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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mowa 가지고 싶은 그 이름

 

여행이 정말, 너무나도, 몹시, 간절하게 가고 싶은 요즘이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여행의 목적으로 장거리 이동을 한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다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기차와 비행기에 앉아 창밖의 푸르고 새하얀 숲을 내다볼 여유가 생기긴 할까. 가까워지는 듯 하다가도 다시 훌쩍 멀어지는 우리 사이의 거리가, 한팔 간격 안으로 바라건대 예전처럼 한뼘 안으로 줄어들기를 기다린다. 여행, 이제는 말만 들어도 감격스럽고, 아련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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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Rimowa (이미치 출처:Dimitri Karastelev / unsplash.com)




“다시 한번 여행을 가게된다면, 뽀얗게 먼지 쌓인 구식 캐리어 대신에, 아직 표면처리 냄새가 가시지 않은 스크레치 하나 없이 말끔한 Rimowa (독일식 발음 ‘리모봐’)를 사고 말거야. 언제 또 가게 될 지 모르니, 내 꿈의 캐리어에 담아갈래.” 팬데믹 시작후 일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회사 동료 A가 선언했다. “좋은 생각이지만, 짐싸기 전에 가져와 몇번 굴리고 때려서 더 멋지게 만들어 줄께.” 이미 Rimowa를 소유한 동료 B는 시니컬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많은 여행의 순간을 공유하고 함께 마일리지를 쌓아온 냄새가 나는 것이 진정한 Rimowa의 스웩이라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클래식 Rimowa 분해도 (이미치 출처:Rimowa)


독일을 넘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명품 캐리어 브랜드 Rimowa는 2016년에 디올, 루이비통 등 으로 유명한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 그룹 LVMH에 인수 되었다. 견고함을 자랑하던 전통의 여행용 가방 브랜드가 버질 아블로 (Virgil Abloh)의 Off-White까지 흡수하며 고급을 넘어 하이-패션의 영역에 도달한 LVMH를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무한한 변화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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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Rimowa X Fendi: 더 비싸질 수 있다고? 

 


 

Rimowa X Fendi 외관  (이미치 출처:Rimowa)



솔직히 이건 예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을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예상이 틀리기를 기대했건만...)  2017-2018년 동일한 형태의 (디자인마저) 콜라보가 이뤄졌을 때, 보수적인 독일 브랜드가 (명품) 패션계의 괴물을 만나 탄생할만한 결과물의 범위 안에 놓여있다는 생각이다. 당시의 뜨뜨미지근 했던 반응도 바로 이어진 슈프림 (Supreme)과의 협업상품으로 관심 선상에서 멀어져버렸지만, 올여름 All black version으로 다시 돌아와서 함께 여행가자며 유혹한다. 



블랙과 실버 두 가지 버전으로 공개된 신상품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Fendi 의 로고를 무광과 유광으로 배색하고, 상단 핸들은 이태리 명품 Cuoio Romano 가죽을 사용했다. 내부역시 로고가 연속적으로 사용되어 누가봐도 Fendi 그 자체다. 

 




Rimowa X Fendi 내부  (이미치 출처:Rimowa) 




다시 돌아온 Fendi 버전 Rimowa는 마케팅의 승리라고 해야하는지, 패션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Rimowa의 기존 클래식한 알루미늄 버젼 기내용 캐리어가 800유로 선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2500유로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이 책정된 Fendi 버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밖에 없겠다. 덕지 덕지 스티커를 붙이고, 상처가 나고 찌그러진 Rimowa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Fendi 맛은 뚝배기에 담긴 음식을 정통 이태리식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느낌이다. 안 (비싸서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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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Rimowa X Street High-Fashion: 비싼 길거리의 맛



이제 입고 있던 고급 정장은 벗어버리고, 스냅백에 후드티를 입고 나이키 스니커즈를 대충 구겨 신고 여행을 떠나보자. Rimowa가 LVMH에 인수된 지 2년 후, 야심차게 출시된 Fendi를 팀길하며 등장한 Supreme 과의 콜라보는 가히 열광할 만하다. 가격이 비싸도, 기존의 Rimowa 색채에 충성심이 있어도, 무슨 상관인가. Rimowa 맛 Superme이 아니라 Supreme 맛 이라는데. Fendi와는 대치되는 논리로, 아니 사실 전혀 비논리적으로 평을 하는 대중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콜라보에 통하는 스페셜 에디션을 어떤 브랜드와 섞을 것이냐. Supreme 이라면 합격이라는 말이다.   



 

 

 

Rimowa X Supreme  (이미치 출처:Rimowa)




브랜드와의 협업만이 전부가 아니다. 2019년에 Rimowa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멀티미디어 예술가 알렉스 이스라엘 (Alex Israel)과 함께 그의 예술세계를 녹여낸 색다른 캐리어를 소개한다. L.A에 거주하는 예술가가 바라보는 특별한 하늘색을 고스란히 담아낸 스페셜 에디션이다. 




 

Rimowa X Alex Israel  (이미치 출처:blackbird-autojournal.com)




그리고, 드디어, 2018년에 선보인 버질 아블로 (Virgil Abloh)의 Off-White 와의 기념비적인 협업이다. 폴리카보네이트 버전의 캐리어를 (반)투명하게 만들어 버렸다. 버질은 인터뷰에서 이 협업을 통해 ‘여행’과 ‘개인 소지품’에 대한 감정적인 연결을 실험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들에서 탐나는 것을 창조해온 버질과 그의 브랜드 Off-White이기에 수긍이 간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세관에서 좋아할 최고의 캐리어라고 평가하는 그룹의 사람들에게 한표를 던진다. 버질의 실험정신은 늘 영감을 주지만, 적어도 나의 여행에서는 내 소지품들은 나에게만 보였으면 한다. 

 

 

 

 

Rimowa X Off-White 외관  (이미치 출처:Rimowa)

 

 



버질이 투명하게 만들어버린 지나치게 솔직한 캐리어의 시장 반응이 좋았던 것일까? Rimowa가 힙하고 영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싶은 모양이다. 투명한게 또 나왔다. 그것도 네온으로. 최근 발표된 신제품은 폴리카보네이트에 네온핑크와 네온라임을 적용하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했다. 몇몇의 평에서는 틱톡 (Tiktok) Rimowa라고도 소개될 정도로 힙한 문화를 선도하는 MZ세대를 겨냥한 것같은 인상도 받는다. 

 

 

 

 

Rimowa Neon Collection (이미치 출처:Rimo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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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에 독일에서 시작되어, 무려 120년 넘게 고집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걸어오던 Rimowa가 패션그룹 LVMH에 합병된 것은 2016년. 합병 이후 지난 5년의 시간동안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공격적인 콜라보가 이뤄졌고, 앞으로 더 넓은 폭으로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120년이 성실과 정직이라면, 앞으로의 Rimowa는 영감, 실험, 흡수, 변형 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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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사이트 / 자료 

www.highsnobiety.com/p/fendi-rimowa-classic-cabin-collaboration/

 

www.highsnobiety.com/p/rimowa-essential-neon-ca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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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철(독일)
서울시립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졸업
(현)Phoenix Design 수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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