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정부 내 정책디자이너의 연결 역량(relational agency)에 대하여
김아미 성균관대학교 국정평가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이정주 School of Design, RMIT University 정교수 공동연구
김아미 박사는 2026년 8월13일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정책디자인연구회 세션에서 <싱가폴 정부 내 정책디자이너의 연결 역량(relational agency)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싱가포르 정부 안에서 정책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역할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의 배경
세계적으로 공공정책과 서비스 문제에 디자인 방법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정부조직 안에도 새로운 유형의 디자이너, 디자인 실천가가 등장하고 있다. 그 예로 영국 중앙정부에 약 3,000명의 디자이너가 있으며 이 가운데 다수가 서비스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일본에서도 2021년 디지털청 설립과 2022년 경제산업성(METI)의 Japan+D 활동 등을 계기로 정부 내 서비스디자이너 고용이 생겨나고 있다. 연구의 출발점은 이렇게 정부 안에서의 디자이너, 디자인 실천가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떠한 경력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정책디자이너가 누구인가
정책디자이너라는 개념 자체는 아직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 본 연구자들은 디자인 연구와 정책 연구를 함께 검토하며 이 개념에 대해 살펴보았다. Whicher와 Swiatek(2022)은 영국과 라트비아 정부 사례를 연구하면서 정책디자이너를 “공공서비스와 정책 개발에 있어 디자인 접근을 활용함으로써 공공영역 전환에 집중하는 새로운 디자이너 집단”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서비스디자이너, 콘텐츠디자이너, UX·UI디자이너 등과 정책디자이너의 경계가 어디인지를 분명하게 하지 않았다.
Kimbell, Durose, Kattel, Richardson(2025)의 영국 정부에서의 연구에서는 ‘Public Design’이라는 범주 안에 서비스디자이너, 디지털디자이너 등이 정책과정의 특정 단계에 배치되어 있고, 정책디자인은 정책과정 전반에 관여하는 것으로 표현하였다. 한편 Junginger(2017)는 디자인이 정책의 실행단계에서만 활용되는 것보다 정책 형성과 정책 실행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때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여기에서 그렇다면 정책디자이너는 정책의 모든 단계에 관여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반면 정책학자들(Cairney, 2021; Howlett, 2014)은 정책과정 자체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여러 정책수단과 조직, 행위자가 함께 관여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실제 정부조직에서 정책 형성과 실행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정책디자이너가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선행연구를 토대로 “정책디자이너는 어떤 직업 또는 역할이며, 이들은 정부조직 안에서 어떻게 제도화되고 있는가?”를 연구질문으로 설정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연구 대상은 싱가포르 정부에서 정책과 서비스 문제에 디자인 접근을 활용하고 있는 공무원들이며, 디자인직 공무원과 일반직 공무원을 모두 포함했다. 연구팀은 정책의 실행단계뿐 아니라 정책 형성의 앞단에 관여하는 역할을 살펴보기 위해 미드·시니어급 공무원을 중심으로 7명을 인터뷰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공공부문 채용 플랫폼 Career@Gov의 채용공고와 정부 발행 매거진 Ethos, Challenge의 관련 기사에 대한 문서분석을 더했다. 직업 발달에 대한 이론을 프레임워크로 사용하여, 정책디자이너가 하는 일(task), 주변 직업과의 관계, 제도화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 주제분석을 실시하고, 인터뷰와 문서자료를 서로 비교하는 삼각검증도 수행했다.
싱가포르를 연구 맥락으로 선정한 것은 싱가포르 정부가 아시아에서 디자인 역량을 정부조직 내부에 적극적으로 내재화해 온 사례이기 때문이다. Lee와 Ng (2025)에 따르면, 싱가폴 정부는 장기 집권해 온 인민행동당(PAP)이 2011년 선거에서 안 좋은 결과를 경험한 이후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했고, 정부의 권위주의적·가부장적 이미지를 시민중심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하나의 접근으로 인간중심디자인을 적극 활용했다.
정책디자이너가 하는 일: 다운스트림에서 업스트림으로
첫 번째 연구결과는 정부 안의 디자이너를 다운스트림 디자이너와 업스트림 디자이너로 구분할 수 있으며, 특히 업스트림 디자이너가 정책디자이너의 역할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운스트림 디자이너는 정책 실행단계에서 정책담당자의 요구에 따라 서비스 결과물을 디자인한다. 예를 들어 정책의 목적과 방향이 이미 정해진 뒤 웹사이트나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이를 구현하는 경우다.
반면 업스트림 디자이너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사용자 인사이트를 이용해 상위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영향력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낮은 수준에서는 사용자 인사이트를 정책담당자에게 조언하는 정도이지만, 더 적극적인 경우 정책 변경을 요구하거나 정책담당자와 함께 정책을 디자인한다. 더 높은 수준에서는 정책과정의 처음부터 끝(end-to-end)까지 관여하면서 디자인 접근과 데이터, AI 등을 결합해 정책과정 자체의 변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경우 정책디자이너는 시니어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두 번째 연구결과는 정책디자이너가 시민과 정책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이자 정부조직과 정책과정의 변화 에이전트로 역할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참여자들은 전통적인 정책가가 상대적으로 거시적·정량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한다면, 자신들은 그 사이에서 시민의 니즈와 정책을 연결하는 연결자로 인식했다. 또한 디자인사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학, 변화경영, AI, 시스템 사고, 시나리오 플래닝 등 여러 방법을 결합해 실제로 무엇이 작동하는지를 실험하고 이를 정책가들에게 가르치고, 함께 정책과정을 바꾸려는 변화 에이전트의 모습도 관찰됐다.
