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오해의 근원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그림1)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 (Hello, I am paper bottle)’ 라고 적혀 있는 화장품 패키지
2021년 한 화장품의 종이병 패키지가 논란이 되었다. 이 화장품 용기에는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 안에서 플라스틱 병이 나온 것이다.(그림1) 해당 패키지는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며 질타를 받았다. 그린워싱은 친환경임을 과장•허위로 표현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해당 패키징 방식이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화장품 박스에 ‘가볍고 얇은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플라스틱과 종이를 분리배출을 하라’ 등의 안내가 이미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1)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나는 종이병이야’라는 적혀있는 큼지막한 문구에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 종이로 만든 용기’라고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린워싱의 사례가 많아지면서 2023년 유럽의회에서는 제품에 ‘친환경적인’, ‘지속가능성’, ‘자연’과 같은 용어 사용을 제한하는 ‘그린 클레임(Green Claims)’ 지침이 통과되기도 했다.2)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세상의 많은 오해와 문제들이 언어를 잘못 사용해 생긴다고 보았다. 언어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해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 규칙을 무시하고 자기 만의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오해가 생기고 사회문제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언어가 사용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혜택을 주는 것처럼 접근하는 문구

그림2) 혜택을 주는 것처럼 접근하는 문구의 사례
온라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벤트 사례를 살펴보자. ‘이번 달 소비한 금액을 보면 300원을 드려요'라는 문구가 있고, 그 밑에는 ‘깜짝 선물 300원 받기’라고 적힌 버튼이 있다. 이렇게 보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금액을 보기만 해도 300원을 준다는 꿀 이벤트이다. 하지만 막상 버튼을 누르면, 개인 정보 수집 동의, 계좌 등록과 같은 페이지로 이동된다. 그제야 사용자는 단순히 주는 깜짝 선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다음 사례도 비슷하다. ‘무료 게임 등을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있고 아래에는 ‘Prime Gaming 살펴보기'라는 버튼이 있다. 공짜 게임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버튼을 누르면 유료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는 페이지가 나온다. 무료 게임을 유료 구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신박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서비스 측은 사용자가 개인 정보 수집에 동의하고 계좌를 연결하고 서비스를 구독하길 원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일단 숨기고,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듯한 문구를 앞세워 접근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뒤늦게 서비스의 진짜 목적을 깨닫고 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 있다.
불편한 감정을 유도하는 문구
이와 반대로, 사용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문구’도 종종 사용된다.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제공해도 모자랄 판에 왜 불편한 감정이 생기게 할까. 이는 서비스 입장에서 사용자가 관심 갖지 않길 바라는 버튼 등에 불편할 수 있는 문구를 적고, 사용자가 그쪽으로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다크패턴* 디자인의 대표 유형 중 하나인 컨펌쉐이밍(Confirmshaming)으로, 사용자에게 죄책감이나 수치심 같은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전략이다.3)

그림3) 사용자에게 불편한 감정을 유도하는 문구의 사례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모바일 웹브라우저로 웹서핑을 하는 중에 ‘앱 다운받기’를 요청하는 팝업을 만났다. (왼쪽) 사용자가 굳이 앱을 다운 받지 않고 싶다면 “불편하지만 웹으로 볼래요” 문구를 눌러야 한다. 이 문구는 “거부"나 “괜찮습니다" 같은 문구여도 충분하지만, 서비스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자사의 앱을 사용하길 원하기 때문에, 다운을 받지 않으면 ‘불편’할 것임을 굳이 강조해 앱다운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사례는 사용자에게 ‘회원 가입’을 요청하는 팝업이다. 이때 사용자가 회원가입을 거부하려면 “비싸게 구매하기", “쿠폰 놓치기"와 같은 버튼을 눌러야 한다. 역시나 노림수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으면 비싼 비용을 치루야 하고, 쿠폰 같은 이득을 놓치는 것임을 상기시켜, 사용자에게 모순되고,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도록 하는 수법이다.
