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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철학을 경험으로 전환한 Hermès Maison Bond Street, London

좋은 럭셔리 리테일 브랜드들은 오늘날 브랜드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지를 공간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을 점점 강조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런던 뉴본드 스트리트에 새롭게 문을 연 Hermès Maison Bond Street는 리테일 공간이 어떻게 브랜드의 철학을 공간으로 번역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Maison이라는 이름 그대로 고객을 하나의 집으로 초대하는 경험을 구현했다. Hermès는 여섯 채의 조지안 시대 건물을 하나의 대형 매장처럼 통합하기보다 각각이 지닌 역사와 구조적 특성을 그대로 존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층고가 다른 공간, 좁은 복도, 예상치 못한 계단, 불규칙한 방의 형태는 일반적인 리테일 디자인에서는 제거해야 할 제약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RDAI의 Denis Montel은 이러한 건축적 흔적을 오히려 공간의 개성과 이야기로 전환하였다. 덕분에 고객은 하나의 거대한 매장을 둘러본다는 느낌보다 여러 개의 방을 천천히 탐험하며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Hermès가 생각하는 럭셔리의 개념과도 연결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강한 축을 중심으로 동선을 통제하고 대표 상품을 가장 먼저 노출하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이번 Hermès는 고객이 스스로 길을 찾고 공간을 탐험하도록 유도한다. 목적지가 있는 쇼핑이 아니라 우연한 발견과 머무름 자체가 경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매 효율이 아니라 Journey와 Discovery라는 경험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고객은 방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분위기와 재료,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나며 브랜드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는점이 차별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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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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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특징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언어로 통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Denis Montel은 인터뷰에서 영국 특유의 Eccentricity를 받아들이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모든 공간을 동일한 디자인 언어로 정리하는 대신 각 공간마다 서로 다른 성격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어떤 공간은 따뜻한 주거 공간처럼 느껴지고 또 다른 공간은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를 갖는다. 각각의 룸은 독립적인 작은 부티크처럼 존재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Maison이라는 큰 이야기 안에서 연결된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브랜드의 풍부한 세계관을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하며 고객에게 반복 방문의 이유를 만들어 준다.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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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선택에서도 Hermès의 철학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프로젝트는 화려한 대리석이나 고광택 금속을 통해 럭셔리를 표현하지 않았다. 대신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질감을 만들어내는 오크, 패티나가 형성되는 코퍼, 스트로 마케트리, 말총 마케트리, 전통 목재 패널과 같은 자연 소재를 적극 활용하였다. 이러한 재료들은 사용될 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특징을 가지며 Hermès가 추구하는 시간과 함께 완성되는 가치를 공간적으로 표현한다. 즉, 럭셔리는 새것처럼 빛나는 상태가 아니라 시간이 축적될수록 더욱 깊어지는 품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지역성과 장인정신을 공간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브랜드인 Hermès는 런던이라는 도시에서 영국 장인들과 협업하며 지역의 전통 공예와 소재를 공간 곳곳에 녹여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가 어느 도시에서나 동일한 공간을 복제하는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도시의 역사와 문화,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태도는 공간에 더욱 진정성과 설득력을 부여한다. 또한 기존 건축 요소를 보존한 방식 역시 중요한 디자인 전략이다. Grade II Listed Building이라는 역사적 건축물을 활용한 만큼 기존의 벽난로, 몰딩, 천장, 계단, 모자이크 바닥 등을 최대한 유지하고 복원하였다. Hermès는 건물이 품고 있는 시간의 흔적을 브랜드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이는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며 고객은 단순히 새로운 매장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축적된 장소를 경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수백 점의 예술 작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은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이 아니라 Maison이라는 개념을 완성하는 생활의 일부로 존재시켰다. 고객은 작품과 가구, 건축, 제품이 하나의 일상적인 풍경처럼 어우러진 공간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Hermès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Hermès Maison Bond Street는 결국 리테일 공간이 무엇을 판매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남기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건축의 역사와 지역성을 존중하고 획일적인 통일성보다 각 공간의 개성을 살리며 시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재료를 통해 표현한 이 프로젝트는 Quiet Luxury의 본질을 가장 공간적으로 잘 구현한 브랜딩이었다.

 

https://www.hermes.com/uk/en/content/401588-maison-bond-street/ 

 

 

공경미(영국)
-브루넬대학 브랜드전략디자인 석사 졸업
-CADADesign 디자이너
-Selfridges Future Food Hall-전략 및 비전/공간디자인
-TIn building by Jean Geourge, NYC - VMD
(현) 프리랜서 디자이너(런던 베이스로 한국 및 런던 클라이언트들과 공간디자인, VMD / 공간 전략 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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