세 번째 결과는 정책디자이너가 디자이너와 정책가 사이의 하이브리드 역할이지만 아직 제도화는 초기 단계라는 것이다. 정책디자이너라는 개념에 대한 합의된 이해가 없고 명확한 경력발전의 경로도 부재하였다. 무엇보다 디자인 전문성만으로 정책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의 언어와 정부의 업무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게 요구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네 번째 연구결과는 정책디자이너의 역할이 반드시 개인 한 사람의 역량으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의 맥락에 따라, 한 조직 안에서 정책 형성과 실행의 피드백이 연결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정책디자이너의 역할을 그 시스템이 수행할 수 있다. 반대로 정책 형성과 실행이 여러 조직에 나뉘어 있을 경우에는 이를 연결하기 위한 별도의 방식이 필요했다.
그 방식으로 싱가포르 GovTech의 forward deploy 전략이 발견되었다. 특정 부처가 디자인서비스를 요청했을 때 GovTech가 결과물만 제작해주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직원을 해당 부처로 보내 함께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해당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하면서 정책담당자의 상황과 정책문제를 더 깊게 이해하도록 해 디자이너가 정책 실행의 뒤쪽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 형성의 앞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업스트림 디자인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정책디자이너의 ‘연결 역량’과 제도화
김아미 박사는 연구 결과를 종합해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디자이너를 “정책과정에 디자인 방법론을 적용하는 새로운 디자인 직업이라기보다 정책과 시민, 정책 형성과 실행 단계, 정책과 다학제적 혁신 실천을 연결함으로써 정책과정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정책가와 디자이너 사이의 하이브리드 역할”로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을 기존 정책가와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연결 역량(relational agency)을 제시했다. 이는 직업의 사회학에 대한 연구 중, Noordegraaf(2020)가 오늘날 새롭게 생겨나는 많은 하이브리드 직업들이 가지는 특징으로,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역량으로 설명했다.
또한, 정책과정이 복잡하고 여러 조직에 분산되어 있더라도 forward deploy와 같은 전략이나 정책과정 자체의 재디자인을 통해 정책 전반에 관여하는 정책디자이너의 역할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다만 정책문제와 조직의 맥락에 따라 복잡성이 크게 달라지므로 다양한 정부와 정책영역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정책디자이너를 단순히 정부조직에서 디자인 방법론을 실행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정책과정의 연결적 행위자(relational agent)로 본다면, 이는 정책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므로 앞으로 정부조직 안에서 이러한 역할을 어떻게 육성하고 제도화할 것인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요 참고문헌
Cairney, Paul. (2021). “The Politics of Policy Design.” EURO Journal on Decision Processes, 9, 100002. DOI- Howlett, Michael. (2014). “From the ‘Old’ to the ‘New’ Policy Design: Design Thinking beyond Markets and Collaborative Governance.” Policy Sciences, 47(3), 187–207. DOI
- Kimbell, Lucy, Catherine Durose, Rainer Kattel & Liz Richardson. (2025). Public Design in the UK Government: A Review of the Landscape and Its Future Development. 원문 PDF
- Lee, Jung-Joo & Debbie Ng. (2025). “Service Design in the Context of Pragmatic Governance: Cases of the Singapore Government.” In Plurality and Cultural Specificity of Service Design in East and Southeast Asia. Springer. DOI
- Noordegraaf, Mirko. (2015). “Hybrid Professionalism and Beyond.” Journal of Professions and Organization, 2(2), 187–206. DOI
- Noordegraaf, Mirko. (2020). “Protective or Connective Professionalism?” Journal of Professions and Organization, 7, 205–223. DOI
- Whicher, Anna & Piotr Swiatek. (2022). “Rise of the Policy Designer—Lessons from the UK and Latvia.” Policy Design and Practice, 5(4), 466–482. DOI
- Junginger, Sabine. (2017). Transforming Public Services by Design. Routledge.
김아미 박사는 네델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디자인의 방법론을 공공 정책과 서비스의 맥락에서 활용하는 '정책을 위한 디자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성균관대 국정평가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시스템 사고와 디자인 접근이 결합된 '시스테믹 디자인'을 통한 공공 및 사회혁신이 관심사이다.
이정주 교수는 RMIT 대학교 디자인스쿨의 교수이자 연구·혁신 부학장(Associate Dean, Research and Innovation)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서비스디자인과 코디자인이며, 특히 공공부문 혁신, 신기술, 돌봄경제에서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Design Research Society의 국제자문위원회 위원, ServDes Conference의 선임 과학위원회 위원, 그리고 학술지 Designing의 선임 편집위원(Senior Editor)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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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정책디자인연구회 세션
2026.8.13.(목) 13:00~14:20 (80분)
장소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B2 학습연구실 (12분과)
사회 | 배유일 동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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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2.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넘어 정책디자인으로: 세종시 사례 - 김세은 전 세종시 공공서비스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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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디자인의 시대로의 전환과 과제 - 2026 한국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중 정책디자인연구회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