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시설이 아니라 ‘거절당한 경험’이었다.
장애인의 운동권을 다시 보게 한 공공서비스디자인
강남장애인복지관 김윤아 사무국장은 국민정책디자인단 과제를 추진하며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장애인이 운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공간이나 예산이 아니라 ‘예전에 헬스장에서 거절당했던 경험’, 사회적 시선, 불안, 비용 부담 같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정책의 출발점은 행정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서 드러나는 진짜 문제 정의에 있음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생애주기별 운동 모델, 공간 개방, 트레이너 매칭,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하나의 서비스모델로 재구성되었고, 강남구는 사업을 정규 예산으로 제도화했다. 이 인터뷰는 김윤아 사무국장이 현장에서 얻은 통찰—“정책의 답은 문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에 있다”—를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어떻게 정책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김윤아
(소속) 강남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학력)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졸업
(활동) 종로구, 강남구 소규모 시설 평가 위원
(주요 전문 분야) 아동,청소년, 장애인 사회문제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강남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 김윤아입니다. 저는 강남구가 추진한 2023년 국민정책디자인단 과제 “사회와 장애인의 건강 동행 솔루션 – 가치 운동할래?”의 기획과 실행에 참여하며, 장애인의 건강권과 운동 접근성을 높이는 서비스디자인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Q. 추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과제명은 “사회와 장애인의 건강 동행 솔루션 – 가치 운동할래?”입니다. 장애인의 건강, 자립, 사회참여를 위해 생애주기별 운동 욕구 조사, 맞춤 운동 프로그램 개발, 전문 트레이너 매칭, 공공 및 유휴 공간 발굴, 인식 개선 브랜딩 및 캠페인, 제도화까지 진행하는 건강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였습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 후 정책이 변화하였습니까?
A.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기 전에는 정책 대부분이 행정 중심으로 흘렀습니다. 공무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예산과 규정의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작 장애인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깊이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운동은 그냥 복지관에서 하면 된다”, “일반 헬스장은 위험할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하니 이 정도 지원이면 충분하다”와 같은 행정적 논리가 우선했습니다.
하지만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출발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행정의 관점이 중심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경험과 목소리가 정책의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 인터뷰하고, 관찰하고, 설문을 진행하면서 “장애인이 운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공간 부족 때문만은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명확히 깨달았습니다. 사회적 시선,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 비용 부담, 접근성, 정보 부족 등 여러 층위의 장애물이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의 질문도 바뀌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제공할까?’에서 “이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로 초점이 이동한 것입니다.
그 결과, 정책 방향 역시 자연스럽게 달라졌습니다. 이전처럼 복지관 중심의 운동시설 운영이나 제한된 예산 안에서 단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수준을 넘어서, 장애인의 실제 욕구에 기반한 생애주기별 운동 모델이 만들어졌고, “운동하기 좋은 공간이라면 어디든 운동시설이 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정책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정책은 행정 중심에서 벗어나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접근으로 대전환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 변화가 지난 과제에서 가장 큰 성과이자,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가진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과제가 시행된 후 가장 많이 개선된 점은 무엇입니까?
A. 무엇보다 큰 변화는 강남구가 예산을 따로 편성해서 운동 프로그램을 정규 사업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한 번 하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매년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정책이 된 것입니다. 전문 트레이너도 배치하고, 매뉴얼도 만들고, 소그룹 운동 챌린지도 연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기존의 정책 수립 방법과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기존 정책 방식은 아무래도 공무원 중심, 행정 중심이었습니다. 문서와 통계로 문제를 정의하고, 예산과 규정 안에서 해결책을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출발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수요자, 즉 정책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경험에서 시작합니다.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듣고, 인터뷰하고, 관찰하면서 문제를 다시 정의합니다. 그래서 ‘진짜 문제’가 드러나고 해결책의 정확도도 높아집니다.
또 공무원 혼자가 아니라 수요자, 전문가, 민간기관이 함께 협업하기 때문에 행정에서 혼자 해결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토타입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할 수도 있습니다. 장점은 분명합니다. 정책의 실행력이 높아지고, 수요자가 체감하는 만족도도 좋아지며, 정책 신뢰도도 함께 올라갑니다. 기존 자원을 재배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용 효율도 좋은 편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들고, 조직 내 저항이 있을 수 있으며, 여러 이해관계자를 조정해야 해 복잡한 면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만 잘 통과하면 정책의 품질은 확실히 달라집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를 추진하는데 겪은 어려움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A. 공공서비스디자인을 하다 보면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이 언제냐면,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과 현장에서 드러난 ‘실제 문제’가 전혀 다를 때입니다.
저희는 장애인이 운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운동시설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만나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예전에 헬스장에서 거절당했어요.”
“비용이 부담돼서 두 달을 못 이어가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불편해요.”
이런 답변이 계속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그렇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럴수록 수정 자체를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문제 정의를 처음부터 다시 열어두고, 심층 인터뷰·여정 맵·관찰 조사를 반복하며 답을 더욱 정교하게 찾아갔습니다. 그 과정 덕분에 장애인의 운동 문제는 단순히 공간 부족이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장벽이 핵심이라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 정책 방향도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예측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답을 찾고 그 답을 정책으로 완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 단계가 도전이자 성장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Q. 성공적인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위해 필요한 세가지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우선 첫째는 진짜 사용자의 목소리, 즉 책상 위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생생한 소리입니다.
둘째는 부서, 공공, 민간, 전문가, 당사자가 함께하는 기관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프로토타입, 실험, 조례나 예산을 연계할 수 있는 실행을 허용하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세 가지가 연결될 때 비로소 정책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공공분야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공공 분야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기법이 아니라, 공무원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 시스템을 갖추는 것 같습니다.
첫째,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디자인 절차가 있어야 하고,
둘째, 부서 간 협업을 공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셋째, 작은 실험을 허용하는 소규모 예산이 마련돼야 하며,
넷째, 그 실험이 정규 사업과 제도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네 가지가 연결되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은 특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책을 만드는 ‘일상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정착은 사람을 만나서 문제를 이해하고, 작은 실험으로 답을 찾고, 그 과정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통령상을 수상하신 소감과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공공서비스디자인을 경험하면서 저에게 가장 크게 남은 변화는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현장에 가서 직접 만나고 듣다 보니, 정책의 답은 문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에 있다는 걸 정말 깊이 느끼게 됐습니다. 특히 장애인분들이 운동을 포기하는 이유가 시설이 아닌 ‘거절당했던 경험’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책이 얼마나 섬세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당사자 중심이어야 하는지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이 경험은 제 업무 태도나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현장에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정책을 바꾸는 첫걸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사람에게 가까운 복지 행정을 만들어 가는 실무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