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노동자의 행복’입니다
산업단지정책해커톤 한국디자인진흥원 담당자, 강민두 주임연구원 인터뷰
강민두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문화팀 주임연구원은 이번 산업단지정책해커톤을 준비하고 운영한 실무자 중 한 명이다. 다른 인터뷰이들이 해커톤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면, 강민두 주임연구원은 그 참여가 가능하도록 조건을 만든 사람에 가깝다. 그는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국민디자인단 사업 운영을 담당했고, 현재는 문화선도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운영을 맡고 있다. 국민디자인단에서 축적된 공공서비스디자인 경험은 청년디자인리빙랩으로 이어졌고, 이번 해커톤은 구미·완주·창원 세 산업단지에서 논의되던 문제와 아이디어를 다시 한자리에 모아 섞어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가 이번 해커톤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말한 것은 기대보다 걱정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람을 모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산업단지 노동자와 주민이 자신의 의견을 꺼낼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1박 2일의 짧은 시간이 실제 정책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 인터뷰는 해커톤을 운영했던 사람의 기록이다. 동시에 국민디자인단 이후 청년디자인리빙랩이 어떤 방식으로 산업단지 정책과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말하는 실무자의 판단이기도 Ramadan.
인터뷰 — 강민두가 말하는 “노동자의 행복이 정책의 출발점입니다”
강민두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안전디자인실 디자인문화팀 주임연구원
기대반, 걱정반이었습니다
“처음 이 해커톤에 참여한다고 들으셨을 때, 솔직히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해커톤이 실제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을 때에는 기대반 걱정반이었습니다. 일정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준비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었고, 산단 노동자들을 어떻게 모을지, 어떻게 해야 산단 노동자와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자신의 의견을 잘 내게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고, 해결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강민두 주임연구원이 떠올린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모일 수 있을지, 모인 뒤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의 목록들이었다.
“행사 전에는 산업단지를 어떤 곳으로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예전에 전문가 인터뷰을 위해 몇몇 공장을 찾아가 본 적이 있고, 다니던 회사의 공장에 가본 적이 있으며, 산단 주변의 회사를 다니면서 산단을 거쳐 고속도로를 타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기억으로는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다, 항상 도로변에 불법주차가 많다, 출퇴근 시간 외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기억이었습니다.”
그가 기억한 산업단지는 접근이 어렵고, 도로변에 불법주차가 많고, 출퇴근 시간 외에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 기억은 이후 해커톤에서 공감한 아이디어와도 연결된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찰나의 실수들이었습니다
“1박 2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무엇이었습니까?”
“해커톤을 준비한 사람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찰나의 실수들 인 것 같습니다. 소통이 잘못되었거나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은 오래도록 머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참여자들이 환호했던 순간들입니다. 퀴즈를 맞추고 게임에서 이기고 최종 결과발표에서 수상을 했던 순간들입니다. 그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만족해야 성공적인 행사라 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발표, 팀 활동, 새로운 만남을 기억했지만 운영자는 달랐다. 계획에서 벗어난 순간, 소통이 어긋난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동시에 그는 참여자들이 환호하던 순간도 기억했다. 운영자의 관점에서 본 해커톤의 성과는 매끄러운 진행만이 아니라 참여자의 경험이었다.
외면해온 것이 진짜 문제였습니다
“‘이건 진짜 산업단지 현장의 문제다’라고 느끼신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습니까?”
“사소한 문제들에서 부터 진짜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서로 엉켜붙어 풀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산업단지에서도 많은 문제들이 오래전부터 인식되어 왔지만, 그 사소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다른 문제들과 엮여 더 큰 문제들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도 진짜 문제는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었으나 성과를 제대로 못 받은 산단기업과 노동자를 외면해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강민두 주임은 산업단지 문제를 하나의 큰 원인으로만 보지 않았다. 사소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쌓이고, 다른 문제와 엮이며 더 큰 문제를 만든다고 보았다. 그가 가장 강하게 짚은 것은 외면이었다. 산업단지 기업과 노동자는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었지만, 그 성과를 충분히 받지 못했고, 정책과 사회의 관심에서도 밀려나 있었다는 판단이다. 이 시각은 이후 그가 말한 “노동자의 행복”과 연결된다.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해야 합니다
“가장 공감하신 아이디어는 무엇이었고, 왜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온통이음 정류장’과 ‘공장 비워드림’ 이 두 아이디어에 공감이 갑니다. 제가 본 경험으로 산단은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어서 출퇴근 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되고, 좁은 공간을 나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는 기업 스스로 방법을 찾지 못해 경영의 효율도 떨어뜨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지방정부와 공공부문에서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그 만족도도 매우 높아질 것입니다. 먼저 쉽게 할 수 있으면서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부터 실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가 공감한 아이디어는 생활과 운영의 불편을 직접 겨냥한 것들이었다. 대중교통 문제, 공간 효율화 문제처럼 당장 체감도가 높은 문제다. 그는 지방정부와 공공부문이 조금만 도와도 해결 효과와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보았다.
“반대로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행은 어렵겠다’고 느끼신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무엇이었습니까?”
