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디자인 위크 2026_도시 전체가 디자인의 무대가 되다
분야
등록일
작성자
조회수490

이미지: 헬싱키 디자인 위크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린 제21회 헬싱키 디자인 위크(Helsinki Design Week)는 올해 하나의 중심 행사장을 두지 않았다. 식물원과 부두, 거리, 옛 산업시설, 빵집과 시청까지 도시 곳곳에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올해 주제 ‘다가오는 타자(The Oncoming Other)’ 역시 서로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 장소가 만날 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관계에 주목했다. 동시에 헬싱키 디자인 위크와 헬싱키시는 알렉산테린카투(Aleksanterinkatu) 일대를 중심으로 도심을 보다 활기찬 문화와 도시생활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2년간의 협업을 시작했다. 올해 디자인 위크는 디자인을 전시하는 데서 나아가 도시에서 사람들이 어디에서 만나고, 무엇을 하며, 왜 머무르는 가를 다뤘다.
알토 90 파빌리온. 사진: 헬싱키 디자인 위크
카이사니에미 식물원에는 1960년대 후반 마티 수로넨(Matti Suuronen)이 설계한 푸투로 하우스(Futuro House)가 들어섰고, 부둣가에는 알바 알토의 꽃병 탄생 90주년을 기념한 알토 90 파빌리온(Aalto 90 Pavilion) 이 설치됐다. 새로운 건축·디자인 박물관이 들어설 지역도 시민들에게 문을 열었다. 클루비카투(Kluuvikatu)에서는 도심의 미래를 실험하는 헬싱키 디자인 위크 랩(HDW Lab)이 마련되었고, 쇼핑 거리에서는 셰프 사미 탈베리(Sami Tallberg)의 야생버섯 바(Wild Mushroom Bar) 팝업이 열렸다.
마리메꼬와 푸투로 하우스 이미지: 헬싱키 디자인 위크

마리메꼬와 푸투로 하우스 내부 사진: 헬싱키 디자인 위크
규모가 작은 독립 전시들도 도시의 기존 장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디자인 잡지 샐래(Sälä)와 이동형 갤러리 살롱키(Salonki)가 함께 만든 샐래 살롱키(SäläSalonki) 는 폐쇄된 전기 발전소의 옛 직원 공간에 자리 잡았다. 전시는 샐래 3호의 주제인 ‘영양과 돌봄(Nourishment)’ 을 다루면서 발전소의 기존 구조와 흔적을 전시의 일부로 활용했다. 작품을 중립적인 전시장으로 옮기기 보다 장소가 관람 순서와 작품 사이의 관계까지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샐래 살롱키 전시. 사진: 서정애
빵집 카페 프리모 키친에서는 리싱크 리폼(Re-Think Re-Form) 전시가 열렸다. 핀란드에서 활동하는 디자인, 예술, 공예 가운데 하나로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작업들을 소개하며 재료와 제작 과정, 작가와 사용자, 공간과 관객의 관계를 함께 다뤘다. 올해 주제 ‘우리(WE)’ 역시 개별 작가보다 이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리싱크 리폼 전시. 사진: 서정애
도시 곳곳의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같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같은 시기에 열린 하비타레(Habitare)의 탤런츠(Talents) 에 선정된 작가들은 다른 곳의 전시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하비타레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특징을 예술과 디자인, 공예 사이를 넘나드는 다분야적 활동이라고 본다. 전시를 기획한 이무 디자인(Imu Design)은 산업 생산으로 가는 비용이 높아지는 동시에 개별성과 느린 제작 과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디자이너들이 대량생산에서 유일품과 컬렉터블 디자인(collectible design)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 박람회와 독립 전시에서 같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습은 오늘날 디자이너의 활동 영역이 하나의 제품이나 플랫폼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람회에서는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고, 도시의 작은 전시에서는 보다 실험적 이거나 예술적인 작업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하비타레 탤런트 전시. 사진: 서정애
올해 프로그램에서는 도심 활성화를 디자인의 문제로 직접 다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헬싱키 시청에서 열린 ‘더 활기찬 도심을 향하여(Towards a More Vibrant City Centre)’ 세미나는 “헬싱키 도심을 어떻게 다시 상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도심은 오랫동안 상점과 사무실, 공공 인프라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전자상거래와 원격근무, 변화한 소비 습관과 생활방식으로 이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미나에는 도시전략가 카탸 린드로스(Katja Lindroos)를 비롯해 도시계획과 비즈니스, 디자인 분야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스웨덴 웁살라(Uppsala)의 도심 개발 사례를 소개한 리사 퇴른(Lisa Thörn)은 공공과 민간의 장기적인 협력 모델을 다뤘고, 더블유에스피(WSP)의 도시디자인 디렉터 피아 살미(Pia Salmi)는 헬싱키의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적인 협업, 높은 디자인 품질, 사용자 중심의 접근이 도시 공간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킨 사례를 소개했다. 패널에서는 음식과 문화, 소규모 상점과 지역 사업자까지 포함해 실제로 사람들이 도심을 찾게 할 구체적인 방법이 논의됐다.

