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것
산업단지 정책 해커톤 참가자, 한국산업단지공단 김동규 과장 인터뷰
산업단지정책해커톤 릴레이 인터뷰에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산업단지를 바라본 사람들이 등장한다. 산단 옆에 살면서도 밤에는 무서워서 가지 못했던 주민이 있었다.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받는 자리에 앉아본 공무원이 있었다. 김동규 과장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그는 구미에서 태어나 평생 살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는 8년을 근무했다. 2025년에는 구미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지역대표단으로도 한 해를 보냈다. 그는 아마도 이번 해커톤 참가자 중에서 지역 산단에 대해 가장 이해가 깊은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인터뷰에서 가장 반복해서 말했던 것은 이것이었다.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산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동규를 만났다.
산업단지 정책 해커톤이란
2026년 4월 17일부터 18일까지, 충남 예산 스플라스 리솜에서 '산업단지 정책 해커톤'이 연렸다.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창원·완주·구미 산단의 청년 근로자 60여 명과 지역 주민, 공무원, 전문가 등 약 100명이 모였다. 완주 산단의 한 청년 근로자가 산업통상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꺼냈고, 그 제안에 공감한 장관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총 10개 팀에 산단 근로자, 지역 주민, 산업통상부 사무관이 함께 팀원으로 참여했고, 팀마다 전문 서비스디자이너인 퍼실리테이터와 비주얼라이터가 배정됐다. 탁상에서 설계된 정책이 아니라, 매일 산단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찾자는 취지였다. 김동규 과장은 한국산업단지공단 이해관계자로 참여했다.
산단에 산당 팀의 '산단파크' — 외로움을 퀘스트로 바꾸다
김동규 과장이 속한 팀은 7팀, '산단에 산당'이었다. 팀이 주목한 것은 산업단지의 회색 이미지나 시설 문제가 아니었다. 훨씬 더 내밀한 것, 외로움이었다. 발표자 전별 씨가 마이크를 잡았을 때, 그가 꺼낸 주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멀리 완주에서 혼자 구미 산단으로 왔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퇴근하면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게임이나 영상을 보는 게 일상의 전부입니다. 정말 외롭습니다."
페르소나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였다. 완주에서 혼자 구미 산단으로 온 청년 근로자가, 팀이 만든 아이디어의 수요자가 되어 직접 발표대에 섰다. 팀의 해법은 '산단파크'였다. 산단 전체를 하나의 RPG 맵으로 재정의하는 것. 기상 인증, 건강한 식단 인증, 독서 토론, 소셜 다이닝 같은 일상의 미션을 수행하면 '산단 코인'이 쌓이고, 그 코인은 산단 안에서 쓸 수 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관계는 배드민턴, 러닝, 암벽등반 같은 오프라인 동호회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최종적으로는 매년 산단별 명랑 올림픽이 열린다. 발표 현장에서 심사위원이 이렇게 말했다. "산단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5, 60대들에게 물어보니 청년들이 오게 하려면 디스코텍을 만들면 될 거라고 말하던데, 오늘 보니 수요자가 생각하는 즐거운 산단은 그들의 생각과는 아예 다를 수 있겠네요."
공급자의 상상과 수요자의 감각은 달랐다. 산단파크는 바로 그 틈에서 나왔다. 산단에 산당팀은 우수상,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상을 받았다. 이 아이디어를 함께 만든 사람이 김동규 과장이다.
인터뷰 — 김동규가 말하는 산단을 안다는 것의 의미
산업단지의 이미지를 색깔로 표현하면 회색입니다
김동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지역본부 산단진흥팀 과장
구미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지역대표단
구미에서 평생을 살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꽤 오랫동안 일했고, 1년간 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에 참여했었던 사람이 해커톤에 앉았다. 그런 그에게도 이런 자리는 처음였다.
"처음 이 해커톤에 참여한다고 들으셨을 때, 솔직히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처음에는 '해커톤'이라는 낯선 의미에 대해서 먼저 파악을 하였으며, 정책 해커톤에 공공의 자격으로 참여하여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시해보면 어떨까 생각하였습니다. 산업단지 관련 기관에 종사하면서 산업단지에 청년들이 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곤 하지만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정책 해커톤은 작년 문화선도산단으로 선정된 3개 지역의 청년과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이 다같이 모여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뜻깊은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행사 전에는 산업단지를 어떤 곳으로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산업단지의 이미지를 색깔로 표현하면 회색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공장으로 빽빽하게 차있는 모습의 산업단지는 '산업단지'로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도 쉽게 제시되는 이미지입니다. 이러한 산업단지에 대한 이미지가 지배적이지만 산업단지에 문화가 접목된다면 일터인 동시에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구미에서 평생을 살았던 사람도, 포털에서 검색되는 산단의 이미지가 회색이라는 것을 안다. 안다는 것이 반드시 바꿀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혼자 고민하는 것의 한계를 말했다.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보이는 문제들
" '이건 진짜 산업단지 현장의 문제다'라고 느끼신 순간이 있었다면 무엇이었습니까?"
