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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포장 - 56호. 1981.06.30.

디자인포장

56호. 1981.06.30.

한국디자인포장센터


목차

 

김희덕, 기업과 산업 디자인

차알스 모로, 인체의 다양성이 디자인에 미치는 영향

한도룡, 제품개발정책 / 순수한 디자인 기초개념에서 접근

황기원, 도시조경의 기반조성을 위한 보행환경의 체계화

빅터 파파넥, 디자인을 대중에 밀착시키는 다섯가지 방법

신언모, 수출상품의 디자인과 색채문제

김영기, 디자인 칼럼 / 디자인의 근원어

산업 디자인 실태 조사 3 / 우리나라 기업체의 산업 디자인 실태

권영식, 공예품 수출을 위한 디자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김기양, 특허해설 4 / 특허심사의 관련절차

조영철, 건축물의 표식종류와 디자인 과정 1

김득용,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의 방향

이화수, 민속공예품 복고취미에 이상 있다 (하)

이병학 제품개발사례 마이크로 프로세스를 이용한 선풍기 디자인

J.크리스토퍼 조운즈, 디자인 강좌 5 / 디자인 전개과정과 활용방법

김학성, 연구 논단 1 / 색채계획에서 색지정을 위한 제안

임영주, 한국의 전통문양 38 / 한국의 불교문양

세계의 심볼 사인 디자인 6

 

정경연, 우리 나라 염직공예의 실태와 개발방향

 

 

 

디자인 칼럼 / 디자인의 근원어

김영기 이화여대 미술대학 부교수

 

1

오늘날 사람들은 깨진 세계 속에서 피가드의 말과 같이 "찢기고 또 자기도 찢으면서 해체되고, 또한 자기도 그해체 작업에 한몫 거들면서 분열되고 또 자기도 분열을 추진하면서” 살아 가고 있다고 하였다.

실로 우리는 기술 문명의 터전이나 굴레를 벗어나서는 살아 갈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으며, 이러한 기술문명에 의한 대중 사회적 상황인 평둥화의 수평선상에서 어떠한 내적인 연관 없이 살아가며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송두리째 잃어 가는 '인간 소외'와 '원자화(原子化)'의 심각한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일찌기 우리는 그 어느 시대의 제왕도 누려 보지 못하던 문명적 쾌락 속에서 지내 왔으며, 어느 시대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물질적 소비와 풍요를 누려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오히려 자기 상실과 비인간화(非人間化)의 세계 속에서 스스로 불행하며, 시작도 끝도 없는 생활과 스스로의 좌절감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들을 불행하게 하였으며, 무엇을 채워 주고 부여했을 때 인간은 행복을 느낄 것인가? 디자인을 통하여 인간을 행복으로 채워 줄 수는 없는 것인가? 채워 줄 수 있다면 우리 디자이너들은 무슨 일을 어디부터 시작하여야 한단 말인가.

디자인이 인간에게 보다 나은 생활, 보다 행복한 생활을 부여하려 하는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인간이 원하는 보다 나은 생활, 인간이 바라는 보다 행복한 생활이란 어떠한 것일까?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 없이 디자인은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이러한 해답이 결코 기술 과학에 있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2 인간이란 무엇인가?

 

얼른 보기에 이러한 근원적 질문은 우리 디자이너들에게 너무나도 먼거리에 있는 문제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줄 안다. 디자인은 기능(機能) 이나 실체 (實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기능과 형태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프로세스 등의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디자인의 해석은 그것이 전체적 개념이나 디자인 정의에 포함될 수 있으나, 결코그 개념의 전부를 나타내는 개념이 아님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표현들이 한국적 상황에서 더욱 혼선을 빚어 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지양하는 고도 산업 사회를 건설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 우선 정책이 필수적이란 정책적 방향에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현실 만족이란 어쩔 수 없는 자본의 회전 빈도를 좁히려는 경제 여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가난한 가정에서는 아들이 우선 고등학교를 나와 월급을 빨리 타 오는 직장에 취직한다면 당장은 편하고 융통이 생기겠지만, 반대로 가난한 속에서도 고생스럽지만 아들을 공부시켜 훌륭하게 키우면 그 부모는 전자의 가정보다 더욱 고생스럽겠지만 그들의 손자는 행복하고 넉넉한 가정에서 살 수 있는 것이다.

앞의 두 가정을 비교해 보면 전자의 가정은 현실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인내가 없었으며, 후자의 가정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우선으로 다루었다는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근원적인 문제는 현실에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나, 그 영향은 미래에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디자인이 한낱 현실적인 문제들만을 급급하게 쫓아가며, 또한 이러한 원칙 아래서 정책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의 기계를 들여 오면 곧 그 효과가 눈에 보이는 산업 제품으로 나타나지만, 한 사람의 디자이너를 키우는 정책은 그 효과가 측정치 (測定値)로써 나타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행정가들은 그 효과의 측정치가 불확실한 부분의 투자는 꺼려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진정한 국부(國富)를 안겨다 줄 디자인 정책은 무엇을 중요시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요소는 인간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디자인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오늘날의 인간은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스스로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는 존엄성의 상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 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어떠한 상품일까. 비인간화(非人間化)를 가속화시키는 개념의 디자인일까? 인간성을 담은 체온이 얹혀진 인간적 개념의 디자인일까?

일본의 소니(Sony)가 디자인, 개발한 워크맨' 스테레오 타입의 휴대용 카세트 테이프와 FM 라디오의 개발은 그 디자인의 발상(發想)에서부터 현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바쁜 현대 도시 생활 속에서 육중한 컴포넌트 (component) 타입의 프러페셔널한 '사운드 시스템'을 장만하고도 제대로 감상할 시간과 여유가 없는 메마른 생활 속에서 한 디자이너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착상으로 그 음향을 항상 즐길 수 있게 되었으므로 그들의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 음악을 통한 즐거움과 메마름을 적셔줄 수 있었으며, 이러한 착상이 바로 소니(Sony)의 발전을 약속하는 것이 되었다. 수많은 인간들은 이제까지의 모든 것을 제쳐 놓고 그 상품이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던 것이다.

