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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보며 힐링한다.... 탐조 열풍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2030세대들은 천천히 즐기는 '슬로우 취미(Slow Hobby)'에 빠져 있다. 이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LP를 감상하며, 뜨개질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는 등 디지털 세계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감각과 여유를 만끽하는 모든 것을 통칭한다. 이러한 슬로우 취미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새를 관찰하는 '탐조(探鳥)'다.

 

 


https://www.pexels.com/ko-kr/photo/29806635/ 

 

탐조에 대한 높은 관심은 검색량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2026년 4월 기준 '탐조' 검색량은 5년 전과 비교해 약 4배 증가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도 탐조 열풍은 뚜렷하다. '탐조'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14만 개를 넘어섰으며, '탐조 기록'과 '탐조 생활' 역시 각각 1만 건 이상 등록되어 있다. 새를 관찰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탐조 전문 유튜버 '새덕후'는 구독자 53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국의 수목원과 국립공원에서도 탐조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

 

 


https://www.pexels.com/ko-kr/photo/33908557/ 

 

이전에는 탐조 활동이라고 하면 거대한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와 두꺼운 도감이 필요한 전문적인 취미라는 인식이 강했다. 새에 대한 지식이 필수로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진 활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실내보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새를 관찰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된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탐조는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 같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 최초의 탐조 전문 서점인 '탐조책방'을 연 박임자 대표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끈 인물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인 활동이 제한되었던 시기에 아파트 내에서 새를 관찰하는 '아파트 탐조단' 활동을 시작하며 탐조의 즐거움을 알렸다.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새가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박 대표는 직접 '아파트 새 지도'를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고, 이를 통해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탐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https://www.pexels.com/ko-kr/photo/7040240/ 

 

탐조가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으면서 입문자를 위한 관련 상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쌍안경과 새 도감, 관찰 기록 노트 같은 기본 장비는 물론, 새를 가까이 불러들이기 위한 모이통과 새 먹이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새의 종류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감과 더불어 탐조 기록을 담은 서적 또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새에서 영감을 받은 굿즈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의 울음소리에서 이름을 따온 브랜드 '치치-칫(chichi-chit)'은 새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감각적인 디자인의 문구와 생활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버더몰(Birdermall)'은 탐조 장비와 조류충돌방지 제품뿐 아니라 소리 나는 새 인형, 업사이클링 키링, 배지 등과 같은 굿즈를 판매하며 다양한 새의 종류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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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새를 구경하는 것에 매료되었을까. 탐조를 즐기는 이들은 이 취미의 가장 큰 매력으로 '무해함'을 꼽고 있다. 나와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다른 취미처럼 과도한 소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연 속을 천천히 걸으며 우연히 마주한 새를 발견하는 순간 자체가 기쁨이 된다. 내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허락해야만 가능한 경험이라는 점도 탐조만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새를 관찰하고 이를 기록에 남기는 과정은 자연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새를 언제, 어디에서 만났는지 하나씩 기록을 채워가는 재미는 게임 속 도감을 완성하는 즐거움과도 닮아 있다. 관찰을 거듭할수록 자연을 이해하는 폭은 넓어지고, 작은 성취감도 함께 쌓여간다. 자연에 대한 배려를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세대에게 탐조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쉼 없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끊임없는 경쟁을 이어가는 현대인에게 탐조는 잠시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시간이다. 새를 찾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은 물론 자신의 현재 모습까지 돌아보게 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성과를 겨룰 필요 없이 오롯이 자연에 집중하는 경험은 심리적인 안정과 여유를 선사한다. 어쩌면 탐조가 사랑받는 이유는 희귀한 새를 발견하는 즐거움보다도, 경쟁 대신 자연과 호흡하는 시간을 선물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박민정(국내)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삼성전자 근무
(현) 디자인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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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취미 #슬로우라이프 #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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