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이 가장 많이 본 디자인 뉴스
디자인 트렌드
페이스북 아이콘 트위터 아이콘 카카오 아이콘 인쇄 아이콘

[넛지디자인으로 소통하는 LOUD 캠페인 7] 비상구에서 공장까지, 작은 변화가 우리의 생명을 지킨다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화재는 배터리 완제품을 검수하는 작업장내 배터리 중 일부가 폭발하면서 시작되어, 순식간에 공장 전체로 확산되었다. 이 사고로 인해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대부분은 공장 내부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된 뒤 대피 경로와 비상구를 찾지 못해 비상구 반대쪽인 안쪽 방으로 몰려 변을 당하고 말았다. 이 사고는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과 디자인 부재로 발생한 비극이다. 리튬 배터리는 화재 시 일반적 소화 방법으로는 진압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화재 초기에 빠르게 대피해야만 대형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 아리셀 공장에서는 비상구와 대피 경로를 명확히 안내하는 시각적 안전디자인이 부족했다. 특히, 언어 장벽을 가진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이 중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비상구의 위치조차 명확히 찾지 못한 채, 극한의 공포 속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2020년 4월 29일 이천물류센터 화재로 38명이 사망했던 사고의 원인도 비상구였다. 기존 비상구를 냉방 효율을 이유로 폐쇄했었고 이것이 피해자들이 적시에 대피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비상구가 있어야 할 적절한 위치에 비상구를 만들고, 빠르게 대피 경로를 알 수 있게 보여주는 것이 안전디자인이다. 바른 안전디자인은 재난의 순간에도 무의식적으로라도 올바른 결정을 내리게 하며, 사람들의 행동을 바르게 유도하고, 위기 때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잘못된 디자인은 산업 현장 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대형 화재 참사를 거듭 목격하면서도 우리 사회 곳곳에 안전 환경이 자리잡지 못하는 것은 일상 속 나쁜 관습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나쁜 관습은 사적 공간에까지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범칙금 등의 제재로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이러한 관습이 드러나는 공간으로 아파트 비상계단을 예로 들 수 있다. 아파트 비상계단에 물건을 쌓아두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 물건이 화재 시 생명을 결정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더 조심할 것이다. 예를 들어, 비상계단에 설치된 간단한 픽토그램만으로도 주민들이 주의하도록 만들 수 있다.

아파트 비상계단은 공공공간과 사적공간 사이에 걸쳐 있는 장소다. 위험은 공유 공간 내 구성원 상호 간 배려 부족, 무관심, 이기적 편의주의로 인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유 공간에서 요구되는 상호 간 예절과 안전 규칙을 반복적으로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사각지대]를 채워가는 활동과 다름없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공공장소 어디에서나 쉽게 접하는 픽토그램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픽토그램은 그 의미를 제한적으로만 활용하고 있어, 무한의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는 픽토그램 만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수원시는 2022년 ‘화재로부터 안전한 아파트 만들기, 4Safety(세이프티)’ 사업의 일환으로 비상구 픽토그램을 도입했다. 이 픽토그램은 단순한 그림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주민들에게 비상계단을 항상 비워둬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준다. 이로써 적치물을 쌓아두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시각적으로 경고하며, 비상계단의 본래 목적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상계단 입구에도 출입구처럼 픽토그램이 필요함을 깨달았을 때, '왜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없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아파트의 높이는 50층 이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의외로 그 공간을 완벽히 비워둬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아파트 비상계단 픽토그램]이다. 실제로 현장 관찰을 통해 비상구 계단 곳곳에 놓여 있는 적치물을 확인해 보고 그 사물을 픽토그램으로 표현하고 사선 하나를 추가해 금지 표지를 만들면 당연히 표기되었어야 할 픽토그램이 완성된다.

이 사례는 출구에 높은 빈도로 적치되는 사물을 적치 금지 표지로 표기해서 경각심을 준다. 벽에 그려진 인물은 비상구 표지에서 탈출한 사람의 모습이다. 비상구를 열 때마다 문 앞에 적치한 사물이 재난시에 사람들의 대피를 막을 수도 있겠다는 인식을 준다. "여기 물건을 쌓아두면 안되겠구나."


공장이든 아파트든 안전은 항상 최우선이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공포와 혼란 속에서 비상구를 제대로 찾지 못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넛지디자인은 비상구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하여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작은 시각적 변화와 세심한 디자인은 재난 상황에서 비상구를 빠르게 찾고,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는 데 필수적이다. 안전은 사후 대처가 아닌, 사전 준비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는 넛지디자인을 통해 비상구를 포함한 모든 환경에서 실현할 수 있다. 이러한 준비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우리의 생명을 지킬 것이다. 





사진) 아파트 비상계단 픽토그램 설치 사례 © 공공소통연구소


그림 : 개발된 비상계단 픽토그램 © 공공소통연구소

넛지디자인이란?

넛지디자인은 넛지(Nudge,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의 개념을 적용하여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디자인을 말하는 것으로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이다. 넛지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생활의 편리성을 개선하며, 국가와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디자인을 외관 스타일링이 아닌 문제해결 및 사회 혁신 도구로 활용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디자인 시장을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활용 예시 :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남자화장실 소변기 파리 그림을 그린 결과,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 감소함

* 출처 : 넛지디자인프로젝트 추진단 발대식 발표자료, 2023.8.31. 산업통상자원부

#넛지디자인 #안전디자인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자료제공 : 공공소통연구소 LOUD (www.loud.re.kr)

[넛지디자인으로 소통하는 LOUD 캠페인] 은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공공소통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칼럼입니다.

 

[넛지디자인으로 소통하는 LOUD 캠페인] 전체 글 보기...

#넛지디자인 #사회문제해결디자인 #안전디자인  


목록 버튼 이전 버튼 다음 버튼
최초 3개의 게시물은 임시로 내용 조회가 가능하며, 이후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 임시조회 게시글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