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을 디자인하는 시대, 회의실까지 들어온 피젯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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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Images ⓒ Konel Inc.
생각은 손끝에서 시작된다
회의 중 무의식적으로 볼펜을 돌리거나 메모지에 낙서를 하고, 손에 쥔 물건을 만지작거려 본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행동을 집중하지 못하는 습관 정도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손의 움직임과 촉각이 사고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촉각 자극과 인지 활동의 관계를 다룬 연구가 이어지면서, 손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를 창의적인 사고 과정의 일부로 바라보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상 속 소비 트렌드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최근 키보드 스위치를 반복해서 누르는 감각을 즐기는 키링, 말랑한 촉감을 반복해서 만지는 피젯 토이(Fidget Toy), 슬라임과 촉감 굿즈 등 손끝의 감각을 자극하는 제품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장난감이나 액세서리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만지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디지털 환경의 변화도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보낸다. 시각과 청각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손끝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형태를 바꾸며 느끼는 경험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물성(Materiality)과 촉각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최근 촉감을 강조한 제품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는 이유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 디자인 기업 코넬(Konel)이 선보인 'IDEA SAND NEL'은 촉각을 일상적인 소비재가 아닌 회의와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도구로 확장한 프로젝트다. 회의 중 손으로 자유롭게 주무르고, 쥐고, 부수고, 다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샌드 소재를 활용해 '손을 움직이며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디자인했다.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환경을 설계한 것이다.

소재가 아닌 '용도'를 디자인하다
IDEA SAND NEL은 촉각 자극과 인지 활동의 관계를 다룬 기존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 다만 브랜드는 특정 효과를 단정적으로 주장하지 않는다. 이 제품이 창의성을 향상시킨다고 입증된 것은 아니며, 촉각을 사고 과정에 도입했을 때 회의와 대화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탐색하기 위한 도구라고 설명한다. 제품은 결과물을 만드는 점토나 장난감이 아니다. 회의나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동안 손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촉각 도구다. 사용된 샌드 소재는 손으로 쥐면 뭉쳐지고 힘을 빼면 다시 흩어지는 독특한 물성을 지녔다. 정해진 형태를 만들거나 완성해야 할 결과도 없다. 이야기를 들으며 주무르고, 아이디어를 고민하며 쥐고, 생각이 막히면 형태를 무너뜨리는 등 사용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드는지가 아니라, 생각하는 동안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용된 샌드는 이미 존재하던 소재지만, 코넬은 이를 '회의 중 손을 움직이며 생각한다'는 새로운 맥락으로 재해석했다. 즉, 소재 자체를 바꾼 것이 아니라 사용 목적과 활용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다. 이는 최근 디자인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서비스 디자인의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소재를 발명하기보다 기존 자원에 새로운 사용 시나리오를 부여함으로써 이전에는 없던 가치를 만들어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목할 점은 소재 자체가 아니다. '생각하는 방식'을 다시 디자인했다는 데 있다. 우리는 사고를 머리로 하는 활동이라고 여겨왔지만, IDEA SAND NEL은 손의 움직임과 촉각 역시 사고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동안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일본의 소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촉감을 중심으로 한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 환경이 일상이 될수록 사람들은 화면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물성과 촉각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IDEA SAND NEL은 이러한 흐름을 회의와 브레인스토밍이라는 업무 환경으로 확장했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 기존 소재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결국 이 프로젝트가 제안하는 것은 새로운 회의 도구가 아니라, 생각하는 환경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촉각이라는 익숙한 감각을 통해 사고와 대화의 방식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디자인이 주목해야 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관련 사이트
https://chizaizukan.com/property/idea-sand-nel
-Tama Art University 정보디자인학과 미디어 예술 학사 졸업
-GARDE Co.,Ltd.(ASIA PACIFIC 사업부 기획개발 본부 플래너)
(현) Apollo&Char Company inc.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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