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친환경 빌딩 동향
말레이시아 친환경 빌딩 시장은 2023~2025년을 거치며 녹색건축 인증, 에너지효율, ESG 공시, 임직원 웰빙이 결합된 실수요 중심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친환경 빌딩이 개발사의 브랜드 차별화 수단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임차기업의 탄소감축 목표, 공시 의무, 직원 복지, 인재 유치 전략과 직접 연결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쿠알라룸푸르 오피스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몇 년간 ESG 기준에 부합하는 고급 오피스의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개선되면서, 입지와 교통 접근성에 더해 에너지효율과 친환경 인증이 오피스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 주요 업무지구에서 친환경 인증이 고급 오피스의 임대 경쟁력과 자산가치를 높이는 실질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친환경 빌딩 시장의 확대는 GBI와 GreenRE 등 주요 인증 건수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GBI(Green Building Index)는 말레이시아 건축가협회(PAM)와 컨설팅엔지니어협회(ACEM)가 만든 현지 대표 녹색건축 인증으로, 말레이시아 기후와 건축환경에 맞춰 건물의 에너지효율, 물 절감, 실내환경, 자재, 부지계획 등을 평가한다. 상업용 빌딩, 주거시설, 산업시설, 타운십 등 다양한 건축 유형에 적용되며, 건물주와 개발사가 건물의 환경성능을 입증할 때 널리 활용된다.
GBI 인증 프로젝트 수는 2023년 671건에서 2024년 729건, 2025년 783건으로 증가했다. 인증 연면적도 2023년 약 2787만㎡에서 2024년 3010만㎡, 2025년 3140만㎡로 늘었다. 2023~2025년 2년간 GBI 인증 프로젝트 수는 연평균 약 8.0%, 인증 면적은 연평균 약 6.1% 증가한 셈이다.
말레이시아 부동산개발협회(REHDA)가 개발한 GreenRE 녹색건축 인증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GreenRE 인증 프로젝트 수는 2025년 6월 말 765건에서 2026년 3월 말 1001건으로 약 30.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인증 연면적은 3666만㎡에서 4822만9101㎡로 약 31.5% 늘었다. 이는 GreenRE가 말레이시아 친환경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 인증 또한 말레이시아의 대형 상업용 부동산과 주요 고급 오피스 개발사업에서 활용되고 있다. LEED는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가 운영하는 국제 녹색건축 인증으로, 신축 건물, 건물 골조와 공용 설비, 인테리어, 기존 건물의 운영관리 등 다양한 프로젝트 유형에 적용된다. GBI와 GreenRE가 말레이시아 현지 인증으로서 의미가 크다면, LEED는 다국적기업, 글로벌 투자자, 금융기관이 건물의 친환경 성능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국제 기준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GBI, GreenRE, LEED처럼 건물의 에너지효율과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인증에 더해, WELL과 같이 건물 사용자의 건강과 업무환경을 중시하는 인증도 주목받고 있다. WELL은 미국에 본부를 둔 IWBI(International WELL Building Institute)가 운영하는 건강·웰빙 중심 건축 인증으로, 공기질, 수질, 조명, 온도 쾌적성, 소음, 저유해 자재 사용, 신체활동을 유도하는 공간 구성, 휴식환경 등 사무공간이 사용자의 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친환경 인테리어 수요 부상
말레이시아 친환경 빌딩 수요는 주로 다국적기업, 금융기관, 상장사, 기술기업, 고급 오피스 개발사, 기존 건물 소유자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사무실을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ESG 목표 달성, 인재 확보, 직원 생산성,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되는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기업 JLL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 상위 100개 임차인 중 78%가 과학 기반 탄소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참여하거나 공개적인 탄소감축 목표를 발표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기업 임차인이 친환경 인증 오피스를 선택하는 이유가 단순 이미지 개선에 그치지 않고, 실제 탄소감축 목표와 ESG 공시 대응에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사무실 인테리어 자재와 설비 선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친환경 인증 건물에 입주하거나 WELL·LEED 등 추가 인증을 검토하는 기업은 전용 사무공간의 페인트, 접착제, 카펫, 목재, 조명, 가구까지 친환경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GreenRE의 2025년 오피스 인테리어 인증 사례에서도 저VOC 마감재, 녹색 인증 자재, 100% 재활용 나일론 카펫 타일, FSC 인증 대나무 패널, 센서 기반 스마트 조명 등이 주요 적용 요소로 소개됐다. 이에 따라 관련 제품은 말레이시아 고급 오피스 인테리어 시장에서 주요 검토 품목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FSC 인증: 국제 비영리단체인 산림관리협의회(Forest Stewardship Council)가 운영하는 산림 인증으로, 목재·종이·건축자재 등이 지속가능하게 관리된 산림 또는 관리된 공급망을 통해 조달됐음을 보여주는 기준
이처럼 인테리어 단계에서 자재의 친환경성과 인증 여부가 중요해지면서, 말레이시아에서는 관련 제품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MyHIJAU Directory를 활용할 수 있다. MyHIJAU 마크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인정하는 녹색제품·서비스 인증으로, 인증 제품과 서비스는 MyHIJAU Directory에 등재된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건축자재, 조명, 페인트, 바닥재 등 친환경 제품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정부 녹색조달과 민간 녹색구매, 녹색 인센티브 신청 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MyHIJAU Directory: https://www.myhijau.my/directory/category
주요 사례
말레이시아 친환경 빌딩 시장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메르데카 118이다. 메르데카 118은 PNB가 추진한 말레이시아 대표 초고층 랜드마크이자 고급 업무용 부동산 프로젝트로, LEED, GreenRE, GBI 등 3개 녹색건축 인증에서 모두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이는 건물의 에너지효율, 물 절감, 실내환경, 자재, 운영 성능 등이 국제 및 현지 친환경 기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의미한다.
