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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제니가 디자인한 포르쉐로 알아보는 미국 디자인특허 등록 요건

지난 10월 12일 포르쉐코리아(Porsche Korea)는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의 멤버 제니(본명: 김제니)와 함께 디자인한 신차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Taycan 4S Cross Turismo for Jennie Ruby Jane, 이하 타이칸)"을 공개했다. 독어로 “특별한 요청”이라는 뜻의 존더분쉬(Sonderwunsch) 프로그램의 결과물로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이 차는 전 세계 투어에 장시간을 보내는 제니가 평소 특별하게 생각하는 하늘과 구름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각화한 디자인과 그녀의 별명 “Jennie Ruby Jane”으로 만든 로고 등 제니의 아이디어와 취향을 세심히 반영했다고 한다. 다재다능한 K-pop 스타의 이색적인 차량 디자인 협업 소식을 계기로 미국의 디자인특허(design patent) 등록 요건에 대해 안내한다.

 

<포르쉐코리아의 국내 최초 존더분쉬 차량 포르쉐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

[자료: 포르쉐]


디자인과 특허가 분리돼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디자인을 특허의 한 종류로 보호하며 특허법의 틀 안에서 등록제도를 운용한다. 디자인특허의 인정 범위에 관한 조항 35 U.S.C. § 171(a)은 “공산품의 새롭고, 독창적이며, 장식적인 디자인을 발명한 이는 이 법의 조건과 요건에 따라 특허를 받을 수 있다.(Whoever invents any new, original and ornamental design for an article of manufacture may obtain a patent therefor, subject to the conditions and requirements of this title.)”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디자인특허권을 취득하려면 (1) 제조물품성, (2) 신규성, (3) 독창성, (4)장식성, (5 )비자명성, (6) 실시 가능성 및 명확성 요건을 모두 구비해야 한다. 각각에 대해 차례로 알아보자.

 

등록 요건 1. 제조물품성

 

디자인특허를 받으려면 발명 대상 디자인이 공산품 또는 제조품(article of manufacture)에 구현돼야 한다. 연방대법원(U.S. Supreme Court)은 2016년 판례 Samsung Electronics Co., Ltd. v. Apple Inc.에서 35 U.S.C. § 289에도 등장하는 ‘공산품’이란 표현을 § 171에 동일하게 적용한 결과, “손이나 기계로 만든 것(a thing made by hand or machine)”으로 해석한 바 있다. 이처럼 공산품이란 새로운 형태, 성질, 특징 등을 인위적으로 부여해 만들어낸 대상을 가리키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디자인에 대해서는 제조물품성 결여로 디자인특허를 받을 수 없다. 또한 특허법은 공산품에 “적용되거나 구현된(applied to or embodied in)” 디자인을 보호하므로 공산품 그 자체가 아니라, 공산품 표면에 적용된 장식적인 디자인, 공산품의 배열, 형상, 모양 등을 디자인특허로 등록 가능하다. 제니가 제작 과정에 참여한 포르쉐 자동차의 디자인은 공산품의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첫 번째 디자인특허 등록 요건을 쉽게 만족한다.

 

미국 특허상표청(U.S. Patent and Trademark Office)은 공산품의 형태가 진화하면서 기존에 제시했던 정의와 요건이 지나치게 제약적이거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마다 이를 수시로 개정·보완해 왔다. 일례로 컴퓨터에 의해 생성된 아이콘(computer-generated icon)을 소재로 한 디자인특허의 출원 심사에 적용되는 특허상표청 지침은 1995년에 나왔다. 이는 1992년 구 특허심판원(Board of Patent Appeals and Interferences)의 심결 Ex parte Strijland에서 비롯됐는데, 컴퓨터 생성 아이콘의 디자인이 디자인특허의 소재가 되기 위해서는 (1) 아이콘이 컴퓨터 화면, 모니터, 또는 다른 디스플레이 패널에 게시돼야 하고, (2) 단지 화면상의 그림 이상이어야 하며, (3) 아이콘을 게시하는 컴퓨터 작동에 중추적이어야 한다는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규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oration)가 보유한 디자인특허 D536,002 디스플레이 화면 일부에 대한 아이콘>

[자료: 미국 특허상표청]

 

이 외에 특허상표청은 타자폰트(type font) 관련 디자인특허 출원 심사 시, 판목(solid printing blocks)이 도시되지 않은 경우 공산품 요건 불비로 해석해 등록을 거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침도 발표했다. 특히 제조물품성 요건은 최근 급부상한 프로젝션, 홀로그래픽 영상,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또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에 매끄럽게 적용되기 어려운데, 지난 2년 사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온 특허상표청이 조만간 이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등록 요건 2. 신규성

 

