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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하디드, 캄보디아 학살추모관 설계


architectural images ⓒ Zaha Hadid Architects / Illustiration : Mir

 

그 정권의 권세는 4년에 불과했지만, 15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캄보디아에 있어 크메르루주는 잔혹한 학살의 역사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Sleuk Rith Institute)는 그 어두운 시대를 직시하고 기억하며 나아가 치유와 화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뮤지엄과 대학원, 연구소, 기록물 보관소, 도서관을 한데 아우를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의 설계안이 공개되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부드럽게 넓어지는 목조 건물로, 설계는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가 맡았다.

 


유크 창(Youk Chhang), 2014 

 

연구소의 설립자 유크 창은 1970년대 크메르루주 치하의 수감자였고 또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기도 하다. 인권운동가이자 조사관으로서 활동하며 그는 캄보디아 기록물 센터(Documentation Center of Cambodia)를 통해 10년 이상을 당대 잔학상의 상세한 기록을 모아왔다. 그렇게 축적된 1백만 점 이상의 자료가 이제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는 추모관이자 교육과 연구의 중심으로 나아가려 한다.

 

 

연구소는 다섯 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지상 레벨에서는 별개의 볼륨이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서로 얽혀들며 각기 다른 기능의 공간을 연결한다. 정교한 공간 구성에 따라 뮤지엄, 도서관, 대학원, 연구소가 여러 층에서 이어져, 각 공간의 이용자가 상호교류하고 협력하게 된다. 건물의 주 소재는 목재다.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는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최초의 목조 건축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벌채된 목재로 지어질 주 구조물과 외부 차양, 내부 파티션 모두 자연스러운 스케일과 따스함, 물성을 보여준다.

 

 

부드럽게 뻗어 오르는 건물의 모습은 일반적인 학살추모관 건축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역사로부터 도망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예속될 필요는 없다. 갈등 이후의 사회는 앞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유크 창의 설명이다. 그의 생각은 건물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살이나 잔학행위라는 맥락에서 자연스레 추모관은 사악하리만치 어두운 시대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유크 창은 설명한다. 많은 추모관이 무겁고 장중하며 엄격한 모습을 지닌 까닭이다. “추모공간은 한번 방문해서 둘러보고 떠나가는 곳이 아니다. 사회의 모든 세대와 관계 맺으며 기억을 일깨우고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 공공공간이야말로 최고의 추모공간이다.”

 

설계에 있어 한 가지 고려 사항은 캄보디아의 기후였다. 계절성 기후를 고려하여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건물을 아래는 좁고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지는 형태로 설계하였다. 아래로 자연스레 그늘을 드리우는 디자인이다. 이처럼 태양열 획득(solar gain)을 최소화하는 한편, 곳곳에 열완충공간을 두어 기록보관소 및 뮤지엄을 보호하고 에너지 소비를 낮추었다. 여기에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 공기조화(air handling) 과정의 물 회수 및 재이용, 생물반응기를 이용한 자체 오수 처리 시스템 등,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는 에너지 효율은 최대화하고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연구소 주변으로는 6만 8천 제곱미터 넓이의 추모공원이 들어선다. 운동장, 도시텃밭 및 과수원, 현대 조각 숲 등이 들어서게 된다. 공원은 건물로부터 천천히 경사를 이루며 낮아져 다시 한 번 계절성 홍수로부터 건물을 보호한다. 공원의 남쪽 끝에 마련될 대형 연못 역시 폭우시 우수 조절 역할을 한다.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가 들어설 부지는 보응 트라베크 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학교의 건물은 과거 크메르루주 정권 하에서 재교육 캠프로 쓰였던 곳이다. 그러므로 이곳은 대학살의 역사를 추모하고 연구하는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가 들어서기에 적절한 자리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위에 지어져 그 역사를 기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와 추모공원이 과거의 비극을 품은 자리에 새로운 생명력과 밝은 미래를 불어넣어 진정한 변화의 효과를 만들었으면 한다. 역사에 대한 숙고와 상호교류, 연결이 이뤄지는 초대의 장소라는 생각은 공간적 표현은 물론 캄보디아 국민에 대한 연구소의 약속에도 깊이 새겨져 있다.” 자하 하디드의 설명이다.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 및 추모공원은 내년 착공한다.

 

www.cambodiasri.org

www.zaha-hadid.com

Tag
#자하 하디드 #건축 #추모관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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