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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중국계 자본, 칠레의 몰 치노(Mall Chino)

중국계 잡화점을 뜻하는 몰 치노(Mall Chino)’는 어느새 칠레 소매 생태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2019년 칠레 대규모 시위와 팬데믹을 거치며 기존 상권이 물러난 빈자리에 저렴한 가격과 빠른 재고 회전율을 앞세워 진입했다. 이후 대형 매장은 물론 소규모 점포 형태로도 동네 구석구석까지 파고들며, 최근 3년 사이 매장 수가 3배 이상 급증했다.

 

<2019년 칠레 대규모 시위 및 팬데믹 여파>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Las_pareden_hablan_en_valdivia_95.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40pixel, 세로 480pixel

[자료: Wikimedia Commons, 2019]

 

몰 치노의 전국 매장 수는 기준에 따라 적게는 200개, 많게는 1,000개로 집계된다. 현지 부동산 자문 업체 지피에스 프로퍼티(GPS Property)는 약 260개 매장이 운영 중이며, 연간 약 30%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다만 해당 통계는 면적 500m² 이상의 대형 매장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전체 시장 규모를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칠레 국세청(SII)에 등록된 몰 치노 관련 사업장 수는 2025년 9월 기준 약 1,188개다. 이러한 차이는 몰 치노가 전문 용어가 아닌 사회적 통칭에 가까워 기존 소매업과 구분하기 어렵고, 개별 소상공인 형태를 띠면서도 거대 홀딩스 구조로 운영되는 복합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매장의 약 40%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나, 최근에는 지방 중소도시까지 확장되는 탈중심화 경향이 뚜렷하다. 초기에는 대형 매장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500m² 미만의 실속형 매장으로 운영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신규 개점 속도는 빨라졌다. 주요 체인으로는 알리스토어(Alistore), 마르케체스(Marketches), 도레미(Doremi), 뉴트리(NewTree) 등이 있다.

 

<주요 몰 치노 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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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체스(Marketches)

알리스토어(Ali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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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Doremi)

뉴트리(NewTree)

[자료각 체인 공식 SNS 계정, 2026]

 

사업 운영 체계

 

몰 치노는 중국 자본과 현지 관리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되며, 중국계 공동체의 긴밀한 공급망과 유연한 자본력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 현지 공장과의 직접적인 연결망에서 기인한다. 약 8개의 주요 중국계 가족 그룹이 대형 체인을 통제하며,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중국에서 물량을 직접 조달한다. 특히 칠레-중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제품의 98%를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이들은 제도권 은행 대출 등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의존하기보다 공동체 내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자금 조달 방식을 선호한다. 이는 복잡한 금융 절차 없는 신속한 자본 투입을 가능케 해 전통적인 칠레 유통업자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경쟁 우위로 작용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몰 치노는 외형적으로는 개별 소상공인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본부가 구매와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는 홀딩스 체계다. 동시에 각 매장을 가족 중심의 독립 법인으로 분리 운영하여 경영의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시장 변화와 규제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마케팅 또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직접 홍보를 통해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소비 행태

 

칠레 소비자보호청(SERNAC)의 202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몰 치노를 방문한 적이 있고, 77%는 정기적으로 이용한다. 이는 몰 치노가 대중적인 쇼핑 채널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비자가 브랜드, 디자인이나 쇼핑 경험보다는 가격과 실용성, 지출의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몰 치노는 생활용품부터 가전이나 의류까지 다양한 품목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이러한 소비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몰 치노가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소비 행태가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칠레 시장 전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편,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전략에 집중하는 전통 유통업자들과 달리 몰 치노는 철저하게 오프라인 판매 중심이다. 디지털 채널과의 연계보다는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하도록 다양한 제품을 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구조를 경쟁력으로 활용한다. 

 

다만 이는 가격과 품목 다양성에서 열세에 있는 기존 소상공인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몰 치노와 취급 제품이 겹치는 일부 업체들은 자체 디자인이나 지속 가능성을 통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결국 칠레 소매시장은 가격을 내세우는 몰 치노와 감성·가치를 강화하려는 기성 업체로 양극화되는 추세다.

 

제도적 마찰과 규제 강화

 

몰 치노의 급격한 확산은 칠레 소매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그 정착 과정에서 현지 법체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일부 매장의 미흡한 제도 이행과 이에 따른 규제 강화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는 법적 의무를 다하는 현지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및 공정한 조세 질서 확립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선 칠레 국세청은 일부 몰 치노 매장에서 영수증 발행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매출을 미신고하는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유령 회사를 동원한 허위 송장 발행이나 수입 통관 시의 저가 신고(undervaluation) 문제는 시장 전체의 조세 형평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이러한 행태는 준법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 격차를 비정상적으로 벌려, 당국의 행정 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적 의무 이행이 현지 기준에 미달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칠레 소비자 보호법에는 스페인어 라벨 부착 의무와 6개월 이내 환불·교환 보증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매장에서 이를 무시하거나 자체 운영 규칙을 내세우며 분쟁을 일으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칠레 보건법을 위반하는 미인증 의약품과 위조품 유통도 적발되면서, 공중보건 위협과 지식재산권 침해 사안으로도 다뤄지고 있다.

