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탄생, 그리고 디자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국내 소개된 책의 저자인 사회학자 하비 몰로치(Harvey Molotch)는 이렇게 말했다. 상품의 사회학, 소비의 인류학에 초점을 둔 그는 상품의 흐름과 소비의 코드를 바탕으로 세상을 읽었다.
그가 주목했던 ‘세상을 바꾸는 상품’, 그리고 그런 ‘상품을 만드는 디자이너’의 관계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상품과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고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을 보고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추측하는 것처럼, 이제는 한 시대의 상품이 또 그 상품의 디자인이 특정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할지도 모른다.
워크맨처럼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베스트셀러와 그 디자인으로 당시 사람들이 물건을 통해 얻고자 했던 바를 짐작할 수 있다면, 한 카테고리의 물건이 변화해온 모습은 라이프스타일의 변천사를 훑어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태양광 휴대전화 충전소가 된 영국의 빨간색 전화 박스
첫째는 휴대폰 보급에 밀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공중전화 박스다.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는 영국 하면 떠오르는 아이콘 중 하나. 1924년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콧(Giles Gilbert Scott)이 디자인한 것으로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빨간색 공중전화 박스. 1924년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콧이 디자인한 것으로 여전히 영국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런던 전역에 8000여 개의 공중전화 박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