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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선도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 - 이석현 청년디자인리빙랩 총괄 디자인자문위원

산업단지는 오랫동안 디자인이 비껴가는 공간이었다. 생산과 효율의 논리가 지배하는 그곳에서 미감이나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딘가 낯선 일처럼 여겨져 왔다. 문화선도산단 사업은 바로 그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낙후된 산업단지를 단순히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힘으로 근로자와 청년이 살고 싶은 문화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이 프로젝트는,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묻는 국가적 실험이기도 하다. 청년디자인리빙랩은 그 실험의 최전선에 있다.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지역 청년들이 직접 산단의 문제를 발굴하고 문화적 대안을 제안하는 이 프로그램은 2025년 구미·완주·창원 세 곳의 산업단지에서 1차년도 활동을 마쳤다.

이 글은 청년디자인리빙랩의 총괄 디자인자문위원이자 공간디자인 전문가인 이석현 중앙대학교 교수가 첫 해를 돌아보며 쓴 글이다. 과정 중심의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부터 공간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가치 있는 일인지를 현장의 시각으로 담았다. 

 


(기고) 문화선도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의 새로운 도전과 과제 
 


이석현
청년디자인리빙랩 총괄 디자인자문위원
중앙대학교 실내환경디자인전공 교수/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교수
국토교통부 사)더나은도시디자인포럼 회장
의정부시청 총괄건축가

 
해외에 가면 현지인들에게 핫한 K-Pop 문화의 인식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히려 국내 자동차나 휴대전화의 수준을 낮게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 익숙해져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한 현상 중의 하나가 국내의 도시 문화와 도시 디자인 수준에 관한 노력과 결실이다. 최근 디자인 교류를 위해 국내를 방문하는 많은 해외 전문가들은 국내 도시의 변화와 디자인 수준을 보고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확실히 우리는 그 어느 국가보다 많은 디자인 실험과 도전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우리만의 차별화된 결실을 거두고 있다. 명백히 우리가 우리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남들이 가지 못한 길을 가고 있다. 
문화선도산단 사업 역시도 산업단지와 문화와 디자인을 접목하여 쾌적한 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국내에서는 20년 간 걸친 공공과 경관 개선을 위한 도시디자인 관련 노력과 산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실험이 지속되어 왔음에도, 많은 국가 기관이 힘을 합해 낙후된 산업단지를 삶과 문화가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시도는 그간 해왔던 과제와 차별화 된, 어쩌면 무모한 도전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문화선도산단 사업 중 하나의 세부사업으로 진행된 청년디자인리빙랩 1차년도 활동이 최근 마무리되었다. 예상은 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청년을 중심으로 한 시민이 중심이 되어 산단의 활성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은 기존에도 어려웠던 시민참여보다 더욱 고난이도의 정책 실험 모델이었다. 2025년 선정된 구미, 완주, 창원산단을 대상으로 청년을 중심으로 시민과 행정, 자문위원들이 다양한 고민을 통해 지역 산단의 문제를 발굴하고 물리적인 환경 개선에 앞서 수요자의 경험과 서비스 등의 소프트웨어 위주의 다양한 디자인 방향이 모색 되었다. 
 
6개월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자체와 전문 기관의 지원으로 지역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 산업 공간을 문화 자산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졌다. 돌이켜 보면 문화선도산단이라는 사업 자체는 국가적으로나 지역으로나 단편적인 도시 재생의 차원을 넘어서 근로자와 청년이 중심이 되어 지역 문화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매우 혁신적인 사업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사업은 국내에 있어서 매우 생소한 사업이고 그로 인해 단편적인 물리적 환경의 개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대다수의 도시 재생 사업에서도 주민참여와 협력을 중시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 진행에서는 현실적인 여건과 협의의 난항으로 인해 그러한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단지에서 물리적 개선을 넘어서서 과정으로부터 문화적 역량을 발굴하고 축적을 한다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출발한 청년디자인리빙랩 사업은 예상대로 초창기에는 방향의 결정과 결과물에 대한 시각의 차이, 지역마다의 난제들로 인해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연말에 정리해서 발표된 최종 보고는 그러한 어려움을 창의적으로 극복하고 지역 산업단지마다의 새로운 차별화된 대안을 제시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결실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첫째, 기존의 물리적인 사업 위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주간 기관과 참여자들의 절실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추진 시스템에서 각 산단별로 담당 전문가가 자문을 하고 지자체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강조하였던 점이다. 셋째, 청년이 서비스디자인 관점에서 산업단지의 문화적 혁신을 위한 실질적 결실을 적극적으로 추구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노력이 초창기의 단순한 산단의 하드웨어적 문제점만을 제시하던 모습에서 각 산단의 특징과 지역의 특징 지역 청년 근로자들의 고민들을 반영하여 새로운 문화 혁신지로서의 산업단지의 방향을 제시하는 성과로 이어지게 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결과를 쉽게 얻는데 익숙해져 있으며, 갈등과 방황을 피하려고 한다. 특히나 정부과제의 경우 더욱 예상된 아름다운 결과를 얻기 위해 고난의 과정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대다수의 결과는 비슷하고 시민의 의견은 참고자료에 그치게 되고, 그러한 성과 위주의 결과는 사업을 종료된 후 지속성이 없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번 청년디자인리빙랩과 같이, 과정을 디자인하고 갈등 요소와 잠재력을 사전에 찾아가는 과정은 4년이라는 긴 사업 기간을 고려할 때 결코 쉽게 볼 단계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도시 공간 개선에서도 협력과 과정 그리고 갈등과 고민이라는 인생사와 같은 기본적인 절차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디자인은 과정과 감성의 산물이며, 그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물리적 구조물만 세워 왔던 과오를 개선하게 할 열쇠이기 때문이다. 이번 청년디자인리빙랩 사업은 그러한 점에서 문화산단의 긴 사업 기간에서 가장 소중한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구미산단의 ‘인도어 팜’과 완주산단의 ‘완주 루프’, 창원산단의 ‘콘셉트 무기 대전’과 같은 참신한 아이디어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얻기 힘든 결실일 것이다. 같은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각 지역이 처한 여건과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서 다른 해법이 나왔으며 이것은 과정에서부터의 청년들의 참여와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도 많다. 청년과 시민의 창의성이 발현되도록 할 행정의 안정적인 지원시스템과 추진 기관간의 연대와 협력, 리빙랩 성과의 실질적인 사업에의 반영,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업을 같이 고려하는 추진 기관의 역량 향상 등이 있다. 무엇보다 산업단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시민 중심의 과정을 디자인’하고자 하는 청년리빙랩의 도전을 낮게 보는 시각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길은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길 위에 서 있다. 문화산단 사업이 마무리되는 그날, 우리에게 남겨진 것이 단지 신축된 근사한 랜드마크, 새로 깔린 보도블록, 맥락 없이 세워진 조형물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 산업단지에서 땀 흘린 노동자가, 이 공간을 바꾸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던 청년들이, "내가 이곳을 만들었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을 때 — 그것이 진짜 성과다. 성숙한 도시는 화려한 외관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이야기의 첫 장을 청년디자인리빙랩의 참여자들이 함께 써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 사업은 충분히 값지다.



* 사진 : 2025 청년디자인리빙랩 자료집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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