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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

 

 

일본의 사회적 디자인 사례를 모은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 –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30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책을 쓴 이슈+디자인 프로젝트(issue+design project)는 ‘사회의 과제에, 시민의 창조력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2008년에 시작된 사회적 디자인 프로젝트 팀이다.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의 지진인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각종 데이터로 본 20개의 최근 사회가 변화하는 양상을 모아 놓은 파트 1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 해결 노력으로 실제 시행 중인 사회적 디자인 사례 30건을 소개하는 파트 2, 그리고 앞의 사례들을 관통하는 디자인 방법론을 디자인 사고, 커뮤니티, 행정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파트 3으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2에서 다루는 현재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의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사회적 디자인 사례 30건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주목하는 문제의식에 따라 ‘일상을 발굴하는 디자인’, ‘상상력을 갈고닦는 디자인’, ‘마음을 힘으로 바꾸는 디자인’, ‘양극화를 극복하는 디자인’, ‘모두를 키우는 디자인’의 5개 섹션으로 나뉘어있다. 이 분류는 30개의 사례를 유형화하기 위한 것인데 각기 다른 섹션에서도 서로 교차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다음 몇 개의 프로젝트가 그렇다. ‘양극화를 극복하는 디자인’ 섹션에서 시마네현 아마정, 도치기현 모테기정의 ‘부모 아이 건강수첩’ 프로젝트는 기존의 모자 건강수첩에 출산 이후 육아에 대한 정보와 아버지의 참여 부분을 보강하고 더 읽기 쉽도록 새롭게 디자인했다. ‘마음을 힘으로 바꾸는 디자인’에서는 줄어드는 아동으로 인해 점차 폐업하는 소아과 의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효고현의 ‘고마워요 카드’ 프로젝트와 목재가구 제작이 지역의 주요 산업인 홋카이도 히가시카와정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이름과 생년월일을 써넣은 지역 장인이 만든 의자를 증정하는 ‘너의 의자’ 프로젝트가 있다. ‘상상력을 갈고닦는 디자인’에서 가나가와현, 가가와현, 오사카부의 ‘아동 워크숍’ 프로젝트는 지역에 거주하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아동,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마지막으로 ‘모두를 키우는 디자인’에서는 한 집에 여러 가구가 따로 또 같이 거주하며 서로 아이를 돌봐주고 식사를 함께하는 등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도쿄도의 대안 공동체 건물 ‘스가모플랫’ 프로젝트의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결국 각 지역이 당면한 인구감소와 관련된 출산,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한 프로젝트들이다. 즉 하나의 커다란 사회적 이슈에도 지역별로 당면한 문제가 각기 다르고 이를 풀어내는 방법도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인’이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이 책에서 정의한 ‘디자인’은 아래와 같다.
 - 문제의 본질을 한꺼번에 포착해서 거기에 조화와 질서를 가져다주는 행위
 - 아름다움과 공감으로 대다수 사람의 마음에 호소해 행동을 환기하고 사회에 행복한 운동을 일으키는 행위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전제로 하는 일반적인 디자인의 용례보다 광의를 띄고 있다. 이에 관해 생각해 보아야 할 이유는 파트 1의 각종 통계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부족과 같은 거시적이며 전 세계적인 문제와 더불어, 인구감소와 고령화와 같은 일본이 당면하고 있는 인구 구성의 변화 문제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주요한 사회적 이슈다. 양국 모두 인구증가와 빠른 경제성장으로 지탱됐던 20세기의 ‘성장’의 시대를 넘어 인구감소와 저성장이라는 전혀 다른 요건을 기반으로 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경제 성장의 둔화와 인구감소 경향은 일본이 우리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지금 ‘사회적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들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우리의 현재와 예측 가능한 근미래의 모습이다.

