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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서비스디자인 13 : 정책의 심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사람들 - 공공서비스디자인(국민디자인단) 12년을 돌아보며

[인터뷰] 공공서비스디자인 
정책의 심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사람들
공공서비스디자인(국민디자인단) 12년의 성찰과 미래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의 만남


가을빛이 유리 파사드를 타고 천천히 스며드는 시간, 공공서비스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이 한 회의실에 모였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간담회’. 이름은 담백했지만,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이력은 가볍지 않았다. 지난 12년간 국민디자인단이라는 실험의 안팎을 직접 경험한 디자이너, 공무원, 연구자, 현장 운영자들이었다. 이날 간담회는 성과를 정리하는 보고회도, 새로운 사업을 예고하는 설명회도 아니었다. 오히려 한 시대를 함께 건너온 동료들이 잠시 속도를 늦추고, “우리가 해온 일이 무엇이었는가”를 묻는 자리였다. 말들은 조심스러웠고, 동시에 오래 묵은 감정과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 나왔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그리고 국민디자인단. 행정이 사람을 다시 배우는 방식

 

공공서비스디자인은 행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정책을 만드는 방식 이전에, 정책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다시 묻는 관점이다. 제도와 절차를 먼저 세우는 대신,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삶의 장면에서 출발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다루는 대상은 ‘서비스’이지만, 그 핵심은 늘 사람이다.

국민디자인단은 이 관점을 우리 행정 안에 본격적으로 들여온 실험이다. 2014년 시작된 이 사업은 행정안전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함께 운영하며, 공무원·국민·서비스디자이너가 한 팀이 되어 공공 문제를 다룬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은 더 이상 의견 수렴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문제 정의와 해결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디자이너는 외부 용역이 아니라, 행정과 현장을 잇는 촉매이자 번역자로 기능한다. 공무원은 지시와 집행의 주체를 넘어, 함께 배우고 실험하는 동료가 된다.

이 과정에서 국민디자인단은 완성도 높은 정책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작게 실험하고, 실패를 통해 학습하며,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찾아간다. 기존에 계획했던 방향을 크게 조정해야 할 위기를 맞으면 오히려 더 큰 격려를 보낸다. 기존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용자의 잠재되어 있던 요구를 찾았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디자인단의 성과는 단일한 정책 결과물로만 측정되기 어렵다. 대신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 조직 내부의 언어 변화, 그리고 행정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로 축적된다.

지난 12년간 국민디자인단은 복지, 안전, 환경, 도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많은 과제를 다뤄왔다. 어떤 과제는 제도로 이어졌고, 어떤 과제는 실행되지 못한 채 남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보이지 않던 문제들’은 행정의 기억 속에 남아 이후 정책의 기준점이 되었다. 국민디자인단이 남긴 가장 큰 성과는, 정책이 더 이상 추상적인 공익의 언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글은 바로 그 축적의 시간을 돌아보며, 행정과 디자인이 서로를 어떻게 영향을 주어왔는지를 기록하려는 시도다.

 

정책의 정의를 다시 쓰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진짜 문제"

 

기존 행정이 책상 위에서 통계와 지표를 통해 국민을 바라보았다면, 국민디자인단은 국민의 일상 속 '경험'과 '불편'이라는 생생한 언어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수요자 중심의 재해석: 강남장애인복지관 김윤아 사무국장은 전문가들이 화려한 운동 시설을 고민할 때, 장애 당사자들은 '집 밖 공터를 산책하는 것'조차 거대한 도전임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는 정책의 출발선을 공급자의 시각이 아닌 사용자의 보폭에 맞춘 혁명적인 전환이었다.
2023 국민정책디자인 우수사례 (대통령상). 사회와 장애인의 건강 동행 솔루션 "가치 운동할래?" - 서울특별시 강남구(과제 담당 김윤아)

 

보이지 않는 고통의 명명 : 디자인내일 김동호 대표는 대상자가 소수일지라도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리서치하여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것이 서비스디자인의 정수라고 강조한다. 영도구의 '영케어러(가족돌봄청년)' 과제는 비록 예산 문제로 실행에 부침을 겪었으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을 공식적인 정책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2022 국민정책디자인 우수사례(대통령상, 대상) 가족돌봄청년을 도와주는 좋은 친구,「영도지기」- 부산광역시 영도구(서비스디자이너 김동호)

> 김동호 대표가 참여했던 주요 과제들... 

 

일상의 혁신: 세종시 김세은 주무관은 거창한 예산 없이도 사장님들의 자발적 참여와 시민 의식을 결합한 '용기낸 카페' 사례를 통해, 디자인 적 사고가 어떻게 지역 사회의 문화를 바꿀 수 있는지 증명했다.
2024 공공서비스디자인 우수사례 (행정안전부 장관상, 우수상). 외출할 땐, 텀블러! 용기낸 우리, 용기낸 카페! 세종특별자치시(서비스디자이너 김세은)

> 김세은 주무관이 참여했던 주요 과제들...