사용자가 누르지 않기를 바라는 버튼에 ‘불편한’ 문구를 적는 것 외에도, 버튼을 비활성화된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가운데), 덜 강조하거나(오른쪽), 아예 버튼이 아닌 것처럼 표현하는 등(왼쪽) 시각적으로 조작하는 방법도 함께 많이 사용된다**
‘알림’에서 횡행하는 낚시성 문구
우리가 매일 받고 있는 ‘알림’의 문구도 기만적 성격을 띤 경우가 많다. 일명 ‘클릭베이트(Clickbait)’, 즉 클릭을 부르는 미끼라 불다. 서비스들의 알림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내용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적거나, 명확하게 적어주지 않고, 떡밥 던지듯 적혀있다. 목적은 한 가지. 궁금증을 일으켜서 앱 접속으로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가. 알림에 낚여 앱에 접속 후 의도찮게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그림4) 낚시성 문구의 사례들
먼저, 알림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문구는 과장, 거짓, 은폐다(위). 50%를 모두 다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적혀 있어 막상 들어가 보면 ‘당첨되어야 받을 수 있는 쿠폰’이었다. 게다가 쿠폰이 적용되는 상품도 극히 한정되어 있다. 이런 거짓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했다가 공정위의 제재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나, 아랑곳 않고 여전히 성행 중이다. “오늘만", “한정판매", “곧 마감" 등의 조급함을 부추기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과장된 표현이고, 실제 거짓인 경우도 허다하다.4)
서비스가 ‘소비자 맞춤 서비스’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귀하를 위한", “당신만을 위한”, “OO님을 위한 ~” 식으로 알림 문구를 적는 경우도 많다(가운데).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표현이긴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취향 맞춤이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식의 알림은 무척 공허하고 무책임하다. 소비자에게 실망감을 들게 하지 않으려면, “당신이 OOO한 이유로 좋아할 것 같아서 OOO을 준비하였어요"와 같이 더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적어야 한다.
짧은 문장의 알림이지만, 걔 중에는 교묘하게 설계된 문구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마지막 사례에서는 “고객님이 어제 본 상품”이라는 제목이 있고 “인기상품은 언제나 품절이 빠르다”는 내용을 이어 적었다. 마치 소비자가 어제 본 상품 중에 품절이 임박한 상품이 있다는 식의 문장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정작 들어가 보면, 소비자가 봤던 어떤 상품이 품절 임박인지 나오지 않는다.
많은 아티클과 블로그에서는 ‘푸시 알림 작성법’이라며 소비자의 클릭과 접속을 유도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위와 같은 문구 작성방법을 부추기고 장려하고 있는 중이다.
지칭하는 대상을 모호하게 적기
그림5) 지칭하는 대상을 헷갈리게 하는 사례들
지칭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표현해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5) 그림5의 왼쪽은 음악 구독 서비스의 해지 페이지인데, ‘구독을 해지하겠어요?'라고 묻는 질문에 “예, 취소할게요"라는 버튼을 제공하고 있다.
이 ‘취소’의 의미는 ‘구독을 취소하겠다’는 것인지, ‘구독 해지를 취소하겠다’는 것인지 의미가 불분명하다. 위와 같은 경우에는 “예, 해지할게요"라고 적어야 마땅하다.6)
두 번째 사례는 서비스 내 결제 페이지인데, “동의하고 구매하기"라는 버튼이 있다. 소비자는 ‘결제 금액에 대한 동의’인지, 버튼 바로 위의 ‘프리미엄 서비스로 업그레이드에 대한 동의’인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디자인되어 있다.7)
이렇게 무엇을 지칭하는지 알 수 없게 적힌 경우, 사용자는 자신이 원래 의도했던 선택을 못해, 원치않는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 있다.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문구라면
해외에서는 비슷한 전략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사례들이 있어 몇 가지 소개한다.

