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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빛과 시간

작년 말, 미국 아키타이저 비전 어워드(Architizer Vision Award)와 홍콩 DFA(Design for Asia Award)에서 총 3개의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은 공간이 있다. 우리의 문화를 깊이 있게 조망하고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House of Shinsegae Heritage)’다.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House of Shinsegae Heritage)는 전통과 현재를 잇는 공예 전시를 통해 한국 장인정신의 가치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장소이다.

이번 초대전《ILLUMINATING NARRATIVE》는 ‘빛과 시간’을 주제로 하여 촛대와 벽 오브제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외 금속공예와 옻칠공예 분야 작가 9인의 작업을 통해 빛이 머무는 순간과 시간이 축적되는 과정을 함께 사유한다. 작가의 숙련과 인내가 응축된 촛대는 '영속성'을 상징하고, 점차 사그라지는 촛불은 '순간성'을 드러낸다. 시간과 정성, 기술이 켜켜이 쌓인 작품들은 장인정신의 본질과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조용히 비춘다.

 


국내외 금속공예, 옻칠공예 작가 9인의 대표작이 담긴 메인 포스터|출처: 하우스오브신세계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DTfD8YEj2Hf/

 

전시장 입구는 실제 한옥에 사용되었던 문과 평상으로 구성되어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다. 전통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공간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다

본 전시에 앞서 마련된 공간에서는 작가들이 작업에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를 소개한다. 금속과 옻칠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공정과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전통의 요소를 활용한 인테리어는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내며, 절제된 공간 연출 속에서도 곳곳에 감각적인 장면을 배치해 시선을 이끈다.



실제 한옥에 쓰였던 문과 평상을 재활용하여 전시의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다. ©류인혜

 


날렵한 선반 위로 작가들의 대표 작품들을 나열하여 보여주고 있다. 크기는 작지만 강렬한 인상을 풍기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류인혜 

 

 

신재협 <발하는 빛 Illuminating Light>,  Juliette Bigley , Ane Christensen , Zhong Sheng  

 

신재협의「발하는 빛 Illuminating Light」은 망치로 금속을 두드려 돌과 같은 자연의 형상을 구현한 촛대다. 반복된 타격은 차가운 금속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오랜 인고의 시간과 기다림의 미학을 드러낸다.

 

Juliette Bigley의「Light and Dark: Gathering」은 촛대이자 하나의 조형물로 존재하는 작품이다. 빛과 어둠 사이, 빛이 스며드는 미지의 공간을 향해 조심스럽게 한 걸음 내딛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Ane Christensen의「Ribbon Candlestick 1」은 리본이 바닥에 닿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한 형태다. 단단한 금속을 통해 가볍고 유연한 균형감을 구현하며 물질의 물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Zhong Sheng의「Cool Stone」은 전통 옻칠의 물성과 자연의 이미지를 빌려 흐릿한 풍경을 그려낸다. 하늘빛 옻칠 속에서 시간과 자연,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묻는다.

 


작품 간의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조화롭게 배치하여 섬세한 작품들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류인혜 

 

이번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의《ILLUMINATING NARRATIVE》는 단순히 빛을 비추는 전시가 아니다. 장인의 손끝에서 축적된 시간과 사유의 깊이를 통해, 사라지는 순간과 지속되는 영원을 동시에 마주하게 한다. 빛은 작품 위에 머물지만, 그 안에 스며든 시간은 관람자의 마음 속으로 옮겨간다. 전통을 바탕으로 현재를 확장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빛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서사를 경험하게 된다.

<참고 자료>

<전시 정보>
- 일시 : 2026년 1월 14일(수) ~ 3월 2일(월) 
- 장소 : 하우스오브신세계 더 헤리티지 5층
- 작가 : 김민선, 김지서, 신재협, 이병훈, 이승현, Ane Christensen, Juliette Bigley, Simone ten Hompel, Zhong Sheng(9인)
- 예약 : 신세계앱 또는 현장등록





류인혜(국내)
-숙명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실내디자인 학사 졸업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실내디자인 석사 졸업
-2023 굿디자인어워드(GD) 심사위원
(현)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책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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