 

다음으로 살펴야 할 것은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지역’이라는 점이다. 현재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회적 디자인의 대상이 다름 아닌 지역, 즉 소규모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배경 역시 파트 1에서 본 사회적 이슈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교통체증 완화를 위한 도로 건설과 택지개발과 같은 대규모 기반 사업을 구축하는 것을 ‘정답’으로 생각했던 ‘성장’의 시기가 끝났다는 것이다. 이제 성장이 아닌 ‘성숙’을 위해 주민들 개개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단위의 행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우리에게도 같은 사회적 배경으로 작용한다. 즉, 국가 단위의 ‘새마을운동’이 필요했던 시기를 지나, 소규모 지역 단위의 사회적 디자인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이 ‘지역’의 문제는 인구감소와 경제성장 둔화라는 사회적 구조변화의 유사성과 더불어 ‘일본’의 사회적 디자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의 4개 큰 섬과 작은 섬들로 구성된 섬나라다. 젊은 층의 대도시 집중과 도서 지역의 고령화 등 인구 구성과 관련된 문제는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 안에서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제한된 프로젝트 대상 지역의 크기는 ‘행정’의 측면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디자인’적 시도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며, 지역 커뮤니티와의 좁은 거리 역시 지역주민과의 소통 장벽을 낮춰 새로운 디자인 프로젝트를 비교적 쉽게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디자인적 실험을 가능케 해주는 일본의 지역적 특성은 우리가 참고 가능한 사례를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이와 더불어 ‘지진’ 역시 일본의 사회적 디자인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지점이다. 사회구조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지진’은 일본을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재해의 극단적 피해 사례로 만든다. 고베는 1995년 한신∙아와지대지진의 피해 지역이다. 6,300여 명의 사망자를 내고 1,400억 달러의 피해를 냈던 대지진은 많은 후유증을 남겼고, 이런 문제들은 사람들에게 자연재해를 피할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사회적 디자인이 필요함을 각인했다. 유네스코(UNESCO)에서 지정한 ‘디자인도시 고베’ 프로젝트를 위해 고베시가 환경, 방재, 건강, 복지, 교육이라는 시민 생활에 가까운 과제의 창조적 해결에 집중한 것도 바로 이런 쓰라린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따른 결과다. 이 책을 집필한 이슈+디자인 프로젝트 역시 고베시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해마다 다른 주제의 워크숍과 경연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그 첫 주제가 ‘피난소+디자인’이었다. 이때 나온 결과물 중 하나인 ‘가능합니다 제킨(zechin)’은 실제 2011년 동일본대지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제킨이란 운동 경기 참가자가 가슴과 등에 붙이는 번호를 쓴 천인데, 재해 지역을 도와주러 간 자원봉사자들이 한눈에 자신의 역할을 알리는 데 사용됐다. 연인원 122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들이 재해 지역을 돕기 위해 몰려들었던 95년 고베대지진 현장에서, 봉사자들은 현지의 피해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으로 제대로 된 도움도 주지 못하고 충돌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자원봉사자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기 위한 장치로 제킨을 활용한 것이다. 4개의 색으로 구성된 제킨은 붉은색은 ‘의료∙간병’, 푸른색은 영어, 수화 등 ‘언어지원’, 노란색은 목수나 법률과 같은 ‘전문기술’, 초록색은 힘쓰는 일이나 밥 짓는 일 등 ‘생활지원’을 의미하며 봉사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웹사이트에서 자유롭게 내려받아 인쇄해 ‘자신이 가능한 일’과 함께 이름을 써넣고 테이프로 등에 붙여 사용하게 했다. 경험을 기반으로 재난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디자인인 것이다. 이런 재난 복구와 관련된 사회적 디자인 툴을 단지 일본의 지진 피해에만 국한된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이상한파와 폭염, 홍수, 가뭄,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고, 최근 우리 바다에 피해를 일으킨 선박 기름 유출 사고와 같은 인재 역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재해 복구와 관련된 사회적 디자인은 바로 이런 증가하는 재해 위험에 대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디자인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상 속에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은 지금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급한 과제다.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에 소개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의 다양한 사례는 디자이너가 사회와 어떻게 접점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http://issueplusdesign.jp/

 

 

 

 

 

 

<디자인이 지역을 바꾼다 –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30가지 아이디어>

 

-감수: 가케이 유스케
-저자: issue + design project
-역자: 김해창
-출판: 미세움
-152x225 mm / 304 쪽 / 20,000 원
-ISBN 978-89-85493-80-2

 

-목차
들어가면서 -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역자 서문

 