그들이 모여든 이유는 단 한 가지, 오직 그 제품에 담겨진 한 디자이너의 인간에 대한 진정한 메시지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그러한 생각을 해 낼 수 있을까? 이는 단순한 기교도 아니요, 우연도 아니요, 오직 현대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에 바탕을 둔 가설에서 이루어진 디자인의 승리인 것이다.

이제 기술의 보편화와 대중화에 따라 그 기능이나 기술은 거의 수평선상에 와 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선진국에서는 상품을 구매할 때기능의 정확성 • 견고성과 기술의 믿음에 바탕을 두고 구매를 결정하던 시대로부터는 무엇인가 나의 마음 속에 접근해 오는 어떤 관계가 없이는 구매하지 않는 시대에 와 있다고 본다.

 

3 나와 너의 만남

 

마틴 부버 (Martin Buber) 의 유명 한 저서 '나와 너(Ich und Du)'의 만남의 철학은 우리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어주며, 사상적 바탕을 제공해 준다고 본다. 마틴 부버 는 '만남'의 철학자, '관계의 철학자', '대화의 철학자'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부버는 그의 근본 사상의 제 2 의 명제를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는 인간실존(人間實存)의 본질을 말한다.

부버는 "예술의 영원한 기원은 한 형태(Gestalt) 가 어떤 사람에게 다가와 그를 통하여 작품이 되기를 원한다는 데 있다. 그 형태는 그 사람의 혼의 소산이 아니며, 그의 혼에 다가와서 그의 작용하는 힘을 요구하는 나타남이다. 그것은 사람의 본질 행위에 좌우된다. 사람이 그의 본질 행위를 다하고 그의 앞에 나타나는 형태에 자기의 온 존재를 기울여 근원어(根源語)를 말한다면, 그 때 작용하는 힘이 용솟음쳐 나오고 작품이 형성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탄생되거나 개선되어야 하는 어떤 형태 (여기서 형태는 게쉬탈트 심리학에서 말하는 형태와는 다른 개념임)가 디자이너에게 다가와 그 디자이너를 통하여 생명이 용솟음치는 상품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버가 말하는 나와 너의 근원어 (根源語)는 디자이너에게 매우 깊은 의미를 심어 준다. 디자이너는 그들의 마음 속에 그 사물의 외적인 것이나 내적인 것을 분리해서 관찰하지 않으며, 이것이 일반 행정가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의 마음 속에 은밀히 느껴오는 경험이나 자신만만한 지혜들은 너를 위하여 존재 하는 것이다.부버의 말과 같이 "〈나〉그 자체란 없으며, 오직 근원어(根源語)〈나-너〉의 나와〈나-그것〉의 나가 있을 뿐이다." 또한 "저 자신만만한 지혜는 사물 안에 있는 비 의(祕義)에 정통한 자들을 위해 남겨진 밀실(密室)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열쇠로 열어 본다고는 하지만, 아 / 신비함이 없는 은밀함이여 / 아 / 정보의 더미여./〈그것〉, 그것, 그것뿐이로다. 은밀함이 없으며, 사물 안에 있는 비의(祕義)를 캐는 것이 없이는 오직 그것만이 있을 뿐 너를 경험하지 못한다." 이러한 언어 속에서 살아 가는 디자이너의 현실은 어떤 행 정가들에게 이해가 될까. 이해(understanding)하는 것과 가슴에 와 닿는 언어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는 언어를 초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디자이너는 언어의 세계를 중요시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해외 시찰에 있어서도 행정가가 보는 것과 디자이너가 보는 것에는 그 경험의 정도나 깊이에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디자인을 통한 국부론(國富論)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디자이너는 항상 디자인을 통하여 만남을 성취시키며, 이러한〈나-너〉의 만남은 곧 인간의 객체적인 경험 - 지식의 세계의 관계인〈나-그것〉의 관계가 아니라 인간의 주체적 체험인〈나-너〉의 인격의 세계라 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용솟음치는 지혜로 창출하는 모든 것들은 디자이너에게 있어〈나-그것〉의 개념이 아니라〈나-너〉라는 주체적 체험의 것이요, 그 모든 것들 속에 나의 존재와〈나〉디자이너의 나 속에 너의 존재를 일체화시키는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인간은 그 디자이너들이 만들어 낸 모든 것들에서 개개인들의 자신 속에 그것들이〈나-너〉의 관계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오늘이 요구하는 디자인이 탄생될 수 있을 것이다.

 

4

오늘날의 인간들은〈나-그것〉의 지배 아래 스스로를 매몰해 가고 있으며, 이미 사람이 근원어〈나-너〉를 말하는 기쁨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버는 깨진 세계 속의 인간의 자기 상실, 아톰화(化)를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깨진데서 온 것으로 보고 이는 결코 객체화 할 수 없는 주체이며 인격으로서 공존하는 나와 너의 만남 곧〈나〉와〈너〉의 대화를 통하여 회복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오늘날의 인간들에게 하나의 크나큰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관계의 만남을 통하여 대화를 만들어 줄 때 진정한 인간과 디자이너의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의 만남은 그가 용솟음치는 지혜로 만들어 낸〈그것으로 만들어지지 않은〉상품들을 통하여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메시지가 없이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모여들지 않을 것이다. 디자인은 인간의 지식이나 모든 정보로 뭉쳐진〈그것〉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내용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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