"산업단지에서 가장 체감하는 것은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산업단지는 용도구역이 명확하게 정해져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정비가 안된 도로 상태와 주차난도 현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시설 부족, 도로 상태, 주차난. 산단을 관리하는 사람이 매일 마주하는 문제들이다. 용도구역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이기도 한 다.
같은 산단, 10개의 다른 시각
해커톤 테이블에 앉으면서 그에게 한 가지 예측이 있었다. 10개 팀이면 아이디어가 겹칠 것이다.
"해커톤 하면서 처음에 들었던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활동 중에 바뀐 부분이 있었다면 무엇이고, 왜 바뀌게 되었나요?"
"해커톤 초기에는 10개 팀별로 아이디어가 중복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산업단지의 문제에 대한 정의를 비슷하게 내린 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출된 문제해결에 대한 아이디어가 모두 달랐고 모두가 다양한 관점에서 산업단지를 분석하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나도 겹치지 않았다. 그의 예상은 틀렸다. 같은 산단을 보고도 완주와 창원에서 온 사람들은 전혀 다른 문을 열었다.
"1박 2일 동안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무엇이었습니까?"
"아무래도 팀원들끼리 새벽까지 치열하게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시각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새벽까지 고민할 기회가 사실 없었는데 이번에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정말 재밌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발표를 한 우리 팀원이 너무 발표를 재미있고도 잘 해주셔서 기억에 남습니다."
회색 산단에 퀘스트를 심다
"가장 공감하신 아이디어는 무엇이었고, 왜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저는 아무래도 우수상을 받은 저희 팀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제일 공감하였습니다. 사실 산업단지는 타지에서 온 직장인들이 제법 많습니다. 집과 회사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산업단지에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를 생각해보았고, 소소하게 산업단지 내에서 할 수 있는 퀘스트(ex. 산업단지 소재 카페 찾아가서 커피 마시기 인증)를 만들어서 수행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 포인트를 산업단지 내에서 소비할 수 있다면 재밌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반대로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행은 어렵겠다'고 느끼신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무엇이었습니까?"
"모두가 실현가능한 아이디어를 제출하였지만, 단기적 또는 중장기적의 차이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참여할 의향? 100%
"서비스디자인 방식이 일반 회의나 일반적인 워크숍과 다르게 느껴진 지점은 무엇이었습니까?"
"해커톤이라는 방식의 서비스디자인을 처음 경험해 보았습니다. 만약 다시 참가하라고 하면 저는 100%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책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공모전 형식으로 보통은 진행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시각화하여 발표까지 진행하는 방식은 참신했고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엄청난 장점이었습니다."
구미 산단을 누구보다 깊이 아는 사람이 100%라고 했다. 최고의 평가다.
상향식 정책이 되려면 — 제도와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이 되려면 누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보십니까?"
"해커톤은 상향식 방식의 정말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업이 실제 사업이 되려면 먼저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된다고 생각하고, 이번 해커톤에서와 같이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의 관계자들까지 같은 팀에 배치되어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은 정말 좋은 취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디어가 실행되는 데 예산 외에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도적인 뒷받침인 법과 지침 개정 등도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문제를 말할 때 용도구역을 꺼낸 것과 같은 방향이다. 제도가 발목을 잡는다. 산단에 있어서는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그도 매번 부딪히는 벽이다.
"산단 문제를 해결할 때 행정, 기업, 주민이 서로 미루는 공백 지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기업과 주민이 아이디어와 의견을 내면 행정에 바로 적용되는 데 소요되는 행정 프로세스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서는 그에 수반되는 예산 수립, 제도 마련 등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당장 작게 실험해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장 비워드림의 경우 기업 스스로의 의지가 있다면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회의에 꼭 참석하게 해야 할 기관·사람이 있다면 누구입니까?"
"관련 지자체 등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자리가 일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아이디어가 하나라도 실현되어 효과성을 발휘한다면 해커톤의 목적이 성사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아이디어의 현실화가 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해커톤 이후 산업단지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지 청년들이 찾아오는 산업단지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여러 지역의 청년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자주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전체적인 모임이 각 지역의 소모임으로 구성되어 꾸준하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연계성을 가진다면 회차를 거듭하여 정례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 마련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미 한 곳만의 소통이 아니라, 지역을 넘는 소통의 장이 정례화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번 해커톤이 그에게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마치며 — 잘 아는 사람이 더 잘 알게 되는 방식
구미에서 36년을 살고,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8년을 근무하고, 청년디자인리빙랩에서 1년을 보탠 사람이 테이블에 앉았다. 아마도 이번 해커톤 참가자 중에서 구미 산단에 대해 가장 이해가 깊은 사람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발견한 것은 새로운 방식이었다. 같은 산업단지를 두고도 지역과 역할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 정의와 해결 방식이 나왔다. 지역에서 오래도록 쌓아온 지식이, 다른 지역 사람들의 시각과 만났을 때 더욱 넓어질 수 있었다. 산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도 함께 보는 방식이 필요하다. 그것이 그가 다시 참여할 희망 100%라고 답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관련 자료
정리 :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안전디자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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