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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캄(Self-Calm)의 시대

 All Images ⓒ Konel Inc.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정보와 연결된 채 살아간다. 스마트폰 알림과 메신저, 이메일, SNS 피드까지. 기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구로 발전해왔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반응하고 판단하도록 요구하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게 된 대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웰니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명상 앱과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 마음챙김(Mindfulness)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 역시 정보 과잉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법은 특정 장소를 방문하거나 별도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명상을 배우거나 휴양지로 떠나는 일은 분명 효과적이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보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차분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의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Konel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웨어러블 프로젝트 'Pulse Pack'을 개발했다. 2026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된 이 프로젝트는 사용자의 심박을 읽어 그 절반의 속도로 진동하는 웨어러블 팩이다. 단순한 헬스케어 기기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감정에 다시 집중하도록 돕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실험한 프로젝트에 가깝다.
 


데이터를 보여주지 않는 웨어러블
Pulse Pack은 사용자의 심박을 읽어 그 절반의 속도로 천천히 진동한다. 언뜻 보면 일반적인 헬스케어 디바이스처럼 보이지만, 접근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대부분의 웨어러블 기기는 심박수나 운동량, 수면 상태 등을 측정해 숫자와 그래프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사용자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분석하며 자신의 상태를 이해한다.

반면 Pulse Pack은 데이터를 시각화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자신의 심박수를 확인할 수도 없고, 별도의 화면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대신 몸에 착용한 팩이 전달하는 느린 진동을 통해 자신의 리듬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웨어러블 팩은 사용자의 심박보다 절반 정도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 느린 진동과 자신의 심박이 반복적으로 겹쳐질수록 의식은 자연스럽게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향한다. Konel은 이러한 경험이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 소비를 부추기는 환경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이 매우 단순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별한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명상을 안내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신체에서 발생하는 리듬을 다시 느끼게 할 뿐이다. Konel은 이러한 접근을 '셀프 캄(Self-Calm)'이라고 정의한다. 다른 사람이나 디지털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서 비롯된 감각을 통해 스스로를 차분하게 만드는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다.

 

 

 

기술보다 감각에 주목하다
Pulse Pack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술 자체보다도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디지털 서비스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더 많은 반응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사용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알림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빠른 판단을 요구받는다.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시선을 계속 외부로 향하게 만드는 환경도 함께 만들어냈다. 
Pulse Pack은 이러한 흐름과는 정반대로 사용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오히려 정보를 줄이고, 외부 자극에 집중시키는 대신 자신의 몸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디자인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캄 테크놀로지(Calm Technology)'와도 맞닿아 있다. 캄 테크놀로지는 기술이 사용자의 주의를 끊임없이 빼앗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만 조용히 작동하며 인지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개념이다. Pulse Pack은 심박 데이터를 촉각적 경험으로 전환함으로써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숫자를 읽는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몸으로 경험하는 인터페이스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기존 웨어러블 기기와는 다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Konel은 Pulse Pack을 단순한 웨어러블 제품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이 프로젝트를 '셀프 캄(Self-Calm)을 사회에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설명하며, 개인의 심리적 안정 경험을 다양한 공간과 서비스로 확장하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Model 1은 프로토타입 단계지만, 향후에는 스파와 호텔, 리트리트 시설 등 웰니스 공간을 비롯해 공공시설의 캄다운(Calm Down) 공간, 의료기관, 교육 현장, 도시 공간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분해지는 경험'을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디자인의 역할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제품의 기능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행동과 경험, 나아가 감정까지 설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공간 디자인이 심리적 안정감을 고려하고, 서비스 디자인이 행동 변화를 유도하듯 제품 디자인 역시 사용자의 정서적 경험을 중요한 가치로 다루고 있다. Pulse Pack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등장한 프로젝트다.
웨어러블 팩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본질은 휴대 기능이나 착용 방식에 있지 않다. 심박이라는 가장 개인적인 신체 신호를 활용해 사용자가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는 데 의미를 둔다. 특히 디지털 환경이 사람들의 시선을 끊임없이 외부로 향하게 만드는 시대에, 자신의 심장 박동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통해 다시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된 Pulse Pack은 새로운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디자인이 인간의 감정과 정신적 웰빙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 하나의 실험에 가깝다. 기술이 사람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더 차분하게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제품이 기능을 넘어 심리적 경험까지 설계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동시대 디자인이 향하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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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연(일본(도쿄))
-Tama Art University 정보디자인학과 미디어 예술 학사 졸업
-GARDE Co.,Ltd.(ASIA PACIFIC 사업부 기획개발 본부 플래너)
(현) Apollo&Char Company inc.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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