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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물을 위하여: Hansgrohe Green Vision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소중한 물의 오염과 낭비에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UN에서 지정한 날이다.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뿐 아니라, 농업과 공업 등 산업에 필요한 물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디자이너들은 어떤 대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최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유럽 (혹은 세계) 최대의 냉난방공조 (공기/물/에너지를 다루는) 전시회인 ISH 2023이 열렸다. 유럽뿐 아니라, 미주, 아시아 그리고 우리나라의 삼성, LG 등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박람회의 가장 큰 화두는 다름아닌 ‘재생 가능한’, ‘절약’, ‘저탄소배출’ 등 이었다. 이번 ISH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 중 하나인, 사람이 사용하는 ‘물’에 관한한 가장 밀접한 브랜드인 한스그로헤-Hansgrohe (2021년에 필자가 다룬바 있다: LINK)가 필자가 속한 디자인 컨설턴시 PHOENIX (www.phoenixdesign.com)과 함께 제시한 Green Vision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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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한스그로헤와 피닉스



한스그로헤와 피닉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7년으로 시간 여행을 해야한다. 한스그로헤는 1901년부터 존재했던 브랜드이지만, 독일 디자인 스튜디오 중 최장수 기업 중 하나인 피닉스가 탄생하던 1987년부터 지금까지 한해도 빠짐없이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을 피닉스에 맡기고 있다. 작은 수도꼭지와 샤워기로 시작했던 이 두 회사의 파트너쉽은 한스그로헤의 제품과 서비스 영역이 늘어날 수록 더욱 돈독해졌고, 35년이 넘는 시간동안 흔들림 없는 신뢰가 이어지고 있다. 




 

창업자 한스 그로헤의 셋째 아들 클라우스 그로헤의 요트 위에서 탄생한 피닉스 - 1987 피닉스의 창업자 안드레아스 하욱 (좌), 톰 쉔헤어 (우)  (이미지 출처:phoenixdesign.com/history)

 




 

시간이 지나면서 피닉스는 디자인팀이 없는 한스그로헤의 마케팅과 미래 로드맵에도 디자인 방법론을 통한 선한 영향력을 주고 있으며, 올해의 Green Vision 역시 1-2년 간의 꾸준한 장기 로드맵을 통해 탄생한 결과물이다. 






02. Green Vision: Beyond Water



35년이 넘는 협업을 통해 피닉스는 한스그로헤가 출시할 내년 제품만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도 하게 된다. 다가오는 미래의 욕실/화장실 환경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첫번째 Vision 프로젝트는 RAINFINITY (LINK)로 다가오는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과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욕실이라는 공간에 공감적인 디지털 경험을 제안했다. 





 

한스그로헤와 피닉스의 RAINFINITY  (이미지 출처:phoenixdesign.com ©Hansgrohe)




이후 시간이 흘러 이 두 회사가 함께 제안하는 또 다른 미래 비전 (세계 물의 날을 맞아 ISH에서 공개되었다.) ‘Green Vision: Beyond water’는 물을 다루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스그로헤라와 피닉스라는 두 기업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환경과 미래를 향한 시선이다.





 

한스그로헤와 피닉스의 Green Vision  (이미지 출처:phoenixdesign.com ©Hansgrohe)





욕실 안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들의 탄소배출은 어느 단계에서 가장 많이 이뤄질까? 두 단계로 나눠보자. 첫번째 단계는 제품이 설치되기 전의 모든 단계, 즉 생산, 판매, 운송, 설치 과정을 모두 포함한 기간이라고 하자. 두번째는 설치 이후 사람이 사용하는 과정이라고 했을 때, 두 기업의 리서치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1:99로 압도적인 비율로 사용 과정에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 놀라운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반대로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물을 트는 순간 탄소는 그 물줄기처럼 계속해서 배출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 록 그 격차는 더 심해지리라. 



바꿔 생각해보자.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차량의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는 순간, 폐차되는 순간까지 탄소와 유독가스를 내뿜는 제품이 되어버린다. 이때문에 전세계의 내연기관 차량들이 전기 등의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화’되어 가고 있는 것과 같은 논리로, 한스그로헤와 피닉스가 제안하는 Green Vision의 목표는 아주 단순하다. (훨씬) 적은 양의 물로 용변, 세면, 샤워, 스파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컨셉을 자세히 이해하고 싶다면  링크를 통해 영상과 설명을 확인하자.    



먼저 샤워 시나리오를 보자.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욕실이 만들어진 구조와 샤워기는 태생적으로 필요보다 많은 양의 물을 낭비하게 한다. 7분 정도의 평균 샤워 시간동안 샤워기를 통해 나오는 물의 양은 약 55리터 (리서치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이고, 높은 수압을 내는 샤워기 헤드가 설치되어 있다면 한번의 샤워에 평균 65리터 가까운 물이 사라진다. 과연 우리의 몸을 씻어내는데 1리터짜리 페트병 65개에 가득 담긴 물이 필요할까 묻는다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물의 분사 방식에 따라 그 양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연구 결과 증명되었다. 물론 오늘날의 샤워는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위생의 수단이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정신의 피로까지 치유하는 의식과 같은 경험일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샤워기의 물을 잔뜩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며 한참을 서있는 것을 즐기던 필자의 예와 같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는 없겠지만, 피부와 머리에 남아있는 불순물을 닦아내는 10리터의 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알게된 사실이다. 



