 형성되는 관계를 조사한다.
Chris Speed
Chris Speed는 RMIT Melbourne의 재생적 미래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Regenerative Futures) 교수이자 Regenerative Futures Institute 소장이다.
그의 연구는 다원적 미래를 위한 디자인, 관계적 사고의 함양, 디자인·데이터과학·사회혁신을 연결하는 학제적 교육방법 개발을 탐구한다.
* 번역 : 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