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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스토브 배포현장에서 살펴본 친환경 상생협력의 길

기후변화는 최근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핵심 이슈 중 하나다. 특히 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피해가 이어지자 국제적 공조 없이는 전지구적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에는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이 맺어지며 평균기온 상승률을 산업화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협력 방안이 구체화되기도 했다. 국가별로 탄소배출량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안을 수립하는 등 실질적인 대응책도 협정을 통해 마련됐다.

 

개발도상국인 미얀마 역시 2017년 9월 19일 파리협약의 161번째 비준 국가가 되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움직임에 동참했다. 미얀마는 지난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체결에는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국제무대에 나서는 것은 이번에 처음인 셈이다.

 

물론 개발도상국인 미얀마가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따라 붙을 수 있다. 산업화 수준이 낮아 현재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의 양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기 쉽고, 따라서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제한적일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얀마의 제조업은 의류, 봉제업과 같이 굴뚝이 없는 경공업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미얀마의 탄소배출 현황과 환경문제

 

그러나 개발도상국 역시 산업화 정도와 무관하게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요인을 따로 갖고 있으며 탄소배출량도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 일단 난방과 조리를 위해 목재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땔감을 연소시키면 전기나 천연가스를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으며 사용인구의 규모에 따라 배출 총량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경우 2021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가 5,522만 명에 이르는데 이 중 상당수가 땔나무와 같은 전통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대도시 지역에는 전기난로(Electric Stove), 인덕션 스토브(Induction Stove) 및 가스난로(Gas Stove) 등이 보급되어 있으나, 국가 전체 도시화율이 31.14%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구의 상당수인 농촌, 산간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국가전력망(National Grid)의 혜택을 누리는 인구의 비율도 58%에 불과하다. 농촌과 산간지역은 탄소배출 억제의 첫 번째 필수조건인 ‘전기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대부분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산간 지방에서는 지금도 요리할 때마다 삼각형 모양으로 돌을 쌓아 만든 전통화로에 숯이나 땔감을 넣어 불을 지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불씨를 살리기 위해 연신 부채질을 하거나 대나무나 쇠로 만든 파이프를 입에 대고 바람을 불어넣는 광경도 연출된다. 당연하게도 이때 사용되는 땔감은 모두 주변 산지에서 벌목해 조달한다. 결국 조리 과정에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물론 대기중의 탄소를 흡수해줘야 할 소중한 산림까지 훼손하는 것이다. 심지어 땔감이 불완전 연소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다량 발생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취사 도중 연기 중독으로 사망하는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 전통 화로로 취사 중인 산간지역 주민 >

[자료: KOTRA 양곤무역관 자체 촬영]

 

이와 같은 실태는 각종 통계자료에도 드러난다. 우선 미얀마 이민∙주민부(Ministry of Immigration and Population)가 지난 2019년 실시한 중간 인구조사 결과 장작을 조리연료로 사용하는 인구는 5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지역 거주민의 경우 무려 69.1%가 장작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도시지역에서도 12.5%나 되는 주민들이 장작을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숯을 연료로 사용하는 인구도 6.4%나 됐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사활동 중 발생한 실내공기오염(Household Air Pollution)으로 매년 380만 명 가량의 미얀마인이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수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사망자의 대부분은 가사를 떠맡은 여성들이나 가정에 오래 머무는 어린이들이었다.

 

< 실내공기오염의 심각성을 요약한 인포그래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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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세계보건기구(WHO)]

 

장작이나 숯을 연료로 사용하는 비중은 지역별 특성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먼저 에야와디(Ayeyarwady) 주()의 장작 사용 비중은 무려 82.6%로 미얀마 전체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친(Chin), 마궤이(Magway), 바고(Bago) 등 상대적으로 도시화 비율이 떨어지는 지역도 땔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국가전력망(National Grid) 보급률이 낮을 수록 목재 연료 사용 비중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지역별 조리연료 활용현황 >
(단위: 가구, %)

