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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49대 팔았다” 재규어의 리브랜딩, 무엇이 문제일까?

맥락 없는 리브랜딩, 재규어를 몰락으로 이끌다




최근 영국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Jaguar)’가 속한 JLR(Jaguar Land Rover)의 아드리안 마델(Adrian Mardell) CEO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JLR의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만이다. JLR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JLR을 소유한 타타 모터스(Tata Motors)의 PB 발라지(PB Balaji) CFO다. 그는 11월부터 JLR의 CEO로 취임할 예정이다.



재규어는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하며 로고, 차량 라인업 등 모든 방향성에 변화를 주고 있다(자료=jaguar)


취임을 앞둔 PB 발라지에게 쏟아진 가장 큰 물음은 “재규어의 리브랜딩을 계속 이어갈 것인가?”였다. 재규어의 최근 실적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재규어는 올해 4월 유럽 전체에서 겨우 49대를 파는 데 그쳤다. 작년 동기 1961대의 판매량과 비교해 97.5%가 감소한 수치다. 덧붙여 2024/2025 회계연도인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재규어의 전 세계 판매량은 2만6862대로, 재규어의 연간 판매량이 절정에 달했던 해인 2018년과 비교하면 85%가량 감소한 수치다. 자동차 및 마케팅 업계는 이러한 부진의 이유로 현재 진행중인 리브랜딩을 지목하고 있다. 


재규어, 왜 리브랜딩을 했을까?



재규어는 100년이 넘는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다(자료=-jaguar)


재규어는 ‘명가’라고 부를 수 있는 브랜드였다. 1922년 시작해 100년 넘는 헤리티지를 보유했고, 24시간 동안 이어지는 세계 최고 권위 내구 레이싱 대회인 ‘르망 24시(24 Heures du Mans)’에서 1950년대에만 5번의 우승을 차지하는 등 차량의 만듦새에 있어서도 뛰어난 두각을 나타냈다.



‘우아한 악당’과 같은 재규어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2014년 슈퍼볼 광고(자료=jaguar)


이런 헤리티지를 등에 업고 재규어는 오랫동안 ‘우아함(Grace)’ ‘공간감(Space)’ ‘속도감(Pace)’이라는 메시지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굳혀나갔고, 웅장한 내연기관을 탑재한 빠르고 고급스러운 차량에 소비자는 열광했다. 톰 히들스턴(Tom Hiddleston) 등 영국 국적의 유명 악역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2014년 슈퍼볼 광고는 그런 재규어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렇듯 헤리티지와 함께 소위 강렬한 브랜딩을 구축한 재규어는 왜 대규모 리브랜딩을 단행한 걸까? 최고점이던 2018년에는 전 세계에서 18만833대나 판매했는데 말이다.



언세서드 CMO 팟캐스트에 참여해 재규어의 브랜드 리브랜딩에 대해 입을 연 로든 글로버 JLR 전무 이사(자료=uncensored cmo)


이유는 ‘시장이 변화고 있기 때문’이었다. 로든 글로버(Rawdon Glover) JLR 전무 이사가 최근 ‘언세서드 CMO(Uncensored CMO)’ 팟캐스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EV(전기차, Electric Vehicle), 자율주행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변화하고 있다. 아시아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증가하고 있고, 재규어는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재규어의 코어 고객층은 고령화를 겪었고, 매출을 떨어지고 있었다. 시장의 트렌드에 대한 대응과 신규 고객층 확보를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왜 재규어의 리브랜딩은 문제가 됐을까? 


시장 트렌드, 새로운 기술 도입, 매출 하락 방어, 새로운 고객층 유입 등 재규어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다만 재규어만큼 극단적인 리브랜딩으로 해결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로 BYD는 헝가리, 튀르키에 현지 공장 구축으로 EU 관세를 회피해 수익성을 확보하고자 했고, 볼보는 EV시장의 소비자 니즈를 타깃한 합리적인 가격의 EV인 EX30을 출시하며 작년 7월 유럽 EV 판매 순위에서 2위까지 급상승했다. 


이는 그만큼 재규어가 선택한 방법이 극단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타 브랜드는 대부분 기존의 레거시나 점유 시장, 타깃 고객 등을 유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 반면 재규어는 로든 그로버가 “모든 걸 리셋했다”고 말했듯 재규어의 기존 영역을 모두 지워버리고 말았다.



