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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20] 공공서비스디자인, 새로운 디자인혁명 - 이태용. 월간지방자치

[공공서비스디자인의 재발견 20]  공공서비스디자인, 새로운 디자인혁명

월간지방자치, 2012.12. 

* 출처 : 지방자치연구소    

  이 글은 과거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이태용 원장 (한국디자인진흥원) 

 

 

Q. 최근 사회 각계에서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원장님은 국내 디자인산업 정책과 전략을 수립, 시행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지방자치행정의 역사를 써가고 계시는《월간 지방 자치》에서 새로운 디자인 동향을 주제로 말씀을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애플과 삼성의 특허 공방에서 최근 디자인 동향을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체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디자인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었고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되리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실 것입니다. 애플의 권리가 인정된 총 6가지 특허 중 3가지 디자인 특허 뿐 아니라 3가지 기술특허 모두 실제로는 디자인 영역이라는 것이 주목할 점입니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여 줌인·줌아웃 하는 방법이나 밀어서 화면의 잠김을 해제하는 법 등 사용 경험에 대한 디자인 기술은 사용자 경험디자인 (User eXperience design)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디자인의 영역입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새로운 디자인 영역이 나타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 다. 새로운 디자인 혁명을 이끌고 있는 디자인 분야가 바로 사용자 경험디자인과 서비스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은 민간 부문에서는 혁신의 주도자로서, 공공 부문 에서는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서비스를 혁신하는 역할자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지방자치의 주요한 디자인 영역은 공공디자인으로서 대부분 간판 정비 사업이라든가 환경시설물, 건축 등에 해당하는 영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비스 디자인이 기존 디자인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사례로 소개해주세요. 

 

맞습니다. 공공 분야에서 기존의 디자인은 대체로 간판을 바꾼다거나, 환경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등 역시 시각적인 환경을 만드는 영역으로 존재해왔었습니 다. 그러나 최근 디자인은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조정하고 변화시킴으로써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 변화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디자인이 미래를 설계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코닝, 필립스, 삼성전자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고 대부분 유튜브 같은 곳을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R&D에서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하면 기술의 형상화를 하는 역할이라고만 오해할 수 있는 데요, 오히려 초기에 기획을 하는 역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력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명확하게 비전을 보여주고 과학자와 엔지니어 들은 그 비전을 통해 영감을 받아 연구하는, 이것이 바로 비전주도형의 R&D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공상과학소설가인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의 상상력은 과학기술을 20년 이상 앞서 갔다고 하거든요. NASA의 과학자들도 그의 1997년 소설《3001년 최후의 오디세이》라는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영감을 얻어 나노 튜브를 이용한 우주 엘리베이터 건설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가 무엇인가를 그려보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먼저 인간의 심리와 욕구라는 근본적인 요소에 집중해야 합니다. 결국 인간의 심리, 욕구, 필요가 과학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근본적인 동기가 된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욕구를 잘 발견할 수 있는 기본적 성향과 학습의 경험을 갖춘 디자이너들에게 미래를 구상하는 역할이 점점 더 주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기술 개발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람이 기술을 수용하는 수용성은 점진적으로만 상승하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가속화되면 될수록 양자 간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사업화 성과는 낮아지게 됩니다.

 


 

 

작년부터 지경부가 발표하는‘사람을 위한 R&D’ , ‘36.5도의 R&D 전략’같은 것이 바로 그런 필요에 따라 생겨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저는 ‘사람을 위한 R&D’는 현재의 기술적 기반을 토대로 하여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욕구를 토대로 앞으로 나타날 변화를 예측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로 디자인 주도의 R&D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한 글로벌 기업은 이런 변화를 수용하고, 적극 대처한 기업들만 성공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사람 중심의 R&D 초기 단계에서 사용자의 욕구를 리서치하고 새로운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디자인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좋은 국민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표 사례로 작년에 진흥원과 민간단체인 한국디자인지식산업포럼이 협력하여 추진한 에너지고지서를 새로 디자인한 사업의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왼쪽과 같았던 고지서를 오른쪽처럼 바꾸었습니다.

 

 


 

 

같은 평형대 이웃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 집은 빨간색 고지서를, 적게 사용한 집은 녹색 고지서를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디자인을 활용하여 사용량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변화시켰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은 고지서가 아닌, 사용자 리서치와 실험을 통해 에너지 절감의 행동을 유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디자인인 것입니다. 고지서가 담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은 가장 오래도록, 정확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표현된 것으로써 사용자 <기술개발 가속화로 인간의 기술 수용성과의 격차가 심화됨> 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작년 3개월 동안 시범 실시한 결과, 결과적으로 평균 10%의 전기료를 절감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 고지서가 전국으로 확산된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7천6백억원에 달하는 예산 절감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2011 행정제도 선진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디자인, 새로운 디자인의 혁명이 시작되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이러한 새로운 디자인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디자인 분야가 바로 ‘서비스디자인’입니다.