기존의 샤워기와는 다르게, 길게 위아래로 뻗은 배수관과 그 위에 달려있는 구체의 조명을 통해 한번의 샤워에 10리터의 물만 사용하게 하지만, 전신의 이물질을 닦아내는 효율성을 위해 물의 분사 방식과 위치를 바꾼 샤워부스 디자인이다. 샴푸나 샤워젤 같은 너무나 당연히 필요한 제품들은 샤워기를 통해 분사되는 PH5.5의 약산성 물줄기를 통해 더이상 필요없어지고 (실제로 불필요한 세안제의 사용을 줄이자는 사회운동이 유럽을 중심으로 , 그에따라 거품을 닦아내기 위한 물의 낭비도 없어지는 것이다. 





 



 


 

 

한스그로헤와 피닉스의 Green Vision 샤워  (이미지 출처:phoenixdesign.com ©Hansgrohe)





다음은 남들과 공유하고싶지 않은 공간 변기의 모습이다. 샤워를 하면서 흘려보낸 물을 재사용하는 새로운 변기의 디자인은 기존에 위로 젖혀서 여는 방식이 아닌 옆으로 밀어서 열게 되어있다. 사용되지 않을때는 미니멀한 스툴과도 같은 모습이지만, 커버를 옆으로 밀어 열면 은밀한 공간이 나타난다. 샤워기의 인터페이스처럼 곡선형의 실린더 바에 터치센서와 LED를 이용한 조작부가 있다. 







 

 

한스그로에와 피닉스의 Green Vision 변기  (이미지 출처:phoenixdesign.com ©Hansgrohe)





세면대 역시 독특하다. 변기보다 더 높게 위치한 세면대의 위에는 원형의 거울이 있고, 그 밑으로 샤워기, 변기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곡선형 실린더 파이프에 두가지 타입의 조작부와 수도꼭지가 매립되어 있다. 손을 씻기 위해서는 한번에 0.4리터의 찬물이 세개의 분사구에서 분무되어 나오는데, 샤워기에서와 마찬가지로 한스그로헤가 자랑하는 파우더 분사 방식을 체택했다. 이를 통해서 적은 양의 물로 더 넓은 범위를 깨끗하게 세정할 수 있다.  파이프의 45도 방향에서는 분당 1.6리터의 수압으로 직선형의 굵은 물줄기가 분사되고, 정상 체온에 가깝지만 따뜻하다고 느끼기에 충분한 38도의 온도로 손과 얼굴을 닦아낼 수 있다. 





 

 

한스그로에와 피닉스의 Green Vision 변기  (이미지 출처:phoenixdesign.com ©Hansgrohe)





마지막으로 Greed Vision의 욕실에서 완전히 그 모습이 사라진 미래의 욕조 경험이다. 몸을 완전히 담그는 Full bath를 위해서 평균적으로 욕조에 담기는 물의 양은 80리터 이상이다. 고작 몇분 동안 몸을 따뜻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서 80리터의 물이 버려지는데, 아프리카의 르완다와 같은 물부족 국가에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생활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서 매일 30분이 넘는 거리를 이동하고, 물을 길어 나른다. 몸을 푹 잠기게 하는 목욕이 아니라 물이 없는 욕조라면 어떨까? 개인 위생보다는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행해지는 Full bath가 최소한의 물을 사용하는 열, 스팀, 빛, 소리와 에센셜 오일 등을 통한 릴렉스의 공간으로 바뀐다면 말이다.   






 

 

한스그로에와 피닉스의 Green Vision Steam bath  (이미지 출처:phoenixdesign.com ©Hansgrohe)





환경 오염으로 인해 먹을 물도, 씻을 물도 없어질 수 있는 다가올 물 부족의 시대. 우리는 이것을 멈출 수 있고, 늦출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Green Vision의 이미지들은 모두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Full-working prototype으로 이번 ISH 2023에서 많은 관람객과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물론 욕실과 관련된 여러 법규와 기존의 욕실 구조때문에 한스그로헤와 피닉스가 제안하는 Green Vision은 지금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이 제안이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또 다른 연구와 제안으로 이어져서 인강의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물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단순히 신기한 아이디어가 아닌, 생각하는 이들의 집단인 피닉스와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한스그로헤의 노력은 Green Vision의 실현 가능한 단계로 발전시켜 다가올 2030년 런칭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우리가 매일 마시고 사용하는, 그렇기때문에 가장 중요한 우리 모두의 소중한 물을 위하여.





 

 

 

 

 

참고 사이트 / 자료 

phoenixdesign.com






 

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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