“앞으로 지역의 산업단지들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현재의 지원형태를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단지가 생산시설을 집적하여 효율적인 운영으로 시너지를 내는 곳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터전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생활밀착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아이디어들은 이해관계자와 투입 자원이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바로 실행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는 실행 가능성과 필요성을 구분했다. 생활밀착형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필요하지만, 이해관계자와 자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실행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다.
우리가 해온 것이 헛수고는 아니구나
강민두 주임은 올해 문화선도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운영을 맡고 있다. 청년디자인리빙랩을 운영하는 수행사들은 지역에서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설득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일을 계속해왔다. 이번 해커톤은 그 지역의 논의가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실험과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번 해커톤은 기존 청년디자인리빙랩과 어떤 점에서 이어지고, 어떤 점에서 별도의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청년디자인리빙랩을 운영하는 수행사들도 쉽지 않은 과제를 맡고 있습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서의 청년디자인리빙랩 운영이 결국 국가적으로 중앙정부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는 매우 뜻깊은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 온 것이 헛수고는 아니구나’라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이벤트였습니다. 또한 각 산단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차이점들을 논의해 볼 수 있는 기회여서 기존의 청년디자인리빙랩과는 또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 답변은 강민두 인터뷰의 중요한 축이다. 해커톤은 독립된 일회성 행사가 아니었다. 지역에서 축적해온 청년디자인리빙랩의 논의가 중앙정부와 만나고, 산단별 차이를 함께 논의한 자리였다. 그가 말한 “우리가 해온 것이 헛수고는 아니구나”는 수행사와 참여자, 그리고 사업을 운영해온 실무자 모두에게 향한 문장으로 읽힌다.
산업단지 정책의 최종 수요자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 해커톤 이후 산업단지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단지 정책의 최종 수요자가 바뀌어야 합니다. 산업단지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노동자’이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노동자의 행복’입니다.”
산업단지 정책은 오랫동안 생산, 입지, 물류, 기업 지원, 경쟁력의 언어로 설명되어 왔다. 강민두 주임은 최종 수요자를 노동자로 다시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가치는 노동자의 행복이라고 했다. 이 말은 이번 해커톤 전체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산업단지를 생산시설의 집적지로만 보지 않고, 노동자의 삶의 터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아이디어는 맥락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해커톤 결과를 3개 산단 수행사에 전달할 때, 어떤 형태의 자료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를 잘 정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는 컨텍스트와 같이 있을 때 더 설득력이 있고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컨셉형태에 아이디어 시트를 더하고, 그 아이디어가 어떤 작은 아이디어에서 나왔는지 출발점도 함께 정리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결과물보다 맥락을 강조했다. 어떤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보다도 그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작은 이야기와 문제의식이 사라지면 아이디어는 쉽게 형식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현장의 맥락이 있어야 설득력과 확장이 생긴다.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과제부터 시범사업으로
“이번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청년디자인리빙랩 시범사업이나 신규 정책 과제로 연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눈에 보이는 실행가능한 아이디어가 몇 개 있습니다. 대중교통 문제나 안전, 공간 효율화 등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과제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시도해 본 후 효과가 있다면 신규 사업으로 만들어 전국으로 확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는 실행 가능한 과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중교통, 안전, 공간 효율화처럼 큰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체감도가 높은 과제를 시범사업으로 시도하고, 효과가 확인되면 신규 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만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경험을 다음 청년디자인리빙랩 운영 방식에 반영한다면 무엇을 바꿔야 합니까?”
“물론 산단 근로자들과 주민들이 불편한 것과 새롭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내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 니즈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만 찾으려 하지 말고, 기존 아이디어를 잘 모아놓고 개별 산업단지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골라 현실화하는 과정도 필요해 보입니다.”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것보다 이미 나온 아이디어를 축적하고, 개별 산업단지의 상황에 맞게 골라 현실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커톤이 끝난 뒤 자료 정리와 전파 방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발적 참여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기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후속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음 번에 해커톤을 한다면, 보통의 해커톤처럼 산업단지의 변화에 관심이 있는 일반 노동자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고, 그들이 아이디어를 잘 낼 수 있도록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지원하고, 참여자들의 열정에 대한 보상, 충분한 준비를 위한 시간과 예산, 해커톤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전문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가 처음에 걱정했던 것도 결국 같은 문제였다. 사람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모인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할 것인가. 해커톤의 시작과 끝이 같은 질문으로 연결된다.
마치며 — 노동자의 행복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강민두 주임은 이번 해커톤을 운영했던 담당자의 위치에서 말했다. 그래서 그의 답변에는 기대보다 걱정이 많았고, 환호보다 실수가 오래 남았고, 아이디어보다 맥락이 중요했다.
그가 이번 해커톤에서 짚은 문제는 명확했다. 사소한 문제들이 오래 해결되지 않으면서 더 큰 문제로 엉켜왔고, 그 바탕에는 한국 경제발전의 주역이었던 산단기업과 노동자를 외면해온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산업단지 정책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노동자이고, 가장 중요한 가치는 노동자의 행복이다. 그는 아이디어가 어디서 왔는지를 기록하고, 실행 가능한 작은 과제부터 시도하고,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다시 모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해커톤을 마무리한 지금 강민두 주임연구원에게 남은 과제이기도 하다.
정리 :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안전디자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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