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샌디에고-멕시코 티후아나 국경 연결! 쿠퍼 휴잇 2026 ‘커뮤니티 스테이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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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 휴잇(Cooper Hewitt) 국가 디자인 어워드는 2000년 백악관 밀레니엄 협회(White House Millennium Council)의 공식 프로젝트로 출발해, 디자인의 우수성과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주관 기관인 쿠퍼 휴잇, 스미스소니안 디자인 박물관(Smithsonian Design Museum)은 미국에서 디자인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일한 박물관이다. 1897년 미국 산업가 피터 쿠퍼(Peter Cooper)의 손녀들인 사라와 엘레노어 휴잇이 설립했으며, 1968년 스미스소니언에 편입됐다. 현재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앤드루 카네기 맨션에 자리하고 있으며, 64개 방을 갖춘 저택은 1899년부터 1902년 사이에 건설됐다.
©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
미국 최초의 철골 구조 민간 주택이자 뉴욕 최초의 주거용 엘리베이터를 갖춘 건물 중 하나로, 건물 자체가 디자인 혁신의 사례로 여겨지는 역사적인 공간에서 매년 쿠퍼 휴잇 국가 디자인 어워드가 열린다. 쿠퍼 휴잇 국가 디자인 어워드는 일상 속 디자인의 영향력에 대한 국가적 인식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매년 10개 부문에서 디자인 혁신과 영향력을 인정한다. 수상자는 실무자, 교육자, 다양한 디자인 분야 리더들로 구성된 학제 간 심사위원단이 선정하며, 후보 추천은 일반 대중도 참여할 수 있다. 올해 쿠퍼 휴잇 국가 디자인 어워드 기후 행동 부문 수상작은 건물도, 제품도, 캠페인도 아니다.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을 따라 미국과 멕시코 양쪽에 자리한 협력적 시민 공간 네트워크, UCSD 커뮤니티 스테이션이 수상을 차지했다.
©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
이 프로젝트를 개발한 것은 건축가이자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고 캠퍼스(이하 UCSD) 교수인 테디 크루즈(Teddy Cruz)와 정치이론가이자 UCSD 글로벌 정의 센터 창립 디렉터인 포나 포만(Fonna Forman)이 2011년 공동 설립한 에스튜디오 테디 크루즈 + 포나 포어만(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이다. 국경 양쪽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이 프로젝트가 디자인 어워드의 기후 행동 부문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기후 위기에 대한 응답이 에너지 기술이나 소재 혁신만의 영역이 아님을 시사한다. 기후 취약성은 불평등하다.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것은 언제나 가장 적은 지원, 힘을 가진 소외된 공동체다. UCSD 커뮤니티 스테이션은 그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는 건축적 해답을 보여준다. 이 프로젝트를 이해하려면 테디 크루즈라는 인물을 먼저 알아야 한다.
©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
1962년 과테말라 시티에서 태어난 테디는 과테말라 내전을 피해 1982년 스무 살의 나이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캘 폴리 산 루이스 오비스포(Cal Poly San Luis Obispo)에서 건축학 학사를,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그의 이민 경험은 "부유층을 위한 부티크 호텔이나 갤러리, 주택을 설계하고 싶지 않았다"는 정체성을 확립했다. 대신 그는 국경 지역 이민자 공동체의 시민적 경험을 건축의 중심 문제로 삼았다. 크루즈는 로마 건축상(1991), 포드 재단 비저너리 어워드(2011), 미국 예술문학 아카데미 건축상(2013), Vilcek 건축상(2018)을 수상하며 단연 떠오르는 건축가로 주목받았다. 파트너 포나 포만은 시카고 대학교에서 박사를 취득한 정치이론가로, UCSD 글로벌 정의 센터 창립 디렉터이며, 기후 정의, 국경, 이주, 참여형 도시화를 연구한다.
©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
두 사람은 2018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미국을 대표하며 승승장구했다. 이 둘은 샌디에이고-티후아나 국경 도시에 집중했다. 샌디에고와 티후아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도시권 중 하나로,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 중 가장 많은 통행량을 가지고 있다. 북미 지역의 어떤 국경 검문소보다도 많은 일일 통행량을 기록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지역은 극심한 불평등, 비공식 주거, 이주민 밀집, 기후 취약성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테디와 포나는 샌디에고-티후아나 국제 대도시권을 도시화의 세계적 도전, 이주, 주거 공급, 비공식 정착, 기후 변화를 다루는 실험실로 바라보았다. 커뮤니티 스테이션은 미국-멕시코 국경을 따라 저소득 이민자 밀집 지역에 위치한 시민 공간의 협력 네트워크로, 기후 회복력과 사회적 형평성을 위한 참여형 설계와 연구를 지원한다. 현재 4개 거점이 운영 중이며, 각각 국경 양쪽에 2개씩 자리한다.
