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패션디자이너 이가 벵글린스카( Iga Węglińska)가 착용자의 감정 상태에 반응해 색이 바뀌거나 불빛이 번쩍거리는 옷을 만들었다.

벵그린스카가 크라쿠프 예술아카데미(Academy of Fine Arts in Krakow)의 박사학위 논문으로 디자인한 ‘감정 의류(Emotional Clothing)”는 옷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감각 치환을 통해 옷에서 경험할 수 있는 한계를 넓혀주는 다중감각 의류들로 구성된다”고 벵글린스카는 디진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감각 치환은 뇌가 하나의 감각에서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이를 다른 감각정보로 인지하도록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촉각 정보를 시각 정보로 바꾸는 식이다.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해 점자를 읽는 것도 감각 치환의 한 예다.

“관련된 감각을 자극해 신체에 집중할 수 밖에 없도록 했다. 그 결과, 가령, 호흡을 안정시켜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게 가능하다.”

이 옷은 센서를 통해 입은 사람의 심장박동과 체온, 전기피부반응(Galvanic Skin Response)에 반응하고, 이는 시각적인 빛의 변화를 유발한다. 스트레스는 주로 체온을 높이고 심장박동을 빠르게 한다.

작품 가운데 하나인 슬림핏의 터틀넥 긴팔 상의는 체온과 심박에 반응해 검정색에서 반투명으로, 또는 그 반대로 변한다.

옷 입은 사람의 손가락에 센서가 부착되고, 이 센서가 수집한 신체정보에 따라 양쪽 옆구리에 달린 조명이 심장 박동에 맞춰 번쩍거린다.

또 다른 상의는 부푼 풍선 같은 형태로 취하고 있고 가슴팍에 분홍색 LED 조명이 한 줄로 늘어서 있다. 이 옷은 피부 표면에서 배어나온 땀의 변화를 감지해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한다.

센서가 감지한 땀 정보는 팔과 목선을 따라 있는 흰색 조명으로 전송된다. 조명이 따뜻한 색에서 차가운 색으로 바뀌면, 호흡을 가다듬고 진정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작품에 활용된 전도성 물질은 전기가 통하는 실로 바느질했다. 이 실이 전기를 운반해 빛이 이동시킨다.

벵글린스카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옷의 색 변화를 보고 마음을 안정시키고 명상을 시도하도록 돕기 위해 작품을 제작했다.

주요 신체 기능을 측정하는 센서의 도움을 받아 신체 변화를 알아차리도록 돕는 치료기법인 바이오피드백과 유사한 효과를 노린 것이다.  

“상의에 활용된 지능형 소재는 인지적 관여(cognitive involvement)와 마음챙김(mindfulness)을 자극하도록 되어있다”고 디자이너는 설명했다.

“이 옷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옷을 입은 사람은 자신들의 신체변화를 알아차릴 뿐 아니라, 옷과의 직접적인 관계에 의식을 집중하거나 신체 반응을 조절하고, 나아가 스마트 물질이 보이는 색변화나 움직임 등의 반응과 교감하며 원하는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다.”

작품 제작과정에서 디자이너는 화학자와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스마트 소재를 실험했고, 이들의 입출력 신호를 확인해 가장 반응이 좋은 소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최종적으로 네오프렌과 열가소성 폴리에스터, 폴리우레탄 가죽, 폴리락틱 플라스틱 등을 혼합해 사용했다. 그 결과물로 제작된 작품들은 사람의 피부 특성과 닮아 있다.

즉, 땀을 흘리고, 붉어지며 닭살이 돋는 등, 인체의 심리생리학적 변화에 피부가 반응하듯, 그녀의 작품도 대상과의 밀접한 관계성을 강조한다.

센서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벵글린스카는 옷을 입힐 연구 참가자 그룹을 모았고, 스마트 물질 샘플을 이용해 이들의 쾌락 반응도를 측정했다.

벵글란스카의 작품은 앤디 클라크(Andy Clark)과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의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물체가 인간의 생각을 지배할 수 있고 인지 과정에서 관여하는 외적 요소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등장한 또 다른 디자인으로는 라우라 데슬(Laura Deschl)의 트라우마 치유 옷 ‘힐링 임프린트’가 있다.

디자이너 루이 쑨(Rui Sun)의 감정적 응급처치 키트(Emotional First Aid Kit) 역시 스트레스 상황에서 안정을 주도록 디자인된 작품이다.  

원문 기사: Iga Węglińska's Emotional Clothing responds to the wearer's stress levels (deze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