지역

전체
가구 수

전력

풍수 방앗간 

등유

LPG

바이오 가스

장작

기타

국가
전력망

개인
발전기

소규모
태양광

국가 전체

11,162,510

37.6

0.2

0.4

0.1

*

0.5

1.1

53.3

6.4

0.4

도시

3,120,314

72.5

0.2

0.1

0.2

*

1.4

2.2

12.5

10.3

0.6

지방 

8,042,196

24.1

0.2

0.5

0.1

*

0.2

0.6

69.1

4.9

0.3

까친(Kachin)

302,429

33.1

0.1

0.6

1.0

_

0.2

0.4

52.1

11.9

0.5

까야(Kayah)

66,836

59.9

0.1

0.1

_

 

 

0.2

38.4

1.4

0.1

꺼인(Kayin)

321,985

24.9

0.3

0.7

 

 

1.2

1.5

54.1

17.0

0.3

(Chin)

92,286

16.0

_

1.0

0.9

_

0.5

0.8

77.8

2.7

0.4

사가잉(Sagaing)

1,083,014

28.7

0.1

0.5

0.1

 

 

0.3

64.7

5.1

0.5

따닌다리

(Tanintharyi)

287,034

5.7

1.8

0.4

0.2

_

1.5

8.6

35.5

44.1

2.1

바고(Bago)

1,157,857

30.0

*

0.6

_

*

0.1

0.5

63.9

4.7

0.2

마궤이(Magway)

877,802

27.0

0.1

0.4

*

*

*

0.1

69.8

2.4

0.1

만달레이(Mandalay)

1,369,559

48.0

0.2

0.2

_

*

0.1

0.3

45.2

5.6

0.4

(Mon)

399,556

43.2

1.2

0.2

_

*

1.6

2.3

45.6

5.0

0.7

라카인(Rakhine)

647,767

38.6

0.2

0.2

0.3

_

_

0.3

54.8

5.5

0.1

양곤(Yangon)

1,711,561

72.4

0.1

0.1

0.3

_

1.8

2.3

15.5

7.1

0.5

(Shan)

1,123,111

35.0

0.1

0.7

0.1

*

0.6

1.4

57.5

4.6

0.2

에야와디(Ayeyarwady)

1,455,636

13.0

*

0.2

*

*

0.1

0.5

82.6

3.2

0.2

네피도(Nay Pyi Taw)

266,076

58.2

0.4

0.5

_

*

*

0.1

35.8

4.5

0.3

*0.1% 미만은 표기 생략

[자료: 미얀마 이민국(Department of Population), 2019년 중간 인구조사]

 

현지정부의 기후변화 대응노력과 한계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미얀마 정부도 목재 연료 사용의 억제와 산림 보호를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선결 과제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7월 탄소배출량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발표할 당시에도 목재 연료 사용과 벌목으로 인해 발생시키는 탄소의 양을 25% 가량 줄이는 것으로 세부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배출량은 총 1억 2,360만톤으로, 같은 기간 에너지 부문 효율화를 통해 억제하겠다고 밝힌 1억 520만톤보다 더 많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체 국토의 10% 정도를 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하여 총 50억 9천만 헥타르의 산림을 특별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미얀마 정부가 이와 같은 환경개선사업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농촌지역의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당장 목재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위한 자본과 기술력이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얀마 정부도 친환경 기술을 갖춘 해외기업과의 협력을 적극 희망하고 있었다.

 

우리기업의 친환경 기술을 통한 상생협력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기업들이 상생협력 차원에서 추진 중인 개량형 쿡스토브(Cook Stove) 보급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쿡스토브는 에너지 효율을 높인 조리기구로 바이오 에탄올을 연료로 하지만, 현지 실정에 맞게 목재를 사용할 때에도 그 소비량을 대폭 줄여준다. 아직 국가전력망 보급이 요원한 농촌, 산간지역에 우선 배포되어 당장의 목재 사용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인 것이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SK텔레콤, GS칼텍스, IBK기업은행, 그리고 에코아이 등이 나서 현지에 쿡스토브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얀마 정부 또한 이 개량형 쿡스토브 보급사업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2021년 7월 천연자원∙환경보전부(Ministry of Natural Resources and Environmental Conservation)에서 발표한 ‘국가 탄소배출량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계획안’에는 아예  ‘대한민국과의 협력을 통한 개량형 스토브의 보급 사업’을 2031년까지 진행되는 국가적 산림 보호 마스터플랜 및 에너지 효율 개선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언급하기까지 했다.

