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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으로, 에스 데블린이 만든 연결의 공간

북촌 푸투라서울에서 ‘세 번째 시: 에스 데블린, 다시 집으로(3rd Poem: Es Devlin, Come Home Again)’가 진행되고 있다. 푸투라서울은 하나의 전시를 한 편의 시처럼 바라보며, 메인 전시 공간을 ‘백 개의 시(100 Poems)’라고 이름 붙였다. 서로 다른 전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씩 쌓여 100편의 시를 완성한다는 의미로, 현재 에스 데블린의 ‘다시 집으로’는 그 여정의 ‘세 번째 시’에 해당한다. 2026년 8월 20일에 개막하여 2027년 1월 17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책과 거울, 빛, 드로잉, 소리와 자연을 통해 ‘나’에서 시작된 시선이 타인과 다른 생명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하나의 공간적 여정으로 보여준다. 영국 출신의 에스 데블린(Es Devlin)은 무대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비주얼 디렉터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왕립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와 연극 무대에서 출발해 U2, 비욘세, 아델, 켄드릭 라마, 더 위켄드 등 세계적인 뮤지션의 공연을 설계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과 2022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처럼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바라본 장면에도 참여했다. 공연을 위해 빛과 영상, 거울, 거대한 구조물을 다루던 그는 2016년을 전후해 이러한 공간적 언어를 미술관과 공공장소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전시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매체인 책에서 시작한다. 첫번째 공간인 ‘인피니트 라이브러리(Infinite Library)’에는 온라인 서점 알라딘과의 협업을 통해 마련된 약 1만 권의 서적이 거꾸로 꽂혀 거대한 흰색 서가를 이룬다. 그 위로 데블린의 드로잉과 영상이 투사되고 책과 독서에 관한 목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데블린에게 책은 지식을 얻기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동시에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게 하는 매체다. 영상이 끝나면 책으로 가득했던 서가의 중앙이 갈라지며 다음 공간으로 연결된다. 관객은 마치 책 속으로 들어가듯 그 문을 통과해서 다음 작품으로 이동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어지는 ‘미러 메이즈(Mirror Maze)’에서는 책을 통해 시작된 타인에 대한 시선이 실제 공간의 경험으로 바뀐다. 천장과 벽을 채운 다면 거울은 관람객의 모습을 여러 방향으로 분할하고 반복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사이로 주변의 낯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이미지가 겹치고 섞이면서 ‘나’를 확인하는 도구였던 거울은 오히려 타인의 존재를 발견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거울을 활용해 공간을 시각적으로 확장해 온 데블린의 무대 디자인 경험이 미술관 안에서 보다 개인적인 감각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붉은 조명과 빼곡하게 전시된 드로잉, 도면 이미지들을 따라 어두운 계단을 오르면, 다음 작품인 ‘다시 집으로(Come Home Again)’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2022년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선보인 작업을 바탕으로 서울에서 새롭게 제작됐다. 데블린은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종을 조사하고 직접 드로잉으로 기록했으며, 런던에서 시작한 생물 이미지와 서울의 생명들을 하나의 풍경으로 연결했다. 작품에서는 생물의 소리와 여러 언어로 이루어진 합창이 함께 흘러나온다. 여기서 ‘집’은 한 개인이 소유한 건물이나 인간만을 위한 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 서울에는 인간 이외에도 수천 종의 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인간 역시 그 가운데 한 종일 뿐이다. 데블린은 인간과 동물을 서로 떨어진 존재로 보기보다 형태와 생명의 연속성 속에서 바라본다. 자신의 손등 혈관에서 박쥐 날개의 혈관을 떠올리고, 손가락 관절과 새의 날개뼈에서 유사한 구조를 발견한 경험 역시 이러한 생각과 연결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자연에서 분리된 인간이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우리가 이미 다른 존재들과 하나의 환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는 과정에 가깝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영상이 상영되는 공간인 ‘스크린쉐어(Screenshare)’에서는 데블린이 지난 35년간 기록해 온 수백 권의 스케치북이 펼쳐져 하나의 거대한 스크린을 만든다. 아이디어를 구상한 흔적과 협업자에게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그린 그림, 가족과 도시의 생물을 관찰한 드로잉 등 서로 다른 시간의 기록이 한 벽면에 모인다. 이 작품에는 한솔제지의 재생지가 사용됐다. 종이는 단순히 영상을 투사하는 스크린에 머물지 않는다. 영상이 끝나면 관람객은 벽을 이루고 있는 드로잉 가운데 한 장을 직접 가져갈 수 있다. 작가의 작업실에서 출발한 이미지가 전시장을 벗어나 누군가의 집과 일상으로 이동하면서 작품의 생명도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스크린쉐어 입구 앞에 조성된 공간 ‘콜렉티브 포트레이트(Collective Portrait)’에서는 관람객이 작품의 중심이 되어서, 긴 테이블에 앉아 낯선 이의 초상을 그리도록 한다. 그림의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일정 시간 다른 사람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행위라는 것을 강조한다. 상대의 정치적 견해나 종교, 취향과 같은 정보를 알기 전에 눈앞의 한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스크린쉐어’에서 관람객이 작가의 흔적 한 장을 가져갔다면, 여기서는 반대로 자신의 흔적을 전시장에 남기는 것이다. 전시 기간 동안 수많은 얼굴이 쌓이면서 작품은 계속 변화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마지막 전시 공간인 ‘라인 오브 라이트(Line of Light)’는 하나의 가느다란 빛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인간의 감각에 집중한다. 푸투라서울에서 진행되었던 이전 2개의 전시들이 외부 자연광을 차단한 어두운 공간에서 선보였다면, 이번 전시는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햇빛과 건축의 곡면, 인공조명이 서로 겹치면서 푸투라서울이라는 건축 자체도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한다. 

 

 이미지 출처 : 서민정

 

이번 전시는 책을 통해 타인의 생각으로 들어가고, 거울 속에서 다른 사람을 발견하며, 빛의 변화를 통해 지금 이곳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관람객은 작가의 드로잉 한 장을 자신의 공간으로 가져가는 동시에 낯선 사람의 얼굴을 그리며 또 다른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전시의 마지막에는 인간을 넘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으로 시야를 넓히도록 했다. 전시 제목인 ‘다시 집으로’에서 ‘집’은 특정한 장소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 도시와 자연, 인간과 다른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계 자체가 하나의 ‘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 간 : 2026년 8월 20일(목) – 2027년 1월 17일(일)

시 간 : 10:00 – 18:00 (화-금, 일), 10:00 – 19:00 (토), 월요일 휴관

장 소 : 푸투라 서울(FUTURA SEOUL) 

티 켓 : 성인 22,000원, 대학생 15,000원, 어린이/청소년 12,000원


서민정(국내)
-성신여자대학교 통계학과 학사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류환경학과 석사 졸업
-트렌드 분석 및 컨설팅 회사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 분석 연구원 및 컨설턴트
(현) 시선인터내셔널 미샤 정보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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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데블린 #ES DEVLIN #푸투라서울 #FUTURA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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