메르데카 118은 여기에 더해 WELL Core Platinum 인증까지 취득하면서, 친환경 빌딩의 평가 기준이 에너지효율과 친환경성을 넘어 건물 이용자의 건강·웰빙 요소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WELL Core Platinum 인증은 건물 전체의 기본 설비, 공용공간, 운영환경 등 임차인이 함께 사용하는 기반 시설까지 건강·웰빙 기준으로 관리하려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메르데카 118>

[자료: 메르데카 118 공식 홈페이지]
PNB 본사 오피스 인테리어도 주목할 만하다. 메르데카 118이 건물 전체의 기본 설비와 공용공간 등을 대상으로 WELL Core Platinum 인증을 받은 데 이어, PNB는 건물 내 본사 사무공간 인테리어에 대해 별도의 WELL Platinum 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건강·웰빙 기준이 건물 공용부와 기본 운영환경을 넘어, 입주기업의 전용 사무공간과 실제 근무환경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PNB(Permodalan Nasional Berhad): 1978년 말레이시아 신경제정책의 일환으로 설립된 국가 정책 성격의 대형 자산운용기관으로, 국민 투자자금을 운용해 말레이시아 국민의 경제적 부 증진을 목표로 함
시사점
말레이시아 친환경 빌딩 시장은 향후 단순히 인증 건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입주기업의 실제 운영비 절감, ESG 공시 대응, 직원 근무환경 개선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오피스 시장에서는 친환경 인증 여부가 건물 홍보 수단을 넘어, 임차기업이 사무공간을 선택할 때 검토하는 기본 조건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쿠알라룸푸르 내 고급 오피스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L사 C 관계자는 “최근 KLCC, TRX 등 주요 업무지구의 오피스 프로젝트에서는 친환경 자재나 에너지효율 관련 요구가 예전보다 늘었다”며 “특히 다국적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인테리어 자재를 고를 때 가격과 디자인뿐 아니라 제품 인증서, 시험성적서 등을 제출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는 친환경 자재가 발주처의 선호 사양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건물 입주 승인, 인증 유지 여부와 연결해 검토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말레이시아 친환경 빌딩 시장에서는 수요가 단일한 방향으로 확대되기보다, 기업의 예산과 인증 목표에 따라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다. 다국적기업, 금융기관, 대기업은 WELL·LEED 등 국제 기준까지 고려해 사무공간의 친환경성과 직원 웰빙 요소를 적극 반영하려는 반면, 일반 입주기업은 GBI 인증 건물의 기본 시공 요건을 충족하면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접근을 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시장에는 고급 인증 대응형 수요와 기본 요건 충족형 수요가 함께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요층이 나뉘는 만큼, 한국 기업은 제품의 친환경성만 강조하기보다 해당 제품이 현지 인증 기준과 실제 인테리어 시공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인증서, 시험성적서, 제품 사양서 등 기본 자료를 GBI, GreenRE, LEED, WELL 인증 항목이나 건물 시공 승인 기준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다면, 한국산 친환경 자재와 스마트빌딩 제품의 현지 적용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자료: Suruhanjaya Tenaga, Securities Commission Malaysia, GBI, GreenRE, JLL, Knight Frank, The Edge Malaysia, PNB, Bernama, MGTC, USGBC, IWBI, Merdeka 118, KOTRA 쿠알라룸푸르 무역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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