35 U.S.C. § 102에 명시된 신규성(novelty)은 디자인특허뿐만 아니라 실용특허(utility patent)와 식물특허(plant patent)에도 적용되는 요건으로 이미 공개된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발명의 내용을 (1)(인터넷에 게재된 자료를 포함해)논문, (작성된 언어 또는 출시된 국가에 대한 구분 없이)간행물(printed publication) 등에 기재하거나, (2) 관련 제품·서비스의 판매를 위해 카탈로그, 기업 웹사이트 등에 공지 또는 동 자료를 배포하거나, (3) 발명을 실시한 제품·서비스를 판매할(on sale) 경우, 공개한 것으로 간주된다. 단, 35 U.S.C. § 102(b)(1) 조항은 발명자 본인 또는 발명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발명 내용에 대한 정보를 얻은 자가 동 발명 정보를 발설하거나 세간에 공개한 경우에 한해, 해당 공개 날짜로부터 1년 안에 특허를 출원하면 신규성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두고 있다.

 

특정 디자인이 다른 선행기술(prior art)과 비교했을 때 신규한지 여부는 “일반적 관찰자(ordinary observer)”의 시각에서 판단한다. 즉, A라는 디자인이 기존에 존재하는 B라는 디자인과 전반적으로 상당히 유사해 원래 B를 구입하려던 일반인 소비자가 A를 구입하게 될 경우 A 디자인은 신규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때 두 디자인에 대한 개별 요소 각각을 비교하지 않고, 전체적인 디자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타이칸 차량에는 제니가 직접 디자인한 “Jennie Ruby Jane” 로고가 새겨진 앞문 엔트리 가드, 자동차 앞좌석의 머리 받침대와 차량 측면부 프로젝터에 적용된 구름 형상 등 기존 자동차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이 발견되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포르쉐코리아가 타이칸을 발표, 판매, 공개한 날짜 중 가장 우선하는 시점으로부터 1년까지 신규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의 실내 디자인>

[자료: 포르쉐]

 

등록 요건 3. 독창성

 

디자인특허로 보호 받으려면 발명 대상 디자인이 독창성(originality)을 갖춰야 한다. 독창성의 유무는 일반적으로 어떤 디자인이 “관행적인 디자인 이상인지(rise above the commonplace)”와 “충분히 발명적인 창의성(originality which is born of the inventive faculty)”을 드러내는지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잘 알려진 물건이나 사람, 또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모방하는(simulate) 디자인은 독창적이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단순히 모방한 것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요소를 가미하거나 변형한 경우에는 독창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위스콘신 서부 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Western District of Wisconsin)은 Durdin v. Kuryakyn Holdings 판례에서 머리, 목, 팔 부분을 뺀 여성의 몸통 실루엣으로 이루어진 오토바이 손잡이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사람의 체형을 완벽하게 모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창성 요건을 구비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디자인특허 D432,470 오토바이 브레이크 손잡이>

[자료: 미국 특허상표청]

 

타이칸의 경우, “Jennie Ruby Jane” 로고가 부착된 앞문 엔트리 가드, 구름 형상이 적용된 앞좌석 머리 받침대, 차량 측면부 프로젝터를 통해 지면에 투사된 구름 이미지, 마이센블루(Meissen Blue)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 실내 장식 등 제니가 특별히 요청한 디자인 요소들이 독창성을 띠려면 자동차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디자인들과 차별화되며 충분히 발명적이라는 점을 잘 나타내야 한다.

 

등록 요건 4. 장식성

 

디자인 특허는 순전히 기능적인 요소가 아닌 장식적인 요소를 보호한다. 장식성 또는 심미성(ornamentality)을 판단할 때는 개별 디자인 요소 각각에 대해 따지지 않고 공산품 전체를 본다. 해당 디자인이 들어간 주된 목적이 장식적인 것에 가까우면 장식성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반대로 실용적인 기능을 위한 디자인이라면 장식성 요건을 불비한 것으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디자인특허 D730,634로 등록된 나선형 구두굽의 디자인은 단지 구두를 지탱하는 기능에서 나아가 아름답게 꾸미는 목적을 수행하고 있기에 장식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디자인특허 D730,634 나선형 하이힐 구두>
[자료: 미국 특허상표청]

 

연방순회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판례들에 따르면 해당 디자인이 가장 우수한 디자인일 때, 오리지널 디자인과 다르게 디자인할 경우 해당 공산품의 기능에 영향이 있을 때, 해당 공산품으로 실용특허를 받았을 때, 해당 공산품의 광고가 디자인의 기능성을 강조할 때 등의 상황에서는 기능적 고려에 의한 결과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제니의 요청으로 타이칸 차량에 장착된 여러 특징적인 디자인 역시 이와 같은 분석 요소들을 통해 전반적으로 기능적인지 혹은 장식적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등록 요건 5. 비자명성