그림6) 유머러스하면 괜찮을까
앱을 다운 받으라는 메시지 대신 “앱에 고양이가 무제한으로 있어요(The app has unlimited cats)"라는 말로 관심을 끈다. 만약 앱다운을 거부하려면 “나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I’m a dog person)” 버튼을 눌러야 한다.8)
쿠키(사용자 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받는 상황을 귀엽고 재치 있게 풀어낸 경우도 있다. 쿠키 먹는 캐릭터가 나와서 “쿠키를 제게 나눠주면 사이트에서 더 좋은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에요(Sharing your cookies help us improve site functionality and optimize your experience)”라고 거부감이 들지 않게 표현했다.9)
마지막은 언어학습 앱인데, “지금 외국어 공부하지 않으면 이 부엉이는 독이든 빵을 먹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장례식 초대장을 받게 될 것입니다(Learn OO today or he will eat a poison loaf of bread. The next email will be a funeral e-vite)”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10) 공부를 안 하면 귀여운 부엉이 캐릭터가 죽게 된다니!
유머러스하게 꾀어내는 문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애매하고 난감하다. 앞서 살펴봤던 예들과 거의 비슷한 기법인데 유머러스하고 귀엽다는 이유로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해당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 사용자에게 어떤 피해가 있느냐가 기준이 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첫 번째나 두 번째 사례에서 사용된 문구처럼 불쾌하진 않지만, 버튼을 누를 때 앱 다운이나 쿠키 수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는 사용자에게 혼란을 준 게 된다. 또 세 번째 사례의 경우, 부엉이의 죽음을 담보로 한 앱 접속 유도에 대해 불쾌함을 느낀 사용자들이 있다면, 이건 득이 아닌 독이 된 전략이다.
오해 없는 문구 사용을 위해
살펴본 바와 같이, 언어로 꾀어내는 디자인은 농담 같은 가벼운 수준에서부터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 싶을 수준까지 그 정도와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 언어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표현이 무궁무진한 만큼, 기만적 문구는 계속 늘어나고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가볍게 웃자고 하는 것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아 할 수도 있겠지만, 정도가 지나칠 경우 오히려 사용자의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고,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서비스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언어는 표현과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문화를 형성한다.11) 언어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과 문화가 왜곡되지 않도록 노력할 책임이 있다.
글 : 윤재영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출처 : 디자인딜레마, 윤재영, 김영사, 2024. (3부 위로와 공감의 딜레마, 8장 언어는 어떻게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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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김태헌. [팩트체크] 이니스프리는 정말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라고 속였나? 아이뉴스24, 2021년 4월 13일, https://www.inews24.com/view/1358213
2. 송준호. EU의회, 그린클레임 금지 지침 통과…광고업계 “그린워싱 시대 끝났다” Impact On, 2023년 5월 17일, https://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6488
3. Deceptive Patterns. “Confirmshaming” Deceptive Patterns, n.d., https://www.deceptive.design/types/confirmshaming accessed 30 Dec. 2023.
4. 윤재영. “디자인트랩 - 18장 불안은 디자인의 좋은 재료”. 김영사, 2022.
5. Deceptive Patterns. “Trick wording” Deceptive Patterns, n.d., https://www.deceptive.design/types/trick-wording accessed 30 Dec. 2023.
6. 글쓰는개미핥기. “앱을 이용하다 발견한 다크패턴 3가지” careerly, 2023년 2월 15일, https://careerly.co.kr/comments/77647?utm_campaign=self-share
7.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 공정거래위원회, 2023.
https://www.ftc.go.kr/www/selectReportUserView.do?key=10&rpttype=1&report_data_no=10140
8. blankMadeMeSmile_2021. “allowing you to focus on the conter The app has unlimited cats Use the App I'm a dog person” ifunny, 16 Apr. 2022,
https://ifunny.co/picture/allowing-you-to-focus-on-the-conter-the-app-has-C0Tf7tgT9
9. userpilot. “12 Good Friction Examples That Help Increase Product Adoption” userpilot, 15 Feb. 2023, https://userpilot.com/blog/good-friction/
10. Rares Taut, "Dark Patterns – Confirmshaming", Mobiversal, 23 Aug 2019,
https://blog.mobiversal.com/dark-patterns-or-how-ux-exploits-the-user-confirmshaming.html Accessed 30 Dec. 2023.
11. Shashkevich, Alex. “The power of language: How words shape people, culture” Stanford University, 22 Aug. 2019,
https://news.stanford.edu/2019/08/22/the-power-of-language-how-words-shape-people-culture/
<다크넛지의 비밀, 윤재영> 전체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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