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삶을 향상시키는 디자인_핀란드 나무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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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이유를 이야기할 때, 많은 요소들이 언급되지만 그중에서도 사우나는 빠지지 않는다. 길고 추운 겨울 일상 속에서 몸을 따뜻하게 풀고, 자연과 가까이 호흡하며,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사우나는 핀란드인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처럼 느껴진다. 사우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핀란드 사람들의 행복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사진: Teppo Lakanniemi
이러한 맥락에서 2026년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Wallpaper Design Awards에서 ‘올해의 삶을 향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선정된 나무사우나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핀란드 섬 까우니스사리Kaunissaari에 위치한 이 사우나는 건축가 야아코 토이보넨Jaakko Torvinen이 설계했으며, 그의 박사 연구와도 연결된 작업이다. 그는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가진 나무를 건축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왔고, 이 프로젝트는 그 고민이 실제 공간으로 구현된 사례다.
사진: Tebian design
나무사우나는 전통적인 통나무로 지어졌지만, 그 표현은 매우 새롭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거의 다듬지 않은 나무 줄기를 그대로 기둥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나무의 굴곡이나 가지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 이 기둥들은 단순히 구조를 지탱하는 역할을 넘어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반적인 통나무 건축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가 줄어들어 구조가 조금씩 내려앉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 사우나는 지붕을 따로 분리하고 수직의 나무 기둥이 이를 지지하도록 설계해 이러한 변화를 줄였다. 자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이 사우나가 특별한 이유는 형태 보다도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는가’에 있다. 이곳은 단순한 목욕 공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쉬는 장소로 설계되어 있다. 내부는 어둡고 차분하게 만들어 감각이 자연스럽게 집중되도록 했고, 장작을 사용하는 전통 방식은 공간에 따뜻한 리듬을 만든다. 사우나에 앉아 있다 보면 외부의 소음과 생각이 사라지고, 오롯이 현재에 머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진: Tebian design
나무사우나는 이러한 경험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의 목욕은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높은 위치의 벤치에 앉아 몸을 데우고, 아래 공간에서 몸을 씻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일상에서 천천히 벗어나는 시간을 만든다. 중심에는 지름 110cm의 장작 스토브가 놓여 있는데, 이 스토브를 데우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 된다. 불을 피우고 기다리는 시간은 이 공간이 지향하는 느린 리듬을 만들어낸다.
사진: Tebian design

사진: Teppo Lakanniemi
사우나와 연결된 티룸은 이 흐름의 시작과 끝을 부드럽게 이어주는 공간이다. 일본의 다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공간은 사우나에 들어가기 전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사우나 이후에는 여운을 정리하며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바다를 향해 열린 창과 간결한 구성 덕분에 공간은 밝고 고요하다. 어둡고 밀도 있는 사우나와 밝고 열린 티룸은 서로 대비를 이루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사진: Teppo Lakanniemi
건물의 구조 또한 이 공간의 경험을 뒷받침한다. 그을린 나무 줄기가 기둥으로 사용되며, 하나로 이어진 지붕 아래에서 테라스를 감싸는 구조를 만든다. 공간의 크기와 분위기는 건물 안에서 계속 변화한다. 낮고 아늑한 입구에서 시작해 점점 더 열리는 테라스로 이어지고, 사우나 내부에서도 다양한 높이와 시야가 펼쳐진다.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는 시선은 위층으로 올라가면 바다까지 확장된다. 이러한 변화는 공간을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자연스럽게 확장되도록 만든다.

사진: Teppo Lakanniemi
재료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이 프로젝트의 태도가 잘 드러난다. 티룸 바닥에는 원래 바닥재로 사용할 수 없었던 자작나무가 큐브 형태로 사용되었고, 벽의 통나무에는 손으로 조각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사우나 내부의 검게 탄 목재는 전통 연기 사우나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공간을 차분하고 깊게 만든다. 이처럼 재료를 완벽하게 재단하기 보다 자연스러운 흔적과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이 이 공간의 중요한 특징이다.

사진: Teppo Lakanniemi
공간 안의 가구와 작품들도 전체 경험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가구는 Nikari에서 제작되었고, 맞춤 가구는 Teppo Lakaniemi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또한 Päivi Tuovinen과 Toni R Toivonen의 작품이 더해지며, 공간은 단순한 건축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사진: Mikko Raskinen / Aalto University
이 작업은 토르비넨이 이전에 참여했던 Pikku-Finlandia와도 연결된다. 삐꾸 핀란디아는 헬싱키에 지어진 임시 목조건물로, 알바 알토의 핀란디아 홀이 보수 공사 중일 때 공연과 행사를 위해 사용되었던 공간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자연 형태의 나무를 구조에 활용하는 실험이 이루어졌는데, 나무사우나는 이러한 시도가 보다 개인적이고 깊은 경험으로 확장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나무사우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쉬고,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고, 자신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월페이퍼의 표현처럼, 이곳에서는 기능과 시적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https://www.jaakkotorvinen.com/
-Aalto대학 Masters of Arts and Design, Product and Spatial Design 졸업
-아에오 AAA 식경험 디자인 컬렉티브 운영
-Juneinwinter 대표 (제품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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