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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공서비스디자인 4. "보이스피싱을 이기는 방법을 디자인하겠습니다" 보이스피싱 심리방역 프로젝트 - 광주경찰청 박도연 경감

“알리는 홍보에서, 작동하는 예방으로.”

광주경찰청 홍보담당관 박도연 경감은 22년의 경찰 경력 중 단 한 번도 ‘디자인’을 다뤄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절망적인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그는 ‘정책의 언어’를 바꾸기 시작했다. “범인은 잡혀도,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현실 앞에서, 단순한 홍보나 경고로는 사람의 마음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가 주도한 「모은 건 평생, 잃는 건 한순간 – 첫 의심이 최고의 백신, 보이스피싱 심리방역 프로젝트」는 기술 중심 대응의 한계를 넘어, ‘심리 면역력’을 디자인한 첫 경찰 정책이었다. 국민디자인단을 구성해 피해자, 경찰, 금융기관, 서비스디자이너가 함께 모여 ‘어떻게 알릴까’가 아닌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까’를 물었다. 그 결과, 통신사 매장에서 시작해 은행 창구·요양보호사 네트워크·택시와 버스 등 60대의 일상 경로를 심리 방역 거점으로 바꾸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LGU+, 광주은행, 카카오모빌리티가 협력해 ‘심리방역 휴대폰’, ‘은행 문자신고’, ‘심리 백신 접종소’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예방 모델을 실현했다. 박 경감은 “공공서비스디자인은 현장에서 정책을 다시 작동시키는 방법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정책을 정보로 전달하던 홍보관에서, 정책을 사람의 마음속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디자이너로 변했다. 

이 인터뷰는 그가 경찰 행정의 세계에 ‘공공서비스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심어낸 과정, 그리고 기술과 제도를 넘어 ‘심리적 안전’을 정책의 목표로 재정의한 여정을 담고 있다. 이번 국무총리상 수상은 그가 이끈 프로젝트의 완성이라기보다, 행정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순간에 비로소 진짜 예방이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증거다.
 

 

2025 공공서비스디자인 우수사례 (국무총리상, 은상)

“모은 건 평생, 잃는 건 한순간” 첫 의심이 최고의 백신, 보이스피싱 심리방역 프로젝트 - 광주경찰청 

인터뷰 : 광주경찰청 박도연 경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저는 광주경찰청 홍보담당관실에서 근무하며 보이스피싱 예방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를 추진한 박도연 경감입니다. 경찰 생활 22년 차로, 홍보 업무를 맡은 지는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연한 계기로 공공서비스디자인 제도를 접하고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저는 홍보가 단순히 정보를 ‘알리는 일’이 아니라, 정책을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Q. 추진한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저희가 추진한 과제는 “모은 건 평생, 잃는 건 한 순간 – 첫 의심이 최고의 백신, 보이스피싱 심리방역 프로젝트”입니다. 이 과제는 ‘기술 정보 제공’ 중심의 기존 대응의 한계를 인지하고 60대 이상 고위험군의 ‘심리적·기술적 취약성’에 주목한 공공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

전화가 걸려오는 순간부터 통화가 끝날 때까지 ‘의심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심리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좋은 예방 기술이 있어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위해, 통신사·은행·지역 돌봄 기관 등과 협업해 ‘누군가 대신해주는’ 구조로 설계하였고, 생활 속 접점을 연결해 심리 방역 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과제 초기, 경찰대학 교수와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보이스피싱이 예상보다 훨씬 넓은 연령층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책의 대상 연령대를 다시 설정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화 한 통으로 평생 모은 돈을 잃고, 심리적 충격까지 겪어 회복이 가장 어려운 피해자층이 60대라는 점을 고려해, 연령대를 바꾸지 않고 이 세대를 중심으로 더 깊이 정책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과제를 추진했습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적용 후 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A. 정책 방향과 관련하여 제 관점이 크게 바뀌었던 순간은, 보이스피싱이 단순히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습니다. 처음에는 ‘홍보를 통해 보이스피싱 수법과 예방 기술을 널리 알리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피해 사례를 직접 듣고 현장을 조사하면서, 보이스피싱은 누구나 속을 수 있는 심리의 문제라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진짜 같은 가짜가 너무 정교해진 세상에서, 단순한 경고나 주의 문구로는 사람의 마음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입니다. 특히 60대 이상 고위험군은 “알아도 쓰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우리의 질문이 “어떻게 알릴까?”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만들까?”, “기술로 막을까?”에서 “심리로 막을 수 있을까?”로 바뀌었습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한 이후 정책 방향은 ‘알림 중심’에서 ‘작동 중심’으로, ‘기술 중심’에서 ‘심리·환경 중심’으로 전환되었습니다.