 

보이지 않는 설계자들: "사명감과 현실 사이의 괴리"

 

간담회 참석자들은 국민디자인단이 '포장의 기술'을 넘어 '사회 시스템의 설계'라는 지평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역인 디자이너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을 이성적으로 짚어냈다.

봉사와 희생의 12년: 시프트디자인컨설팅 송기연 대표는 디자이너들이 비현실적인 인건비를 감안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기대로 12년을 버텨왔음을 언급했다. 프로젝트 하나에 반년 가까운 시간을 쏟아붓지만, 정작 결과가 나오면 담당 공무원만 주목받고 디자이너는 '도구'처럼 느껴지는 현실에 대해 다소의 허탈함을 토로했다.
> 송기연 대표가 참여했던 주요 과제들...
 

전문성의 실종: 한양여대 강동선 교수는 우수 과제로 선정되어 대통령상을 받아도 핵심 역할을 한 디자이너의 노고는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를 비판했다. 또한, 디자이너의 방법론과 노하우가 지식재산권에 대한 배려 없이 너무나 쉽게 공개되고 공유되는 현실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 강동선 교수가 참여했던 주요 과제들...
 

그리고 최종 성과공유회 때 주어지는 단 7분의 발표시간과 등수를 가리는 '달리기 애니메이션' 같은 유희적 성과공유 방식이 어쩌면 진지하게 임했던 단원들에게 자괴감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는, 향후 행정 혁신이 갖춰야 할 품격과 세심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혁신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법: "시스템으로의 내재화"


참석자들은 국민디자인단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행정의 '기본 문법'으로 자리 잡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쏟아냈다. 
실행 기관과의 조기 결합: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에 머물지 않고, 이를 실제로 집행할 산하 기관과 현장 전문가들이 기획 초기부터 원팀으로 결합해야 한다. 강남구 사례처럼 실행 주체가 명확할 때 정책은 상을 받는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정 전반으로의 확산: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복지 관련 부서'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종시 김세은 주무관은 자원순환이나 환경 같은 일반 행정 분야에서도 디자인적 사고가 필수적임을 역설하며, 공무원 필수 교육 과정에 이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제도적 보상과 자격 관리: 한국디자인진흥원 윤성원 실장과 강민두 연구원은 서비스디자인 자격증 소지자 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참여한 디자이너들에 대한 포상 제도를 마련하는 등 인프라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우리가 디자인한 것은 '사람의 마음'이었습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참석자들은 국민디자인단 12년이 단순히 정책 몇 개를 바꾼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디자이너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한 '성장의 연대기'였음을 확인했다. 

비록 예산의 부침과 제도의 변화가 앞길을 가로막을지라도, '사용자 중심'이라는 혁신의 씨앗은 이미 행정 곳곳에 뿌리내렸다.
"국민이 정책의 진정한 가치를 체감할 때까지 우리의 디자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의 다짐은 대한민국 행정의 미래를 밝히는 확실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좌에서 우로) 강동선, 김윤아, 송기연, 김세은, 김동호 

사진 : 김주완
 

간담회 참석자

 

강동선 | 한양여자대학교 교수

서비스디자인·공공디자인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이다. 국민디자인단 자문 및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제도화, 전문성 기록, 교육 체계 구축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실무와 학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김윤아 | 강남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이용자 경험 기반 서비스 개선과 제도 연계를 수행해온 현장 전문가이다. 국민디자인단을 통해 장애 당사자의 일상적 경험을 정책 문제로 재정의하는 과정에 기여했다.

 

송기연 | 시프트디자인컨설팅 대표

공공서비스디자인과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디자인 컨설턴트이다. 중앙부처·지자체 국민디자인단 과제를 다수 수행하며 행정과 디자이너 간 협업 구조를 실무적으로 축적해왔다.

 

김세은 | 세종특별자치시 주무관(서비스디자이너)

지방정부 내에서 서비스디자인을 실무에 적용해온 현직 공무원이다. 국민디자인단 참여 이후 정책 기획과 집행 과정에 사용자 경험 관점을 도입했으며, 자원순환·환경 등 일반 행정 영역으로 디자인적 사고를 확장하고 있다.

 

김동호 | 디자인내일 대표

공공·사회문제 영역에서 서비스디자인 기반 정책·지역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서비스디자이너이다. 국민디자인단 초기부터 참여하며 취약계층, 돌봄, 지역 문제 등 ‘정의되지 않았던 문제’를 정책 언어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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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원 |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디자인실 실장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업을 기획해 온 책임자이다. 국민디자인단을 포함한 공공부문 서비스디자인 확산 사업을 통해 행정과 디자인의 협업 체계의 제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민두 | 한국디자인진흥원 연구원

국민디자인단 운영 및 공공서비스디자인 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실무 연구자이다. 과제 관리, 참여자 관리, 성과 구조화, 제도 개선 과제 발굴을 통해 공공서비스디자인 사업을 뒷받침해왔다.
 

 

공공서비스디자인 인터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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