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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서비스디자인 11. 민원인에서 파트너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이 만든 전환점 - 박상길 서비스디자이너

공공서비스디자이너 박상길 대표의 인터뷰에는 공무원으로 일했던 경험, 17개의 정책과제에서 축적한 실전 사례, 주민참여 기반 문제정의가 어떻게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국민디자인단·리빙랩 프로젝트가 지역사회 변화로 이어진 결과를 소개한다. 그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주민을 민원인이 아닌 정책 파트너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회의에서 목소리 큰 사람 중심의 왜곡을 제거해야 한다는 실무 팁도 소개한다. 행정 분야에 디자인이 정착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정책 수립 단계에서의 서비스디자인 의무화, 정책랩 도입, 공무원·주민자치회 교육 강화—를 제안하며, 빠르게 변하는 공공환경 속에서 앞으로 서비스디자이너가 개척해야 할 역할을 제시한다.

  

 

박상길

공공서비스디자이너

(소속/직위) 서비스디자인씽킹연구소 / 대표

(학력) 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 박사

(경력) 성균관대학교 서비스융합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객원교수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장 /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주요 전문 분야) 공공서비스디자인, 리빙랩프로젝트, 고객 기반 창업 교육/컨설팅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로서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의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 분야, 사용자 관점 신제품 및 서비스 개발 분야, 고객 관점 상권 활성화 분야, 고객 기반 창업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적합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연구하고 적용해 왔습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보다 더 인간의 본질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서비스디자이너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고자 합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 분야에 몸담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A.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국민을 위해 정책을 설계하고 예산을 투입해 실행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언제나 선한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책 신뢰와 만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정책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만족도는 낮을까? 어떻게 하면 이를 높일 수 있을까?” 이는 제가 경기도청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들이었습니다.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중, 2013년 성균관대학교에 서비스융합디자인협동과정이 신설되었고, 저는 박사과정 1기로 입학해 서비스디자인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7년 행정안전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추진한 국민디자인단을 알게 되었고, 그해 울산광역시 중구 국민디자인단의 ‘우리동네 대피소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에 서비스디자이너로 처음 참여했습니다. 당시 해당 과제는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이후로도 꾸준히 국민디자인단 활동에 참여해 왔습니다. 저는 공무원 경험이 있는 서비스디자이너로서 공무원들의 입장과 고민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 공급자인 공무원들이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정책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국민디자인단은 국민과 공무원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소통하는 과정이며, 결국 양측이 모두 공감하는 정책을 함께 디자인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추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특히 경기도 양주시와 진행한 농촌 지역 공동체 중심 아동돌봄 맞춤형 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구축된 아동 돌봄 공간은 이후 지역 주민이 직접 아동을 위한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모델은 양주시 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매우 뜻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양주시 청년행복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마련한 청년학습공간은 이후 양주시 혁신리빙랩센터로 확대되었고, 주민 교육과 주민 참여 리빙랩 운영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주민들이 정책 기획 및 디자인에 참여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북 완주군과 진행했던 학교 밖 청소년의 든든한 울타리 ‘희망 다채움’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정에서 제안된 정책 사례를 유니세프한국위원회 공모전에 제출해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얻었습니다.

* 참여했던 주요 공공서비스디자인(국민디자인단) 프로젝트...

 

 

Q.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기 전의 정책 방향과 후의 개선된 방향

 

A. 문제 정의가 모호하면 해결 방안도 두루뭉실해집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기 이전의 정책 설계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 개선점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도출된 개선 방향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았습니다. 주민마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에 따라 해결 방안도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문제에 대한 공감과 명확한 정의를 통해 해결 가능한 수준으로 문제를 재정의하고, 그 과정에서 개선 방향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정책 기획과 설계가 주민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역시 핵심적인 변화입니다. 이를 통해 공무원들이 오래도록 고민해 온 정책 신뢰와 만족도 향상이라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정책에 대해 어떤 기대치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최소한 그 기대치와 일치하거나 긍정적으로 넘어서는 정책을 제안할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예산 중심이 아닌 주민 관점에서의 기대치 파악이 정책 기획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기존의 정책 수립 방법과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서비스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정책의 기획·설계 단계부터 함께한다는 점입니다. 정책의 기획 및 설계 과정에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서비스디자이너가 운영함으로써 기존 주민회의와 달리 주민들의 의견이 올바르고 체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진행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기존 주민 참여 회의는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이 회의를 주도하고, 대다수 주민들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제대로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공감하기 단계와 문제 정의 단계를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회의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보다는 해결 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각자 생각하는 문제점에 기반하여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의견의 차이가 커지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특정 상황에 대한 공감과 문제 정의에 집중함으로써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합의된 해결책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로 인해 진행 과정 초기에 “왜 계속 문제점만 이야기하냐”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결과물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듦으로써, 이후 주민들이 공무원들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점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공무원들이 주민들과 함께하는 데 부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 가면서 주민 만족도도 높아지고, 그 정책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험하게 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주민들을 정책에 대한 민원인에서 정책 파트너로 전환하는 과정, 이것이 공공서비스디자인의 핵심적인 함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무원들은 주민들을 목소리 크고 억지 부리는 민원인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민들은 공무원들을 영혼 없는 복지부동의 대명사로 봅니다. 서로에 대한 이런 불편한 시각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만족도를 떨어뜨립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공무원과 주민들이 함께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맞춰 나가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정책 신뢰와 만족도를 제고합니다.

 

주민들의 마음속에는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숨은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주민들의 마음의 소리까지 반영하여 정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행복한 정책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공공분야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국회의 입법 과정을 보면 법안 제정 및 개정에 수반되는 예산을 반드시 검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새로 만들어지는 입법 및 정책이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어떤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 공공서비스디자인이 필수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즉 새로 만들어지는 법과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체계적으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좋은 방향을 제안하는 과정이 시스템화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영국 등 선진 행정에서 운영하고 있는 정책랩(Policy Lab)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합니다. 정책랩을 통해 입법과 정책 과정에서 국민들이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 AI 생태계 등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공공 이슈와 관련한 거버넌스 공백(gaps in governance)을 정책랩을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Q. 서비스디자이너로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아직까지 행정 분야에는 행정학 등 기존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방법론이 우세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는 주민들보다는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입니다. 서비스디자이너로서 한계에 부딪히는 부분이자 반드시 극복해야 할 지점입니다.

 

저는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로서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이 행정 분야와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합니다. 우선적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서비스디자인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주민자치회 활동에도 서비스디자인 방법론 교육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다양한 주민 참여 리빙랩 활동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감으로써 지역사회의 신뢰를 확보해 가고자 합니다.

 



 

박상길 대표가 참여했던 주요 공공서비스디자인(국민디자인단)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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