 

Q. 개선된 정책 방향에 대한 정책수요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A. 정책수요자인 60대 이상 어르신들은 보이스피싱 예방 기술이 있어도 복잡하거나 어려워 스스로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과제 시행 이후에는 통신사 매장 등에서 직원이 대신 설치하고 안내해주는 구조가 마련되어, “안심이 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처음 10초가 중요하다’, ‘의심이 방어다’ 등의 문구를 접한 뒤 “어떤 전화가 와도 한 번 더 의심하게 된다.” 와 같은 실질적인 인식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통신사·은행 등 협업 기관에서도 이번 프로젝트가 단순한 홍보를 넘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예방 구조를 구현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Q. 과제 시행 이후 가장 많이 개선된 점은 무엇입니까?


A. 가장 큰 개선점은 정보를 알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예방 기술이 있더라도 정책수요자가 활용하지 못한다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통신사, 은행, 요양보호사 등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여 누군가 대신 설치하고 안내해주는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기술이 단순히 ‘존재하는 예방’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예방’으로 전환되었으며, 기관 간 협업 또한 일시적인 캠페인을 넘어 상시적 예방 체계로 발전하였습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기존의 정책 수립 방법과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A. 기존의 정책 수립이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정책수요자의 경험·심리·행동을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저는 22년 동안 경찰로 근무했지만, 솔직히 이런 관점에서 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은 단순한 과제 수행을 넘어,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장점은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아직 공공 영역에서는 공공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다소 생소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의 낯섦과 저항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과정이 행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정책 실패를 줄이고, 국민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 과제를 추진하는데 겪은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A. 가장 어려웠던 점은 조직 내에서 ‘공공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생소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낯설었고, 무엇보다 정책 결정자인 계·과장님을 비롯해 본청(대변인실)로부터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일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또한 기존 정책 추진 방식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실행 부서의 일정·예산·인력 제약 속에서 과제를 끌고 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이왕 시작한 일, 끝까지 해내겠다”는 일종의 일당백 정신과 모험심으로 버텼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수상이라는 결과가 있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솔직히 과제 종료 이후에는 이번 프로젝트 추진으로 인해 후순위로 미뤘던 일들 때문에 내부 평가에서 뒤쳐지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정책이 국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험은 경찰 조직 내에서 처음으로 “디자인으로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뜻깊은 도전이었습니다.

 

Q. 성공적인 공공서비스디자인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첫 번째는 조직의 ‘이해와 수용’입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행정의 속도와는 다른 리듬으로 움직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는 대신, 사람을 관찰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조직이 이러한 과정을 ‘느리지만 꼭 필요한 단계’라고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현장의 ‘참여와 연결’입니다. 정책은 결국 사람의 삶 속에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을 잘 아는 정책수요자와 공무원, 서비스디자이너가 함께 설계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이들이 서로 연결되고 조율되는 실질적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번 과제에서도 참여한 정책수요자, 즉 국민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 의지와 성실한 참여 노력이 결과의 절반을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셋째, 지속되는 ‘실행 구조’입니다. 디자인은 아이디어로 끝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정책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다음 과제의 기반이 되기 위해 예산·인력·협업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한 실행 구조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가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이 공공분야에 정착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무엇보다 행정이 ‘사람을 중심에 두는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행정은 절차와 효율을 중시하다 보니,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국민의 경험과 감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여유가 부족했습니다. 디자인은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아직 행정조직에 다소 낯선 방식이기 때문에, 조직 전반의 인식 전환과 수용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의사결정권자의 의지와 인식 변화가 뒷받침되어야 공공서비스디자인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을 해보면서 개인에게 준 영향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저는 현재 홍보 부서에 근무하고 있지만, 경찰 조직 안에는 기획·경무·수사·범죄예방 등 다양한 기능과 역할이 존재합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어느 부서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묻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그동안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책을 실행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 정책이 정말 현장에서 효과가 있을까?”, “국민은 이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한 걸음의 사고 전환이 제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은 저에게 단순한 새로운 기법이 아니라, 정책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준 계기였습니다.

 

Q. 국무총리상 수상하신 소감과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국무총리상 수상은 개인의 성과라기보다, 처음 해보는 일을 끝까지 믿고 함께해준 많은 분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좀처럼 줄지 않는 보이스피싱 범죄 속에서, 저희의 작은 도전이 국민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평생 모은 돈을 지켜주는 정책, 한 통의 전화로 인생이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제도, 그 여정의 한 페이지를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보람 있었습니다. 이러한 ‘함께하는 시도’가 공공의 새로운 기준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수상이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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