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에서 즐겁게 살아가려면 관계가 필요합니다
산업단지정책해커톤 참가자, 문준호 현대위아 기술사원 인터뷰
이번 산업단지정책해커톤에서 ‘청심환’ 팀은 마시멜로 챌린지에서 가장 높은 탑을 쌓았다. 청심환 팀은 정답을 먼저 찾기보다, 일단 시도하고, 서로 맞춰보고, 다시 고쳐가는 데 강한 팀이었다. 문준호 현대위아 기술사원은 이 팀의 발표자였다. 그가 반복해서 말한 단어는 ‘관계성’이었다. 그는 산업단지에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지에서 온 청년이 적응하기 어려운 이유도, 산업단지가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 관계를 만들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심환 팀이 제안한 ‘산단 한마당’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산업단지를 닫힌 생산기지가 아니라, 지역 축제와 연결된 삶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자는 제안이었다. 근로자 동아리 공연, 산단 기업과 지역 상권의 연결, 산단 헤리티지 체험, 가족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산단 안팎의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자는 구상이었다.
인터뷰 — 문준호가 말하는 “관계성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문준호
현대위아 사원
큰 포부를 가지고 참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이 해커톤에 참여한다고 들으셨을 때, 솔직히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엄청 큰 포부를 가지고 참여한 것은 아니었고, 처음 해보는 활동, 해커톤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신청을 하였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해커톤이었고, 관심이 생겨 신청했다. 그러나 1박 2일 동안 그는 산업단지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고 말했다.
지금도 산업단지는 재미없고 딱딱한 곳입니다
“행사 전에는 산업단지를 어떤 곳으로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지금도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지만 재미없고 딱딱한 곳...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 정책이 바꾸어야 할 것은 외부인의 인식만이 아니다. 실제 그 안에서 일하는 청년이 느끼는 일상의 감각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1박 2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무엇이었습니까?”
“다양한 산업단지에서 모인 분들과 발표 준비를 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분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이번 해커톤처럼 다양한 출신의 젊은이들을 만나 산업단지와 자기의 삶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단지에서 온 사람들과 발표를 준비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간이었다. 수상 성과가 없었던 아쉬움은 있었지만, 서로 다른 출신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산업단지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크게 남았다. 이 답변은 그가 말하는 ‘관계성’과 바로 연결된다.
타지 청년에게 산업단지는 적응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이건 진짜 산업단지 현장의 문제다’라고 느끼신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인천, 안산 등 많은 산업단지를 다니며 직장생활을 했었습니다. 산업단지의 문제라고 한다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외부에서 온 타지인이 적응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산업단지는 말 그대로 많은 기업이 모여있는 곳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많은 청년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하지만 산업단지는 타지의 청년들에게 많은 매력을 느끼기는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주거, 문화여건 등에서 그렇습니다.”
그는 다른 산업단지에서도 일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가 반복해서 느꼈던 문제는 타지 청년의 적응 문제였다. 산업단지는 일자리가 모이는 곳이지만, 청년이 머물고 싶게 만드는 공간은 아니었다. 일자리는 있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 기회가 부족하고, 주거와 문화 여건도 충분하지 않았다.
산업단지는 근로자만의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해커톤 하면서 처음에 들었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활동 중에 바뀐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이고 왜 바뀌게 되었나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산업단지와 관련이 있고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산업단지는 단순하게 근로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공직자, 지역주민 등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해커톤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산업단지를 근로자들로만 구성된 공간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해커톤에서는 공직자와 지역 주민도 산업단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산업단지는 일하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연결된 문제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청심환 팀의 아이디어였던 ‘산단 한마당’은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지역 축제 안에 산단의 무대와 부스, 헤리티지 콘텐츠, 가족 참여 공간을 넣는다는 제안은 산업단지를 근로자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산업단지에서 즐겁게 살아가려면 관계성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가장 공감하신 아이디어는 무엇이었고, 왜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정확히 아이디어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산단근로자들끼리 모여 채소를 재배하고 후에는 수확까지 하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아이디어가 가장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산업단지에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청년 정책도 ‘관계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사람과의 관계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가장 공감했던 아이디어도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함께 채소를 키우고, 수확하고, 저녁을 함께 먹는 아이디어였다. 산업단지 청년 정책이 관계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그의 말은 청심환 팀의 아이디어와도 연결된다. 산단 한마당은 공연, 부스, 체험, 가족 프로그램을 통해 산단 안팎의 사람들이 만나는 구조를 만드는 제안이었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예산이 많이 들면 실행은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행은 어렵겠다’고 느끼신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무엇이었습니까?”
