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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료)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넘어 정책디자인으로 - 김세은 전 세종시 공공서비스디자이너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넘어 정책디자인으로

세종시에서 5년간 정책을 디자인하며 확인한 가능성과 한계

김세은 전 세종시 공공서비스디자이너

 

김세은은 2026년 8월13일, 2026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정책디자인연구회 세션에서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넘어 정책디자인으로>라는 제목으로 세종시 기획조정실 산하 법무혁신담당관실에서 서비스디자이너로 5년간 근무하며 정책 기획과 개발, 실행에 참여한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서비스디자이너”보다 “정책을 만드는 정책디자이너”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공공조직에서 서비스디자인이라고 하면 시각디자인이나 웹디자인을 떠올려 포스터나 웹사이트 제작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자신이 실제로 했던 일은 이미 정해진 정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풀어야 할 문제를 시민의 경험을 통해 다시 살펴보고, 필요하면 정책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자체는 어떻게 하나 알아봐”에서 시작되는 정책


김세은은 먼저 지방정부에서 정책이 만들어지는 현실을 설명했다. 지자체의 업무는 담당부서가 원래 수행해야 하는 업무, 중앙정부에서 새롭게 내려오는 사업, 선출직 기관장의 공약사업 등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갑자기 새로운 정책을 기획해야 할 때 흔히 나오는 첫 번째 지시는 “다른 지자체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라는 말이라고 했다. 담당자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변의 큰 지자체에 전화해 비슷한 사례를 찾은 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 가운데 괜찮아 보이는 것을 참고해 사업을 기획하게 된다. 

김세은은 이러한 방식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폐쇄적이고 탑다운 방식에 익숙한 조직문화, “하던 대로 하자”는 관성, 새로운 시도에 대한 거부감, 순환보직, 선출직 지자체장 교체에 따른 정책의 변화, 정책디자인에 대한 낮은 인식 등을 들었다. 이를 ‘여우와 두루미’의 이야기에 비유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에게 시민을 배려하려는 마음과 계획, 예산이 있더라도 정책 수요자의 특성에 맞는 ‘그릇’이 없다면 결국 모두에게 같은 방식의 정책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상이 달라지면 정책을 담는 그릇도 달라져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김세은이 제시한 정책디자인의 핵심 목표는 ‘지역 맞춤화’였다.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정책이나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정책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인구구조와 연령, 지리적 조건, 문화적 배경, 주민의 인식, 재정상태, 산업과 자원, 지역 거버넌스와 민간 생태계, 현안과 정책 수용성 등을 고려해 다시 해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세종시는 정부가 계획해 만든 젊은 도시이고, 신도심과 읍면지역의 격차가 크며, 전국에서 이주해 온 주민이 많고, 중앙부처와 연구기관 종사자가 많은 등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조건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역자치단체이면서 별도의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층제라는 행정구조 역시 세종시 정책을 이해할 때 중요한 특성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을 만나면 처음의 정책문제가 달라진다


김세은은 세종시에서 직접 진행한 네 가지 정책디자인 사례를 통해 정책디자인을 적용했을 때 처음 주어진 문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는 아동학대 정책이었다.
> 관련 자료 : 2021 국민정책디자인 우수사례 “미안해 나도 아빠 · 엄마가 처음이야..” - 세종시 (행안부장관상)
정인이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신고와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세종시에서도 관련 정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세종시 아동학대 신고 가운데 청소년의 자가신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나타났다. 현장을 조사하고 담당자들의 경험을 들어보면서 단순한 신고체계의 문제가 아니라 높은 학업 스트레스와 부모·자녀 갈등, 부모 역할의 어려움 등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해결방향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동학대 신고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했지만, 조사 이후에는 아동·청소년·부모를 함께 고려하는 관계회복과 상담,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문제가 재정의됐다. 그러나 실행단계에서 아동학대 담당부서는 청소년 관련 문제를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고 했고, 청소년 담당부서 역시 자신들이 시작하지 않은 사업을 갑자기 맡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추가 워크숍까지 진행해 여러 아이디어를 만들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신중년센터였다.  

당시 다른 광역자치단체에는 신중년센터가 있었지만 세종시에는 없었고, 새 센터를 만들면서 시민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조사하게 됐다. 대부분 지역의 신중년 정책은 50~64세 은퇴자의 재취업과 창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세종시도 일자리 관련 부서가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세종시의 신중년을 만나보니 다른 요구가 나타났다. 30~40년간 직장과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사람들은 다시 취업하는 것보다 젊은 시절 포기했던 꿈이나 취미를 찾고 싶어 했고, 또래와 관계를 만들거나 봉사와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려는 요구도 컸다.

이에 김세은은 신중년센터를 단순한 취·창업 지원공간이 아니라 자아실현과 지역사회 연결을 중심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취미가 작은 사회활동과 지역사회 기여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상했다. 그러나 담당부서는 계속 일자리정책 부서였고, 제안한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도시농업이었다.  

