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용 전문 가구 브랜드, 퍼시스에서 선보인 '높이 조절 데스크'
처음 스탠드 책상을 봤을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출근 길, 다른 부서에 들렀다가 회사에서 시범 사용 중인 스탠드 테이블을 목격했다. 앉아서 일하는, 낮은 책상이 전부인 사무실에 기린처럼 홀로 껑충한 책상을 봤을 때의 생경함이라니. 서서 일 하면 다리가 안 아플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잠시만 서 있어도 앉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종일 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근무하는 것이 핵심. 장시간 앉아있다 보면 소화도 안 되고 다리도 저리며 허리도 아픈데, 몸이 뻐근하거나 불편할 때 마다 주기적으로 자세를 바꿀 수 있으니, 신체 건강에도 좋고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을 끌어올리는데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 새로운 책상의 디자인적, 시스템적 철학이자 가치이다.
스탠드 테이블은 기 사용자와 척추 질환 전문의, 선도적 사주(社主)의 결단을 동력 삼아 점차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1953년 영국 의학전문지 <란셋(Lancet)> 등에서는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행태를 “새로운 흡연(The New Smoking)”이라 규정하며, 사무실에서 될 수 있는 한 ‘착석’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복지의 왕국 덴마크에서는 하루 3시간 이상 서서 일을 하는 것이 집중력과 업무 효율성, 신체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끼친다는 의학계의 자문을 근거 삼아 스탠드 테이블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관련 법 조항까지 마련해 이미 90%가 넘는 사업장에서 스탠드 책상을 사용하고 있다. 책걸상은 근로자가 매일 온몸으로 느끼는 ‘복지’인데 사용자들이 만족하고 신체에도 긍정적 효과를 끼친다니 사주 입장에서도 고려해 볼 만 한 이슈가 되는 것이다.
유럽의 새로운 디자인 영역, 스탠드 테이블
이런 움직임과 사고의 전환이 맞물리면서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스텐드 테이블이 출시됐다. 리더는 역시 북유럽으로 디자인의 완성도가 높다. 옌센플러스(Jensenplus)사에서 선보인 ‘K2’ 전동식 높이조절 책상이 대표적. 양쪽 다리를 비대칭으로 디자인해 조형미가 남다르다. 블랙에서 옐로, 레드 등 다양한 컬러를 선택할 수 있으며, 특수 리프팅 기술을 적용해 높이 조절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도 최소화했다.
비트라(Vitra)에서 선보인 ‘타이드’(Tyde) 역시 아름다운 디자인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듀오 로낭 & 에르완 부훌렉(Ronan & Erwan Bouroullec)과 협업한 제품. 얇은 상판과 다리, 책상 뒤쪽으로 게의 등딱지처럼 결합할 수 있는 컬러별 사각 스크린 겸 수납대의 조합이 매력적이다. 컴퓨터 선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케이블체인도 따로 두어 애플의 디자인처럼 ‘깨끗한’ 느낌. 스탠드 테이블이라고 하면 아직까지 기능성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 제품을 본다면 디자인이 먼저 들어올 것이다.
스텐드 테이블이 덴마크를 중심으로 유럽 일대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근로자의 복지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인식 덕분이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시하는 것이 이들이 생각하는 ‘복지’이고 스탠드 테이블은 이런 복지의 구체적 실천 방안 중 하나다.
빠르고 간편하게, 내게 꼭 맞는 높이로
한국에서는 사무 가구 전문 브랜드인 퍼시스가 높이 조절 데스크를 선보인다. 원목 상판과 철제 다리를 결합한 제품으로 양쪽에 제법 큰 서랍을 ‘장착’하고 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표준 체형을 고려해 책상 높이를 650~1,100mm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버튼만 누르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높이로 세팅할 수 있다.
책상 한쪽에 칼로리 소모 디스플레이 창을 장착해, 서서 일하면서 어느 정도 운동 효과를 보았는지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도 있다. 퍼시스의 손으뜸 사원은 “높이 조절 데스크의 수요는 국내에서도 증가하는 추세로 최근 한 출판사에서는 100여 명 직원의 사무용 책상을 스탠드 데스크로 전면 교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퍼시스의 높이 조절 데스크는 컴퓨터 본체와 멀티 탭을 위한 ‘히든 스페이스’를 따로 두어 더욱 간결한 디자인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