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구류는 성숙 시장…기업들의 해외 진출 활발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도 일본 문구·사무용품 시장 규모는 3986억 엔으로 예측된다. 인바운드 수요 회복 영향으로 필기구 및 사무용품 시장은 전년 대비 성장하는 반면, 재택근무와 페이퍼리스화, 학령인구 감소로 종이 제품 시장은 축소될 전망이다. 이에 제조사들은 성장 여력이 높은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연도별 일본 문구·사무용품 시장 규모 추이>
(단위: 백만 엔)

*주: 연도는 4월부터 차년도 3월 말 기준, 2023년도는 예측치
[자료: 야노경제연구소]
필기구의 일본 국내 판매 규모는 다소 하락세를 보이는 한편, 수출은 엔저 영향 등으로 코로나 시기 이후 크게 회복해 2019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품목별 수출 비율은 수성 볼펜이 약 70%, 샤프펜슬은 60%로 높은 편이다.
<연도별 일본 필기구 수출 및 내수용 추이>
(단위: 억 자루, 억 엔)

*주: 출고에서 수출을 차감해 내수 규모를 산출함
[자료: 경제산업성 생산동태통계, 재무성 무역통계]
고기능·고부가가치 신상품 개발이 문구 업계 트렌드
일본 국내 문구 시장은 사무용 문구가 견인해 왔으나 코로나 이후 법인 수요는 계속 정체되고 있어 기업들은 개인 수요 상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은 2010년대부터 고기능 및 고부가가치 상품을 발매했으며, 소비자는 고가격대 상품이라도 마음에 들면 구매하는 경향이 형성됐다. 또한 미술 등 취미 목적의 문구 제품 수요가 견조해 다양한 색상의 수성 마커나 만년필용 잉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화로 포화상태인 문구시장이지만, 사용자의 숨은 수요를 충족시키거나 정서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며 제품 차별화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본 경제·트렌드 전문지 닛케이트렌드는 문구 성숙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을 만들어내는 3가지 요소로 ‘체험’, ‘틈새시장’, ‘지속가능성’을 언급했다. 요소별 대표 사례들을 살펴보자.
1) 체험: 잉크를 찍어 쓰는 형광펜, 그리는 즐거움 제공
ZEBRA는 2024년 5월 형광펜 ‘마일드라이너’의 9가지 색상 잉크를 발매했다. 펜촉을 여러 색상의 잉크병에 넣고 그리면 그러데이션 표현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형광펜은 원래 사무용 제품이지만, 당사는 소비자가 미술 등 폭넓은 용도로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에 착안해 상품화를 시작했다. 즉, 새로운 사용법으로 차별화를 도모해 그리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ZEBRA 마일드라이너 모토>
[자료: ZEBRA]
2) 틈새시장: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인 연구소용 펜, 왼손잡이용 수첩
고쿠요의 ‘리서치 랩펜’은 기업이나 대학 등 연구소용 펜으로, 일반 유성펜과는 다른 특수 잉크를 개발해 알코올로도 지워지지 않으며, 작은 용기에도 쓰기 쉬운 0.6mm의 얇은 펜촉이 특징이다.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소비자들의 구체적인 수요를 청취하고 제품에 반영해 2023년 11월 발매 1주일 만에 4개월 치 생산량이 매진됐다. 외에도 위변조가 어려운 리서치 랩노트를 개발하며 높은 기술력을 살려 연구소용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왼손잡이 도구점(左ききの道具店)은 제조사와의 협업으로 왼손잡이 소비자를 위한 오리지널 상품을 개발해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문구 및 잡화를 판매하고 있다. 예컨대 왼손잡이용 다이어리는 열리는 방향이 반대이고, 메모 공간을 왼쪽에 배치해 왼손잡이 소비자가 편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해당 회사는 자, 칼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매출은 4년간 4배 이상 상승했다.
<KOKUYO 리서치 랩펜(좌)과 왼손잡이용 HIDARI 문구 제품(우)>
[자료: KOKUYO, HIDARI]
3) 지속가능성: 환경을 생각하는 Z세대 소비자를 위한 친환경 문구
플러스의 ‘COE365’는 Z세대 학생을 타겟으로 하는 친환경 문구 브랜드다. 재활용 플라스틱, 폐지 등 재생 재료를 사용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리필식 제품이 대부분이다. 모든 제품의 패키지를 없애 폐기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 문제에 관심이 높은 학생들을 위해 플라스틱 삭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대표 상품인 수정테이프는 종이제의 케이스를 사용해 동사 타제품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약 40% 절감했다.
<친환경 문구 브랜드 COE365의 제품>
[자료: PLUS]
시사점
오사카 시내에서 한국 상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벤더사 J사는 최근 한국 문구제품을 수입 판매하기 시작했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KOTRA 오사카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이 귀여우면서도 저렴한 필기구류, 간단한 한글 문구가 적힌 메시지 카드 등이 인기다”라며,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매장 내 문구 판매대를 더 넓힐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포화상태로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일본 문구 시장이지만, 기업들은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류 열풍 등 호재를 활용하거나 차별화를 도모한 아이디어 제품에 일본 시장 진출 기회는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 닛케이트렌드, 야노경제연구소, 경제산업성, 일간공업신문, 각 기업 웹사이트, KOTRA 오사카무역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