> 관련 자료 : 2023 국민정책디자인 우수사례 ‘태어난 김에,도시농부’ -초보 도시농부 육성프로젝트 - 세종시 (행안부장관상)

중앙정부에서 도시농업 활성화가 강조되던 시기에 세종시 역시 관련 정책을 추진했지만, 조사해보니 이미 세종에서는 도시농업 활동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와 외로움을 느끼던 여성과 신중년들이 도시농업을 통해 관계를 만들었고, 신도심과 원도심 주민이 교류하는 장이 되기도 했다. 오랫동안 활동한 도시농부들은 실제 농부에 가까운 실력을 갖고 상당한 수확물을 생산하고 있었지만 판로가 부족했다. 도시농부들을 신중년센터와 연결해 초보 도시농부를 가르치는 강사로 참여시키고, 지역 대학생과 함께 팜파티 형태의 활동을 하는 방안 등을 구상했다. 실제 일부 프로그램은 별도의 홍보가 거의 없어도 빠르게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예산이 줄면서 사업이 축소됐고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네 번째는 세종한우 지역브랜드 개발이었다. 처음의 과제는 세종시에도 다른 지역처럼 고유의 한우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의 한우브랜드와 경쟁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사해보니 이미 전국에는 많은 지역 한우브랜드가 존재했고, 세종에서 생산되는 한우는 싱싱장터 등을 통해 지역 안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문제는 시민들이 자신들이 구매하는 한우가 세종에서 생산된 것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세종에서 생산되는 양을 세종시민이 지역 안에서 소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신규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경쟁시키기보다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시민에게 이미 먹고 있는 한우가 세종한우라는 사실을 알리고 지역 생산자와 시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이 사례는 담당부서에서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세종한우대왕’ 브랜드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정책디자인의 필요성과 조직 안에서 부딪힌 한계


김세은은 이 네 사례를 통해 현장에서 느낀 정책디자인의 필요성을 “중앙의 천편일률적인 정책을 우리 지역과 주민의 삶에 맞게 완전히 재해석하고 재설계하는 작업”이라고 정리했다. 다른 지역의 정책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민을 만나고 지역의 조건을 조사함으로써 처음의 정책문제와 다른 문제를 발견하고, 그에 맞게 정책을 다시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 내부에서 이를 실행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처음 세종시에 채용됐을 당시에는 정책디자인을 알고 있는 부서가 거의 없었다. 근무 1~2년 차에는 연초 주요업무계획을 직접 검토하고 정책디자인을 적용해볼 만한 부서를 찾아다니며 제안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3년 차부터 조금씩 부서에서 찾아오기 시작했고, 4년 차에 전 부서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을 때는 여러 부서에서 정책디자인 지원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인식이 달라졌다. 정책디자인이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데에도 여러 해가 걸렸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정책디자이너 개인의 권한이었다. 여러 부서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문제를 발견하더라도 업무분장이 강하게 나뉘어 있고, 담당부서가 실행하지 않겠다고 하면 정책디자이너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특히 임기제 6급 실무자라는 위치에서 다른 부서를 조정하기는 어려웠고, 선출직 기관장의 공약과 우선순위에 따라 사업의 중요도 역시 달라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김세은은 정책디자인이 자리 잡으려면 기관장의 의지와 함께 강한 조정기능을 가진 정책디자인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발표자료에서는 단체장 직속의 ‘정책디자인랩(Policy Lab)’을 두고 정책디자인 전담팀, 공약 담당 공무원, 현장 시민과 이해관계자, 분야별 민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공약 이행과 주요 업무를 정책디자인과 연결해 현장 데이터를 통해 실효성을 사전에 검증하고, 예산을 절감하며, 소규모 파일럿을 거쳐 본예산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정책디자인이 특정 정치적 방향과 함께 사라지는 사업이 아니라 어느 정부에서도 지역의 현실에 맞게 정책을 조정하는 기능으로 작동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I SEE YOU”, 시민을 제대로 아는 정책


발표를 마치며 김세은은 “최고의 정책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디자인을 “I SEE YOU”라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시민을 보고, 알고, 이해하는 데서 정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화려하거나 거창한 정책보다 시민의 삶을 따뜻하게 하고, 불편한 하이힐보다 “내 발에 꼭 맞는 운동화 같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앙에서 만들어진 정책을 그대로 집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민과 지역의 실제 상황에 맞게 다시 디자인하면 정책의 완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세종시에서 이루어진 여러 시도와 시행착오가 앞으로 공공행정을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세은 전 세종특별자치시 공공서비스디자이너 

(학력) 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 석사

(경력) 前)아시아나 항공 국제선 캐빈서비스팀 부사무장(2006.12.~2016.4.)

      前)크리에이티브 다다 서비스디자인 책임연구원(2019.8.~2020.12.)

      現)세종특별자치시 공공서비스디자이너(2020.12.~ 현재)

(전문 분야) 정책 기획·개발 / 정책디자인, 공공서비스디자인

 

참고한 자료
김세은,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넘어 정책디자인으로 — 세종시 사례 중심으로」, 2026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정책디자인연구회 발표자료.
2026 한국정책학회 정책디자인연구회 발표·토론 녹취, 2026.8.13. 

관련 자료

* 김세은 서비스디자이너가 실행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우수과제 보기... 
[인터뷰] 공공서비스디자인 7. 정성으로 만드는 정책, 사람 중심 행정의 길 - 지자체 소속 마지막 공공서비스디자이너 김세은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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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정책디자인연구회 세션

2026.8.13.(목)  13:00~14:20 (80분)

장소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B2 학습연구실 (12분과)

사회 | 배유일 동아대학교 교수

주제 1. 싱가폴 정부 내 정책디자이너의 연결적 행위주체성(relational agency)에 대하여 - 김아미 성균관대학교 국정평가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주제 2.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넘어 정책디자인으로: 세종시 사례 - 김세은 전 세종시 공공서비스디자이너

주제 3. 정책디자인의 역할과 과제 - 윤성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안전 디자인실장

정책디자인의 시대로의 전환과 과제 - 2026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중 정책디자인연구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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