PART 1 - 지역을 바꾸는 핵심 이슈 20
1. 기후변화
2. 지진
3. 에너지
4. 식량자급
5. 산림
6. 물건 만들기
7. 인구감소
8. 고령화
9. 인구밀도
10. 다세대화
11. 커뮤니티
12. 결혼•출산
13. 육아
14. 아이들의 마음과 몸
15. 경제양극화와 고용
16. 외국인
17. 범죄
18. 의료•간병
19. 자살
20. 생활습관병

 

PART 2 - 지역을 바꾸는 핵심 디자인 30
KEY DESIGN 30 - SECTION 1 일상을 발굴하는 디자인 30
  1. 나무 젓가락에서 시작하는 중산간지역 순환시스템 - 와RE바시
  2. 섬 밖의 관점을 살려 섬의 일상을 관광자원으로 - 가 볼 만한 섬, 이에시마
  3. 노동과 체험을 교환하는 소수만 받아들이는 여행 - 한토마리 경관보전 프로젝트
  4. 구석에 처박혀 있던 물건에 빛을 주는 잡화점 - 옷코야
  5. 지역 소재•기술로 에너지의 지산지소 - 지역 그린 에너지
  6. 우리 주변의 버리는 것들을 자원으로 바꾼다 - 리사이클 제품
KEY DESIGN 30 - SECTION 2 상상력을 갈고 닦는 디자인
  7. 방과후를 돌파구로, 시민이 교육에 참여 - 방과후NPO
  8. 주민, 디자이너, 학생이 협력하는 가구만들기학교 - 호즈미제재소 프로젝트
  9. 시민이 발전을 체감할 수 있는 발전판 달린 출입구 - 후지사와발전 게이트
  10. 섬 유학제도와 2코스제로 지역을 맡을 인재육성 - 도젠고교의 매력화
  11.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나 착각을 없애 자살을 방지한다 - 우울증 방지 종이연극
  12. 체험을 통한 배움의 장 - 아동 워크숍
KEY DESIGN 30 - SECTION 3 마음을 힘으로 바꾸는 디자인
  13. 자원봉사자와 재난피해자를 연결하는 스킬 공유 툴 - 가능합니다 제킨
  14. 의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 고마워요 카드
  15. 사람과 사람을 끈으로 연결하는 마을 소문 - 하치노헤의 소문
  16. 최고의 쌀과 재미있는 여행으로 도시와 농촌을 연결한다 - 쌀 여행
  17.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 - 너의 의자
  18. 아내사랑의 성지, 그리고 야채사랑의 성지로 - 일본애처가협회
KEY DESIGN 30 - SECTION 4 양극화를 극복하는 디자인
  19. 임신•출산•육아 안전네트워크 - 부모아이 건강수첩
  20. 노숙생활자의 자립지원 가이드북 - 노숙탈출 가이드
  21. 여대생의 능력을 끌어내 취직기회를 갖게 한다 - 하나라보
  22. 고령자나 신체가 부자유한 사람을 위한 미니카 - 다케오카 자동차
  23. 환자를 치유해 간병자원봉사자를 양성한다 - 센리 재활병원
  24. 특별한 재능을 살리는 물건 만들기 - 장애인이 만든 제품
KEY DESIGN 30 - SECTION 5 모두를 키우는 디자인
  25. 주민과 행정직원이 하나가 돼 만든 실효성있는 계획 - 아마정 종합진흥계획
  26. 마을에 없어선 안 될 백화점 - 마루야가든즈
  27. 자립한 다세대가 더불어 사는 콜렉티브 하우스 - 스가모플랫
  28. 2만 7천 명의 성주가 고성 부흥 - 1구좌 성주제도
  29. 지역사람들이 당일치기로 요리를 만들어 서로 돕다 - 일일셰프
  30. 시민의 창조력으로 사회과제에 도전한다 - issue+design

 

PART 3 - 지역을 바꾸는 디자인
1. 지역을 바꾸는 디자인 사고
2. 지역을 바꾸는 디자인 커뮤니티
3. 지역을 바꾸는 디자인 행정

 

참고문헌

 


---
글. 문희채
예술학과 미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일들을 시도하고 있다

Tag
#커뮤니티 #일본 #지역 #사회적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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