 

쿡스토브 보급은 무상공급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사회공헌의 성격이 강하지만 우리나라가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 역시 상당한 사업이다. 쿡스토브 사용을 통해 확보된 미얀마의 탄소배출권(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을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별 감축목표량보다 탄소배출을 더 많이 억제했을 경우, 이를 통해 확보된 여유분의 판매를 허용해주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덕분에 가능하다. 즉, 개량형 쿡스토브 배포 사업으로 확보된 미얀마의 탄소배출권 여유분을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받아올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술과 자본을 갖춘 선진국과 지원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이 상호 협력하여 탄소 억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파리협약에서 제시한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의 취지이기도 하다.

 

한편 개량형 스토브 보급 사업은 국가 비상사태와 코로나19위기가 겹친 지난해 잠시 중단됐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호전되며 다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찍부터 보급 사업을 선도해왔던 에코아이는 지난 1월 중순 바고(Bago)주(예따쉬(Yaytarshay) 타운십에서 1,000여개의 쿡스토브를 무상으로 배포하며 사업 재개를 본격화하기도 했다. 에코아이는 이미 2017년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2018년에는 자사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자로 등록하는 등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한 고효율 쿡스토브 무상 보급을 주도해온 기업이다.

 

< 에코아이의 쿡스토브 무상 배포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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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TRA 양곤무역관 자체 촬영]

 

특히 바고(Bago) 지역에 보급되는 쿡스토브는 기존의 전통 화로에 비해 연료 소모를 60%까지 줄여주고 조리 시간도 절반가량 단축해 주는데, 이로 인해 가구당 연 4.18톤 정도였던 땔감 소비량을 72%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한 가구 당 매년 3톤 가량의 목재를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량도 쿡스토브 1대 당 연간 1.3톤에서 2톤 사이로 추정된다. 에코아이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시범 보급한 쿡스토브가 약 10만대이고, 2019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추가 보급한 물량이 25만대이므로, 지금까지 배포한 35만대의 쿡스토브로 얻어지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만 해도 연간 약 58만톤 정도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얻어진 탄소배출량 감축분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의 검증을 거쳐 탄소배출권(CER)으로 인정되며, 이는 다시 한국에너지공단의 심사를 거쳐 외부사업인증실적(KOC; Korean Offset Credit)으로 전환되어 국내 배출권 거래시장에서도 판매가 가능하게 된다.

 

< 쿡스토브를 사용하는 바고(Bago) 주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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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TRA 양곤무역관 자체 촬영]

 

시사점 

 

이미 산업화 후기 단계에 접어든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배출하는 탄소의 양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특히 중화학 공업과 함께 자동차 제조업이 크게 발달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단기간 내에 탄소 제로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때문에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통해 탄소배출권(CER)을 획득하며 산업전환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는 것을 넘어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개발도상국들이 효과적으로 탄소배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친환경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해 개발도상국이 훨씬 더 큰 인명 및 재산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 역시 상기해봐야 한다.

 

미얀마는 온실가스를 충분히 흡수해줄 수 있는 거대한 산림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무분별한 벌목과 목재 연료 사용으로 심각한 환경파괴를 겪으면서도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하다. 친환경 기술은 갖췄지만 탄소 제로 실천까지 좀더 시간이 필요한 우리나라에게는 최적의 상생 파트너인 셈이다. 때문에 앞으로 두 나라가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기후변화에 함께 대처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쿡스토브 배포사업 역시 보다 활발히 진행되며 양국간 친환경 상생협력의 시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료: 미얀마 이민주민부, 미얀마 천연자원환경보전부, ㈜에코아이 스토브 배포 현장 자료, KOTRA 양곤무역관 자료 종합. 


<저작권자 : ⓒ KOTRA & KOTRA 해외시장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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