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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공백 사이, 산단 전환의 문을 연다 - 이장우 구미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수행사 디자인선 대표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대한민국 국가산업단지의 ‘원형’에 가까운 곳이다. 1969년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된 이후 섬유와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국가 산업화를 이끌어온 공간이다. 구미 제1국가산업단지와 방림 구미공장(랜드마크 대상지)처럼 생산의 축적이 공간에 그대로 남아 있다. 
문화선도산단 조성 사업은 산업단지를 ‘공장 집적지’에서 ‘사람이 살고 머무는 곳’으로 바꾸려는 국가적 시도이다. 이 변화는 도로와 건물을 더 짓는 방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청년·노동자·거주자의 일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서 출발해 필요한 경험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장에서 검증하며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청년디자인리빙랩은 그 전환을 실행하는 방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5년 문화선도산단 1차년도는 '무엇을 해냈는가'보다 '무엇을 새롭게 보게 되었는가'가 더 중요했던 해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 글은 구미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수행사 디자인선 이장우 대표의 현장 기록이다. 

 

 

[기고]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공백 사이, 산단 전환의 문을 연다

이장우 구미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수행사 디자인선 대표

 

과거의 성취가 남긴 공백, 구미산단의 전환 과제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첫 장면'에 가까운 곳이다. 1969년 조성 이후 섬유와 전자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산업 구조는 전기·전자·반도체, 기계·로봇, 2차전지, 첨단소재 등 첨단 제조산업으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구미산단은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공백 사이에 갇혀 있다. '일만 하는 곳'이라는 고정된 이미지, 노후화된 환경, 밤이 되면 꺼지는 불빛, 청년에게는 머물 이유가 부족한 생활 조건이 겹친다. 생산 중심의 공간을 생활과 문화가 공존하는 거점으로 전환하는 과제는 더 이상 슬로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이유에서 문화선도산단 조성 사업, 그리고 그 실행 방식인 청년디자인리빙랩이 중요해진다. 공공사업은 보통 계획을 먼저 확정하고 실행으로 들어가지만, 청년디자인리빙랩은 그 순서를 바꾼다. 사람의 경험에서 출발해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다시 규정하고, 작은 실험으로 검증하며, 그 결과에 따라 계획을 수정한다. 구미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은 청년을 '행사 참여자'가 아니라 '생활기반 수요자'로 다시 정의한다.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청년의 일상이 실제로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옵티미디언이 사는 요새, 청년을 생활기반 수요자로 다시 보다


구미산단에서 이 방향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는 언어는 '옵티미디언(Opti-Median)이 사는 요새(Opti-Median's Fortress)'이다. 2025년 12월 17일, 구미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은 1차년도 결과를 이 개념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옵티미디언'은 손실 없이 삶의 효율을 극대화하며 성장과 만족의 균형을 추구하는 현실적 인간이다. 구미 청년을 가까이에서 보면, 이 표현은 오히려 담백하다. 삶이 빡빡한데도 포기하지 않고 '가성비 있게' 자기계발과 여가를 동시에 붙잡으려 한다. 그래서 나는 구미 청년을 '새우잠을 자면서도 고래꿈을 꾸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산업문화 복합 인프라는 이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며 성장하도록 돕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구미의 문제를 하드웨어 부족으로만 한정해 파악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언젠가 낡는다. 반면 소프트웨어, 즉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사람의 경험과 습관을 바꾼다. 청년에게 부족한 것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서 가능한 경험, 관계, 자기계발의 기회, 퇴근 후의 시간 사용 방식이다. 산업단지를 사람의 삶을 담는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먼저이고, 그 관점을 실행으로 바꾸는 방법이 리빙랩이다.

 

생활의 경험을 실험으로 바꾸다


구미에서 우리는 '산업 유산'을 다시 보는 순간을 경험했다. 리빙랩 현장 답사 중 20년간 방치되어 온 공장 부지 내부를 마주했을 때, 상징적인 시멘트 조적 구조의 박공지붕과 광활한 평지, 예상 밖의 스케일과 구조가 한 번에 들어왔다. 겉모습만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매력과 가능성이 그 공간 안에 있었다. '흉물'이라 단정했던 산업 유산이 사실은 산단 문화를 바꿀 강력한 자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산업 유산을 '치워야 할 과거'로 보던 시선이 '활용해야 할 미래'로 전환되는 지점이다.

1차년도는 이 관점을 '과제'로 풀어내는 단계였다. 2025년 한 해 동안 청년디자인리빙랩 워크숍 5회, 서비스 사파리 2회, 이해관계자 인터뷰 5회, 설문조사 4회, 전문가 아이디어 회의 3회 등을 거쳐 핵심 이슈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총 14개의 과제를 도출했고, 과제 우선순위는 지역대표단·지역참여단·디자인 자문위원이 함께 평가했다. 이후 평가 결과를 공유·중간보고하고, 지자체가 차년도 프로토타이핑 대상 과제를 최종 선정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제시된 과제들은 모두 디자인DB(www.designdb.com)에 공개되어 있다.  

 

 


* 구미산단 청년디자인리빙랩 과제 아이디어 목록



2~3차년도는 1차년도에 도출된 핵심 과제를 프로토타이핑·시범운영으로 실증하고, 사용자 피드백과 운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행 조건(운영주체·예산·공간·안전·법제)을 조정하는 단계이다.
4차년도는 프로그램을 문화선도산단 사업 이후에도 지속되도록 운영 모델로 개발할 계획이다.

구미산단의 전환은 결국 이 질문으로 압축된다. "청년의 일상이 산단 안에서 계속 이어지게 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위해 우리는 산업단지를 생산성의 공간으로만 보지 않고, 삶이 돌아가는 공간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공간을 만드는 논의보다는 수요자 경험의 작동 방식을 중심에 둘 것이다. 
구미의 청년들이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공백 사이에서 발견한 것은 ‘미래로 향하는 문’이었고, 그 문은 리빙랩의 프로토타이핑·시범운영을 통해 반복적으로 실증될 때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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