“아이디어는 좋지만 예산이 많이 드는 청년 활동 전용 건물을 만드는 아이디어들은 실행이 어렵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가능하다면 아주 좋은 아이디어일 것 같습니다!”
관계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큰 건물을 먼저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작은 활동과 만남의 기회부터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지역과 직군이 모이니 산단마다 다른 문제가 보였습니다
“서비스디자인 방식이 일반 회의나 일반적인 워크숍과 다르게 느껴진 지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산단 근로자의 경험과 마음에서 시작하고, 창의적으로 풀어가는 서비스디자인 방식에 대하여 어떻게 느끼셨습니까?”
“1박 2일로 진행되고 또 다양한 지역, 직군이 모여서 일반적인 워크숍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지역은 또 이렇게 다르네'라고 느꼈고 각 산단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그가 이번 해커톤이 특별하다고 느꼈던 지점은 다양한 지역과 직군이 함께했다는 점이었고 그러다보니 대화 속에서 각 산단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비스디자인 방식의 핵심이 여기서 드러난다. 한 지역의 경험이 다른 지역의 문제를 비춰보고, 한 사람의 불편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극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앉을 때 문제는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청년들이 웃고 즐기려면 관계성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이 해커톤 이후 산업단지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단지 정책이 많은 방향이 있겠지만 청년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관계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지에서 온 청년들에게 새로운 관계를 이어주고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 그것이 청년들이 산업단지 생활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단지의 문제는 재미없고 딱딱한 분위기만이 아니다. 타지에서 온 청년이 관계를 만들기 어렵고, 활동할 기회가 부족하며, 지역 안에서 생활반경이 좁아지는 문제다.
주거와 교통이 가장 불편합니다
“평소 산업단지에서 가장 불편하다고 느끼셨던 장면 하나를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우선 첫번째는 주거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산업단지는 말 그대로 회사가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회사 기숙사가 없는 한 청년 근로자들은 근처 주택지에서 자취를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산업단지 근처에 주택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산업단지이면 많이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교통 문제입니다. 산업단지는 대부분 제조업 기반 회사들이 많은 만큼 각 기업 출퇴근 시간이 다릅니다. 어떤 회사는 3교대, 2교대 등 회사의 특성에 맞게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차가 없는 경우는 출퇴근이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회사 통근차량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같은 경우는 통근버스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와의 연결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도권 같은 경우 지하철을 이용하여 생활범위가 넓어지지만 지방 산업단지는 생활반경이 정말 좁습니다. 대중교통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KTX 역도 멀거나 배차가 없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는 산업단지의 불편을 주거와 교통으로 짚으면서, 이 문제로 인해 생활반경이 좁아지고, 생활반경이 좁아지면 사람을 만나고, 활동하고, 지역에 적응할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계는 살 곳, 이동할 방법, 머무를 장소, 만날 기회가 있어야 형성된다. 지방 산업단지의 좁은 생활반경은 청년의 관계 형성과 정착 가능성을 함께 좁힌다.
산업단지를 지역소멸 시대의 기회로 보아야 합니다
“행사 이후에도 계속 다뤄졌으면 하고 생각하는 산단 생활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아직까지 청년들이 느끼기에 산단 생활은 많이 팍팍한 것 같습니다. 청년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공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산업단지를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소멸 시대의 기회로 활용하여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단지의 근로자들이 지역에 정착하여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산업단지 근로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산업단지 근로자의 문제를 근로자들의 시선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및 지역 주민 등 다양한 시각을 검토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산업단지를 지역소멸 문제와도 연결하면서 기회를 말했다. 산단을 지역소멸 시대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단지 근로자가 지역에 정착하고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면, 산업단지 근로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며 — 관계성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는 산업단지에서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 타지에서 온 청년에게 새로운 관계를 이어주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산업단지 정책이 청년을 붙잡기 위해서는 일자리만 말해서는 부족하다. 청년이 살 곳, 이동할 방법, 만날 사람, 함께할 활동이 있어야 한다. 그가 말했듯, 관계성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가 결국 산업단지를 일터에서 삶의 터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정리 :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안전디자인실
관련 자료
#산업단지정책해커톤 #청년디자인리빙랩 #서비스디자인 #산업통상부 #산업단지공단 #한국디자인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