 

Q. 공공서비스디자인과 관련해 최근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공공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하는 데에 디자인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제 공공서비스가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마 공직에 계신 분들은 이것을 피부로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테크놀로지의 발달, 새로운 매체 활용에 따라 다수의 대중이 점점 더 영리해지게 되고 나니, 일방적으로 공급자가 설계하는 공공서비스의 한계점이 부각되게 되었습니다. 사회 경제적 발전에 따라 인간의 욕구 수준도 점차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시스템의 허점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공공 서비스 제공자의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우측보행을 정착시키려고 정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까?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해도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접근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지 않습니까?

서비스디자인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공공정책이 추구하는 목표와 디자인이 추구하는 목표가 유사해졌다는 점은 흥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특히 공공 분야에서 새로운 디자인 수요 시장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지경부의 디자인 R&D는 2011년 이래 서비스디자인 사업 분야에 많은 과제가 운영 중이며, 2012년의 경우 서비스디자인이 디자인기술개발 R&D 과제 중 50%에 달하는 등 앞으로는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지자체에서도 공공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는 2011년 ‘사회서비스디자인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15건의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고 최근 서울시(디자인정책과)는 ‘범죄예방을 위한 디자인’을 주제로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실행한 바 있습니다.

 

Q. 지역자치단체에 참고될 만한 공공서비스디자인의 해외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

 

디자인이 지자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해외 사례 하나를 소개 해드리겠습니다. 영국에서는 매년 5천여 명이 의료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멀쩡한 상태로 병원에 왔다가 오히려 감염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죠. 무료 공공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국에서는 의료 감염을 치료하는 데 연간 10억 파운드(1.8 조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10년 간 2차 감염으로 인한 추가적인 의료 비용을 줄이는 것은 영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영국 보건국과 영국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이 모였습니다. 병원에서 2차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해보니 청소하기 힘든 후미진 부분이나 틈새에서 발생한 세균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염을 효과적으로 닦아낼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당연히 2차 감염도 줄어들겠죠. 여기서 ‘디자인 벅스 아웃(Design Bugs Out)’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디자인 세균 퇴치’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사업을 통해 개발된 11개의 콘셉트 제품 중에 6개 제품이 대량생산을 거쳐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시는 제품은 그 6개 중 하나인 병실용 캐비닛인데요, 보시다시피 구석을 라운드로 처리하고 손잡이 디자인도 단순화하여 닦이지 않는 부분이 없도록 했고,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RFID 팔찌를 가까이 대면 캐비닛 문이 자동으로 열릴 수 있게 디자인하였습니다. 내항균성 소재로 제조하여 병균의 증식을 막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도 제조 원가는 기존의 캐비 닛보다 낮았습니다. 제품 조립 과정에 인력이 필요 없도록 하나의 형태로 제조 되었기 때문이죠. 50여 년이 넘게 전형적인 형태의 캐비닛만을 제조해오던 브리스톨 메이드라는 중소기업은 이 제품으로 기업의 매출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벅스 아웃’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병실용 캐비닛(2009. 영국)> 

 

우리나라도 매년 1 만 5천여 명이 의료 감염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암, 뇌 질환, 심장질환에 이은 네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입니다. 우리나라 공공 의료서비스에 세균을 퇴치하는 디자인을 적용하면 큰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Q. 앞으로 공공서비스디자인을 다루게 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공공서비스디자인은 공공디자인의 영역을 엄청나게 확대하는 개념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비단 공공디자인을 다루는 소수 담당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에도 앞으로 융합적 접근이 가능한 조직 체계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칸막이 행정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부터 ‘두루일 꾼’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기존 업무분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사회문제가 늘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협업이 필요한 사업마다 참여해 다른 부서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조직이라고 합니다. 융합의 시대에 디자인은 기술, 비즈니스, 정책을 서로 연결하고 문제의 통합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연결 고리입니다. 지자체는 공공 분야의 막힌 부서 간 장벽을 뚫어 연결하는 수평적 조직을 갖추고 디자인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혁신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의 공무원분들과 공공기관의 경영진 여러분께 디자인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혁명의 도구로써 활용하시길 부탁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디자인진흥원은 공공서비스디자인과 관련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작년부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서비스디자인으로 건강검진 결과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사업을 추진했습 니다. 이 사례는《월간 지방자치》에도 이미 소개된 바가 있습니다《 ( 월간 지방자치》2012년 6월호). 지금은 의료서비스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서 효율적 진료와 개선된 환경으로 의사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환자들에게 더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미래형 외래진료실 프로젝트를 연구 중입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서비스디자인 관련 팀을 신설해 서비스디자인 연구 체계를 갖추고 공공서비스 영역 전반에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사례를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공공 분야에서 디자인의 활용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간판을 정비하고 환경을 예쁘게 단장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국민의 참여와 연결을 이끌어낼 방법을 제안하고 사람의 마음속에 숨겨진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스위치를 만들고 작동시키는 역할로 활용해야 합니다. 범죄를 줄이고, 학교의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국민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등 디자인은 이미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이성과 논리를 넘어 인간 중심의 하이터치, 특히 인간의 감성적 측면을 터치하는 것이 주효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사회 문제 해결 효과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디자인이 바로 감성을 다루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서비스디자인 #공공디자인 #정책디자인 #서비스디자인  

* 이 글은 2012년 월간지방자치에 연재되었던 공공서비스디자인 특집 기사를 재게시한 글입니다.    https://www.lgr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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