35 U.S.C. § 103에 명시된 비자명성 또는 진보성(nonobviousness)은 신규성과 마찬가지로 모든 종류의 특허에 요구되는 사항이다. 디자인의 신규성을 판단할 때 일반적 관찰자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비자명성은 “해당 공산품을 디자인하는 통상적인 기술자(a designer of ordinary skill who designs articles of the type involved)”의 관점에서 고려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1) 비교 대상인 선행기술의 범위와 내용을 정하고, (2) 문제의 디자인과 선행기술 간 차이점들을 분석한 후, (3) 해당 디자인 업계에서 통상적인 기술 수준을 파악한 다음, (4) 상업적으로 성공한 디자인인지, 오랫동안 시장 수요가 존재해 왔는지, 다른 이들이 구현에 실패한 디자인인지, 업계 내 카피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는지 등, 일명 ‘2차적 고려 요소(secondary consideration)’라 불리는 객관적인 비자명성 증거들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타이칸의 전조등 디자인을 예시로 설명하자면 (1) 승용차, 트럭, 버스 등에 부착된 전조등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장식적인 외형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대상의 조명 장치까지 포괄해 선행기술로 선정하고, (2) 두 디자인 사이의 전반적인 유사성과 이질성을 면밀히 비교·대조한 후, (3) 자동차 업계 또는 조명 장치 업계의 통상적인 기술자의 시각에서 자명한 디자인인지를 평가하고, (4) 마지막으로 관련 시장에서 해당 디자인의 위상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 증거들을 바탕으로 비자명성 요건 충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

[자료: 포르쉐]


등록 요건 6. 실시 가능성 및 명확성

 

특허 명세서 기재 요건인 실시 가능성(enablement)과 명확성(definiteness)에 대해 규정한 35 U.S.C. § 112은 디자인 특허에도 적용된다. 실시 가능성은 특허 명세서에 기재된 내용이 평균적인 디자이너에게 해당 디자인을 충분히 설명하는지를 뜻하고, 명확성은 특허를 받으려는 출원서에 기재된 청구항 범위가 합리적으로 확실하게 해석되는지를 가리킨다. 디자인특허 도면의 실선은 출원인이 등록받고자 하는 디자인의 형상과 모양, 즉 특허권을 주장하는 영역을 나타낸다. 반면 특허권으로 보호받지 않는 부분은 점선 또는 파선으로 표현한다.

 

앞에서 언급한 나선형 구두굽으로 디자인특허 받은 하이힐의 경우, 출원서에 하이힐을 위에서 내려다본 도면만 포함돼 있다면 통상적 기술자인 구두 디자이너가 굽이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할 수 없으며 하이힐 디자인을 정확히 구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실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심사관으로부터 등록 거절을 받을 것이다. 또한, 하이힐 도면 내 동일한 디자인 요소가 측면 디자인과 상하 디자인 도면에 각기 다르게 그려져 있거나, 도면을 통해 정확한 구조와 형태를 이해할 수 없다면 디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절될 위험이 크다.

 

<디자인특허 D730,634 나선형 하이힐 구두의 육면도>

[자료: 미국 특허상표청]

 

실용특허의 출원 심사 과정에서 35 U.S.C. §§ 101, 102, 103에 의거한 신규성, 비자명성, 특허 대상 적격성 관련 거절 통보가 가장 흔한 것과 달리, 디자인 특허는 § 112가 요구하는 특허 명세서 기재 요건 불비로 인한 거절 통보, 즉 발명이 실시 불가능하다거나 디자인에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거절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포르쉐코리아가 타이칸 차량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미국에서 디자인특허를 출원한다면 사시도와 정투상도법에 따른 육면도(정면도, 배면도, 좌측면도, 우측면도, 평면도, 저면도)가 정확하고 서로 일치해야 한다.

 

시사점

 

지금까지 미국 디자인특허 등록 요건 여섯 가지에 대해 알아보고 제니가 디자인한 타이칸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았다. 단, 특정 인종, 종교, 성별, 민족 또는 국적에 대해 모욕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디자인은 등록이 불가하니 유의하자. 또한, 디자인특허는 저작권법으로 보호받는 회화·그래픽 저작물(copyrightable pictorial or graphic work), 상표법으로 보호받는 디자인표장(design mark)과 비슷한 명칭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이 셋은 전혀 다른 지식재산권이다. 각각의 보호 대상, 존속 기간, 등록 절차 등이 상이하므로 이를 정확히 구분해 이해해야 한다.

 

디자인특허는 일반적으로 실용특허보다 등록률이 높고, 출원비가 저렴하며, 특허유지료(maintenance fee) 납부 의무도 없다. 따라서 상업적 가치가 충분한 디자인에 대해서는 등록해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사업 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소비재 상품의 경우 디자인적인 요소가 이 상품의 시장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후발주자의 모조품 제조·판매 위험이 높으며, 실용특허나 다른 지식재산권을 취득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디자인특허가 관련 기업들에 효과적인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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