변경된 재규어 로고. 재규어를 상징했던 사나운 재규어인 그로울링 캣은 사라졌고, 날카로웠던 폰트는 둥글어졌다(자료=semrush)


재규어의 상징이었던 ‘그로울링 캣(Growling Cat)’ 로고는 삭제됐으며, 내연기관을 유지하며 EV 차량을 추가하는 게 아닌, XE, XF, F-Type 등 대부분 내연기관 라인업은 단종됐다. 올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를 준비 중인 고급 GT, 쿠페, 대형 SUV는 모두 EV다. 재규어는 디자인 중심의 EV 브랜드가 되겠다는 방침이다. 


차량 판매 정책 또한 변경된다. 로든 그로버의 표현에 따르면 재규어는 ‘호불호가 갈리는 브랜드’를 지향하며 소량 생산, 고가 판매 전략을 택했다. 차량 가격은 모두 1억 원을 넘어간다. 재규어는 대중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소규모 매니아층을 공략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게 됐으며, 코어 타깃 또한 기존 중장년층 소비자에서 젊은 소비자로 변경됐다. 


재규어의 결여를 보여준 리브랜딩 캠페인



재규어의 카피 나띵 캠페인. 자동차 브랜드의 캠페인이지만 흡사 사회운동 캠페인으로 보인다(자료=jaguar)


타깃층 변화와 EV 브랜드로의 도약을 알리기 위해 재규어는 콘셉트카인 ‘타입 00(Type 00) 발표와 함께 ‘카피 나띵(Copy nothing)’ 캠페인을 공개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찾기는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완전히 재앙이다”라고 말했으며, 영국의 정치인인 나이절 파라지(Nigel Farage)는 “정치적인 캠페인”이라며 “이런 방향성은 회사를 파산시킬 것”이라 경고했다. 


재규어의 캠페인이 이처럼 비난받는 것은 흡사 ‘사회운동 캠페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캠페인에는 다양한 인종, 나이, 체격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자동차’는 등장하지 않는다. 캠페인을 보고 소비자는 재규어의 새로운 방향성은 무엇인지, 새롭게 공개될 자동차는 어떤 콘셉트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마케팅 전문 에이전시인 더 비헤비어스 에이전시(The Behaviours Agency)의 수 벤슨(Sue Benson) CEO는 해당 캠페인에 대해 “제품이 등장하지 않는 캠페인은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해당 캠페인은 재규어의 리브랜딩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데, 수 벤슨은 “감성적 연결이 상실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로고, 색상, 서체 등 브랜드를 인식하는 감정적이고 인지적인 요소가 모두 급격하게 변화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맥락 없는 변화에 소비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리브랜딩에는 맥락이 있어야 한다



롤스로이스는 100년이 넘는 헤리티지를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자료=freelogodesign)


재규어는 캠페인에서 구체적으로 브랜드가 무엇을 향해 갈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적어도 사회 운동을 하겠다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소량 생산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겠다면 ‘롤스 로이스(Rolls-Royce)’나 ‘벤틀리(Bentley)’와 같은 브랜드와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두 브랜드 모두 100년이 넘는 헤리티지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잘 만든 차를 넘어, 브랜드의 레거시가 가진 가치에 동의해 돈을 지불한다. 마틴 프리시스(Martin Fritsches) 롤스로이스 모터 카 아메리카즈(Rolls-Royce Motor Cars Americas) CEO가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는 건 성공에 대한 보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EV에 올인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어떤 EV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고급 EV는 이미 존재한다. 롤스 로이스도 전기차를 만들고, 테슬라(Tesla)도 1억이 넘는 차량을 생산한다. 쿠페, SUV 모두 이미 EV 시장에 존재한다. 수 벤슨은 “전기차 브랜드가 급증하는 현 시장에서 차별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재규어가 자사의 강력한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유산을 버린 게 옳은 결정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는 “재규어가 아직도 자동차를 만드는가?”라며 조롱했다. 차별점 없이 그저 EV 트렌드를 따라 EV를 생산하는 건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발언이다. 


수 벤슨은 “브랜드 전환은 단계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흐름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재규어는 기존의 유산과 타깃층을 모두 버린 급진적인 리브랜딩을 추진했으며, 그 반작용으로 아무리 세련된 미니멀 디자인을 홍보하려 해도 그 누구도 ‘내 브랜드’로 재규어를 느끼지 못하게 됐다. 


결국 49대 판매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재규어의 사례는 리브랜딩이 과거의 유산과 미래 가능성을 연결하는 맥락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점진적으로 섬세하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보여준 반면교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 :  ( https://ditoday.com/news/ )  

 

원문기사링크 : https://ditoday.com/what-is-the-problem-of-jaguar-rebr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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