 

몰 치노가 집중 관리 대상으로 부상함에 따라 국세청과 소비자보호청 등 당국은 시장 질서 회복을 위한 단속을 시행 중이다. 소비자보호청은 정확한 가격 표시, 영수증 발행, 스페인어 라벨 부착 여부를 점검하고 있으며, 국세청과 보건부 지역 사무소(SEREMI)도 각각 납세 의무 이행, 위생 규정 준수, 특정 품목의 판매 허가 여부 등을 감독하고 있다.

 

<몰 치노를 점검하는 소비자보호청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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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칠레 소비자보호청(SERNAC), 2024]

 

하지만 구체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는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몰 치노라는 개념 자체가 법적으로 모호한 데다 기관별 관리망도 제각각이라, 사업의 성장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정부는 국세청과 관세청의 데이터를 연동해 수입 단계부터 최종 판매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회성 단속을 상시 감시 체계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문가 인터뷰

 

KOTRA 산티아고 무역관은 몰 치노의 확산 배경과 현지 리테일 시장의 변화에 대해, 칠레 가톨릭대학교 등 주요 대학이 공동 운영하는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중국 영향력 연구소(ICLAC)의 캐럴 찬 부소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찬 부소장에 따르면, 칠레 몰 치노의 대부분은 중국 저장성(Zhejiang) 출신 상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2005년 칠레-중국 FTA 체결로 시장이 개방된 상황에서, 유럽 경기 침체의 여파를 피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칠레로 대거 유입됐다. 특히 팬데믹 기간 기존 업체들이 경영난으로 철수하며 생긴 상업 공간을 중국계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확보했다. 최근 진입하는 사업자들은 앞서 정착한 지인들의 인적 네트워크와 성공 경험을 발판 삼아 더욱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

 

찬 부소장은 몰 치노를 두 가지 측면에서 칠레 전통 유통업자들과 구분했다. 첫 번째는 유명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는 비브랜드 중심의 품목 구성이며, 두 번째는 기존 유통망의 사각지대인 소도시 및 농촌 지역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접근성이다. 이러한 특징은 몰 치노의 경쟁력이 단순히 가격에만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몰 치노가 도시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해 준다는 이점을 내세워 오히려 도시보다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기도 한다. 즉 저렴한 가격을 넘어 ‘접근성’과 ‘편의성’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끝으로 찬 부소장은 몰 치노의 핵심 리스크로 언어 장벽을 꼽았다. 사업자의 미숙한 스페인어 실력이 현지 법규를 정확히 이해하고 수용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이는 규제 당국에도 행정적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상시 데이터 감시 체계를 얼마나 실효성 있게 구동하는지가 향후 시장 질서 확립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마무리

 

몰 치노의 확산은 단순한 저가 제품 수요와 유통 활성화를 넘어, 경제적 여건에 따른 칠레 소매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투영한다. 그러나 일부 매장의 미흡한 제도 이행은 타 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홀딩스 기반의 유연한 운영 방식은 규제 당국의 관리 역량을 시험하는 동시에, 공정한 조세 질서 확립이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인해 몰 치노의 칠레 내 확장세는 이전보다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사업 모델의 다각화가 시작됐다. 최근에는 어린이 놀이 시설이나 푸드코트, 갤러리가 포함된 복합 공간을 지향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부동산 자문이나 보건 서비스까지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중국계 자본이 잡화 판매에서 한 단계 진화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몰 치노의 진화와 칠레의 규제 강화는 우리 기업에 타겟 재설정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가격보다는 기술력과 사후 관리가 경쟁력이 되는 기능성 제품군에 집중해 독자적인 수요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현지 수입 규정 준수와 라벨링 등 기본적인 준법 역량을 재점검하고, 행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현지 유통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칠레 국세청(SII), 관세청(Aduanas), 소비자보호청(SERNAC), 칠레대학교(Universidad de Chile), 칠레 가톨릭대학교(UC), 칠레 센트럴대학교(Universidad Central de Chile), GPS Property, Colliers, La Tercera, Emol, Meganoticias, BioBioChile, Diario Financiero, T13 등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원문기사링크 :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180&CONTENTS_NO=1&bbsGbn=243&bbsSn=243&pNttSn=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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