©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
이곳은 비영리 단체 카사 퍼밀리어(Casa Familiar)와의 협력으로 개발됐으며,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교회를 지역 극장으로 개조했다. 10가구의 저렴한 주택과 문화 활동·사회 서비스 공간을 결합한 복합 개발 프로젝트 ‘국경의 거실(Living Rooms at the Border)'이 해당 거점에 자리한다. UCSD-디비나 커뮤니티 스테이션은 티후아나 외곽의 비공식 정착지인 로스 로렐레스 캐년에 위치하며, 건강 불평등, 국경 사이의 물·폐기물 관리, 환경 보전·복원, 기후 변화 가속의 영향에 대한 적응이 이 거점의 핵심 주제로 선정했다. UCSD-알라크란(Alacrán) 커뮤니티 스테이션은 가장 남쪽에 위치한 최신 거점으로, 티후아나의 '리틀 아이티'로 불리는 지역의 난민 캠프에 자리한다. 아이티와 중앙아메리카 출신 난민들이 미국과 멕시코 양쪽 모두에서 거부당한 채 머물며 자신들의 시민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온 공동체로서 난민 커뮤니티가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 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
이 프로젝트의 가장 진보적인 아이디어는 지도 위에서 드러난다. 포만은 이들이 만든 지도를 가리키며 "우리는 선을 시각적으로 지웠습니다. 국경은 그냥 일련의 유역(watersheds)이 됩니다. 금속 담장이 아닌, 유역으로 재개념화됐을 때 미국 대륙 전체의 국경선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세요"라고 말한다. 단순히 시적 제스처가 아니다. 기후 위기에서 물은 국경을 인식하지 않는다. UCSD-알라크란 커뮤니티 스테이션은 국경 담장 남쪽의 로스 로렐레스 캐년에, 이 지역에서 가장 오염된 물인 티후아나 강 유역 시스템에 인접해 있다. 강물이 흐르는 방향, 오염이 퍼지는 경로, 기후 위기가 만드는 피해는 국경 철책이 아닌 지형과 생태계의 논리를 따른다. 커뮤니티 스테이션들은 대학 연구자와 학생, 도시 청소년과 커뮤니티 리더들이 연결되는 현장 거점으로, 문화 동원을 통한 기후 행동 역량 강화를 위해 설계됐다. 각 거점은 지역 파트너와 공동 설계되고 운영되며, 기후 적응 전략, 즉 주거, 공공 공간, 환경 보전 프로젝트를 위한 대학 자원을 활용한다.
©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
학생들이 비공식 정착지를 둘러싼 마킬라도라(글로벌 공장)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기업들과 직접 협력해 거주자들이 직접 짓는 현장 주택의 건축 자재를 보조받는 방식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쿠퍼 휴잇 국가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장 에릭 챈(Aric Chen)은 이 상이 "디자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며, 미국의 다원적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재능과 창의성을 가진 디자이너와 커뮤니티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UCSD 커뮤니티 스테이션이 기후 행동 부문을 수상한 것은 기후 회복력이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누가 설계 과정에 참여하며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Estudio Teddy Cruz + Fonna Forman
건축이 공동체의 지식과 자원을 연결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것, 국경은 생태적으로 재개념화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대학은 캠퍼스 안이 아닌 가장 취약한 현장에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UCSD 커뮤니티 스테이션은 이 세 가지 명제를 바탕으로, 20년에 걸쳐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와 디자인을 접목시켜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UCSD 커뮤니티 스테이션은 향후 세계 각국에서 겪을 국가간의 국경과 환경, 지속 가능성 문제와 그 안을 살아가는 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해결해나가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패션디자인 졸업
-서울연구원(통신원)
-마이어 아동복 테크니컬 디자이너
-아베크롬비 & 피치 테크니컬 디자이너
(현) 메드라인 소속 패턴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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