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먹방'이 인기를 끌며 트렌드를 이끌었다. 먹방은 '먹다'와 '방송'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로 먹는 방송을 뜻한다. 인터넷 방송으로부터 시작된 이 콘텐츠는 매체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출연자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을 유도하는 형식을 취했다. 혼자라면 절대로 먹을 수 없는 양을 먹는 이들, 평소에는 맛보기 힘든 음식들을 도전하는 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리 만족을,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밥 친구'의 역할을 하며 인기를 끌었다. 동시에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 어떤 곳이 맛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함께 얻으며 즐거움을 찾았다. 먹방에 대한 폭발적인 인기는 한국을 넘어서 해외까지 이어졌다. 전 세계의 매체에서는 이 콘텐츠를 '먹방'을 발음 그대로 영어로 옮긴 'Mukbang'으로 소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구글에서 'Mukbang' 검색 결과 화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먹는 즐거움을 선사했던 먹방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연자들이 마음껏 많이 먹는 영상을 보면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의도치 않게 과식을 하게 된다. 자주 과식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점차 늘게 되면서 위나 장에도 문제가 생기게 되며 비만 및 성인병의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먹방을 직업으로 하는 이들 중에서도 점차 체중이 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경우도 종종 생겼다. 한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서 무리하게 음식을 섭취하게 만드는 콘텐츠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기가 점차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 소식좌 대표 콘텐츠 '밥맛없는언니들'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2m-GyKO2n3LrkYr9YEIBcA
먹방의 인기를 누그러뜨리게 된 이유는 소식하는 연예인들이 주목받으면서부터다. 작곡가 겸 프로듀서 코드쿤스트, 가수 산다라박, 방송인 박소현 등의 일상이 관찰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면서 적게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증가하게 되었다. 이들은 라테 한 잔, 바나나 하나로 한 끼를 해결한다. 보통 사람들의 식사량에 비해 무척 적게 먹는 모습에 사람들은 이들에게 '소식좌'라는 별명을 붙였다. 소식좌는 적게 먹는 '소식'과 한 분야에서 최고에 오른 사람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 '좌'를 결합해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 소식좌들은 각종 매체에 노출되며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광고계에서 이들을 기용한 광고를 선보이며 대세임을 인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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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좌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그동안 과열된 먹방 열풍의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맛없어 보이는 음식이라도 억지로 맛있게, 많이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 피로감을 느꼈던 사람들은 그와 반대로 먹는 것을 강요받지 않고 자신의 식사량에 맞춰 깔끔하게 먹는 소식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다. 씹는지, 마시는지 모를 정도로 급하게 음식물을 입에 밀어 넣는 먹방과 달리, 한 음식을 오래 씹어 넘기는 모습을 보며 힐링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소식좌 콘텐츠를 통해 음식을 맛없게 먹는 것을 보면서 저절로 입맛이 줄어들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이들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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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더불어 사회에 전반적으로 깔려있던 '많이 먹어야 좋다' 또는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소식 트렌드는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사람마다 먹는 양이 다르다는 것을 무시한 채 많이 먹기를 강요했던 사회 분위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으로 소식을 택했다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그만큼 본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생겨났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식은 먹을 만큼만 식재료를 사용해 먹기 때문에 음식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물가가 오르면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소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배달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환경과 건강을 위해 직접 요리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소식 트렌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얌얌 박스
ⓒ 청정원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hungjungone/
사회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소식 열풍은 즉시 유통업계에 반영되고 있다. 기존보다 양을 줄인 소포장 제품이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GS25는 기존 컵밥 대비 양을 줄인 '쁘띠 컵밥' 4종과 소식좌 도시락을 선보였으며, CU의 경우 혼자서 먹어도 좋을 정도의 양으로 패키지를 구성한 '반찬 한 끼 시리즈'를 선보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와 더불어 주류업계도 소포장을 추구하고 있다. 반 병 정도로 양을 줄인 와인과 위스키가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이스크림, 음료 제품 또한 이런 추세로 점차 용량이 작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청정원과 디자인 브랜드 오롤로데이가 협업을 진행하여 다양한 양념들을 소포장해 만든 '얌얌박스'를 선보여 인기를 얻었다. 이 제품은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제작되었지만, 오히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살림 아이템으로 꼽히며 뜨거운 인기몰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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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그리고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위해서 소식은 현재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한 트렌드이다. 하지만 소식 콘텐츠가 선보이고 인기를 끌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는 중이다. 출연자들의 식사량이 절식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것이 10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생겼기 때문에 나온 걱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먹방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나왔던 우려와 비슷하다. 콘텐츠는 참고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소식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함께 해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영양의 균형을 생각하며 식단을 구성하는 동시에 배고픔을 수치화한 표를 통해 포만감을 고려하며 음식을 먹는 것이 올바른 소식 습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민정(국내)
11010design@naver.com
국민대학교 공업디자인과 졸업
(현)프리랜서 패턴디자이너
(현)디자인프레스 온라인기자
(현)두산 두피디아 여행기 여행 작가
(전)삼성전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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