알렉산테린카투에 생긴 와일드 머쉬룸 팝업식당 사진: 헬싱키 디자인 위크
이와 연결된 헬싱키 디자인 위크 랩에서는 알렉산테린카투의 거리와 건물 1층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활용할 것인지를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논의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심 활성화를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문제로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리와 광장을 정비하는 것만으로 활기찬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활동과 만날 이유가 함께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올해 헬싱키 디자인 어워드(Helsinki Design Award) 는 건축사무소 제이케이엠엠 아키텍츠(JKMM Architects) 가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제이케이엠엠이 건축뿐 아니라 인테리어, 도시계획, 가구, 그래픽과 예술을 함께 다뤄온 통합적 접근과 핀란드 디자인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온 역할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최근 레노베이션 마무리 단계인 핀란드 국립 박물관 전경. 사진: JKMM
사무소는 헬싱키에서 아모스 렉스(Amos Rex) 미술관과 라시팔라치 광장(Lasipalatsi Square)을 통해 기존 도심 공간에 새로운 공공적 기능을 더했다. 현재 핀란드 국립박물관 확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새로운 건축·디자인 박물관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헬싱키시 최고디자인책임자 한나 해리스(Hanna Harris)는 특히 아모스 렉스와 라시팔라치 광장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공공간이 된 점을 강조했다.
제이케이엠엠의 아스모 약시(Asmo Jaaksi)는 건축이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사용자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지며, 좋은 건축은 사람들이 만나고 도시를 자신의 공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동의 장소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헬싱키 어워드 시상식 사진: 헬싱키 디자인 위크
디자인 위크의 마지막에는 핀란드 최초의 의회건물인 역사적인 귀족회관(Ritarihuone, House of Nobility)에서 페차쿠차 나이트(PechaKucha Night)가 열렸다. 건축과 디자인뿐 아니라 기업, 음식, 영화, 문화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아홉 명이 20장의 이미지를 각각 20초씩 보여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전시뿐 아니라 토론과 음식, 강연까지 ‘만남’을 만드는 여러 형식이 디자인 위크의 일부가 된 것이다.

페차쿠차 나이트 이벤트 사진: 헬싱키 디자인 위크
2026년 헬싱키 디자인 위크에서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행사가 여러 장소에서 열렸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기존의 건물과 거리에는 새로운 쓰임을 만들고, 도심의 문제를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논의하며,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날 이유를 만드는 것까지 도시 디자인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올해 디자인 위크는 디자인이 물건을 만드는 일을 넘어 도시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설계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https://helsinkidesignweek.com/?lang=en
-Aalto대학 Masters of Arts and Design, Product and Spatial Design 졸업
-아에오 AAA 식경험 디자인 컬렉티브 운영
-Juneinwinter 대표 (제품회사)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영리를 목적으로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본 콘텐츠를 블로그, 개인 홈페이지 등에 게재 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외부필자에 의해 제공된 콘텐츠의 내용은 designdb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